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1)
며칠 후, 레베카 황비는 에스턴 공작 부인을 초대했다. 이번에 되찾았다는 막내딸도 함께 데리고 오라고 언질을 넣어 두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잔뜩 가져다 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막상 황비궁을 찾아온 것은 에스턴 공작 부인 혼자였다.
“함께 초대해 주셨으나 안타깝게도 아이가 감기에 걸려 앓고 있어서요. 일부러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괜히 황비 전하께 옮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그렇군, 그런 사정이면 어쩔 수 없지.”
애써 미소 지었지만, 황비는 속이 쓰렸다.
왠지 공작 부인이 자신을 속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토록 귀한 아이가 아프다는데 소피아는 표정이 한결같이 무표정했다.
레베카는 이를 갈았다.
‘진짜 아픈 거라면 분명 걱정하는 표정이 수시로 드러났겠지. 감히 날 속여?’
게다가 공작 부인은 기사 출신이라 그런지,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공작 부인과 친해질 만반의 준비를 했던 레베카 황비는, 이내 기운이 빠져 그냥 그녀를 돌려보냈다.
‘건방진 년. 겨우 공작 부인 주제에 콧대 높게 굴긴……. 내가 황후가 되고 나서도 그렇게 오만하게 구는지 두고 볼 것이다.’
공작 부인이 돌아간 뒤, 황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레베카는 현재의 지위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누구나 다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자리에 올라가야만 했다.
그래서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 형제들, 귀족들까지 깡그리 발밑에 두고 짓밟아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한편, 문밖의 하인들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주인의 기세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
레베카 황비는 이렇게 기분이 나쁜 날이면, 꼭 화풀이 대상으로 하인들을 트집 잡아 매질하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쪽에서 쨍그랑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비슷한 시각 공작저.
감기에 걸리긴커녕, 라피네는 아주 혈색이 돌아 화사한 얼굴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정확히는, 낮잠을 자는 척하다가 슬쩍 일어나 바른 자세로 앉았다.
그러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오르파나가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커피 하우스 사업에 대한 보고였다. 매출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었다. 하도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귀족들은 사람을 고용해 줄을 세운다고 들었다.
그래서 최근 라피네는 아이디어를 냈다.
콜드브루 형식으로 유리병에 커피 원액을 담아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대박이었다.
콜드브루 커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추출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풍미가 일품이었다.
‘우유나 물에 희석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지. 크으…….’
콜드브루 원액을 사러 온 사람들과, 매장에서 마시는 사람들의 줄을 따로 서게 만들었는데도 줄이 줄어들지 않는 걸 보면 얼마나 대박인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 들은 바로는 귀족 가문들은 물론, 황성에서까지 납품 제안이 왔다고 들었다.
기존의 커피와 달리 맛있으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는 비슷하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테들러 자작, 그 영감탱이 지금쯤 울고 있겠네.’
황제한테 쪼르르 가서 일러도 소용없을 것이다. 애초에 황제는 냉정한 성격이라, 한번 일임했으면 책임지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귀찮게 하는 건 질색하지.’
라피네는 악당처럼 킬킬 웃었다. 어차피 황제가 나서도 꿀릴 게 없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도둑맞은 원두를 누가 빼돌렸다고 어떻게 증명할 건데?’
‘오르카페’의 원두를 어디서 조달했는지 알아내려 해 봤자 알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과정은 물의 정령인 오르파나가 아주 잘 세탁해 두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들여오는 원두는 황비네 가문의 항구가 아닌, 라피네가 선물 받은 항구로 들어오기로 했다.
그쪽에서 오는 길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그건 오르파나가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선원들을 착각하게 만들어 새로운 물길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물의 정령이니 그런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릴 줄이야. 행복하다.’
매출 보고를 끝낸 오르파나는 아차, 하며 말을 덧붙였다.
“아참. 기존의 커피 하우스들은 원두 조달이 안 되어서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 주인님.”
“좋아. 이제 그들한테 접근할 차례네. ‘오르카페’ 분점으로 가게를 새로 꾸미도록 설득해. 공사비는 이쪽에서 전부 제공한다.”
“네, 주인님.”
“어차피 그들한테도 이득일 거야. 테들러 자작은 재룟값을 어마어마하게 뜯어 갔으니까.”
“네, 그럴 겁니다. 장사가 그렇게 잘 되었는데도 생두의 가격이 높아 이익은커녕 빚이 어마어마했다는군요.”
“쯧. 못된 놈.”
항구를 사려고 했던 돈을 아낄 수 있게 된 덕분에, 일 처리가 더욱 수월하고 빨라졌다.
‘이제 남은 건 시간문제야.’
황비네 가문의 사업은 원작처럼 크게 성장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는 말처럼, 여태까지 쌓아 둔 게 있어서 금방 망하진 않을 것이다.
그때였다.
「아가야, 밖에 누가 온다.」
“잉?”
라피네는 루비의 말에 곧장 다시 침대에 누워 자는 척을 시작했다.
오르파나 역시 곧바로 모습을 감추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황성에서 돌아온 공작 부인이었다.
살짝 실눈을 뜬 라피네는,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비비며 깨어난 척했다.
“흐아암. 엄마, 어디 다녀오세요?”
“응, 황성에 다녀왔단다.”
“황성이요?”
라피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나도 데려가지! 제르칸한테 한 번이라도 더 세뇌하게!
“레베카 황비 전하께서 불러서 다녀왔지.”
“아하.”
그렇다면 안 가는 게 나았다.
솔직히 그 쓰레기 집안은 짓밟아 줄 때 아니면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여자가 엄마를 왜 불렀지?’
물어보려던 순간, 소피아가 라피네를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라피네는 후다닥 곰 인형을 낚아채 얌전히 엄마 품에 안겼다.
도착한 곳은 가족들이 종종 볕을 즐기는 온실이었다.
거기엔 이미 에스턴 공작이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가 차려져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오르카페’에서 파는 콜드브루를 사 온 모양이었다.
귀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라더니. 라피네는 속으로 뿌듯해하며 아빠 품에 안겼다.
“잘 잤니, 라피네?”
“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그래, 우리 라피네가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에스턴 공작은 라피네의 이마에 쪽 입술을 맞추고는 옆에 앉혀 주었다.
라피네는 얌전히 제 앞에 차려진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사이, 엄마와 아빠는 오늘 낮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황비가 직접 궁으로 여보를 부르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일까요.”
“그러게요. 나와 친해지고 싶은 눈치였어요. 모두 차단했지만.”
“흠, 테들러 자작 쪽에선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는데……. 독자적인 행동이겠군요.”
라피네는 어른들의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케이크에만 집중하는 척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독자적인 행동이라, 황비가 테들러 자작이랑 선을 그으려고 하는 건가?’
테들러 자작은 자식들에게도 폭력을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레베카 황비 역시 많이 시달렸을 게 분명하다.
‘슬슬 아버지랑 별개로 연줄을 만들려는 모양이네. 실패한 것 같지만.’
하지만 레베카 황비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다. 다른 귀족들을 포섭하려 하겠지.
‘몇 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제르칸을 공격하려고 할 거야.’
제르칸이 수도를 떠나 아카데미에 가고 난 뒤부터, 레베카 황비 쪽에서는 온갖 구설수를 만들어 제르칸을 모함한다.
‘카더라로 이것저것 루머를 만들어 뿌려 댔지.’
아카데미는 국경 끄트머리에 있는 독립적인 기관이라 제르칸이 직접 해명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제르칸이 아카데미에 가기 전에는…….
‘황제랑 황후 사이를 이간질해서 사이를 깨트린 뒤, 자연스럽게 제르칸의 멘탈을 무너뜨렸어.’
하지만 자신이 있는 한, 이제 그 계획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제르칸의 유리 멘탈을 지킬 거니까.
* * *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라피네는 항구 공사가 끝났다는 말에 아빠와 함께 마차를 타고 수도를 벗어났다.
항구가 있는 도시는 수도와 그리 멀지 않지만 지형이 거친 곳이었다.
그런데 항구 공사를 하면서 도로까지 새로 싹 공사했는지, 마차를 타고 가는 길이 아주 편안했다.
“어때, 불편하진 않니? 우리 라피네가 힘들까 봐 도로를 싹 다 새로 만들었단다.”
어, 어쩐지…….
라피네는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운 에스턴 공작의 씀씀이에 감탄하며 “편해요!”라고 외쳤다.
그리고 머지않아 마차에서 내린 라피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천지개벽한 신도시를 보는 기분이었다. 마치 수도와 비슷할 정도로 깔끔한 광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항구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작은 항구라고 알고 있었는데, 공사를 하면서 넓힌 모양이었다.
“마음에 드니, 라피네?”
들고말고요!
라피네는 앞으로 열심히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에스턴 공작은 라피네를 데리고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푸른 바닷물과 넓은 수평선을 보자, 라피네는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때를 기다리면 된다.’
* * *
그 후로, 제국 수도를 비롯해 제국 전역에 ‘오르카페’의 분점이 미친 듯이 생겨났다.
한마디로 라피네의 커피 사업이 제국 전체를 점령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뒤.
어느 화창한 날.
동대륙에서 출발한 커다란 무역선 1척이 ‘라피네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르카페’의 신메뉴이자, 귀족 사회를 떠들썩하게 빛내 또다시 제국을 점령할 라피네의 새로운 무기.
바로, ‘홍차’를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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