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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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사람들과 바이올렛이 한창 대화를 나누던 그 시각.
“어쩌지.”
잠에서 깨어난 아이, 라피네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아이야, 대체 무슨 고민을 하는 거니? 그보다는 내 이야기를 좀 들어 줄래?」
옆에서 분홍색 곰 인형이 자꾸 말을 걸었으나, 라피네는 무시했다.
아드리안을 실제로 본 순간부터, 라피네의 마음속에서는 희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미래를 바꾸는 게 가능한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미래를 바꾸고 싶었다.
일단 가장 먼저, 제일 아끼던 등장인물이었던 아드리안의 죽음을 막는 것부터 말이다.
어차피 ‘종말의 균열’이 나타나는 것, 그로 인해 벌어지는 마수와의 전쟁은 그녀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주 바이올렛과 남주 제르칸의 계약 결혼, 그로 인한 아드리안의 죽음은 어쩌면…….
‘그래, 바이올렛이 이 인형을 내게 준 것도 원작과 다르잖아? 다른 것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아드리안의 죽음을 막으면 바이올렛의 죽음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남주 제르칸의 죽음도 막을 수 있고!
결국엔 나라의 멸망까지 막을 수 있다는 소리다.
전생과 달리 이곳에서는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살 곳이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차하면 혼자 다른 나라로 망명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최애 캐릭터였던 아드리안을 살릴 수 있다면 말이 또 달라진다.
‘그래, 황태자인 제르칸이 굳건한 이상, 2황자가 황제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 나라를 말아먹는 건 그놈이야!’
「아이야, 나는 무한한 지혜를 가진 정령이란다. 고민이 있다면 내게 말해 보렴.」
“……거짓말.”
「엥. 지금 내게 한 말이니?」
“당신은 똑똑한 정령이 아니잖아.”
분명히 기억한다.
원작에서 여주 바이올렛이 가진 여러 환수 중, 이 분홍색 곰 인형은…….
「무한한 힘은 곧 무한한 지혜를 의미하지! 나는 바로바로…… 힘의 정령이다! 똑똑하지 않다니! 무례하고 무엄하다!」
한마디로 무식하게 힘만 센 환수였다.
지금은 작은 아기 곰 인형의 모습이지만, 이 환수의 본 모습은…….
‘엄청나게 큰 곰이었지.’
상상해 보라.
3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분홍색 곰의 모습을.
핏빛 눈동자와 날카로운 이빨, 거대한 발톱을 가진 그 곰은 엄청난 무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사랑스럽고 거대한 솜사탕 같지만…….’
사실은 발길질 한 번으로 사람을 찢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곰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거대한 저택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막대한 힘을 가진 만큼 단점이 있었는데…….
‘엄청 멍청하다는 거지.’
「네가 지금 나를 아주 많이 얕보고 있구나. 이 나를!」
아기 곰 인형이 화를 냈다. 라피네는 “헹!” 코웃음을 치고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원작을 바꾸려면…….”
「아하, 알겠다! 아이야, 너 지금 미래를 바꾸려는 거지?」
“어떻게 알았지……?”
「네 생각을 살짝 읽었단다. 네 마력을 통해 깨어났기에 조금은 가능하지.」
‘그건 좀 기분 나쁜데…….’
라피네가 찜찜하다는 듯 바라보자 아기 곰은 말을 돌렸다.
「내게 다 말해 보렴! 나는 세상의 비밀과 진리를 모두 알고 있지.」
‘음? 이거 잘하면 말이 통할지도?’
라피네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원작에서도 사실 조금 단순할 뿐, 여주가 아끼는 만큼 능력은 있는 환수였으니까.
라피네는 알고 있는 모든 걸 이야기했다.
바로 이 세계가 전생에서 읽던 소설 속이라는 것과 미래에 벌어질 일들까지 전부.
이야기를 듣고 한참 고민하던 아기 곰 인형이 말했다.
「모든 이야기는 모든 세계.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모든 영혼이 창조되지. 전생의 너도 한 이야기 속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무슨 소린지 이해 안 돼.”
「어린아이의 몸이니 그럴 만하지! 나처럼 위대한 자의 말을 이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우후후…… 그러니 더는 나를 얕보지 말아라.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너보다는 똑똑하단다!」
“……그럼 미래를 바꾸는 건 불가능해?”
「아니, 가능하다! 만들어진 모든 세계는 가능성이 무한하지. 네가 만드는 선택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뭐, 뭔 소리야. 그러면 아드리안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
「흠…… 네 큰오빠? 원작에서는 제르칸이 바이올렛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아드리안이 상심해 죽는다고 했지?」
“맞아. 그래서 죽지 못하게 막아야 해!”
「그럼 그 결혼을 막으면 그만이지!」
“어떻게 막아? 마수와의 전쟁이 끝나고 돌아오면서 결혼을 약속할 텐데. 난 거기에 따라갈 수 없어.”
「그래, 그렇기엔 넌 너무 어리구나. 그렇다면…… 진짜 결혼이 아니라 계약 결혼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하지만 아드리안이 두 사람의 결정을 반대하진 않을 거야. 그렇다고 아드리안이 불륜을 저지를 캐릭터도 아니고…… 혼자 끙끙 앓다 죽어 버릴걸?”
「그럼 아예 제르칸을 지금 당장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면 되지!」
“지금? 어린이는 결혼 못 해! 바보야! 제르칸은 아카데미로 떠날 때도 아직 어린이야!”
「하지만 어른이 되면 결혼하자고 미리 약속해 두는 건 가능하지.」
“……그럼 누구랑 결혼 약속을 시켜?”
「네가 미래를 바꿀 것이니, 네가 하는 게 가장 쉽지 않겠니?」
“나?”
라피네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그, 그러다가 나한테 집착하면 어떡해. 나는 무서운데……?”
「어차피 제르칸이 이상한 집착을 보인 건 어머니가 죽고 나서 아냐? 제르칸의 어머니를 죽지 않게 하면 되잖아!」
“……오!”
듣고 보니 그럴싸한데?
남자 주인공이 흑화할 만한 플래그를 막는다? 좋은 방법이었다.
“근데…… 어떻게 살리라고? 신관도 못 고치는 병을 내가 어떻게 고쳐!”
「후후후…… 전설의 성물을 얻어 내면 가능하다. 바로 이 몸이 그 성물의 위치를 알고 있지!」
그 말에 라피네의 눈이 밤톨만큼 커다래졌다.
“정말이야? 정말 그 성물로 불치병을 고칠 수 있어?”
「그렇다니까? 내가 그만큼 위대한 환수란다! 우하하!」
그게 사실이라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아니,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난 이상, 배드 엔딩으로 이어지게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이제는 자신이 살아갈 세계였다.
심지어 아드리안과 가족이 되다니. 누구보다 선량하고 다정한 아드리안이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결말만큼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바이올렛도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
‘목소리도 좋고, 다정하고, 좋은 냄새도 나고, 따뜻하고…….’
심지어 맛있는 고기까지 주는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을 미친 집착남 제르칸의 손아귀에 넘겨줄 수는 없지!’
왠지 모르게 갑자기 남주 제르칸이 악당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르칸 역시 생각해 보면 불쌍한 인물이었다.
‘그래……. 사실 제르칸도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는 조금 싸가지 없지만 그래도 정상인 편이었지……. 제르칸의 어머니를 살리면 걔가 미칠 일도 없을 거야!’
그래, 좋은 방법이다!
‘일단 제르칸과 내가 약혼하고…….’
그 뒤에 제르칸이 돌아오기 전까지 그의 어머니의 병을 고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제르칸이 돌아오면?’
그 뒤부터는 더욱 간단하다.
‘파혼한 다음에 다른 여자를 연결해 주는 거야!’
웬만하면 제르칸에게 푹 빠진 여자가 좋겠지?
그럼 제르칸이 미칠 일도 없고, 바이올렛에게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이올렛은 우리 오빠와 결혼시켜야지……. 아드리안은 행복해져야 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아무도 미치지 않고, 다들 행복하며, 심지어 제국의 평화도 지킬 수 있다.
‘그다음엔 나도 내 갈 길 가야지!’
라피네는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완벽하다!’
약간 충동적인 결정이나, 어른처럼 완벽히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라피네에겐 빈틈없이 철저한 계획처럼 느껴졌다.
「완벽한 계획이구나, 아이야!」
그리고 다른 환수들에 비해 단순한…… 힘의 정령에게도 완벽한 계획처럼 보였다.
“근데 네 이름은 뭐야?”
라피네가 곰 인형을 향해 물었다.
‘원작에서는 뭐였더라? 그냥 곰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나? 이제야 내 이름이 궁금한 것이야? 그렇다면 말해 주마! 내 이름은 바로바로……!」
“그냥 곰 인형이라고 부를래.”
그 자체로 부르는 게 제일 편하지 않나?
그런데 정작 아기 곰 인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뭐? 야! 누구 맘대로! 누가 그딴 어린애 장난 같은 이름을 붙이래! 내 이름은 바로바로 알렉산드로 루비우스 베르데니아 첼로니…….」
“몰라, 몰라! 들어도 기억 못 해!”
그때였다.
똑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라피네는 깜짝 놀라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
철컥.
「에스턴 공작과 공작 부인이 방으로 들어왔구나. 바이올렛도 들어왔다. 오! 아드리안도 들어왔다!」
아기 곰 인형이 라피네의 머릿속에만 들리도록 조잘대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시끄러워, 중계할 필요 없어! 조용히 해!’
「알았다.」
조심스럽게 들어온 그들은 라피네가 자고 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공작 부인, 소피아는 내내 울어 짓무른 눈가를 닦으며 미소 지었다.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에스턴 공작이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바이올렛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공작 각하, 라피네가 깨어나거든 식사부터 하게 해 주세요. 빵을 훔치려던 걸 보면 내내 굶었던 것 같았어요.”
“가여운 것. 내 아이가 그렇게 살고 있었다니…… 이건 전부 내 잘못이다…….”
에스턴 공작이 스스로를 탓하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제 곁으로 돌아왔잖아요. 기운 내세요, 두 분 모두. 라피네는 밝고 씩씩했어요. 식사를 준다는 말만 하면 금방 적응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고맙구나. 바이올렛.”
“별말씀을요. 아! 그리고 저 곰 인형은 제가 라피네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꼭 안고 잘 자더라고요.”
“고마워, 바이올렛.”
바이올렛의 따뜻한 배려에 아드리안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별말씀을. 친구끼리 고맙다는 말은 그만하자.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내가 데려다줄게.”
바이올렛의 말에 아드리안이 나섰다.
“괜찮아. 어차피 기사들과 마차가 기다리고 있는데, 뭐.”
자는 척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피네의 눈이 번쩍 떠졌다.
‘뭐? 잠깐. 나만 여기 두고 간다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