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
* * *
몇 시간 후.
바이올렛은 민망해하며 중얼거렸다.
“아, 아이가 아직…… 아직도 낯선가 봐요.”
“…….”
바이올렛은 어색하게 웃으며 제 목덜미를 끌어안은 아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이는 내내 얼굴을 숨긴 채 의자에 앉은 바이올렛의 다리 위에 앉아 안겨 있었다.
바이올렛의 앞에는 심각한 표정의 에스턴 공작과 공작 부인, 아드리안, 쌍둥이 형제인 루카와 로이스가 앉아 있었다.
공작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작 부인을 닮은 분홍색 머리카락이었다.
바이올렛의 품에 안긴 아이와 마찬가지로 아주 탐스럽고 예쁜 분홍색.
조금 전, 바이올렛의 충격 선언 직후.
에스턴 공작은 곧바로 하인을 시켜 신전에 검사를 의뢰했다. 아이의 머리카락을 다시 뽑는 일은 바이올렛이 맡았다.
다행히 아이는 쿠키를 입에 물려 주자 정신없이 먹느라 머리카락이 뽑히는 줄도 몰랐다.
“…….”
바이올렛은 이 상황 때문에 괴롭고 민망했다.
공작 부부는 물론, 아드리안과 어린 쌍둥이 형제까지……. 바이올렛의 품에 안긴 아이의 뒷모습을 아주 부담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부담감을 삼키던 바이올렛이 “아차!” 하며 말했다.
“오늘 검사를 의뢰하셨으니 이르면 내일 나올 거예요!”
에스턴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 나올 거다.”
“네?”
“신전에 10억 타르를 기부했다.”
“네, 네……?”
바이올렛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녀가 하루 만에 검사를 의뢰하며 낸 기부금은 4천 타르였다.
보통 귀족들이 검사 한 번에 2천 타르를 내니까 바이올렛이 낸 액수도 많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10억을 기부했다고?’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10분 만에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네…….’
바이올렛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긴, 에스턴 공작가는 대륙 제일의 부호였으니 그럴 만했다. 10억 타르 정도는 우스울 것이다.
게다가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무슨 짓이든 못 할까?
‘그건 그거고, 그래도 너무 불편한데……?’
바이올렛은 정신을 차린 뒤부터 계속 울고 있는 공작 부인을 보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아까부터 아이가 공작가 사람들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바이올렛에게만 안겨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뒤면 진짜 가족이라는 게 밝혀질 텐데…… 계속 자신에게 붙어 있으면 곤란했다.
“자, 이제 내려와 볼까?”
바이올렛이 품에 안긴 아이를 떨어뜨리려 했으나, 아이는 “안 대!” 하고 소리치며 달라붙었다.
조그만 애가 어찌나 손힘이 센지, 바이올렛은 결국 그냥 그대로 안고 있기로 했다.
다리가 조금 저리지만…… 꾹 참았다.
“…….”
아무래도 아이는 낯선 환경에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안타깝고 가여워 더욱 강하게 안고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러나 사실 그 아이는, 있는 힘껏 머리를 굴려 원작의 미래를 떠올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머리를 하도 굴렸더니 이제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배도 고프다.
심지어 점점 서러워지려고 한다. 이러다 꼴사납게 엉엉 울어 버릴지도 몰랐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공작 각하! 신전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 * *
10억 타르를 기부한 덕분일까, 검사지를 들고 고위 신관이 직접 공작가를 찾아왔다.
급하게 온 모양인지 신관은 헉헉거리며 공손하게 검사지를 내밀었다.
“친자일…… 확률은 99.9%입니다. 허억…… 크흠. 이 정도면 100%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작 각하.”
신관은 검사지를 확인하는 공작에게 아주 친절하게 말했다.
에스턴 공작은 맨 아래의 문구를 확인했다.
친자일 확률은 99.9%로 확인되었습니다.
혹시 몰라 공작과 공작 부인,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각각 의뢰했다. 전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더는 의심할 필요 없이 확실했다.
아니, 사실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에스턴 공작은 확신했다.
아이의 얼굴이 아내와 너무나도 닮았으니까.
“혹시 저희에게 또 의뢰하실 일이 생기거나,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무슨 일이든……!”
“저요!”
고위 신관이 밝은 얼굴로 굽실거리며 말하던 도중이었다.
바이올렛이 손을 번쩍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바이올렛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게…… 사실 아이가 다쳐서 신관을 불러 치유받긴 했는데, 제대로 아물지 않은 것 같아서요. 아이의 상처를 봐 주시겠어요?”
바이올렛의 말에 신관이 화들짝 놀랐다.
그 말은 그 신관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혹은 신전에서 애초에 치유력이 약한 신관을 보냈거나.
“상처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다친 거니? 어디를? 얼마나?”
그러나 그 말에 더 놀란 것은 공작과 공작 부인이었다.
“그게 사실은…….”
바이올렛은 천천히 말을 시작하려다 입을 다시 다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고위 신관이었다.
신관 앞에서 말할 수는 없었다.
“아, 예. 그럼 치유 먼저…….”
신관은 눈치껏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 듯했다.
그렇다면 빨리 치유해 주고 빠지는 수밖에.
무려 10억 타르의 기부금을 낸 공작가의 비밀을 파고들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곤란했다.
자고로 신전이 벌이는 사업엔 신뢰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그럼…… 아이의 상처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신관은 성력을 한데 끌어모았다.
무슨 상처든 말끔하게 치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바이올렛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겨우 떼어 내서 치유 마법을 받게 했다.
신관 덕분에 아이는 몸에 남은 상처를 모두 치유받고 곤히 잠들었다.
아이의 몸에 났던 희미한 멍 자국을 떠올리며, 에스턴가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움에 숨을 삼켰다.
“누구한테 얻어맞기라도 한 거야?”
아드리안의 쌍둥이 동생 중, 형인 루카가 표정을 와락 구기며 말했다.
“그러게. 우리 둘이 싸우다 난 상처보다 훨씬 심각하잖아.”
로이스의 대답에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쟤가 우리 동생이야? 죽었다며!”
“살아 돌아왔대. 언데드처럼! 생긴 걸 봐! 엄마랑 똑같잖아!”
“그럼 엄마를 닮은 아기 언데드인 거야?”
아드리안은 계속 소곤대는 두 동생에게 “쉿.” 하며 조용히 하라고 지시했다.
루카와 로이스는 투덜거리면서도 형의 말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바이올렛은 직접 하녀와 동행해 아드리안의 방에 있는 침대에 아이를 눕혀 주고, 챙겨 온 분홍색 곰 인형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다시 응접실로 돌아왔다.
* * *
바이올렛을 기다리던 에스턴 공작가 사람들은 바이올렛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바이올렛은 크게 심호흡한 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아이를 발견한 곳은 빈민가예요.”
“빈민가라고?”
에스턴 공작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네. 저희 영지에서 불법으로 노예를 매매하던 자들이 그쪽으로 도망쳤거든요. 수도에선 유일하게 제가 그들의 얼굴을 똑똑히 알고 있어서, 혹시 하는 마음에 기사들과 빈민가를 돌아보고 있었어요.”
바이올렛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러다 저 아이를 발견했어요. 분홍색 머리와 하늘색 눈동자를 보고 아드리안이 떠올라서 한참 바라봤는데…… 얼굴이 공작 부인과 너무도 많이 닮았더라고요.”
“……왜 그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거지? 같은 수도 내에 있었는데…….”
공작이 허탈하다는 듯 말하자, 바이올렛이 대답했다.
“그게…… 얼굴이랑 머리가 새까만 구정물에 덮여 있어서 보셨어도 못 알아봤을 거예요. 그리고 공작가의 기사님들이나 사용인들은 그쪽 빈민가에 갈 일이 잘 없기도 하니까요.”
“하긴, 그렇군…….”
“그리고 제가 물어보니까. 비가 오는 날에만 빗물로 씻었대요……. 마침 며칠 전에 비가 왔잖아요. 그래서 제가 분홍색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이목구비를 살펴볼 수 있었던 거예요.”
“…….”
“빗물로 씻었다고?”
바이올렛의 말에 공작가 사람들은 충격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 돼! 비가 오는 와중에 이렇게 세수한다는 거야? 빗물을 받아서?”
루이스가 충격받은 얼굴로 세수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흐윽…….”
공작 부인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바이올렛은 그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래서 일단 저희 집으로 데려갔어요.”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공작은 커다란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고, 공작 부인은 울고 있었다.
아드리안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바이올렛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심지어는 평소 장난꾸러기인 쌍둥이 형제의 얼굴도 심각했다.
바이올렛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아이를 발견한 정황과 아이에게 직접 들은 6살이라는 나이, 등등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했다.
“그럼 상처는 어떻게 된 거지?”
이야기를 듣던 에스턴 공작이 물었다.
“어디서 난 상처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녀들이 씻기면서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했다더라고요. 신관을 불러 치유하긴 했는데…… 처음에는 정말 심각해 보였어요.”
“…….”
또한 추측한 정황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사를 시켜 알아보니, 작년쯤 베릴 자작가에서 쫓아냈다는 사생아가 이 아이 같더라고요.”
“그럼 누가 아이를…….”
“아이의 엄마는 국경을 넘어 도망친 듯한데, 짙은 분홍색 머리에 로잘린이라는 이름이었대요.”
“……!”
그 말에 공작 부인, 소피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래전 공작가에서 일하던 하녀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다.
공작 부인이 낳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고 난 이후, 그 하녀는 곧장 일을 그만두었었다.
바이올렛이 알아본 증거들에 대해 더 늘어놓자, 공작 부인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모든 정황이 일치했다.
당시에 그 하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죽은 갓난아이의 머리카락도 분홍색이었으니까.
“미리 말씀드렸다가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괜히 상처만 드릴까 봐…… 신전에서 검사지를 받자마자 찾아왔어요.”
“고맙구나, 바이올렛.”
“네가 우리를 구했어, 바이올렛. 내 아이를…… 그 아이를…….”
에스턴 공작과 공작 부인의 말에 바이올렛은 머쓱하게 웃었다.
“그런데 아이의 이름은 원래 뭐였어요? 이름을 물어봐도 말하지 않더라고요.”
“…….”
“베릴 자작가에서도 좋게 지내진 못한 것 같았어요. 애초에 쫓겨난 걸 보면…… 그곳에서 이름도 받지 못한 것 같아요.”
“라피네, 라피네란다.”
공작 부인이 흐느끼며 말했다.
“라피네…… 예쁜 이름이네요.”
바이올렛이 중얼거리며 미소 지었다.
그 와중에 아드리안과 눈이 마주치자 바이올렛은 더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는 친구를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바이올렛은 우물쭈물하다가 사과했다.
“아드리안, 너한테는 미리 말하고 싶었는데 미안……. 그리고 몰래 머리카락을 뽑아 간 것도 미안해. 따끔했지?”
“……괜찮아, 바이올렛.”
아드리안은 늘 그렇듯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 속에 따뜻한 감정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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