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5)
수도 동서쪽 백작령 인근의 빈민가.
레베카 황비와 셀레스티나 성녀가 지나갈 때마다, 빈민들은 신의 은총이라도 받은 양 눈물을 흘리며 엎드렸다.
“그대들에게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아름다운 외모의 레베카 황비는 하얀 수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수수한 옷차림이 그녀의 화려한 외모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러나 자애로운 레베카 황비의 표정은 신전에서 마련한 임시 거처로 돌아오자마자 싹 변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손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더러워, 더러워!”
빈민들과 닿았던 모든 것들이 불결하게만 느껴졌다.
거울 앞에 선 레베카는 예민한 눈초리로 자신의 얼굴을 살피며 뺨과 목을 어루만졌다.
10년이 더 흘렀으나 그녀의 미모는 여전했다. 아니, 전보다 더 아름다웠다.
수도원으로 쫓겨난 뒤,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지난 세월을 보냈다.
그런 결정을 내린 황제도, 아버지도, 심지어 안토니오마저 원망스러웠다.
처음 수도원에 도착했을 땐 인생이 끝났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운 좋게 한 신관을 만나고, 그녀의 인생에는 다시 희망이 생겨났다.
그는 레베카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 약도 다시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사실 아주 오래전, 레베카 황비는 우연히 얻은 마법약으로 황제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법약의 효과가 흐려지자, 그녀를 향한 황제의 애정 역시 흐려져 갔다.
진짜 애정이 아닌, 마법약으로 만든 인위적인 애정인 탓이었다.
그러나 레베카는 그 은인 같은 신관을 통해 약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자신의 손이 아닌 성녀 셀레스티나의 손에 있긴 하지만…….
‘그 가짜 성녀, 생각보다 더 교활하단 말이지. 건방진 것 같으니…….’
레베카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성녀를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수도에 도착하면 그 약은 제 손에 들어올 것이 뻔했다.
‘그 약을 얻기 위해서는 신전의 요구대로 저 가짜 성녀가 수도에 자리를 잡게 도와주어야만 하지만……. 그거야 뭐,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
마수와의 전쟁을 끝내고 돌아올 황태자와 엮는다면 식은 죽 먹기였다.
‘이번에야말로 다시 황제를 사로잡아 권력을 움켜쥐어야만 해.’
그리고 비로소…….
레베카는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테들러 자작, 당신을 죽여 버리겠어.’
* * *
“황비는 뭘 하고 있더냐.”
“한참 씩씩거리더니 거울을 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듯합니다.”
신관의 보고에 셀레스티나 성녀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신비로운 은색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성녀는 몹시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밤을 환하게 밝힌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상부의 명령대로 그녀는 수도에 자리 잡아 현재 황태자를 밀어내고, 레베카 황비 소생의 2황자를 후계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그분의 뜻을 이룰 수 있어.’
몇 해 전. 연달아 정령사가 등장하게 되자, 신전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조금씩 약해져 갔다.
그래서 신전은 사람들의 이목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성녀를 등장시켰다.
게다가 종말의 균열을 없앤 것이 성녀의 탄생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퍼트렸다.
성녀, 셀레스티나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그분의 뜻대로 이 넓고 광활한 제국 땅을 우리가 지배하는 것.
‘수도에 가면 그분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겠군.’
셀레스티나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달을 바라보았다.
* * *
며칠 후.
아카데미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라피네는 생각지도 못한 손님의 등장에 당황해했다.
“안녕, 라피네?”
“음…… 어, 안녕.”
바로 며칠 전, 루카와 로이스가 언급했던 클라이드 바스티엔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사가 허둥지둥 손님이 왔다고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라피네는 응접실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있는 바스티엔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루카, 로이스 오빠와 약속하고 온 거야?”
“응, 그런데 두 사람은 좀 늦나 봐. 방금 연락이 왔더라고.”
“아하…….”
라피네는 바스티엔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색한 공기로 숨이 막힐 뻔한 찰나, 마침 하녀가 차를 내어 왔다.
라피네는 속으로 루카와 로이스를 비난했다.
‘아니, 손님을 불러 놓고 왜 늦는 거야…….’
차마 손님을 혼자 둘 수 없으니, 두 사람이 오기 전까지는 말동무를 해 줘야 할 듯했다.
며칠 전 루카와 로이스가 한 말 때문인지, 라피네는 괜히 클라이드가 신경 쓰였다.
오랜만에 본 그는 소년미가 흐르던 전과 달리 우직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기사가 되어 있었다.
여전히 장난꾸러기 같은 루카, 로이스랑 다르게 확실히 차분하고 남자다운 외모이긴 했다.
“졸업 준비는 잘되어 가?”
“그냥저냥……. 다들 똑같지, 뭐.”
“얼마 전에 황성에서 널 봤었는데.”
“날? 언제?”
라피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안토니오 황자 전하와 대화를 하고 있던데.”
“아, 그때.”
“응. 안토니오 황자 전하와 친분이 있는 거야?”
“……친분?”
라피네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안토니오 같은 놈과 ‘친분’이라는 그런 친근한 단어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 반응에 클라이드는 아차 싶었는지 사과했다.
“미안, 내가 주제넘었지.”
“그게 아니고, 전혀 친분 없어.”
“그래?”
클라이드의 표정이 일순간 밝아졌다. 라피네는 잠시 멈칫했다.
‘잠깐. 설마…… 떠본 건가?’
갑자기 아주 조금 불편했던 이 자리가, 아주 많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라피네는 아카데미에서 원만한 교우 관계를 자랑했지만, 자신을 이성으로 느끼는 상대와는 별로 좋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티를 내면, 저도 모르게 어마어마한 철벽을 치기 때문이었다.
“저, 미안한데 내가 졸업 준비 때문에 무척이나 바빠서. 손님맞이에 예의가 아니지만, 이만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아. 미안해.”
라피네가 벌떡 일어나며 말하자, 클라이드는 아쉬움이 가득한 낯으로 따라 일어섰다.
“오빠들은 금방 올 거야.”
안 오면 내가 가만 안 둘 거거든…….
라피네는 그렇게 연달아 사과를 전한 뒤 후다닥 응접실을 빠져나와 방으로 향했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방으로 들어와 안락의자에 앉자마자 라피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라피네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성에게 철벽을 치는 이유는 제르칸 때문이기도 했다.
‘그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원작의 주인공인 세 사람이 돌아오면, 라피네에게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제르칸과 바이올렛의 계약 결혼을 막아야만 한다.
‘어렸을 때 그렇게까지 매달려서 확답을 받아 놨으니, 바이올렛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하진 않을 텐데…….’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어릴 때의 일을 모두 잊은 제르칸이 전쟁터에서 더 편하고 친해진 바이올렛에게 그 부탁을 했을지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릴 때 약속을 잊은 거냐며, 제르칸 앞에서 울고불고 드러누울 생각이었다.
‘몰라, 무조건 철없는 설정으로 간다.’
결혼 안 해 주면 죽겠다고 덤비면 받아 주겠지.
하지만 원작과 달리, 제르칸이 바이올렛에게 아무 언급 없이 돌아온다면?
‘여차하면 내가 계약 결혼을 제안하거나…….’
아니면 제삼자를 들이미는 방법도 있었다.
사실 이 방법이 라피네에겐 가장 좋긴 했다.
‘그럼 아드리안이랑 바이올렛도, 나도, 제르칸한테도 제일 좋은 거잖아?’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거다.
어쨌든, 결론은 세 사람이 돌아와야 라피네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겨울쯤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때까진 라피네 역시 바빴다.
아카데미를 졸업하려면 논문…… 도 완성해야 하고, 졸업 시험…… 까지 치러야 하니까.
라피네는 지겨운 한숨을 내쉬며 서재로 향했다.
* * *
쌀쌀한 가을이 흐르고 초겨울이 찾아올 무렵.
대륙 북부에서 마수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토벌대가 비로소 수도로 귀환을 시작했다.
최고 사령관을 상징하는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내가 선두에서 말을 몰았다.
제르칸이었다.
토벌대 병사들은 존경과 선망이 담긴 시선으로 제르칸의 등을 바라보며 전진했다.
수년 만에 수도로 돌아가는 그들의 안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저 넓은 등을 가진 황태자는 웃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이.”
제르칸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또 시작이네…….’
말을 가까이 몰고 온 사람은, 바로 바이올렛이었다.
그녀는 제르칸의 옆에 바짝 말을 붙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정말 기대하는 건 아니지?”
“그만 좀 말해, 바이올렛. 아드리안이랑 번갈아 가면서 똑같은 말 반복하는 거 지겨워.”
제르칸의 냉담한 반응에도 바이올렛은 개의치 않았다.
“내가 경고하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 제르칸. 물론 라피네가 어렸을 때보다 더 귀엽고 예쁘게 자랐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
“우쭐해하지 말라는 소리다. 여자아이들은 원래 어렸을 때 누구한테나 결혼하자는 소리를 해.”
“…….”
“나도 어렸을 땐 우리 집사한테 결혼하자고 졸랐단 말이지. 넌 라피네에게 그 정도? 딱 그런 느낌인 거야.”
“후…….”
제르칸은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로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은 별안간 라피네 이야기를 꺼내며 제르칸에게 시비를 걸어 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지만…….
계속 반복되니 제르칸 역시 신경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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