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2)
* * *
그 시각, 황후궁.
라피네는 붓을 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늘은 궁정 화가에게 그림을 배우는 날이라, 엄마와 오지 않고 혼자 왔다.
그리고 황후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그림을 그리는 도중이었다. 갑자기 황제가 찾아왔다.
“크흠, 라피네. 너도 와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황제 폐하.”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황후가 당황하며 쌀쌀맞게 묻자, 황제는 민망한 듯 헛기침하며 말했다.
“내가 황후를 찾아오는 게 그리 못마땅하시오?”
서운한 기색이 물씬 풍기는 말투였다. 황후는 당황해했다.
“그게 아니라 저는…….”
“내가 준 그림을 잘 보관하고 있나 궁금해서 왔소.”
“…….”
“당연히 잘 보관하고 있겠지? 이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이지 않소.”
황제가 라피네를 가리키자, 라피네는 당황했다.
‘왜 갑자기 나를 들먹거려……!’
황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당연히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가져오라 명하시오. 마침 내가 그 그림에 딱 맞는 액자를 구해 왔으니.”
그 말을 하며 황제는 응접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마치 이 처소의 주인인 양.
황후는 시녀를 불러 그림을 가져오라 명하고, 궁정 화가를 잠시 내보냈다.
“라피네, 이리 와서 앉아 보거라.”
“……네, 폐하.”
라피네는 황제의 부름에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황제는 민망함을 감추려는 듯 크게 말했다.
“네 부탁대로 그 그림을 황후에게 잘 전달하였다. 이제 되었느냐?”
“…….”
라피네는 흐린 눈으로 황제를 쳐다봤다.
힐끔 고개를 돌리자, 맞은편에 앉은 황후가 인상을 찡그리며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딱 봐도 민망해하는 모습이었다.
응접실 안의 온도가 어쩐지 간질간질했다.
‘이 두 분, 며칠 만에 왜 이렇게 분위기가…….’
이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은근하고 아기자기한 기류.
나만 느껴지나?
머지않아 시녀가 그림을 챙겨 왔고, 황제는 시종을 시켜 가져온 액자에 그림을 끼워 넣게 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주 귀여운 그림이군. 이 응접실에 걸어 두는 게 어떻겠소?”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시지요.”
황후는 관심 없는 척하며 대답했다.
“흠. 그럼 저쪽에 걸어 두도록 하라.”
황제가 시종에게 그림을 건네며 말했다. 아주 잘 보이는 위치였다.
라피네는 떨떠름한 얼굴로 자신이 직접 그린, 아니 루비가 그린 그림을 쳐다봤다.
‘황제…… 조금 유치할지도.’
왠지 닭살이 돋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라피네는 황제를 슬쩍 쳐다봤다.
황제는 힐끔거리며 계속 황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마 그날, 꽃다발 그림을 전해 주던 때의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왠지 알콩달콩한 걸 보면 말이야. 그렇지?’
「내가 보기에도 그렇구나, 아가.」
「역겨울 정도인데요, 주인님?」
황후는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황제를 째려보면서도, 그리 싫지 않은 눈치였다.
황제는 꼭…… ‘황후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 이제 다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듯 능글맞은 표정이었고.
‘……이러다 또 백 퍼 싸울 것 같지만, 일단은 사이가 좋아져서 다행이네.’
라피네가 속으로 안도하던 그때였다.
갑자기 똑똑똑, 문을 열고 들어온 시종이 급히 말했다.
“폐하, 지금 밖에…….”
시종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벌컥, 문이 열리고 눈에 핏발이 선 레베카 황비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하……!”
레베카 황비는 방 안의 풍경을 보고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 자리에 황제가 와 있는 걸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연달아 눈을 깜빡였다.
밖에 황제의 시종들이 와 있는 걸 보고 설마 했더니…….
그녀는 곧장 황제를 보며 소리쳤다.
“폐하! 우리 안토니오가…… 흐윽, 황후 폐하께서 보내신 교육 선생이 안토니오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악스럽게 안토니오를 당겨 팔 안쪽을 보여 주었다.
푸르뎅뎅한 멍은 딱 봐도 엄청나게 꼬집혔구나, 싶은 상처였다.
주륵…….
라피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
「…….」
「…….」
‘어, 어떡하냐, 이거.’
라피네는 초조함에 안절부절못했다.
「어, 그러니까…….」
「어어…….」
정령들도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폐하! 저는 억울합니다!”
그때, 하인들 틈에서 빠져나온 여자 1명이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가 잔뜩 풀어 헤쳐지고, 뺨을 맞은 듯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황후는 깜짝 놀라며 곧장 라피네를 당겨 시야를 가려 주었다.
황제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만하라.”
그 명령에, 레베카 황비는 억울해 죽겠다는 듯 소리쳤다.
“폐하, 안토니오 역시 폐하의 아들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만하라니요! 분명 저 교육 선생의 짓입니다, 황후 폐하께서 보내 주신 교육 선생이요!”
레베카 황비의 말은 대놓고 칼끝이 황후를 향해 있었다.
라피네는 더욱 당황스러워졌다.
황제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토니오에게 손짓했다.
“이리 와라, 황자.”
“…….”
안토니오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불안한 듯 다가왔다.
“네 입으로 말해 봐라. 네 팔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진정 네 교육 선생이더냐?”
“…….”
안토니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자 레베카가 소리쳤다.
“교육 선생이 단단히도 입을 막은 것입니다! 얼마나 협박하였으면 폐하 앞에서도 저리 겁에 질렸겠습니까!”
“…….”
“황후 폐하, 저는 사심 없이 가장 훌륭한 선생을 골라 황태자 전하께 보내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찌 황후 폐하께서는…… 흐윽…… 저희 모자가 그렇게 미우신 겁니까?”
레베카 황비는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라, 황비.”
“흐윽…….”
황제의 명령에 그녀는 더욱 서글픈 듯 흐느꼈다.
안토니오는 제 어머니가 울기 시작하자 따라서 울먹였다.
“안토니오, 네 입으로 말하거라. 너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중히 생각하고 말하라. 네 팔의 상처는 누가 그런 것이지?”
황제가 안토니오에게 물었다.
무거운 말투와 목소리였음에도 안토니오는 입을 꾹 닫았다.
“…….”
정적이 흘렀다. 안토니오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야무지게 꾹 다물었다.
황제 역시 어처구니가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것 보십시오 폐하, 분명 저 교육 선생의 짓입니다!”
황비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안 되겠다…….’
결국 라피네가 나섰다.
황후의 치마폭에 숨어 있던 라피네가 슬쩍 나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기, 황제 폐하.”
“…….”
갑자기 라피네가 나서자, 황제는 영문 모를 표정으로 라피네를 쳐다봤다.
라피네는 슬쩍 고개를 돌려 안토니오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어깨 너머로 보이는 레베카 황비의…….
‘누, 눈빛이 왜 저렇게 무서워.’
황후를 노려보는 레베카 황비의 눈빛은 꼭 짐승처럼 매서웠다.
‘사실대로 말하면…… 저 눈빛으로 날 째려보겠지.’
갑자기 덜컥 겁이 밀려왔다.
게다가 사실을 알면 레베카 황비가…….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 하려고 하는 거 아냐?’
걱정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해야만…….
그때였다. 머릿속으로 좋은 생각이 하나 스쳐 갔다.
‘이참에 그냥 이 상황을 이용해 볼까?’
황제와 황후의 사이가 조금이라도 좋아졌을 때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따지자면 정치적으로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다.
황비를 궁지에 몰기에도 적당했다.
‘황후가 다시 권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해야 돼.’
라피네는 결심한 뒤, 큼큼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안토니오 황자님을 저렇게 만든 건 저예요.”
“……!”
그 말에 황제, 황후, 황비, 이 자리에 있는 시종들과 시녀들까지 놀란 표정이 되어 버렸다.
안토니오의 얼굴은 와락 구겨졌다.
“거짓입니다! 저렇게 어린아이가 어찌! 황후 폐하께서는 저렇게 어린아이의 뒤에 숨으실 생각입니까! 부끄럽지도 않으신지요! 신께서 비웃을 것입니다!”
황비가 버럭 소리쳤다.
라피네 역시 질세라 눈을 질끈 감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정령들이 그랬어요!”
“뭐?”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 멍해졌다.
「주인님, 설마…….」
「나다, 나야.」
「아니야, 나야! 내가 먼저야!」
「안 돼, 나야!」
「나야! 꺼져 이 곰탱아!」
‘루비, 미안해. 너를 부르면 천장이 박살 날 거야.’
「…….」
「진짜 저예요? 정말 나야? 나야?」
오르파나의 시끄러운 소리를 꾹 참으며, 라피네는 손등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뜻을 눈치챈 오르파나가 곧장 현신을 준비했다. 라피네의 손등에 푸른 인(印)이 그려지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손등 위로 작은 물줄기가 흘러 강을 이루듯, 정령을 소환하는 문양이 그려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