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6)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라피네는 싱글벙글했다.
드디어 제르칸의 확답을 받았다.
이게 대체 몇 년 만의 결실인가……!
라피네는 감격하며 마차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황금빛 태양이 산 중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캬. 풍경 봐라.
자주 보던 풍경이나, 오늘따라 유독 더 아름다웠다.
‘후후. 이제 바이올렛이랑 아드리안만 연결해 주면 되겠군.’
하지만 이건 직접 나설 필요도 없다.
같은 교육 선생에게 수업을 받기 시작한 뒤로, 두 사람은 유독 더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어제도 비밀 이야기를 하며 속닥거리는 걸 목격했다. 아주 흐뭇했다.
‘아 참, 오르파나.’
「네?」
‘내가 따로 시킨 건?’
「네에, 잘 처리했어요. 지금쯤 비가 쏟아지고 있을 겁니다.」
‘좋아, 잘했어.’
오르파나의 힘으로, 지금 웨일스 변경백의 영지에는 단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르 카페를 운영하는 상단, ‘라비오르 상단’의 이름으로 가뭄 피해자들을 위해 통 크게 기부까지 했다.
「흥, 우리 주인님의 은혜도 모르고 그것들은 지금 황후 폐하의 덕이라느니 떠들고 있단 말이죠.」
‘다 큰 그림을 위해서야.’
「칫.」
황후를 향한 백성들의 평가와 존경이 높아질수록, 권력도 그쪽을 향해 갈 것이다.
‘게다가 황제와 황후 사이에도 좋은 방향이지.’
황제는 이 일로 황후에게 엄청나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라피네는 모든 걸 마무리했다는 듯 편안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이제 홍차 사업을 마무리해 볼까?’
아직 진짜 큰돈을 벌기 위한 알짜배기 사업이 하나 남아 있었다.
* * *
얼마 후.
에스턴 공작가 저택에서 커다랗고 고급스러운 마차 여러 대가 줄지어 나왔다.
맨 앞의 마차에는 에스턴 공작 부부와 라피네가 함께 타고 있었고, 뒤따라오는 마차에는 아드리안과 쌍둥이들이 타고 있었다.
라피네는 루비를 꾸역꾸역 집어넣은 작은 가방을 멘 채로 창밖의 풍경을 즐겼다.
‘이게 얼마 만의 외출인지 모르겠네.’
라피네가 정령사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한바탕 제국이 크게 뒤집혔다.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지…….’
정령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마법사들이 라피네를 만나고 싶다며, 저택 앞에 찾아와 줄을 서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정령의 존재를 탐탁지 않아 하는 신전의 일부 극성 신도와 신관들이 검증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한마디로 나를 데려가 정말 정령사가 맞는지, 생체 실험을 해 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였지.’
그 이야기를 들은 황제는 ‘어린아이를 데려다 실험을 하겠다고? 참…… 대단들 하군. 신께서 손뼉 치며 기뻐하시겠어. 안 그런가?’라며 신전을 조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전이 잠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빠와 엄마는 그런 모든 것들을 차단하느라 무척이나 바빴다.
‘게다가 온갖 군데서 에스턴 공작가에 투자를 지원하고, 사업을 제안하기 시작해서 더 바빠지셨어.’
라피네는 지금도 마차 안에 마주 앉아,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를 힐끔 살폈다.
‘바쁘게 만들어서 죄송하긴 하지만…….’
안 그래도 부유했던 에스턴 공작가의 사업이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기회였다.
이 시기를 놓치면 바보였다.
사업적으로도 욕심이 있는 엄마와 아빠는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저택을 드나드는 사용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꽃피었다.
영지에서도 이 소식에 크게 기뻤는지, 거의 매일같이 가신들의 편지가 날아왔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 덕분에, 라피네 역시 안전을 위해 저택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황성도 그 일로 여러모로 시끄러운 터라 그림을 배우러 가는 것도 어려웠다.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섣불리 정령사라는 사실을 밝힌 게 후회스러울 정도였어…….’
그러나 의도한 바는 성공했다.
몇백 년 만에 나타난 정령사인 라피네가 황후와 몹시 친밀하다는 소문이 제국 곳곳에 쫙 퍼진 것이다.
게다가 변경의 일로 황후의 선행이 밝혀지자 자연스럽게 민심이 그쪽으로 향했다.
귀족들 역시 그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심지어 정령사인 라피네 덕분에 황제와 황후 사이가 좋아졌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가 대놓고 황비네 가문 사업의 세무 조사를 시작했으니 의심할 것도 없지, 뭐.’
승승장구하던 레베카 황비와 테들러 자작가는 꼭 추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귀족들은 서둘러 줄을 갈아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피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들이 아니야. 절대.’
아무튼 라피네는 그간 저택에서 오르파나를 이용해 사업을 진행하느라 무척 바빴다.
그리고 오늘, 나들이를 핑계로 그 결과를 확인하러 가는 중이다.
“라피네, 모처럼 밖에 나오니 그렇게 좋니?”
사업 이야기를 마친 엄마가 라피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역시 안쓰럽다는 듯, 창가에 거의 매달려 있는 라피네를 제대로 앉혀 주었다.
“그동안 많이 답답했겠구나. 하지만 이제 걱정할 것 없다.”
“그래, 아빠 말이 맞단다. 내일부터는 다시 황성에 그림을 배우러 가도 되는데, 어때. 다시 가고 싶니?”
“정말이요? 무조건 갈래요!”
라피네가 기다렸다는 듯 외치자, 부부는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사이.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는지, 마차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도착한 건가?”
에스턴 공작은 창밖을 힐끔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다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마차가 멈춘 것이다. 주변에 빼곡하게 늘어선 다른 마차들 때문이었다.
라피네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주말에는 도로에 마차 정체 현상이 생길 정도라더니…….’
라피네는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이번 사업에 얼마나 큰돈을 들였는지…… 그 액수를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잠시 후, 라피네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저 앞에 거대하고 화려한 목적지의 입구가 보였다.
바로, 최근 수도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있는 ‘티 가든’의 입구였다.
* * *
‘티 가든’은 수도 인근 교외의 공원으로, 한마디로 유원지나 마찬가지였다.
온 가족이 함께 찾아와, 자연 속에서 향긋한 차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꿈같은 공간.
이것이 ‘라비오르 티 가든’의 메인 홍보 문구였다.
가족 단위로 즐길 거리가 없는 환경에 생긴 장소라 그런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만큼 티 가든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았다.
무엇보다 라피네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아름다운 조경이었다.
‘계획대로 잘 꾸며졌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예쁜 색의 조명이 산책길을 밝혔고, 깨끗한 물이 졸졸 흐르는 인공 연못과 분수대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넓은 부지에는 테마별로 꾸며진 작은 정원들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마치 미로처럼 꾸민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티 가든의 중앙에는 커다랗고 화려한 유리온실이 존재했다.
그곳에서는 달콤한 디저트와 차를 함께 팔았는데, 작은 오페라 하우스도 있어서 다들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했다.
전생의 유원지나 놀이공원처럼 다양한 간식을 파는 상점들도 길거리에 배치하라 명령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귀족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라더니……. 다들 화려하게도 꾸미고 왔군.’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라피네는 가족들과 함께 이곳저곳 구경하면서도, ‘대표님’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탐색했다.
이곳은 귀족은 물론 평민들도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라, 오히려 폐쇄적이지 않고 분위기가 더 좋았다.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루카와 로이스가 어딘가로 다다다 뛰어갔다.
“나 저거 타 볼래!”
“나도, 나도!”
작은 놀이기구 근처였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아이들을 위해 작은 놀이기구도 준비하라고 했는데, 행복해하는 오빠들의 표정을 보니 아주 보람찼다.
‘고생 많았어, 오르파나.’
「괜찮아요, 주인님!」
오르파나는 아주 밝게 대답했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도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나중에 날 얼마나 고생시키려고…….’
오르파나는 그때를 벼르고 기다리며, 라피네의 명령대로 티 가든을 완벽하게 준비한 것 같았다.
“라비오르 상단이라고 했나? 어마어마한 규모로군. 나중에 한번 상단 주인을 만나 봐야겠어.”
아빠 역시 ‘티 가든’이 만족스러웠는지 감탄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상단 주인에 관한 정보를 들은 건 없나요?”
엄마가 아빠에게 묻자, 라피네는 땀을 삐질 흘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글쎄요. 아주 쨍한 파란색의 머리카락을 가졌다고 하던데……. 성격이 괴팍하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는 딱히…….”
“그렇군요. 한번 알아보도록 해요. 사업을 보는 눈이 아주 뛰어난 것 같은데.”
“알겠어요. 상단 규모가 커질 테니 협업도 나쁘지 않지요.”
라피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라비오르 상단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는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아가야…….」
그때, 가방 속에 구겨져 있던 루비가 서글픈 목소리로 라피네를 불렀다.
‘아, 참!’
라피네는 이곳을 찾아온 진짜 이유를 떠올리며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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