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9)
레베카는 서둘러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안토니오를 황제로 만들겠다는 최종 목적은 같았지만, 그 여정에 아버지와 동행할 생각은 없었다.
편지를 완성한 레베카는 곧장 믿을 만한 하녀를 불렀다.
“이 편지를 아주 은밀하게 파울러드 백작에게 전달해라. 지금 당장.”
“예, 황비 전하.”
유독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하녀는, 충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품에 넣었다.
* * *
쏴아아…….
비가 내리는 밤, 테들러 자작 저택의 집무실.
“기가 막히는군.”
세피아 궁전에 심어 놓은 하녀에게 편지를 전해 받은 자작은 조소했다.
‘감히 다른 귀족의 손을 잡으려고 하다니…….’
테들러 자작은 레베카의 생각을 모조리 꿰뚫고 있었다.
새로운 지지 기반을 만든 뒤, 여태까지 고생한 자신을 버리려는 것이다.
‘흥, 파울러드 백작이라.’
레베카와 파울러드 백작이 오래전 연인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멍청한 것.”
파울러드 백작 따위를……. 그는 허울만 좋은 머저리일 뿐이었다.
다만, 파울러드 백작의 외척은 꽤 골치 아픈 가문이었다. 테들러 자작과 척을 진 귀족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걸 잘 알면서도, 파울러드 백작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레베카에게 큰 배신감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이 정도 배신은 이미 예상한 상태였다.
‘놀라울 것도 없지.’
테들러 자작은 눈을 부릅뜨고 턱에 힘을 주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레베카를 찾아가 닥치는 대로 매질해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정말 레베카가 파울러드 백작과 손을 잡는다면, 자작의 입장이 곤란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여태까지 고생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지도 몰랐다.
“말씀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자작님.”
그때, 편지를 전해 준 레베카의 하녀가 말했다.
“뭐지?”
자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하녀를 쳐다봤다.
하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무척이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자작의 귓가에 손을 대고 속삭였다.
이야기를 듣던 자작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입꼬리가 비스듬하게 올라갔다.
* * *
라피네는 모처럼 바이올렛, 아드리안과 함께 황성에 놀러 왔다.
황후와 인사를 한 뒤. 세 아이는 제르칸의 서궁으로 향했다.
응접실에서 간식을 먹으며 기다리자, 수업이 끝난 제르칸이 곧장 찾아왔다.
“제르칸!”
“엄청 오랜만이네.”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 인사를 건네자, 제르칸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나도 왔어!”
소파 뒤에 쏙 숨어 있던 라피네가 튀어나오자 당황한 눈치였지만, 제르칸은 라피네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제르칸,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교육 선생님이 새로 바뀌어서 정신이 없었어.”
“맞다. 소식은 들었어. 젊은 남자 선생님이라며? 어때?”
“좋아. 친절하고 박식하셔.”
“그래? 다행이다. 그 전에 선생님은 너무 까다롭다고 했었잖아.”
라피네는 반갑게 근황을 주고받는 세 아이를 지켜보며 야금야금 쿠키를 먹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세 사람은 정말 사이가 좋아서 볼 때마다 흐뭇했다.
그렇게 셋을 바라보다 보니 약간 아련한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이 모습도 얼마 못 가 안녕이겠네.’
「왜요, 주인님?」
오르파나의 심드렁한 질문에 라피네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올겨울이 지나면 이 세 사람을 못 보게 될 테니까. 아주 오랫동안 말이지.’
날짜로 따지자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원작에서 이들이 다시 수도로 돌아오는 건 10년이 지난 후였다.
세 아이가 마수와의 전쟁을 끝내고 돌아오는 동안, 라피네 역시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제르칸이 흑화하는 원인인 황후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불치병의 원인을 아직 모르겠단 말이야. 스트레스 때문인지, 오랫동안 독에 당한 것 때문인지.’
어쨌든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황후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게 살피는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혹시 모를 병에 대비해 루비의 성물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계획 중 하나였다.
「주인님, 제 성물도…….」
「아가를 재촉하지 말아라, 오르파나.」
「뭐? 넌 닥쳐. 곰탱아.」
오늘도 역시 라피네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으으으…….
‘매번 정령들에게 생각을 읽히지 않으려면, 빨리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어야 할 텐데.’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원래는 8살쯤 되면 마력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르파나와 루비 두 정령을 모두 현신시키며, 두 정령의 마력이 서로 충돌해 버리는 바람에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정령들로 인해 다룰 수 있는 마력이 너무 커져서 조절이 어렵다는 뜻이었다.
“아 참, 제르칸. 너 그거 왜 말 안 했어?”
그때, 바이올렛이 무언가 생각난 듯 씩씩거리며 물었다.
아드리안의 표정 역시 점차 구겨지더니 제르칸을 노려봤다.
“발뺌할 생각 하지 마, 라피네에게 전부 다 들었어.”
바이올렛의 추궁에 제르칸은 눈을 깜빡이며 당황해했다.
‘최근의 일을 라피네가 친구들에게 전부 말한 건가?’
제르칸은 긴장했다.
솔직히 말해서…… 부모님과 전 교육 선생의 일은 친구들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은 치부였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상하는 거지만, 무엇보다 친구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제르칸이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이.
바이올렛이 빈정거리며 물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나……. 너 라피네랑 결혼해 주기로 했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제르칸이 얼빠진 소리를 내며 되물었다.
아드리안이 그런 제르칸의 어깨에 턱, 손을 올렸다.
“난 널 믿었는데…… 이 배신자! 라피네가 아무리 졸라도 그렇지, 그런 대답을 해 주면 어떻게 해!”
“어…….”
제르칸은 당황해하며 라피네를 힐끗 쳐다봤다.
라피네는 제르칸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하다. 소문내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에게 자랑처럼 떠들어 버렸다.
그런데 제르칸의 반응이 의외였다. 제르칸은 피식, 웃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뭐야 너, 해명 안 해? 당장 결혼해 주겠다고 한 말 취소해!”
“맞아, 라피네 앞에서 다시 맹세하라고!”
두 사람의 닦달에 제르칸은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하지만 이미 라피네와 약속한걸.”
“이…….”
“……이!”
제르칸이 뻔뻔하게 나오자,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격분했다.
그러더니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늘어놓았다.
제르칸은 몹시 여유로운 자세로 조목조목 받아쳤고…….
라피네는 티격태격하는 세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잘 노는군. 역시 사이가 좋아.’
또한 제르칸이 지난번의 결혼 약속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좋아. 이 정도로 머릿속에 각인시켰으면 나중에 계약 결혼이 필요할 때, 바이올렛에게 그걸 제안하진 않겠지.’
라피네는 속으로 후후 웃었고, 제르칸 역시 그런 라피네를 힐끗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지난 일들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비밀을 지켜 준 라피네가 고마웠다.
* * *
그 시각 황제의 집무실.
“테들러 자작이 또 찾아왔다고?”
페르데이아 황제가 지겹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예, 폐하. 알현을 허락하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참 욕심 많은 노인네야. 무역권을 빼앗기라도 할까 봐 애가 닳았나 보군.”
황제의 말에 보좌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말하기로는 그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문제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던데요.”
“다른 문제라고?”
“예, 폐하. 그렇게 들었습니다.”
황제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하다가 명령을 내렸다.
“한번 들어나 보지. 들여보내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폐하.”
보좌관이 나간 뒤.
잠시 후 커다란 문이 열리고 까칠한 얼굴의 테들러 자작이 들어왔다.
언제 봐도 욕심 많은 불독처럼 생긴 자작의 얼굴이 웬일인지 야위어 보였다.
‘마음고생 좀 했나 보군.’
황제는 그런 자작의 안색을 보며, 이번 경고가 잘 통했구나 생각하고 자리를 허락했다.
“알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내게 따로 하고픈 말이 있다던데?”
“예, 그렇습니다. 폐하…….”
테들러 자작은 갑자기 바닥으로 내려와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었다.
“자작, 뭐 하는 짓이지?”
황제가 눈썹을 삐딱하게 올리며 물었다.
테들러 자작은 그것도 모자라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기까지 했다.
“폐하! 이 늙은 충신이…… 오로지 폐하에 대한 충심만으로 고합니다!”
“…….”
황제는 대체 자작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싶어 뒷말을 기다렸다.
테들러 자작은 눈물을 흘리며 처절한 목소리로 읍소했다.
“폐하. 부디 제 딸아이를 벌하여 주십시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