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8)
“오르파나, 오르파나! 당장 나와!”
라피네는 곧장 마력 차단을 해제하고 오르파나를 소환했다.
그러자 조금 망측한 잠옷 차림의 오르파나가 눈을 비비며 나타났다.
“하…… 주인님, 매너 좀요.”
“……너 그런 옷을 잠옷이라고 입고 자?”
라피네의 미간이 구겨졌다. 오르파나의 잠옷은 조금 많이 이상했다.
마, 망사인 건가 저거?
오르파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담요를 만들어 내 몸을 가렸다. 라피네를 변태 보듯 노려보면서.
“…….”
라피네는 주먹을 날려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시킬 일이 있었으니까.
“이 시간에 왜 부르셔요?”
“할 일이 있어.”
“……뭔데요, 또?”
묘하게 말투가 건방져서 거슬렸지만…… 기분이 좋으니 참기로 했다.
“제르칸에게 결혼 상대가 필요해. 수도 귀족들 중, 후보를 물색해서 리스트를 뽑아 와.”
“…….”
오르파나의 눈빛에 귀찮음이 가득 실렸다.
확실히 충성심이 차고 넘쳤던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협박조로 말했다.
“너, 내가 성년이 되면 좌표가 뜨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알지?”
“…….”
“언젠가 어둠의 정령을 마주칠 텐데, 성물이 없으면 곤란하지 않겠어?”
“바로 리스트 뽑아 올게용, 주인님.”
오르파나는 곧장 충성 모드로 전환했다.
그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사라지자, 라피네는 후후후 웃었다.
* * *
그들이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라피네는 따스한 햇볕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겨울이라 공기는 쌀쌀하지만, 이렇게 햇빛 아래에서 산책하면 따뜻한 햇볕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준다.
라피네가 세상 행복한 얼굴로 흥얼거리자, 뒤를 따라오던 하녀들도 킥킥 웃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맞다. 라피네 아가씨, 오늘은 마담 미셸이 피팅할 드레스를 가져오기로 한 날이에요.”
“음, 그래?”
라피네는 하녀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란한 햇살을 바라보았다.
‘드레스고 뭐고…… 하, 이렇게까지 사는 게 행복할 수가 있나?’
인생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라피네는 구름 위를 거니는 기분으로 조금 더 햇살을 만끽하며 거닐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의 폭탄 선언 이후.
두 가문은 기쁜 마음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황제 역시 이 소식에 크게 기뻐하며, 무려 황궁의 다이너스티 홀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게 허락했다.
역사적으로 대귀족 중 몇몇 귀족만이 그 홀에서 결혼식을 거행하는 영광을 누렸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자, 황제가 의지하는 대귀족 가문들의 성사인 만큼 크게 배려한 것이다.
물론 두 가문의 결합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들도 있었지만, 모두 시기 질투와 다름없었다.
아, 그리고 제르칸의 소식도 들었는데…….
‘제르칸이 돌아와서 황제와 황후가 엄청나게 기뻐했다지.’
아드리안을 통해 들은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라피네는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 낸 기분이었다.
제르칸 역시 행복한 감정을 느꼈겠지?
‘그나저나, 제르칸은 어떻게 자랐으려나…….’
사실 원작에서는 1페이지에 1번씩 그의 외모에 대한 찬사가 서술되어 있을 정도였다.
어렸을 때도 눈에 띄게 아름다운 외모이긴 했지만…….
‘완성형은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
공교롭게도, 토벌대가 돌아온 후 라피네는 제르칸을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은 거의 매일 마주하며 수다를 떨 시간도 있었지만 제르칸은 아니었다.
라피네가 그간 한 번도 황성을 방문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게다가 제르칸은 황태자인 만큼, 오자마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테니 밖으로 나올 일도 없었다.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따로 날 만나러 올 만한 사이도 아니고.’
그리고 막상 찾아오면 더 이상할 것 같았다.
‘어색해서 할 말도 없을 것 같은데.’
솔직히 제르칸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내가 제르칸에게 결혼해 달라고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약간의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차피 결혼을 약속한 건, 너무 어릴 때의 일이라 솔직히 제르칸이 기억하고 있을 거란 확신도 없었다.
아무튼 황후 역시 아주 바쁠 것 같아서 라피네는 일부러 황성을 찾아가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오후.
황비까지 황성으로 돌아온 바람에 수도는 아주 떠들썩했다.
그 이유는 바로 황비와 함께 왔다던 성녀 때문이었다.
수도에 있는 중앙 신전에서는 열두 신관이 모두 성녀를 마중 나왔다.
황제의 즉위식 이후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고 수련에 임했던 열두 신관들이 나올 정도이니, 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았다.
라피네는 그게 몹시 못마땅했다.
‘분명 레베카 황비가 주목받으려고 꾸민 일이겠지…….’
이제 황궁으로 돌아왔으니 테들러 자작과 힘을 합쳐 얼마나 제르칸을 흔들어 댈지, 눈에 선했다.
‘그래도 절대 안 져.’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의 결혼 소식 덕분일까, 라피네의 마음속에 정말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가득 차올랐다.
* * *
다음 날, 라피네는 황후의 연락을 받고 황성으로 향했다.
응접실 내부로 들어서 황후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라피네는 정체 모를 감정을 느꼈다.
“…….”
이상하게 가슴 아래에서부터 따뜻한 느낌이 차올랐다.
그동안 온화하지만 어딘가 그늘진 느낌이 들었던 황후의 얼굴에 그림자가 걷히고 온전한 빛을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제르칸을 향한 황후의 모성애가 얼마나 깊은지 느껴져 절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드리안 오빠를 보던 엄마의 표정 역시 저러했기에 잘 알 수 있었다.
“라피네, 어서 오거라.”
황후가 화사한 미소로 라피네를 반겼다.
두 사람은 가벼운 안부를 물은 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의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그럼 오늘 부르신 이유는…….”
“저런, 우리가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 만나는 사이였더냐?”
“그건 아니지만…….”
황후는 약간 서운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라피네, 네가 그리 따르던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돌아와서 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이군.”
“폐하, 그럴 리가요.”
라피네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황후는 후후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제르칸은 만나 본 것이냐? 네가 어렸을 적, 제르칸을 얼마나 따랐는지 기억은 나는지 모르겠구나.”
“……하하.”
라피네는 어색하게 웃었다.
‘오…… 이거 잘하면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먼저 밑밥을 깔 수도 있겠는데?’
라피네가 얍삽한 생각을 하던 그 순간, 별안간 황후는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나저나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 결혼하게 되다니, 공작 부인이 정말로 부럽구나……. 사실 우리 제르칸이 가장 급한 상황인데 말이지.”
“음, 아무래도 그러시겠네요.”
원작과 달리 황비가 수도원으로 가는 바람에 자작가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덕분에 현재 시점에서 제르칸의 황태자 자리는 확고하기에 종친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황제의 가장 중요한 의무가 후계를 세우는 일인 만큼, 황태자인 제르칸도 그 의무를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혼하고 후계를 만드는 것만큼 황태자 자리를 확고하게 하는 건 없었다.
보통 황족들은 성년이 되자마자 곧바로 결혼하는 편이었다.
아이가 1, 2년 만에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몇 년이 지나도록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황후 폐하는 내심 2황자 안토니오를 견제하고 있으니……. 하루빨리 제르칸을 결혼시키고 싶은 모양이네.’
하지만 사실 황후에게 있어 가장 문제는 제르칸의 마음이었다.
‘제르칸은 원작에서도 절대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 그래서 가장 편한 친구였던 바이올렛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한 거고.’
피폐물인 만큼, 원작이 끝날 때까지 제르칸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저 애정 없이 비틀린 집착과 소유욕만으로 바이올렛을 붙들려고 하는…….
그 생각을 떠올리자 라피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라피네, 너 역시 이번 성년식이 지나면 혼인서가 잔뜩 들어오겠구나.”
“음. 글쎄요…….”
황후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었다. 디저트를 먹느라 라피네는 그 눈빛을 못 보았지만 말이다.
라피네는 디저트를 꿀꺽 삼킨 뒤, 당당한 눈으로 황후를 쳐다보았다.
‘황후 폐하, 아무 걱정 마세요. 오르파나가 후보만 20명이 넘게 준비했대요.’
제르칸의 취향을 몰라, 일단 아주 많이 준비해 두기로 했다.
라피네가 활짝 웃자 황후 역시 따라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동상이몽인 두 사람의 티타임은 끝까지 화기애애했다.
“아 참, 곧 제르칸이 올 텐데. 얼굴이라도 보고 가는 게 어떻겠니?”
라피네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에도 보내 주지 않던 황후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어, 음…… 제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차차 뵙게 될 텐데요. 굳이 황태자 전하의 시간을 뺏을 필요는…….”
“저런, 그런 생각 하지 말거라. 기억나지 않겠지만 어린 시절 제르칸과 네가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 몰라.”
“그, 그랬나요?”
라피네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척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심장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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