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8)
“…….”
「…….」
“…….”
오르파나의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반응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루비마저도 오르파나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라피네는 오르파나를 살짝 노려보다가, 말해 보라는 듯 턱짓하며 소파에 앉았다.
일단 들어나 보자.
* * *
“…….”
오르파나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라피네는 멍하니 핑크색 곰 인형, 루비를 쳐다보았다.
왠지 가만히 있는 저 핑크색 곰 인형이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면, 착각일까?
오르파나의 요구는 이러했다.
[제 전설의 성물을 찾아 주세요, 주인님……!>오르파나의 말에 의하면, 정령에게 있어서 ‘전설의 성물’이란 궁극적인 목표나 성취 같은 거라고 한다.
마치 전생의 보통 사람들이 평생의 꿈으로 ‘내 집 장만’을 꿈꾸는 것처럼.
정령들 또한 그걸 얻으면 더 큰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쉽게 말해 정령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물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정령이 그걸 얻기 위해서는 계약자와 계약을 해야만 하고, 계약자가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즉, 계약자가 찾아 주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왜 하필 난데?”
“주인님이 팔찌를 딱 차는 순간 느껴졌어요. 아, 내 성물을 찾아 줄 분이 바로 이분이구나!”
“…….”
“성물을 찾을 수 있는 계약자에게는 특별한 마력이 느껴지거든요.”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원작에서 정령들이 선택하는 것은 바이올렛과 제르칸이었다. 두 사람이 강한 마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었다.
“흠……. 그럼 나도 마력이 강한 건가?”
“그건 아직 모르지만……. 마력의 기운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특별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평범한 색채를 가진 마력을 지녔다면, 주인님의 마력은 번쩍거리며 빛을 뿜어낸다고 할까? 오색찬란한 빛이 아주 화려하고……!”
오르파나는 어떻게든 좋은 말을 꾸며 내야 하는 사람처럼 열심이었다.
‘애쓴다.’
라피네는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을 보듯 안쓰러운 시선으로 오르파나를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니까 즉…….
“루비야. 할 말 없냐?”
「…….」
루비는 분명 자신에게 ‘전설의 성물’을 찾으면 그 성물로 황후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은 본인의 이익을 위한 거면서 날 위한 것인 양 사기를 쳤단 소리지.’
「아니다, 아가! 진짜로 그 황후의 병을 고칠 수 있어!」
“…….”
「사실……. 그 성물을 얻으면, 내가 황후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거지만 말이다.」
말이라는 게 참 ‘아’ 다르고 ‘어’ 다르다더니.
쉽게 말해 그 성물이 ‘약’이 아니고, 그 성물을 얻으면 루비가 병을 고칠 수 있는 ‘신의’가 된다는 건가.
“성물을 얻으면 한 차원 더 강한 정령이 된다는 거지? 그럼 왜 몇백 년 동안 정령사가 나타나지 않은 거지?”
라피네의 질문에 오르파나가 설명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특별한 마력을 가진 사람만이 성물을 찾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루비와 오르파나의 입장에서 자신은 ‘로또 그 자체’인 셈이었다.
라피네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그럼 성물을 얻으면? 계약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데?”
“……어, 그게. 성물을 얻은 정령은 자연스럽게 자유의 몸이…….”
아하.
정령사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정령이 한층 강력해진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로 정령들이 정령사를 이용해 성물을 얻고 나면…….
‘정령사를 팽해 버리는 거군. 이거 먹튀 아냐?’
라피네는 슬쩍 거만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너희. 이거 사기 계약인 거 알고 있지? 당장 파기하겠어. 이건 사기야.”
“안 돼요, 주인님!”
「안 된다, 아가!」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둘을 노려봤다.
“그럼 계약서 조항을 다시 수정하도록 하자. 성물을 찾은 뒤에도 최소 5년 이상은 나랑 계약 관계를 유지할 것. 그리고 그 5년간 내가 시키는 건 뭐든 할 것.”
보나 마나 성물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적어도 한 5년은 더 정령들을 이용해 먹어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는가?
자고로 손해 보는 장사는 해선 안 되는 법이다.
라피네의 단호한 결정에 오르파나와 루비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재계약을 수락했다.
* * *
생두가 준비되자,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라피네는 오르파나를 이용해 수도 번화가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건물을 사들였다.
‘돈은 나중에 갚을게.’
「네에…….」
건물을 사는 데 사용한 돈은 오르파나가 예전부터 모아 온 금화와 보석을 이용했다.
정령들은 금과 보석을 좋아한다더니, 각자 감춰 둔 지정 장소가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드래곤의 레어처럼.
어쨌든 빌린 건 빌린 것이기에, 라피네는 차용증까지 작성해 주었다.
‘앞으로 벌 돈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큰돈을 벌려면 초기 투자금은 꼭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리스크가 클수록 버는 돈도 커지는 것은 진리다.
라피네는 마찬가지로 오르파나의 돈으로 인부들을 고용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직접 공사 현장에 가 볼 수 없었지만, 오르파나의 말에 의하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편으로는 커피에 관심 있는 평민 여자를 모집해 직원으로 고용했다.
그리고 마침 인근 디저트 가게에서 최근 해고된 파티시에 1명도 데려올 수 있었다.
「주인님, 그 파티시에 말이에요. 출산으로 인해 해고되었다는데용?」
“뭐? 아니, 웃기는 놈들이네. 당장 고용해. 임금 3배로 준다고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수도 한복판에 파격적이고 새로운 커피 하우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것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 * *
수도 귀족들이 자주 찾는 번화가에 새로운 커피 하우스, ‘오르카페’가 오픈했다.
그곳은 기존의 커피 하우스와 전혀 다른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화사한 벽지와 아름다운 조명은 꼭 파티가 이루어지는 홀처럼 우아하면서도 깔끔한 멋이 있었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파는 것이었는데, 종업원들 모두가 여자였다.
애초에 커피 하우스는 남성 전용 시설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러다 1명 2명, 호기심 많은 여성들이 그곳을 방문하기 시작하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져 나갔다.
인근 커피 하우스의 단골손님이자 죽돌이, 베로오닐 남작은 그 소식을 듣고 콧방귀를 꼈다.
“여자들도 손님으로 받는 커피 하우스? 웃기고 있군! 커피는 여자의 몸에 해로워! 수도 여자들을 다 죽일 셈인가? 당장 가서 한마디 해야겠어.”
그는 늘 함께 커피 하우스에 모여 토론하는 지인들과 소문의 그곳으로 향했다.
그에게 있어 커피 하우스는 아주 귀중한 장소였다.
젊은 인재들과 다양한 주제로 토론할 수 있을뿐더러,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들을 만나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물론 늘 수준 높은 토론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툭하면 싸움이 벌어져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금방 진정되곤 했다.
어쨌든, 그는 기가 막힌 심정으로 소문의 가게로 향했다.
그러나 가게의 외관을 보자마자, 그는 멈칫했다.
‘뭐, 뭐 이렇게 외관이 화려해?’
그는 왠지 기가 죽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더욱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도 그럴 게, 평소 그가 다니던 커피 하우스는 맥주를 파는 펍처럼 은은한 조명과 갈색 벽지로 인테리어 된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커피 하우스들이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전혀 달랐다.
마치 황성의 홀을 설계한 장인이 와서 꾸민 것처럼 화려하면서도 깔끔했다.
사실 완벽하게 그의 취향이었다.
“……흠.”
베로오닐 남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실내를 둘러보았다.
손님은 남자와 여자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귀족 여성부터 학자, 사업가들까지. 종종 파티에서 안면을 튼 여성들도 보였다.
한쪽에서는 학자로 보이는 여성들이 모여 차분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다.
평소 그가 좋아하는 철학서를 집필한 여성 학자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자, 베로오닐 남작은 눈이 튀어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테이블에는 예쁜 잔에 담긴 커피와 화려한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그는 새삼 깨달았다.
‘그래,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쓴맛이 중화되겠군.’
“당장 주인을 나오라고 할까요?”
함께 온 자가 베로오닐 남작을 툭툭 치며 물었다.
“이, 일단 우리도 자리에 앉지. 숙녀들이 있는 자리에서 큰 소란을 피울 수는 없으니 말이야.”
그 말에 다들 동의하며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았다.
곧 직원이 주문을 받았다.
추천 메뉴로는 차가운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 세트가 있었다.
그는 대충 추천 메뉴로 주문한 뒤, 내부를 구석구석 살폈다.
한쪽에는 젊은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자리해 있었다.
‘아이들에게까지 커피를 파는 건가?’
그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어지간히 돈에 눈이 먼 상인이 만든 커피 하우스인 모양이었다.
마침 직원이 커피와 디저트를 내왔고, 베로오닐 남작은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자들에게 커피를 팔아도 되는 건가? 커피는 여자와 아이에게 해로운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질문에, 파란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미남 직원이 미간을 구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