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0)
라피네는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폐하께서 직접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아 줬다고요.”
“흠…….”
황제는 민망한 듯 헛기침했다.
얼마 전, 라피네는 황후가 그린 그림들을 구경하다가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라피네는 왠지 아련해지는 황제의 눈치를 보다가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 그림은 뭐지?”
황제는 곧장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그림 속에는 죽어 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구원하는 성녀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물론 어린애의 수준에 맞춘 그림이라 조금 난잡하긴 했지만.
라피네는 천진난만한 아이를 흉내 내며 설명했다.
“이건 비밀인데요. 황후 폐하가 변경에 죽어 가는 사람들한테 곡식을 풀어 주셨대요.”
“뭐라?”
“어제 아드리안 오빠랑 바이올렛 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흠…….”
황제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 역시 어제 오후, 이 사실에 대해 보고를 들어 알고 있었다.
지원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고 황후가 일을 처리한 모양이었다. 황제는 곧장 진위를 파악하고, 비리를 저지른 자들을 잡아들이라 명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입을 통해 다시 들으니 왠지 짜증이 나고 분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황후는 왜 진작 말하지 않고 오해하게 만들어서 사람을 열받게 하는지. 젠장…….’
분통이 터졌다. 황후는 무엇이든 제대로 말을 해 주는 법이 없었다.
황제는 속으로 툴툴거리다가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이건 황후인 것이냐?”
“맞아요.”
“그런데 왜 황후는 저 사람들한테 등을 돌리고 있지?”
그림 속 여인은 감사 인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거는요. 황후 폐하가 부끄럼쟁이라서 그래요.”
“뭐?”
“착한 일을 하면 원래 바로바로 엄마 아빠한테 말해야 하는데, 부끄러워서 못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우리 아드리안 오빠도 그래요.”
“…….”
“칭찬받을 일을 자기 입으로 말하면 부끄럽나 봐요. 저는 잘할 수 있는데!”
그 말에 황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래, 황후는 그런 성격이지.’
체면치레를 좋아하는 황제와 달리, 황후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어렸을 때는 황후의 그런 성품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것 때문에 답답해 죽을 것 같지만 말이다.
라피네는 묘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황제를 힐끗거렸다.
원작에서 황제는 이번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후 황후를 찾아간다.
‘그리고 또 부부 싸움을 하지.’
황제는 ‘왜 그걸 미리 말하지 않아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느냐.’라고 하면서 따졌다.
황후는 그런 황제를 노려보며 입을 다물었고.
‘두 사람 다 어지간히도 고집이 세단 말이지…….’
그 싸움 이후, 두 사람은 아예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쾅 닫아 버린다.
결론은 대화 부족으로 오해가 계속해서 쌓이다가 터진다는 것이다.
‘표정이 좀 풀어졌네.’
라피네는 미묘해진 황제의 표정을 보다가 은근슬쩍 다음 그림으로 스케치북을 넘겼다.
황제 역시 상념에서 깨어나 라피네를 지켜보았다.
그림 속에는 웬 할아버지 한 명이 노발대발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남자아이 하나가 쭈그려 앉아 있었고.
“이건 무슨 그림이지?”
황제는 이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라피네의 그림 설명에 아주 푹 빠진 모양이었다.
역시 호기심이 풍부하면서도 불같은 성격이었다.
라피네는 곧장 열연을 시작했다.
“이이! 황제 폐하께서 얼마나 실망하시겠습니까!”
대뜸 라피네가 고함을 치자, 황제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라피네는 허공에 삿대질하며 열심히 소리쳤다. 누군가의 성대모사를 하듯이.
“황태자 전하는 바보입니까! 멍청하고! 한심하고! 2황자한테 그 자리를 빼앗길 겁니다! 황제 폐하께서 그러니까 황태자 전하를 미워하시는 거지요!”
물론 조금 과장이 섞였다.
“지금 뭐 하는…….”
황제가 당황해하자, 라피네는 “휴.” 하고 숨을 내쉬며 땀을 닦았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르칸 오라버니의 교육 선생님을 따라 했어요!”
“뭐?”
“저번에 봤는데 목소리가 엄청 커요.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자가 그런 말을 했다고?”
“네.”
황제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무리 자식을 엄하게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교육 선생이 그런 말을 했다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다.
‘모든 부모가 똑같을 거야. 원래 내 자식 내가 혼내는 건 그렇다 쳐도, 남이 저렇게 말하면 못 참는 법…….’
한마디로 ‘내 새끼, 까도 내까 깐다.’의 논리였다.
황제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기 전에, 라피네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건 그냥 평범한 그림이구나.”
스케치북엔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이 피어진 꽃다발이 그려져 있었다. 종이 1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꽃다발이었다.
라피네는 그 페이지를 주욱 찢어 황제에게 건넸다.
“꽃다발이에요.”
“…….”
“황후 폐하가 제일 좋아하는 꽃을 그렸어요. 황제 폐하께서 직접 주시면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이걸 나더러 전해 달라는 거냐?”
“네. 저는 조금 부끄러워서요! 부탁드릴게요, 폐하.”
라피네가 전혀 부끄럽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자, 황제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종이를 내던지지 않고 소중하게 쥐는 걸 보면, 부탁을 들어줄 모양이었다.
“……큼, 그래. 뭐…….”
“오늘 꼭 전해 주셔야 해요.”
“……알겠다.”
“아, 참 그리고…….”
“응?”
“여기에 올 때 길을 잃었는데, 피터 그린트라는 분이 저를 데려다주셨어요.”
“그래?”
“네. 엄청 친절한 분이었어요.”
“…….”
황제는 ‘그래서 어쩌라고’의 표정이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라피네는 그렇게 TMI를 뿌리고는 사라졌다.
잠시 뒤, 달콤한 휴식을 취한 보좌관들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는 꽃다발 그림을 서류 아래에 숨겨 놓았다.
그러고는 수석 보좌관에게 물었다.
“자네. 딸이 있다고 했지?”
“예? 아, 네. 맞습니다, 폐하. 딸만 셋입니다.”
“흠……. 딸들은 원래 그런가?”
“예?”
보좌관이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자, 황제는 머쓱한 듯 턱을 문질렀다.
“아니, 딸들은 원래 그렇게 귀엽게 쫑알쫑알 말을 잘하냐는 말이다. 겁내지도 않고.”
“쫑알쫑알이요……? 제 딸 3명은 모두 제르칸 전하보다 무뚝뚝합니다만.”
“……그렇군.”
황제가 실망스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서류 더미 아래 숨겨 둔 스케치북 종이를 쓰윽 챙겨 일어났다.
“어, 어디 가시려고요. 폐하?”
보좌관들이 불안한 눈치로 물었다.
‘이 많은 서류 더미를 두고 어딜 가려고?’
눈빛으로 묻자, 황제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부탁받은 일이 있어 처리하고 올 테니 다들 하던 일 하라.”
“……예, 폐하.”
* * *
라피네는 데려다주겠다는 황제의 시종을 따라 걸어가다가, 황후궁의 정원 근처에서 시종의 손을 놓았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예? 그렇지만…….”
“바로 앞이니까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라피네가 씩씩하게 말하자, 시종은 바쁜지 고개를 끄덕이고 가 버렸다.
라피네는 잠시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정령들과 생각을 정리할 게 있어서였다.
‘황제의 태도를 보면……. 황제가 황후를 마냥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너희가 보기엔 어땠어?’
「내가 보기에도 그랬단다, 아가.」
「황후도 마찬가지예요. 이건 비밀인데……. 정령 점으로 황제에 관한 점을 본 적이 몇 번 있거든요.」
‘그래?’
「네. 제가 푸른색을 가까이하라고 했더니 한동안은 푸른 드레스만 입었다니까요?」
오르파나는 그렇게 말하며 낄낄거렸다.
‘야, 이 양아치야…….’
라피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황제나 황후나 쌍방이라는 건데, 왜 황제가 바람을 피웠을까.
‘혹시 황비가 금지된 술법을 사용했나?’
애초에 테들러 자작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악인 인간이었기에, 금지된 술법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야!”
그때였다.
대뜸 들려오는 목소리에 라피네는 고개를 돌렸다.
“너! 맞지?”
저 멀리서 반갑다는 듯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라피네가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안토니오잖아.’
라피네는 미간을 찌푸리며 벤치에서 내려왔다.
안토니오 역시 왠지 모르겠지만 거느리는 시종이나 하인 없이 혼자였다.
“넌 왜 여기 혼자 있어? 아, 너도 숨바꼭질을 하는 거지?”
“…….”
라피네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안토니오를 쳐다봤다.
안토니오와 동갑인 루카와 로이스는 이제 숨바꼭질 따위 하지 않았다.
‘근데 얘는 아직도……. 유치하긴.’
쯧. 정신 연령이 너무 낮은 아이들과 어울리면 피곤하다.
라피네가 고개를 홱 돌려 가려고 하자, 안토니오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날 무시해? 너 내가 누군지 몰라?”
그래도 라피네가 돌아보지 않자, 안토니오는 대뜸 라피네의 머리채를 확 쥐어 잡았다.
“아악!”
라피네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아니…… 머리채를 잡는다고?
“이제야 내가 누군지 알겠어? 귀엽다고 봐주니까 건방지게…….”
“이거 놔!”
“너야말로 당장 무릎 꿇……. 아아악!”
라피네는 자신의 머리채를 쥔 안토니오의 팔 안쪽을 힘주어 꼬집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