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0)
에스턴 공작은 곧바로 잠든 라피네의 이마에 ‘쪽!’ 입맞춤을 하고 나갔다.
라피네는 그런 줄도 모르고 곰 인형을 껴안고 깊게 잠들었다.
방을 나선 에스턴 공작은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벌컥 열자, 마침 퇴근하려던 유능한 수석 비서관 가딘이 보였다.
“가딘, 최근에 매물로 나온 항구 도시가 있나 알아봐. 아주 커다란 선박도.”
“예? 갑자기요?”
안 그래도 퀭했던 가딘의 눈가가 더욱 짙어졌다.
* * *
며칠 후. 오르파나가 쭈뼛거리며 돌아왔다.
“저, 주인님. 그 항구……. 이미 누가 사 갔다는데요? 영지 통째로요.”
“뭐?”
아니, 테들러 자작이 벌써 움직였나?
하지만 그 할아범탱이 항구를 구매하는 건경매에서였는데……?
‘게다가 아직 경매에 올라온 매물도 아니잖아!’
영지 주인은 땅을 팔려고 가진 노력을 다 하다가, 모두 실패하고 결국 경매에 붙였었다.
그런데 왜지? 뭐가 잘못된 거지?
‘이씨……. 아니, 대체 어떤 놈이야. 내 항구를 가로챈 놈이?’
* *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라피네.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 촛불 불어, 라피네! 빨리!”
루카의 닦달에 라피네는 ‘후!’ 하고 촛불을 빠르게 불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손에 들어온 서류를 쳐다봤다.
에스턴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라피네, 아직 어려서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아빠가 라피네를 위해 구매한 영지란다. 바닷가 마을인데 아주 아름답지.”
“여기 항구라고 적혀 있는데…….”
“오! 우리 라피네가 글자를 아주 잘 읽는구나, 그래 항구 도시란다. 라피네의 생일 선물이지.”
에스턴 공작이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라피네는 얼떨떨한 마음에 시선을 내려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티르스라는 이름의 항구는 ‘라피네 항구’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생일 선물 스케일 좀 봐…….’
대체 누가 그 영지를 가로챈 건가 고민하던 게 바로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빠였을 줄이야!’
소피아 역시 서류를 1장 내밀었다.
“그리고 엄마 선물은……. 이거란다.”
라피네는 얼떨떨하게 받아 들었다.
‘부자들의 선물은 서류. 서류가 최고다.’
라피네는 속으로 감탄하며 엄마가 준 종이를 자세히 보려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볼 필요도 없었다.
이건 선박의 설계도 첫 장이 분명하다. 정교하게 그려진 배의 그림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게다가 뱃머리에는 ‘라피네호’라고 적혀 있었다.
“와아…….”
“라피네가 배를 가지고 싶어 했다며? 여객선이란다. 어때, 마음에 드니?”
라피네는 일단 무조건 고개를 여러 번 끄덕거렸다.
‘와……. 돈이 얼마나 굳은 거야?’
라피네는 감동한 표정으로 엄마와 아빠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에스턴 공작은 감격했다.
“여보, 라피네가 아직 어려서 저게 뭔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은 느꼈나 봐요. 좋아하는 걸 보면!”
“그러게요.”
에스턴 공작은 아내의 팔뚝을 톡톡 두드리며 좋아했다. 소피아는 귀엽다는 듯 남편을 쓰다듬었다.
“내 선물도 봐 봐, 라피네!”
“내 것도, 내 거 먼저!”
루카와 로이스가 티격태격하며 앞다퉈 선물을 내밀었다.
라피네는 알겠다며 둘을 진정시키고, 상자를 나란히 놓고 동시에 리본을 풀었다.
공평한 라피네의 판단에, 루카와 로이스는 얌전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의 동시에 선물 상자를 개봉하자,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주먹만 한 보석이 박힌 펜던트가 보였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생일 선물도 똑같았다. 게다가 같은 색의 보석이었다.
이게 다 얼마야……. 이 정도 크기면 만만치 않은 가격일 게 분명했다.
“너어, 나 따라 했지!”
“아니거든? 네가 따라 했겠지!”
그때, 라피네는 설마……. 하며 펜던트 끝의 버튼처럼 보이는 금속을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라피네가 제일 좋아!]녹음된 루카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옆의 다른 펜던트도 꾹 누르자 마찬가지였다.
[나는 라피네가 제일 좋아.]로이스의 목소리였다.
선물의 정체는 녹음 기능이 추가된 마도구였다.
루카와 로이스는 씩씩거리며 서로를 노려보았고, 공작 부부는 두 아이를 진정시키면서도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라피네, 이건 오빠가 주는 선물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피네는 아드리안이 건네주는 작은 상자를 받았다.
‘최애가 주는 선물? 나만큼 성덕이 또 있을까.’
라피네는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리본을 풀었다.
요즘엔 다행히 어린애의 본능이 튀어나와 곤란했던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생일이라 그런지 아이처럼 뛰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선물들까지 받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나?
가족들에게 생일을 축하받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몰랐다.
아드리안이 준 선물은 예쁜 목걸이였다.
“와아.”
“바이올렛이랑 같이 모은 용돈으로 산 거야. 예쁘지?”
그 와중에 바이올렛이랑 함께?
라피네는 감격스러웠다. 오빠와 미래의 새언니가 벌써부터 이렇게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 주니,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자, 그럼 그 목걸이 빼고 이거 할까?”
“응?”
아드리안의 말에 라피네는 눈을 깜빡거렸다. 라피네가 하고 있는 목걸이는 지난번에 황후가 주었던 분홍색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제르칸을 볼 때마다 이 목걸이를 강조해야 되는데.’
왠지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일부러 이걸 노리고 목걸이를 준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드리안은 초조해하며 다시 물었다.
“응? 바꿀 거지?”
“……알겠어.”
제르칸을 보러 갈 때만 바꿔서 착용해야겠다.
* * *
한편, 수도 황성의 세피아 궁전.
황비의 아버지인 테들러 자작이 씩씩거리며 처소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우세요?”
나른하게 마사지를 즐기던 레베카 황비가 손을 들어 시녀들을 나가게 했다.
테들러 자작은 자리에 앉자마자 성을 내며 말했다.
“무역선이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왜!”
하, 또 저 소리…….
레베카 황비가 지겹다는 듯 소리쳤다.
“아버지. 왜 저한테 소리 지르세요? 제가 황제 폐하께 이미 여쭤봤다고 했잖아요! 좀 기다리시라고요!”
“젠장, 황제는 대체 뭘 하길래 그것도 여태 알아내지 못하는 게야! 어? 지금 손해가 얼마나 막심한 줄 아느냐?”
“그러길래 제대로 관리를 하셨어야죠!”
테들러 자작은 눈에 불을 켜고 황비를 노려보았다. 레베카 황비 역시 턱을 치켜들고 제 아비를 노려보았다.
“……흥, 황비가 되었다고 건방 떨긴. 넌 그래 봤자 내 딸이다. 내 자식이라고! 네가 누구 핏줄인지 잊지 마라.”
그 말에 레베카는 기분이 상해, 홱 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건방진 계집 같으니…….”
테들러 자작은 딸을 노려보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웬 놈이 번화가에 새로운 커피 하우스를 지어 대고 있다. 혹시 그놈이 생두를 가로챈 게 아닌가 싶은데…….”
“하지만 아버지의 무역선은 해적에게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요. 그리고 해적이 커피 사업을 하겠어요? 그 사업을 벌인 자가 누군데요?”
“아무리 알아봐도 나오는 게 없어, 젠장……. 조만간 어떻게 해서든지 뒤를 캐 봐야지. 아무튼 오늘 황제에게 한 번 더 물어보아라. 내 무역선의 행방을 말이다. 빨리 기사들을 보내 알아보라고 해!”
“……알겠어요.”
“꼭이다, 꼭! 그게 전부 얼마인데! 젠장!”
“그만 화내시고 좀 가세요!”
레베카가 소리치자, 테들러 자작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나가 버렸다.
레베카는 그가 나가자, 신경질적으로 유리잔을 바닥에 확 던져 버렸다.
바닥에 부딪혀 와장창 깨진 유리잔을 보니, 그제야 화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내가 황비인데 언제까지 나에게 명령질을 하려는 거야?’
레베카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사업에 관련한 일로 승질을 부리는 아버지가 짜증스러웠다.
게다가 툭하면 황제한테 말을 전하라고 닦달을 하는데…….
‘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있어야지!’
최근, 황제는 대체 무엇 때문인지 늘 심기가 불편했다.
며칠째 처소로 찾아오지 않아 얼굴을 마주하고 그런 부탁을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기분이 안 좋은 황제에게 빨리 알아봐 달라고 닦달을 했다가는 잔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그녀가 황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황제의 눈치를 아주 잘 살폈기 때문이었다.
레베카 황비는 고민했다.
‘대체 요즘 폐하께서 왜 저러시는 거지?’
황제궁 소속의 궁정인들은, 황후궁과 마찬가지로 절대 매수할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이들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고위 귀족들에게 정보를 듣는 것뿐인데…….
‘아무래도 내가 직접 새로운 고위 귀족에게 줄을 대야겠어……. 언제까지 아버지만 믿고 있을 수는 없지.’
저러다가는 자신의 아들 안토니오가 황제가 되었을 때, 안토니오까지 휘두르려 할 것이 분명했다.
‘내 아들은 내 거야, 절대 아버지한테 뺏길 수 없어.’
자신이야 어릴 때부터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휘둘려 살아왔지만, 안토니오까지 아버지가 휘두르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아들을 휘두르는 건 오로지 자신이어야만 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테들러 자작은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몇몇 고위 귀족들에게 돈을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관한 정보는 레베카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그녀를 믿지 않고 그저 사업을 위한 체스 말로 쓰는 게 틀림없었다.
‘아버지를 견제하려면 내 편으로 끌어들일 고위 귀족이 필요해, 예를 들면…….’
그래, 에스턴 공작가 같은 고위 귀족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