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7)
일주일 후, 대륙 서쪽 해안.
테들러 자작가의 인장이 찍힌 커다란 무역선이 고요한 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일부 선원들은 배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나머지 선원들은 갑판 위에서 먼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해적이 등장하거나, 파도가 크게 치지 않는 항로에 들어선 직후라 다들 안심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독 바다에 안개가 자욱했기 때문이었다.
“안개 때문에 분위기가 음산하구먼.”
“그러게 말이야. 난데없이 왜 안개야? 아까까지만 해도 좋더니.”
원래 바다란 갑자기 어떤 날씨가 불어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예감이 좋지 않았다. 유독 안개가 진해서 선원들은 불안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때, 한 선원이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애써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쳇, 받을 수 있겠어? 절대 못 받는다에 1표 걸지.”
“젠장……. 난 다 됐고, 가족들 얼굴이나 보여 줬으면 좋겠네.”
“그러게 말이야, 돈도 못 받고. 가족들만 인질로 잡히고……! 언제 뒈져도 모를 바다에 나가면서 이러고 살아야 하다니.”
“그래도 이번엔 선장님이 잘 말씀해 주신다니 기대를 한번 해 보자고.”
그때였다.
“자, 잠깐만. 저게 뭐야?”
뱃머리 쪽에 서 있던 선원 하나가 저 멀리 안개 너머를 가리켰다. 선원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안개 너머를 바라보았다.
“뭐, 뭐가 보인다는 거야?”
“무슨……!”
그 순간. 안개를 뚫고 거대한 함선의 뱃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거대한 배가 코앞까지 다가올 동안 눈치채지 못하다니. 풍문으로 전해 오는 어둠의 마법을 이용하는 해적들이 분명했다.
“해, 해적이다!”
“해적이다!”
“해적이 나타났다!”
* * *
‘해적……. 맞나?’
테들러 무역선의 선원1. 톰슨은 얼떨떨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고로, 해적이란 무엇이냐.
무역선이나 여행선을 약탈해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빼앗고, 선원들을 바다에 빠뜨려 죽이거나, 감옥에 가둬 노예로 팔거나, 귀족이라면 몸값을 요구하거나였다.
그런데 이들은 좀 이상했다.
일단 전부 해적 모자를 쓰고 있긴 한데…….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귀여운 디자인인데다가 새파란 색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창백한 낯을 하고 있지만, 꽤 아름다운 외모였다. 그러고 보니 전부 조금씩 닮은 것도 같고…….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몹시 친절했다. 해적들인데 친절했다. 말이 되나?
“거기, 수염 긴 아저씨. 고기 더 드려유? 배 안 고파유? 아니, 왜 이렇게 적게 드신대?”
“3번 테이블 이쪽 술 좀 더 가져다드려라잉!”
“알것구먼!”
아니, 친절한 게 아니라 이건…….
아까 전, 테들러 무역선을 점령한 해적들은 갑판 위로 뛰어내려 선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해적선의 거대한 식당으로 끌고 가 음식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겁에 질린 상태였다. 음식에 독이 들었나 의심했으나, 사실 이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죽일 거면 굳이 값비싼 식재료를 사용할 이유가 없지 않나……?’
게다가 음식들은 모두 최상급 재료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음식들이었다.
테들러 자작가에 고용된 일꾼들인 선원들은, 사실 육지에서도 이런 음식은 구경할 수도 없을 만큼 가난했다.
벌써 반년째 임금을 제대로 지불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육지에 도착하고 나면, 가족들을 만날 새도 없이 다시 출항해야만 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화로운 식사가 눈앞에 아른거리자, 선원들은 갈등했으나 고민은 짧았다.
‘독이 들었으면 어때? 어차피 죽을 거, 먹고 죽자!’
그런 심경으로 그들은 와구와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독이 들어 있어 죽긴커녕 맛있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값비싼 술까지 대접해 주는데……. 그들은 꼭 전설 속에 나오는 세이렌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
테들러 무역선의 선장인 그레인은 참담한 표정으로 선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한 해적이 선장에게 다녀왔다.
“잉? 할배, 할배는 왜 안 드셔? 음식이 입에 안 맞나? 응?”
“네놈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우리를 죽일 거면 빨리 죽여라!”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무사히 돌아가도 살 수 없는 목숨이다.
‘해적에게 무역품을 모두 빼앗기고 돌아왔습니다.’
살아 돌아가 테들러 자작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그는 곧장 칼을 뽑아 선장의 심장에 박을 위인이었다.
게다가 가족들도 무사히 살아남지 못하겠지.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으나, 선원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애초에 이 배에 오른 몇백 명의 선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테들러 자작가에 충성하는 자신을 따라온 이들이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함께 넘겨 온 자들인데……. 결국 이렇게 함께 죽게 되는구만. 내가 죄인이지, 내가 죄인이야.’
해적에게 당할 뻔한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무력하게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어둠의 마법을 이용하는 해적이 있다고 말만 들어 봤지, 실제로 존재할 줄은 몰랐다.
애초에 어둠의 마법이 금지 마법이기도 하지만, 아주 어려운 고차원의 마법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선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테들러 무역선에서 해적선으로 생두를 옮기는 해적들이 보였다.
저 생두를 얻기 위해 얼마나 험난한 일정들을 반복했던가. 저 생두들은 선원들, 그리고 인질로 잡힌 이들의 가족들의 목숨값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음식을 권하던 해적이 물었다.
“이봐 선장, 원산지에서 그쪽 상인들과 생두를 거래하는 자가 누구지? 담당자 말이야.”
“……나다.”
“그래? 자, 받아.”
해적이 내민 것은 서류였다. 그레인 선장은 의심스럽게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계약서였다.
“이게 뭐지?”
“읽어 보라고.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우신 ‘주인님’께서 직접 작성한 계약서니까. 쳇, 아무나 주인님이랑 계약할 기회가 오는 줄 알아? 나 같은 최고의 정…… 아무튼, 보라고.”
해적은 그렇게 말하고는 휙 사라졌다. 그레인 선장은 한참이나 종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변하기 시작했다.
* * *
「주인님, 주인님! 생두는 말씀하신 대로 잘 감춰 두었어요!」
오르파나의 말에 라피네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아무도 못 찾겠지?’
「저보다 뛰어난 정령이 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죠. 그런데 저보다 뛰어난 정령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오르파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라피네는 ‘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선원들은?’
「모두 계약 완료했고, 가족들과 따로 지낼 수 있게 안전한 동네에 집도 마련해 줬어요.」
‘테들러 자작가에서 사람을 풀어 그들을 찾아 해코지할 확률은?’
「아예 없죠. 혼란 마법을 걸어 두었으니까요. 나 참, 주인님도. 저를 어떻게 보시고…….」
‘그럼 배는? 출발한 건가?’
「네, 새로운 무역선을 타고 오늘 새벽에 막 출발했어요!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겁니다.」
물의 정령이 만든 무역선이니, 의심할 바 없이 안전할 것이다.
흠……. 근데…….
「주인님, 뭐 다른 문제가 있나요?」
문제? 문제라…….
문제가 없다. 너무 없어서 문제였다.
사실 오르파나가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실제 본 모습을 드러내는 첫 현신도 하지 않았는데 저렇게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고 힘을 쓸 수 있을 줄이야.
라피네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생각보다 꽤 유능한데?”
「하아…….」
인정받은 기쁨 때문일까, 오르파나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피네는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단 말이지.’
의심스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첫 현신, 그러니까 라피네의 손등에 인장이 새겨지는 의식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힘을 사용했다는 건…… 분명 오르파나도 나름대로 초인적인 힘을 끌어 썼다는 것이다.
대체 오르파나가 왜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자신에게 집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내가 마음에 들어서? 그럴 리가.’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나한테 충성한다고? 게다가 일 처리를 이렇게 완벽하게?
흠잡을 데가 없어서 너무 이상했다.
「흠. 내가 봐도 좀 의심스럽다, 아가야. 저 변태 자식,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하다 명령했다.
‘오르파나, 나와 봐.’
「……왜, 왜요?」
루비와의 대화를 들은 탓일까, 오르파나는 쭈뼛거리며 라피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피네는 혹시 몰라 방문을 잠그고 커튼까지 쳤다.
오르파나는 지난번의 그 멋진 사업가 언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라피네가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자, 날 봐.”
“…….”
오르파나는 라피네의 눈을 잠시 쳐다보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역시 수상하다. 분명 뭔가가 있어.
“오르파나, 너 사실 나한테 원하는 게 따로 있지? 말해 봐.”
“어, 없는데요? 전혀.”
“없다면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을 리 없어.”
“저는 그저 주인님에 대한 충성심으로……!”
“흥, 웃기지 마. 네가 얼마나 교활한 성격인지 난 다 알고 있어. 당장 말해.”
“주인님, 너무하세요! 제 순수하고 고결하고 아름다운 충성심을 의심하지 마세요!”
“지금 말하면 그게 뭐든 내가 들어줄게, 말해.”
“저, 정말요?”
이럴 줄 알았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