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
벌떡 몸을 일으킨 라피네는 침대 아래로 내려와 바이올렛에게 달려갔다.
“가면 안 돼!”
필사적으로 바이올렛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물론 에스턴 공작가 사람들이 진짜 가족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오늘 처음 얼굴을 본 사람들이었다. 슬슬 배가 고플 때라 그런지 라피네는 어린아이처럼 굴기 시작했다.
“가면 안 돼…… 안 된다구…….”
머릿속에서는 조금이나마 남은 이성이 소리쳤다.
‘미쳤어? 어린애처럼 어리광 부리면 안 돼! 창피하지도 않냐! 정신 차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몸은 오한이 든 것처럼 덜덜 떨려 왔다.
그나마 여기서 제일 익숙한 바이올렛이 간다고 하니 갑자기 불안해진 것이다.
“아, 으음…… 어쩌지…….”
바이올렛은 곤란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공작 부인! 제가 오늘은 자고 갈까 하는데 저에게 방을 내어 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바이올렛.”
“고맙구나…….”
“별말씀을요!”
바이올렛은 환하게 웃었다.
* * *
라피네는 바이올렛의 옆에 바짝 붙어 점심 식사를 했다.
바이올렛의 집에서 먹었던 식사도 훌륭했으나 이곳도 어마어마했다.
고기는 씹을 때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육즙이 흘러나왔고, 빵은 쫄깃쫄깃하고 달콤했다.
수프는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건더기가 많음에도 후루룩 넘어갔다.
심지어 주스도 맛있었다. 신선한 오렌지를 그대로 갈아 넣었는지 달콤하고 새콤했다.
‘여기가 앞으로 내 집이라니.’
전에 지내던 귀족 가문에서 먹은 개밥 같은 음식들도, 거지들과 함께 훔쳐 먹던 딱딱한 빵도 이제는 안녕이다!
라피네는 꼭 이생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는 것처럼 눈물을 훌쩍거리며 음식을 먹었다.
‘흑…… 맛있다!’
자고로 먹는 거로 치사하게 굴수록 가장 서러운 법이다.
전에 지내던 귀족 가문에서는 하녀들이 개밥 같은 걸 주면서도 생색을 냈다.
양도 엄청나게 적어서 아껴 먹어야 했다.
그래도 그 시절은 다행이었다. 그나마 챙겨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거지 시절엔 어떠했나?
빵을 훔치지 못했다고 얻어맞아 죽을 뻔한 게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그 시절들을 떠올리자 자꾸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그러나 울고 있는 건 라피네뿐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에스턴 공작 부부도 눈물을 삼키고 있었고, 아드리안마저 눈가가 새빨갰다.
쌍둥이 형제인 루카와 로이스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
‘다들 왜 저러지?’
라피네가 불안한 듯 눈을 굴렸다.
그때였다.
“라피네, 이것도 먹어 봐. 정말 맛있다?”
라피네가 눈치를 보기 시작하자, 바이올렛이 자연스럽게 음식을 덜어 주며 말을 걸었다.
“오늘도 언니가 소화제 준비해 뒀거든? 그러니까 마음껏 먹어도 돼. 알겠지?”
“……으응.”
바이올렛의 목소리를 듣자 급격히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라피네는 조그마한 입 속에 음식들을 넣으며 “음냠냠.” 소리를 내어 씹어 먹었다.
에스턴 공작, 콜린은 가만히 라피네를 보다가, 조용히 집사를 불러 지시했다.
“베릴 자작가에서 라피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알아봐.”
“알겠습니다.”
* * *
식사 후. 라피네는 얼굴은 물론 머리카락까지 온통 엉망이었다.
누가 보면 식사를 한 게 아니라 음식과 싸웠다고 오해할 법했다.
그 와중에 배는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자, 이제 따뜻한 물로 씻자.”
바이올렛은 라피네를 안고 하녀들과 함께 직접 욕실로 향했다.
라피네를 내내 안아 주느라 옷이 엉망이 되기도 했고, 오늘 자고 갈 생각이기도 했으므로 함께 목욕하기로 했다.
“자, 우리 거품 놀이할까?”
바이올렛은 욕조 안에서 거품으로 이런저런 걸 만들어 라피네에게 보여 주었다.
‘누굴 어린애로 알고.’
조금 전의 식사로 허기짐을 달랜 이후, 나름대로 이성이 돌아온 라피네는 그걸 보며 속으로 코웃음 쳤다.
그러나 바이올렛이 거품으로 토끼를 만들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눈을 반짝였다.
‘아니, 여주인공이라 그런가? 손재주가 아주 미쳤는데?’
“라피네, 여기가 앞으로는 네가 지낼 집이야. 아까 그분들이 네 가족이란다. 알겠지?”
바이올렛은 라피네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라피네도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까는 바이올렛이 갑자기 가 버린다고 하니까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서 저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매달려 버렸다.
‘가족이 생기다니…….’
쫓겨나기 전까지는 그 귀족 가문의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쫓겨난 뒤에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아예 떠올리지도 않았다.
또 전생을 기억하고 난 뒤에는…….
‘가족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은 아니었지.’
전생에 그녀의 어린 시절은 하루하루 고난만 가득했다.
어머니는 태어난 직후 사고로 돌아가셨고, 가족이라고는 아빠와 오빠뿐이었다.
아빠는 도박과 술에 중독된 미친 자였고, 하나밖에 없던 오빠 또한 망나니였다.
매일 폭력에 시달리는 삶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고시원에서 시작해서 2년간 죽어라 돈을 모아 전셋집을 마련했다.
그리고 열심히 부었던 적금을 타 여행을 가려는데 갑자기 연락 끊고 살던 오빠가 직장으로 찾아왔다.
〈빚 때문에 인생 종 치게 생겼으니까 돈 준비해 놔. 너 지금 다니는 회사 퇴직금을 미리 받든가, 이 집 전세금을 빼든가 해. 일주일 안에 마련 안 해 놓으면 죽을 줄 알아, 너.〉
내가 미쳤냐, 그 돈을 주게?
그길로 바로 일을 그만두고 도망쳤다.
겨우겨우 모은 돈을 아빠와 오빠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지긋지긋한 인간들.
그녀는 새로운 곳에 정착해 지내다가, 무사히 유럽 여행 비행기에 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중간에 요란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며칠 만에 마음 놓고 잠든 거라 도저히 잠에서 깰 수가 없었다.
쿠궁 하는 커다란 소리, 찢어지는 비명에 의식이 돌아올 때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죽고 나서 영혼이 옮겨지고 있었다.
그 뒤에는 광활한 우주 같은 공간에 수억 개의 커다란 책들 앞에 서 있었고, 걸음을 옮겨 어느 책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 몸으로 태어난 것이다.
갓난아기 때의 기억은 없지만, 그 귀족 가문에서 지내던 시절의 일부는 똑똑히 기억했다.
그 집의 가족들은 모두 라피네를 경시하고 괴롭혔다.
그런 자신에게 갑자기 진짜 가족이 생기다니.
게다가 소설 속에서 본 대로라면, 에스턴 공작가는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오빠들도 전부 다정한 꿈같은 가정.
믿기지 않았다.
감히 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없다고 생각했던 가족에 대한 욕심이 마구 샘솟았다.
‘그러려면 아드리안의 죽음을 막아야 해.’
겨우 생긴 가족인데, 허무하게 이 평화를 잃을 수는 없다.
라피네는 굳게 다짐했다.
기필코, 모두가 불행해지는 피폐한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겠다고.
* * *
그날 밤.
‘좋은 냄새.’
라피네는 커다란 침대에 누워 왼쪽을 바라보았다. 왼쪽에는 바이올렛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엄마…….’
라피네의 엄마, 에스턴 공작 부인, 소피아가 잠들어 있었다.
늦은 밤. 잠에서 깬 라피네는 양옆에서 그녀를 지켜 주는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아주 행복해 보이는구나. 아가야.」
‘곰 인형아. 안 잤어?’
「제발 날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 주겠니? 수준 낮게, 정말…….」
‘그럼 뭐라고 불러, 넌 이름이 없잖아…….’
「아니, 이름 있다니까? 내 이름은 알렉산드로 루비우스 베르데니아…….」
‘어어, 그래. 그럼 루비라고 부를게.’
「……차라리 그래라.」
라피네는 조심스럽게 머리맡에 놓인 아기 곰 인형을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 속으로 비밀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나도 엄마가 있대.’
라피네는 이 상황이 꿈만 같아서 자꾸만 공작 부인을 힐끔거렸다.
‘엄마가 생길 줄은 몰랐어. 나도 엄마라고 누군가를 부를 수 있을 줄이야…….’
「그렇게 불러 주면 공작 부인이 몹시 기뻐하겠구나.」
‘……내가 그래도 될까?’
「어려운 말도 아니고, 그냥 한번 불러 보렴. 계모도 아닌데 뭐 어떠냐!」
‘그래도…….’
단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었기에, 그녀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몹시 어려웠다.
만지면 부서질 것같이 연약하고, 제 것이 아닌 것처럼 귀하게 느껴졌다.
괜히 욕심냈다가 큰 벌을 받을 것 같았다.
「그럼 그 전에 내 이름을 처음부터 제대로 불러 보는 건 어떠냐? 내 이름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려 주마, 알렉산드로라는 건…….」
‘잘래.’
라피네는 아기 곰 인형을 다시 머리맡으로 올려 두고 조심스럽게 공작 부인의 손끝을 잡아 보았다.
몸이 녹아내릴 것처럼 따끈따끈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라피네는 곧장 손을 떼어 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
빵을 훔쳤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라피네는 등을 돌려 그나마 익숙한 바이올렛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 * *
결과적으로 바이올렛은 정확히 일주일 동안 에스턴 공작가에서 머물렀다.
그 일주일의 시간 동안 라피네는 겨우겨우 가족들에게 적응을 시작했다.
아직 엄마라고 부르진 못했으나, 공작 부인의 품에 안겼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작 부인은 더 이상 라피네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에스턴 공작…… 콜린 에스턴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라피네를 안아 보지 못했다.
“라피네, 오늘은 이 아빠에게…….”
에스턴 공작이 손을 뻗자, 라피네는 화들짝 놀라 바이올렛의 다리에 매달렸다.
“…….”
에스턴 공작은 시무룩해졌다.
“여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하지만…… 저리 가 줄래요?”
공작 부인, 소피아가 조심스럽게 부탁하자 에스턴 공작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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