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3)
“그러게 말이에요.”
아빠의 청혼서가 도착하자마자 약혼을 진행한 엄마 역시 치를 떨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분노에 떠는 엄마 아빠를 보며, 라피네는 조용히 고기를 썰었다.
사교계의 귀족들은 보통 성년이 지나면 약혼을 하게 된다.
물론 가문끼리의 약속으로 미리 혼사를 정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성년식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추세였다.
성년식을 치르면, 젊은 남자 귀족들은 마음에 둔 상대에게 청혼서를 보내게 되는데, 청혼서를 받은 여자 귀족은 그중에서 골라 마음에 든 남자와 약혼을 치른다.
반대로 여자가 먼저 청혼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긴 하다.
‘2년 전, 루카와 로이스가 그랬지.’
쏟아지는 청혼서에 집사가 고통을 호소했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물론 두 사람은 워낙 눈이 높아 아직도 약혼자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때, 루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때, 라피네. 넌 마음에 둔 남자가 있어?”
그 말에 엄마, 아빠가 눈에 불을 켜고 라피네를 쳐다봤다.
라피네는 입에 넣은 고기를 꿀꺽 삼키고 말했다.
“난…… 글쎄. 별로.”
“클라이드는 어때?”
“누구?”
라피네가 눈을 깜빡이며 묻자, 루카는 엄마 아빠 눈치를 슬쩍 보더니 다시 말했다.
“클라이드 말이야. 클라이드 바스티엔.”
잠깐, 클라이드 바스티엔이라면…….
“오빠들 친구잖아?”
“그래 맞아.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왔잖아.”
어린 시절 자주 놀러 왔던 루카와 로이스의 친구 중, 꽤 잘생긴 외모의 소년을 기억했다.
라피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더러 그 사람한테 먼저 청혼서를 보내기라도 하라는 거야?”
“그게 아니고……. 그 녀석, 네 성년식이 끝나면 바로 청혼서를 보낼 거라던데.”
“뭐?”
걔가 날 좋아했었나?
라피네가 떨떠름하게 눈을 깜빡이던 그때.
쿵, 하며 큰 소리로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엄마와 아빠였다.
두 분은 매우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엄마가 짐짓 엄한 소리로 그들을 꾸짖었다.
“루카, 로이스. 너희들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 하루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니?”
“그럴 리가요!”
루카와 로이스의 대답에 이번에는 에스턴 공작이 다시 한번 쾅, 테이블을 가볍게 때리며 소리쳤다.
“그럼 왜 자꾸 허튼소리를 하는 거지? 그 녀석이 라피네를 떠보라고 시키더냐? 비열한 놈 같으니! 자기 입으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너희들을 시켜?”
“그게 아니라…….”
루카와 로이스는 우물쭈물했다.
그러다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좋은 녀석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뭔데?”
엄마와 아빠가 삐딱한 시선으로 묻자, 루카가 말했다.
“데릴사위를 하겠대요.”
“…….”
“…….”
그 말에 엄마 아빠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오오? 하는 듯한 표정이…… 왠지 솔깃한 것 같은데.
보통 귀족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타운하우스를 얻어 새로운 살림을 차렸다.
남자 쪽 집이나 여자 쪽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요즘 젊은 귀족들은 어른들과 함께 살기보단, 따로 사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데릴사위를 하는 집은 더더욱 흔하지 않았다.
“그 녀석에 대해 좀 더 말해 봐라.”
아빠가 그렇게 말하자, 루카와 로이스는 기쁜 내색으로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라피네는 그런 가족들 틈을 몰래 빠져나와 방으로 올라갔다.
‘청혼서라…….’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성년식 이후 들어올 청혼서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루카와 로이스 때처럼 쏟아지려나……?’
괜히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사실 라피네는 꽤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황제도 함부로 못 하는 공작가의 유일한 막내딸, 게다가 엄마와 아빠를 닮아 화려한 외모.
황립 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더욱 인기가 많아졌다.
리더십 있고 배려심 많은 라피네의 성격 때문이었다.
작년에는 학생회의 대표가 될 정도로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다.
‘근데 클라이드까지 날 좋아할 줄은 몰랐네.’
클라이드는 아카데미에 다닐 때부터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다.
루카, 로이스 쌍둥이와 가장 친한 친구인 터라 늘 셋이 다녔는데…….
반짝거리는 외모를 가진 쌍둥이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집안 역시 나쁘지 않았다. 황후의 외척 중 하나였는데, 전통 있는 기사 가문이라 나름대로 평판도 좋았다.
‘어차피 나랑은 먼 이야기지만.’
고백은 많이 받아 봤지만, 몇 번 마주치지 않았던 클라이드가 자신을 좋아한다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 * *
다음 날, 라피네는 날이 밝자마자 번화가의 도자기 공방으로 찾아갔다.
공방은 최고급 테이블 웨어 브랜드 ‘임페리얼 메이슨’의 화려한 매장 뒤쪽에 위치해 있었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어서 오세요, 라피네 아가씨.”
이 공방의 운영자이자 유명한 장인인 엘라 부부가 라피네를 반겼다.
라피네가 라비오르 상단의 주인이라는 걸 아는 몇 안 되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엘라 부부에게 라피네는 인생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찻잔 사업으로 명성을 얻은 뒤, 온갖 스카우트 제의를 다 거절한 것도 라피네 때문이었다.
물론 의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든, 내가 그 20배를 줄게.〉
라피네는 인재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들은 어느 때보다 풍족한 생활을 누리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지낼 수 있었다.
“신상품이 궁금해서 빨리 오셨군요.”
“맞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라피네의 말에 두 부부는 후후 웃었다.
그들은 지체 없이 곧바로 신상품을 가져왔다.
라피네는 두 손을 모은 채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가려져 있는 하얀 천을 들치자, 화려한 디너웨어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와…….”
이번 신상품의 메인 컬러는 코발트블루였다.
라피네는 준비된 하얀 장갑을 끼고, 순금으로 장식된 찻잔을 가까이 들고 살펴보았다.
정교하게 양각으로 조각된 황실 문양이 찻잔 가운데를 장식했다.
게다가 찻잔 아래쪽 라인에는 자잘한 보석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 찻잔에 차를 담아 마시면, 분명 푸른 바다를 손에 넣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완벽해. 어떻게 이런 색상을 낸 거지?”
“고생 좀 했지요.”
이렇게 쨍한 파란색은 균일하게 입히기가 힘들다고 들었는데, 역시 라피네가 인정한 장인들이었다.
“수량은?”
“말씀하신 대로 총 5세트만 준비했습니다.”
“아주 잘했어. 한 세트는 황후 폐하께 선물할 거야.”
“저희의 평판이 더욱 올라가겠군요.”
라피네는 티스푼 하나까지 모두 확인을 마치고 일어났다.
“수고했어. 인센티브는 아주 잘 챙겨 줄게.”
“하핫, 사양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또 디자인을 보내 주시면 곧바로 작업하겠습니다.”
“좋아.”
특히 이번 찻잔은 라피네가 직접 디자인한 그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라피네는 콧노래를 부르며 공방을 나와, 매장까지 한번 싹 둘러보고 나왔다.
물건은 혹시 모르니 내일 황성에 가기 전에 다시 찾으러 오기로 했다.
구경을 마치고 매장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어라, 에스턴 영애?”
“……?”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이 라피네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황립 아카데미에 함께 다니는 학생이었다. 테들러 자작의 가신 가문으로, 오르파나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다.
‘전형적인 돈만 많고 별 볼 일은 없는 가문이 찻잔 사업에 눈독을 들이길래, 자근자근 밟아 놨다고 했지.’
라피네는 무슨 일이냐는 듯 눈빛으로 물었다.
‘이름이 페릴…… 이던가? 약간 늙은 오이처럼 생겼네.’
페릴은 아주 어색하게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아주 우연인 양.
‘척 봐도 가게 앞에 에스턴 가문의 마차가 있으니 기다린 것 같아 보이는데.’
페릴은 있는 집 가문의 영애들에게 한 번씩 추파를 던지기로 유명한 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거절당하면 대놓고 그 영애를 까 내린다고…….
아무튼, 엮이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이렇게 만나다니, 우연이군요. 그나저나…… 영애 역시 이 브랜드를 좋아하나 봅니다. 나도 아주 좋아하지요.”
“그렇군요.”
“우리 집에도 이 브랜드의 찻잔 1세트가 있답니다. 하하.”
“그렇군요.”
영혼 없는 대답을 반복하자, 페릴은 매우 급하게 제안했다.
“그, 혹시 시간이 되면 함께 차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내가 홍차에 대해 제대로 알려 드리지요!”
“……?”
“홍차에 대해 잘 모르지요? 후후. 보통 영애들이 그렇더군요. 홍차의 진정한 의미는 알지 못하고, 단순히 아름다운 찻잔에만 푹 빠지는 오류를 범한답니다.”
뭐……? 지금 나한테 뭘 알려 주겠다고?
라피네는 황당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