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
그렇게 벽 뒤에 숨은 에스턴 공작은 애타는 얼굴로 라피네를 힐끔힐끔 보았다.
그때였다.
“아빠가 정말 불쌍하다.”
“라피네의 볼은 빵처럼 뜨끈뜨끈하고 부드러운데…… 아빠는 한 번도 못 만져 봤대.”
“정말? 뺨도 못 만져 봤다고? 안타깝다. 너무 불쌍해!”
올해 8살이 된 쌍둥이 형제, 루카와 로이스가 아버지 옆을 지나치며 떠들었다.
아버지가 듣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태도였다.
아들들이 지나가며 내뱉은 가벼운 말로 인해, 아버지의 마음은 와그작 구겨졌다.
‘아들들아……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맙구나…….’
그의 눈가가 시큰해졌다.
그러나 쌍둥이 형제는 진심이었다. 정말로 아버지가 불쌍했다.
라피네가 어머니인 소피아나 아드리안, 바이올렛의 품에만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루카와 로이스는 아직 어려서 라피네를 안아 줄 순 없었지만, 그래도 뺨을 만지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건 허락받았다.
잠시 고민하던 루카가 중얼거렸다.
“라피네가 왜 아빠를 미워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아빠가 라피네한테 ‘이놈!’ 했나?”
두 소년은 훌쩍이는 아버지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그 앞에 서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에스턴 공작 역시 그 부분이 의아했다.
마치 라피네가 자신을 미워한다기보다는―에스턴 공작은 이렇게 생각해서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른 남자를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었다.
덩치 큰 기사들이 왔다 갔다 할 때도, 라피네는 쉽게 움츠러들곤 했으니까.
집사를 통해 알아보라 지시하긴 했지만, 베릴 자작가에서 워낙 아이를 꽁꽁 감춰 놓았던 터라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베릴 자작.’
에스턴 공작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유를 불문하고, 베릴 자작가와 더불어 아이를 빼돌린 여자를 찾아내 기필코 파멸시킬 것이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과 권력이 있었다.
에스턴 공작 가문은 페르데니아 제국의 황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신 가문이었다.
제국민들을 위협하는 야만 세력들이 들끓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는 것이 바로 에스턴 공작가였다.
에스턴 가는 제국 제일의 부호였으며, 황금이 흐르는 광산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루비 등 수많은 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영지는 모두 비옥한 땅이었고, 영지 본성의 중심가는 제국 수도만큼 번화했다.
막대한 자산으로 에스턴 가는 수많은 사업에 힘쓰고 있었으며, 많은 귀족 가문을 가신으로 두고 있었다.
그런 공작가에서 대놓고 누군가를 적으로 돌린다면, 그 가문은 살아남지 못하리라.
‘내 아가…… 내 딸…….’
수도 귀족들에게 있어서 두려움의 대상이자 차가운 눈빛의 철혈 공작.
그런 에스턴 공작이 멀리서 딸을 훔쳐보며 조금 찌질하게 눈물을 닦았다.
공작 부인의 품에 안겨 있던 라피네 역시 저 멀리 있는 에스턴 공작을 발견했으나…….
“…….”
라피네는 슬쩍 고개를 돌려 모른 척 눈길을 피했다.
‘무서워…….’
에스턴 공작이 짐작한 바가 맞았다.
베릴 자작가에 있을 때도 그렇고……. 특히 쫓겨날 때, 베릴 자작에게 발로 차인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일까?
라피네는 어른 남자를 보면 절로 겁을 먹게 되었다.
이성적인 사고는 ‘어린애처럼 굴지 마!’ 하고 소리쳤으나, 어린애의 본능은 ‘무서운데 어떡하라고!’ 하며 반박했다.
그도 그럴 게, 에스턴 공작은 문짝만큼 키가 커다랗고 힘도 세 보였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자면 화려하고 잘생긴 외모지만, 어린아이의 시선에는 조금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라피네, 간식 먹을까?”
그때, 아드리안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간식!’
라피네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게 라피네는 공작 부인의 품에 안겨 정원으로 향했다. 그 뒤를 루카와 로이스가 따랐다.
그리고 앞에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라피네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크크 웃었다.
‘두 사람 아주 잘 어울려. 그렇지?’
라피네가 품에 안고 있는 아기 곰 인형에게 속으로 물었다.
솔직히 인형을 매일 안고 다니는 건 자존심이 상하지만…….
속으로나마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수를 방에만 두고 다니자니 답답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붙어 있다 보니까 이제 떨어뜨려 놓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럼 문제는 제르칸인가?」
‘맞아.’
「근데 그 녀석. 계약 결혼은 왜 하려는 건데?」
그 말에 라피네는 고민하다 대답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을 거야. 2황자로 인해 자리가 위태롭다고 느꼈겠지.’
그런 상황에서 황태자 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황실의 원로, 종친 어른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매우 보수적이고 가정을 중요시하는 성향인 그들에게 가장 빠르고 쉽게 인정받는 것은 가정을 꾸리는 일이었다.
그 외에도 귀족들의 세력을 포섭해야 하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이랑은 하기 싫어서 바이올렛에게 부탁한 거지. 믿고 있는 친구니까. 바이올렛의 집안이 유서 깊기도 하고.’
「그 녀석……. 설마 오래전부터 바이올렛을 사랑했던 건 아니고?」
‘그건 아닐 거야. 어머니가 죽고 나서 집착하기 전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걸.’
「그럼 최대한 어릴 때 약혼해 버려야겠네? 나중에 계약 결혼이 필요할 일이 없게 말이야.」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마냥 쉽게 생각할 순 없었다.
‘그래, 그런데…… 나처럼 어린애가 당장 약혼해 달라고 하면 그 말을 들어줄까?’
「뭐, 정 안 되면 제르칸에게 미리 약속이라도 받아 둬. 그 녀석이 결혼이 필요할 때, 널 떠올릴 수 있게! 구두 계약이라는 게 있잖아!」
‘좋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너 좀 똑똑한 것 같아.’
「그렇지? 네가 잘못 생각했지? 우하하! 내가 얼마나 위대한 환수인데! 나중에 내 본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거다!」
‘이제 조용히 해.’
라피네는 루비의 자기 자랑을 일축하며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자, 아 해.”
아드리안이 케이크를 조금 떠서 라피네에게 내밀었다.
“아, 아!”
라피네가 있는 힘껏 입을 벌리자, 루카와 로이스가 킥킥댔다.
“입을 저렇게 크게 벌렸는데, 케이크를 너무 조금 준 거 아냐 형? 이번엔 내가 줘 볼래!”
“나도, 나도! 해 볼래!”
루카와 로이스는 갑자기 생긴 동생이 신기한지 늘 라피네를 따라다녔다.
새로 나왔다는 장난감보다 동생을 구경하는 게 훨씬 재미있었다.
게다가 엄마를 똑 닮아서 볼 때마다 신기하고 좋았다.
자신들의 것과 색은 같지만, 긴 머리카락도 부드러워서 계속 만지고 싶었다.
“…….”
공작 부인, 소피아는 그 가슴 따뜻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아이를 영영 찾지 못할 뻔했다니…….
아이가 낯선 곳에서 지내며 받았을 상처를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나 더는 울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울 때마다 아이가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아이를 되찾은 만큼 더 강해져야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지만…….
‘여보, 미안해요.’
그 와중에 공작 부인은 저 멀리,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남편을 향해 속으로 사과했다.
에스턴 공작은 애달픈 미소를 지으며 멀리서나마 이 따뜻한 장면을 눈에 담고 있었다.
공작가의 사용인들은 그런 주인이 불쌍해서 차마 두 눈 뜨고 보지 못했다.
* * *
해가 슬슬 질 무렵.
“라피네, 언니 오늘은 정말 집에 가야 해. 부모님이 영지에 갔다가 오늘 오셨거든…….”
바이올렛이 정말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라피네 역시 어쩔 수 없이 꼭 쥐고 있던 바이올렛의 원피스 자락을 슬며시 놓았다.
“그럼 내일 와야 해.”
“알겠어, 내일 또 놀러 올게!”
“일찍 와야 해.”
라피네의 당부에 바이올렛은 피식 웃으며 “알겠어!” 하고 대답했다.
그것도 모자라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까지 해 주었다.
그런 뒤에는 라피네의 양쪽 뺨에 쪽, 쪽 하고 두 번이나 입을 맞춰 주었다.
라피네도 바이올렛의 손등에 ‘쪽!’ 하고 입맞춤을 했다.
바이올렛은 공작 부부와 루카, 로이스에게도 인사를 하고 아드리안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봐, 아드리안.”
그 순간.
라피네는 슬쩍 손을 뻗어 아드리안의 다리를 밀쳤다.
‘데려다주고 와! 데려다줘! 어서!’
다행히 아드리안은 라피네의 뜻대로 입을 움직였다.
“데려다줄게.”
“응? 괜찮은데. 어차피 마차가 밖에 와 있어.”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 제가 직접 바이올렛을 데려다주고 올게요.”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바이올렛의 부모님께도 감사하단 인사를 전해 주고 오렴. 준비해 둔 선물도 아드리안 네가 챙겨 가고.”
“네, 어머니.”
“다녀오렴, 아드리안.”
공작 부부가 아드리안을 향해 인사했고, 바이올렛은 멋쩍어하며 밖으로 나섰다.
라피네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아드리안이 최대한 늦게 오길 기도하며.
‘더 친해져! 더 친해지라고!’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다.
‘미리부터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면 모든 게 평화로울 거야.’
바이올렛에게 내일 일찍 와야 한다고 당부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찡찡거려서라도 바이올렛을 자주 오게 만들어야 해.’
“라피네, 오빠들이랑 인형 놀이 할까?”
“아니면 내가 동화책을 읽어 줄게!”
루카와 로이스가 공작 부인의 품에 안겨 있는 라피네를 향해 말했다.
라피네는 그런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어린 꼬맹이들…….’
동화책? 나는 유치한 그림 동화책 따위 읽지 않는다. 조금 더 수준 높은 이야기책이라면 몰라도.
배가 고프거나, 졸리거나. 본능만 남아 있는 그런 때가 아니면 라피네는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라피네에게 요 8살짜리 아이들은 기껏해야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다.
「지는 6살짜리 꼬맹이인 주제에…….」
루비가 그녀의 생각을 비웃었으나, 라피네는 가볍게 무시했다.
“저기…… 오늘은 아빠도 같이 놀까……?”
에스턴 공작이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다정한 미소였으나 라피네는 순간 깜짝 놀라서 공작 부인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에스턴 공작은 키도 덩치도 엄청나게 커다래서 나타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거 봐, 이거 봐! 완전 겁쟁이 꼬마면서!」
루비가 놀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라피네는 발끈해서 부정했다.
‘깜짝 놀라서 그래! 어리광 부리는 거 아니야! 잠깐 숨은 거야! 어른도 놀라면 숨게 되어 있어!’
「변명할 필요 없단다. 아가야. 우하하!」
‘아가라고 하지 마!’
「그래도 넌 아가야! 아무리 전생의 기억이 있어도 넌 어린애의 본능을 이길 수 없어!」
‘시끄러워!’
「우하하! 귀엽구나, 아가야!」
“에잇!”
라피네는 품에 안고 있던 아기 곰 인형을 휙! 소파로 던져 버렸다.
루비를 향한 나름의 항의 표시였으나, 에스턴 공작은 이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인형을 집어 던질 정도로 날 미워하다니, 흑…….’
“엄마,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불쌍한 어른. 난 저런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루카와 로이스가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보, 미안해요……. 저리 가 줄래요?”
소피아는 그런 남편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에스턴 공작은 커다란 덩치를 구기며 오늘도 쓸쓸히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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