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5)
라피네의 말에 황후와 소피아는 당황스러워하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내 그림이 라피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준 모양이군.”
“폐하, 정말 훌륭한 그림입니다. 라피네,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좋은 선생님을 찾아 주마.”
“그렇지만 저는 황후 폐하에게 그림을 가르쳐 준 궁정 화가한테 배우고 싶어요!”
라피네는 그렇게 말하며 황후를 빤히 쳐다봤다.
엄마와 황후 모두 몹시 당황한 눈치였다.
“라피네…….”
소피아의 다그침에도 라피네는 간절한 눈으로 황후를 바라보았다.
‘똑똑한 분이잖아요! 공작 부인과 가깝게 지낸다는 소문이 퍼질 기회를 놓치면 안 돼요!’
엄청난 눈빛을 쏘아 대자, 황후는 미소를 짓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나쁘지 않은 일이군. 그 화가는 아주 훌륭한 인성을 가졌지. 라피네의 교육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걸세. 이참에 궁정 화가가 내 궁을 방문할 때마다 라피네도 함께 오도록 하는 게 어떻겠나.”
“하지만 감히 폐하를 방해할 수는…….”
“방해라니. 마침 나도 적적한 참이었는데, 라피네가 찾아와 준다면야 나야 좋지. 자네도 알지 않는가……. 내 황궁 생활이 얼마나 적적한지.”
“…….”
그 말에 소피아는 멈칫하며 고민했다.
라피네는 속으로 환호했다. 황후가 인정에 호소하는데 엄마가 외면할 리가 없다.
엄마는 단호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 망설이는 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립은 무슨, 무조건 황태자한테 주식 몰빵해야 된다고!’
2황자는 나라를 말아먹지만, 제르칸은 그 사건들만 없으면 정상적인 황제가 될 수 있다.
라피네는 속으로 외치며 간절한 눈빛을 엄마에게 쏘아 댔다.
소피아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염치 불고하고 폐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우와! 엄마 최고!”
라피네가 외치며 엄마의 품에 안겼다.
소피아는 부드럽게 라피네를 안아 주었고, 황후는 잠시 부러운 눈길로 다정한 모녀를 바라보았다.
* * *
잠시 후.
황후는 창문을 통해 마차에 올라타는 공작 부인과 라피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다정한 모녀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딸들은 원래 저리 다정한 것인가.”
황후의 중얼거림에, 지척에 서 있던 시녀장 헬렌 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다정한 모자 사이도 아주 많지요.”
“……그래, 그렇겠지.”
황후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해 갔다. 헬렌 부인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
“주제넘지만, 저는 너무 그렇게 거리를 두실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황후 폐하께도, 황태자 전하께도요. 아직 어리시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서 더더욱 단단해져야지. 제르칸도, 나도 말일세.”
황후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창가에서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땐 차라리, 황후가 아닌 평범한 귀부인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나도 제르칸에게 마냥 다정한 어미가 되어 줄 수 있었을 텐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으나, 황후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더욱 다그쳤다.
뱀 같은 황비와 그 가문, 그들과 싸우려면 제르칸도 자신도 더욱 강하고 단호해져야만 했다.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수야 없지. 절대 나약해져선 안 된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황후를 찾아왔다.
황후는 곧바로 들라 명령을 내렸다.
“황후 폐하, 로렐리안 후작 부인께서 보내신 안부 편지와 특산물을 가져왔습니다.”
“그래, 잘 왔네.”
황성 기사들과 달리, 조금 특이한 색감의 옷을 입은 기사가 다가와 예를 올렸다.
황후의 고향 영지에서 온 기사였다.
황후는 기사가 건네준 편지를 곧장 꺼내 열어 보았다.
기사의 보고와 다르게, 편지를 보낸 이는 황후의 모친인 로렐리안 후작 부인이 아니라 변경백이었다.
황후의 고향은 변경 지역의 후작령이었는데, 인근 영지가 바로 ‘웨일스 변경백’의 영지였다.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모양이군…….’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황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편지를 보낸 웨일스 변경백은 어린 시절 황후와 알고 지내던 친우이기도 했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혀 있는 내용을 보며, 황후는 책상을 손톱으로 두드리며 고민했다.
황제 역시 가뭄의 심각성을 알고 지원을 보냈으나, 그 지원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예산을 관리하고 진행하는 자들이 황비의 사람들이니, 중간에서 거의 대부분을 빼돌렸겠지.’
하지만 당장은 고발할 증거가 없었다. 게다가 그걸 자신이 보고해 봤자, 황제는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투기한다고 생각하시겠지.’
황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고향인 후작령 역시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아예 없진 않았다.
웨일스 변경백의 영지보다야 나은 상황이긴 하지만, 인근 영지 전부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도움을 주어 봤자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군.’
황후는 자신의 사유 재산을 풀기로 했다.
변경백의 영지가 제국의 영토에 속한 이상, 그녀에게도 책임질 의무가 없지 않았다.
혹시 일어날지 모를 전쟁에서 변경이 무너지면, 수도가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니까.
아그네스 황후는 빠르게 편지에 대한 답장을 써 기사에게 건네주었다.
황성 기사를 통하지 않고 친정 쪽 사가의 기사를 이용한 것은, 일을 시끄럽게 진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작은 분란의 씨앗을 싹트게 했다.
* * *
“뭐? 무슨 소문이 돌아?”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레베카 황비는 그의 눈치를 보며 사근사근 속삭였다.
“예에. 듣고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참…….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황후 폐하께서 감히 변경과 따로 연합을 맺다니요! 그건 폐하에 대한 배신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황비는 은근히 ‘연합’과 ‘배신’이란 단어에 힘을 주었다.
황제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하, 어이가 없군그래.”
점점 화가 끓는 황제의 표정을 보며, 황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래전부터 레베카 황비는 황후의 친정 가문 기사들을 염탐하고 있었다.
황후궁 소속의 궁정인과 기사들은 워낙 철저해 감시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후의 사가를 염탐한 것인데,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건수 하나를 잡았다.
소식을 전해 준 자는, 황비의 아버지에게 충성하는 자가 아니라 레베카에게 충성하는 가신이었다.
〈황후궁에서 나온 기사가 후작령이 아니라 변경백의 영지로 향했다고?〉
〈예, 황비님.〉
그 소식을 듣자마자, 황비는 말했다.
〈일단 아버지에게는 알리지 말도록 해.〉
그리고 은밀히 혼자 일을 진행시켰다.
황후가 황태자를 위해, 미리 변경백과 연합을 맺었다는 소문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상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변경 가문끼리 차기 황태자를 위해 연합을 맺는다.’
충분히 수도 귀족들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였다.
소문이 퍼지자, 수도의 귀족들은 추측했다.
〈황후 폐하께서 2황자 전하를 견제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닙니까?〉
〈충분히 그럴 만하지요.〉
〈흠, 황후 폐하께서 그런 선택을 하실 정도로 2황자 전하께서 성장하신 모양이군요.〉
〈그럼 이제 진짜 어찌 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귀족들 사이에서 2황자의 존재감을 더 확고히 각인시켜 주는 계기도 되었다.
황비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황제의 기분을 풀어 주려 노력했다.
“폐하,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황후 폐하께서 설마 그런 짓을 하셨겠습니까……?”
“흠, 됐다. 이만 가 보겠네.”
그러나 황제는 단단히 기분이 상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심히 가셔요, 폐하.”
황비는 어쩐지 붙잡는 말 한마디 없었다.
떠나는 황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붉은 입꼬리를 올려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 황후를 찾아가서 대판 싸우시겠지.’
어차피 황제가 저 소문을 믿든 말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레베카 황비의 진짜 목적은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싸우게 만드는 것, 그뿐이었으니까.
‘황제는 본인을 속이는 걸 매우 싫어하지. 황후는 대체 언제쯤이야 그 사실을 알까.’
레베카 황비는 간교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호오, 붓을 드는 자세가 아주 훌륭하십니다.”
궁정 화가가 라피네를 보며 칭찬했다.
“자, 그럼 결과물을 볼…….”
그러나 라피네가 완성한 그림을 보자, 그의 입은 딱 굳어 버렸다.
“크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시작입니다. 분명 재능이 있으시군요.”
라피네는 흐린 눈으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칭찬 쥐어짜느라 엄청 애쓰시네.’
아무리 자기애를 끌어모아 콩깍지 렌즈를 착용해도, 정말 정말 못 그렸다.
그럼에도 궁정 화가는 애써 칭찬을 칭찬해 주었고, 황후 역시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라피네는 색감을 아주 다양하게 활용하는군.”
황후의 칭찬에, 할 말이 없던 궁정 화가 역시 옳다구나 손뼉을 쳤다.
“맞습니다, 색감! 색감을 아주 잘 쓰시는군요. 하하하.”
라피네는 황후의 다정한 미소를 따라 웃었다.
황후는 늘 화려한 옷을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다정한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때였다.
똑똑, 소리와 함께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후 폐하, 황제 폐하께서 오시었습니다.”
그 말에 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황후의 미간이 왈칵 구겨졌다.
라피네 역시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설마 부부 싸움 타임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