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8)
자작은 겁에 질린 레베카를 보자 화가 조금 누그러진 듯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그는 할 말이 더 남은 듯 입을 열었다가, 레베카의 떨리는 어깨를 보고는 쯧, 혀를 차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혼자 남은 레베카 황비는 손톱이 파고들도록 주먹을 움켜쥐며 떨었다.
억울하고 원통했다.
그리고 이 일의 모든 원인은…….
그녀가 들어 올린 원망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아들, 안토니오 황자에게로 향했다.
‘안토니오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괜히 교육 선생을 닦달할 일도, 황후를 찾아가 ‘당신이 붙인 교육 선생의 짓’이라며 따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따로 라피네라는 아이를 불러다 사실을 추궁했다면…….
‘그 아이가 정령사라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내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소문낼 수 있었을 텐데……!’
마치 지금 황후가 그 아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레베카는 돌연 눈빛을 바뀌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하인들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레베카 황비가 향한 곳은 안토니오가 머무는 별궁이었다.
별궁에 도착한 레베카는 당황해하는 별궁의 시종장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내 앞에서 교육 선생을 모함하며 입을 함부로 놀린 하인들을 모두 불러와라. 그리고 안토니오 역시 내 앞으로 데려와.”
잠시 후, 별궁의 시종장은 그때 황비에게 입을 놀린 하인들을 모두 데려다 무릎 꿇게 만들었다.
안토니오는 겁에 질린 채 황비의 옆에 서 있었다.
황비는 건장한 기사들에게 채찍을 쥐여 주며 명령했다.
“입을 함부로 놀려 주인을 망신시킨 대가를 치르게 하거라.”
“사, 살려 주십시오! 황비 전하, 제발……!”
하인들은 벌벌 떨며 살려 달라 빌었지만 황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기사들은 하인들을 매질하기 시작했고, 레베카는 그 장면을 안토니오가 똑똑히 지켜보게 했다.
매질이 끝나자, 다른 하인들이 그들을 끌고 감옥으로 데려갔다.
레베카는 여전히 잔뜩 화가 난 눈으로 안토니오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황자, 똑똑히 대답하거라.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지? 네 팔을 멍들게 한 게 교육 선생이 아니라 그 아이라고.”
“그게…….”
“너 때문에 이 어미가 얼마나 모진 일을 겪었는지 아느냐? 감히 네가 날 속여?”
“어, 어머니…….”
“어째서 나를 망신시킨 게야, 어째서!”
황비가 크게 소리치자, 안토니오는 어깨를 움츠렸다.
대체로 레베카 황비는 아들에게 다정했지만, 종종 화가 나면 그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모두 쏟아 내는 편이었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가 황제 폐하께 미움을 받질 않느냐, 너 때문에!”
레베카는 눈이 뒤집혀 악을 써 댔다. 옆에 세워진 장식품을 밀쳐 깨트리며 난동을 피웠다.
하지만 그 누구도 레베카 황비를 말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렇게 화가 난 상태의 황비는 건드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황비는 한번 화가 나면 절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크게 화를 내는 편이었다.
안토니오 역시 제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부수고도 레베카 황비는 화가 덜 풀렸는지, 씩씩거리며 안토니오를 노려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테들러 자작에게 당했던 학대, 다른 형제들의 무시와 비난, 황비가 되었음에도 사사건건 황후와 비교당하는 것까지.
모든 것들이 그녀의 신경을 거슬렸다.
그런데 이 황성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제 아들까지 자신을 배신하다니.
레베카가 안토니오의 손목을 잡자, 안토니오는 경기를 일으키듯 뒷걸음질 쳤다.
“따라오거라.”
“어, 어머니…… 어머니!”
황비는 거칠게 안토니오를 방으로 끌고 갔다.
안토니오는 따라가지 않으려 발악했지만, 레베카의 힘을 이겨 내지 못했다.
레베카는 정말 화가 났을 때마다, 자신이 어릴 때 테들러 자작에게 당한 것처럼 안토니오를 체벌하곤 했다.
시종들과 하인들은 울부짖는 안토니오를 외면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
그런 사용인들 틈에서, 유독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하녀 1명이 은밀하게 눈을 빛냈다.
* * *
라피네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황제를 쳐다봤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배우기 위해 황성을 찾아온 날이었다.
황후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디저트를 먹다가 이제 막 궁정 화가에게 그림을 배우려던 참인데…… 갑자기 황제가 찾아왔다.
“오늘은 무얼 그릴 거지?”
라피네는 다짜고짜 그림에 참견하는 황제가 당황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무를 그릴 건데요.”
“오호, 나무라.”
황제는 영혼 없이 대꾸하며 황후를 힐끗거렸다. 황후 역시 관심 없는 척하며 은근슬쩍 황제를 의식했고…….
‘아니, 이분들 지금 뭐 하는 거야.’
라피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궁정 화가와 시녀들을 쳐다봤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은 흐린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꼭…….
‘잔뜩 티 내면서 비밀 연애하는 커플을 애써 못 본 척하는 기분이다.’
어쩔 수 없지.
라피네는 황제 부부를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황제 폐하, 폐하도 그림을 잘 그리세요?”
“나 말이냐?”
딱 봐도 못 그릴 것 같았다.
“그럼 황후 폐하께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세요!”
“뭐?”
“황후 폐하께서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니까, 폐하께 잘 알려 드릴 거예요.”
“크흠……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황제는 뻔뻔하게 황후를 쳐다보았다. 아그네스 황후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잘못 생각했다…….’
라피네는 곧장 후회했다.
황제는 이젤 앞에 앉아 붓을 들고 있고, 황후는 붓을 쥔 황제의 손을 겹쳐 잡아 그림을 알려 주고 있는데……
신경 쓰지 않으려 하는데 자꾸만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참…….’
그림에 집중하는 데 방해되네.
“아 참, 황후.”
“예, 폐하.”
“라피네가 지난번 날 찾아와서 뭐라고 했는지 아시오?”
“뭐라고 하였는데요?”
“내가 무섭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더군. ‘잘생긴 사람은 무섭지 않다.’라고.”
“어머.”
뭐가 그렇게 즐겁고 웃긴지, 황제 부부는 하하, 호호 웃었다.
라피네는 애써 모른 척하며 그림에 집중했는데, 황제가 방해하며 질문을 던졌다.
“라피네, 그럼 이 질문도 답해 보아라. 네 아비인 에스턴 공작보다 내가 더 잘생겼느냐?”
“폐하도 참…….”
황후가 황제를 나무랐지만, 황제는 뭐 어떻냐는 듯 하하 웃었다.
“…….”
그리고 라피네는 떫은 표정을 애써 숨겼다.
아빠보다 잘생겼냐니……. 이거 부모 건드리기 있나?
라피네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황제는 호탕하게 웃으며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후에게 속삭였다.
“딸들은 참 귀엽군. 황후, 우리도 딸을 하나 더…….”
“폐하!”
저기요, 두 분은 아주 작게 속삭이는 것 같겠지만, 저희한테는 다 들리거든요……?
황제 부부는 두 사람만의 세계에 푹 빠진 듯 즐거워 보였다.
시녀들과 시종들은 하나같이 이 상황이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맨날 원수처럼 싸우기만 하던 황제 부부가 이렇게 사이가 좋아지다니……. 궁정인들은 라피네를 거의 은인 보듯 바라봤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사이가 좋아진 두 사람을 보니 라피네 역시 기분이 좋았다.
‘이 모든 게 제르칸의 올바른 인격 형성을 위한 길이니까.’
* * *
“또 폐하께서 크리스털 궁을 찾아가셨다고?”
“……예, 황비 전하.”
레베카 황비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젯밤 홧김에 안토니오를 체벌한 후, 오늘 아침 레베카는 눈을 뜨자마자 안토니오를 찾아가 울며 사과했다.
충동적으로 아이에게 분풀이를 해 버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이대로는 안 돼…….’
레베카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언제까지 아버지인 테들러 자작의 힘에만 기댈 수 없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꾸준히 줄을 댈 만한 귀족을 찾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교류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전, 오래전 레베카와 연인 관계였던 파울러드 백작이 국내로 귀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레베카가 황비가 된 직후, 그는 레베카의 앞길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며 직접 외국으로 거처를 옮겼었다.
‘파울러드 백작이라면 믿고 일을 진행할 수 있어. 적어도 아버지보다는 낫겠지.’
아무리 황제의 마음을 얻어 봤자, 득 보는 것은 아버지뿐이었다.
실수 한 번 했다고, 곧바로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테들러 자작을 떠올리자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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