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3)
‘잠깐…….’
저걸 두고 가네? 라피네의 시선이 남아 있는 위스키 잔으로 향했다.
안토니오는 저 술잔을 들고 들어와 단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새 술이라는 것이다.
라피네는 곧장 자리에 앉아 위스키 잔을 들고 입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 휙 하고 커튼을 젖히며 들어왔다.
“어…….”
안토니오였다. 그는 할 말이 남았는지 도로 들어왔다가, 술을 홀짝이는 라피네를 보더니 굳었다.
라피네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그는 이내 얼굴이 새빨개져서 도로 나가 버렸다.
* * *
테라스 밖으로 나온 안토니오는 도망치듯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팔로 가리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젠장.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의 앞에서는 새초롬하게 틱틱거려 놓고, 막상 저가 나가자 술잔을 홀짝이는 라피네를 보니 기가 막혔다.
‘내 입술이 닿았을지도 모를 술잔에 그렇게 몰래 입에 대다니…….’
안토니오는 기가 찬 듯 코웃음을 내뱉었다.
사실상 간접 키스를 하게 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는 그 술잔에 든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라피네는 마셨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마냥 내가 싫은 척하더니.’
꼭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귀엽게 굴긴…….
안토니오는 한쪽 입꼬리를 틀어 올리면서도 화끈한 뺨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 *
한편, 위스키를 한잔 원샷한 라피네는 입맛을 다셨다.
‘별로 쓰지도 않네.’
그나저나…….
사실 라피네가 세운 오늘의 계획에는, 술을 마시는 것 외에 하나 더 있었다.
테라스에서 나온 라피네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홀 안에서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찾을 사람은 아드리안이었지만, 이상하게 제르칸이 어디 있는지가 더 신경 쓰였다.
그러나 제르칸도, 아드리안도, 바이올렛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간 거지? 셋이 수다 떨러 갔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정을 알리는 종이 치기 전이었다.
오늘 밤은 열두 번째 달의 마지막 날이라 제야 행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곧 있을 폭죽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모두 테라스나 바깥 정원으로 이동했다.
라피네 역시 루카와 로이스를 발견하고, 두 사람과 함께 테라스로 향했다.
“12시가 지나면 이제 성년이네.”
“축하한다, 라피네.”
두 사람은 폭죽이 터지기 직전 라피네를 축하하며 술잔을 건넸다. 독한 위스키가 담겨 있는 술잔이었다.
“형 오기 전에 빨리 마셔야 된다.”
“맞아, 나쁜 거 가르친다고 우리 혼난단 말이야.”
12시를 알리는 종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밤하늘에 폭죽이 펑펑 터졌다.
“자, 라피네. 어서 마셔.”
라피네는 곧장 위스키를 꼴딱꼴딱 마셨다. 원샷을 하는 라피네를 보며, 두 사람은 놀란 눈을 했다.
“원샷을 한다고?”
“야, 괜찮아?”
루카와 로이스는 걱정하며 물었지만, 라피네는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후……. 근데 그거 알아? 나 이거 2잔째다?”
“뭐? 너 어디서 마셨어!”
“이게……! 성년이 되기 전에 마시면 어떡해!”
루카와 로이스는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도 2잔이나 마시고도 멀쩡한 라피네가 신기한 듯 쳐다봤다.
“안 어지럽냐?”
“괜찮아?”
라피네는 그런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성년의 날이 되자마자 1잔씩 마시고 바로 뻗었다고 했지?”
“…….”
“…….”
“술은 그런 거야. 누구는 타고나게 잘 마시는 반면, 누구는 1잔 마셔도 취할까 봐 벌벌 떨게 되지. 그게 인생이란다.”
라피네가 놀리듯 말하자 루카와 로이스는 입이 툭 튀어나왔다.
“그나저나, 아드리안 오빠 못 봤어?”
“아, 몰라. 재미없어.”
“바로 쓰러질 줄 알고 마차도 대기시켜 놨구만…….”
두 사람은 큰 재미를 놓쳤다는 듯 투덜거렸다.
라피네는 어깨를 으쓱하곤 테라스 밖으로 가서 아드리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녔을 때였다. 라피네는 한쪽 테라스에서 나오려는 아드리안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오빠!”
라피네는 아드리안을 테라스 안으로 그대로 다시 밀어 넣었다.
테라스 안쪽엔 아무도 없었다.
라피네는 주변을 힐끔거리고는 아드리안을 그대로 소파에 앉혔다.
“어어, 라피네?”
아드리안은 얼굴이 조금 상기된 채였다. 발음이 어눌한 걸 보면, 술기운이 올라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라피네는 곧장 준비해 온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오빠, 지금부터 내 질문에 대답 잘해 줘.”
“으응……?”
바이올렛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아드리안은 술이 약하고, 술에 취하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다고 했지. 게다가 몹시 솔직해진다고…….’
그래서 바이올렛은 종종 술 취한 아드리안에게 진심을 떠보기도 하고, 몰래 뽀뽀까지 했다고 한다.
다음 날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아드리안을 보면 그렇게 재미있었다고…….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듣고 라피네는 마지막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순간을 노렸다.
안 취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술을 먹이려고 했는데. 마침 취한 상태이니 귀찮은 일 하나를 생략하게 된 셈이었다.
라피네는 아드리안을 붙들고 하나씩 질문을 던졌다.
“오빠, 제르칸 황태자 전하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에 대해 알아?”
“제르칸? 여자? 음…….”
“제대로 대답해. 이거 아주 중요한 문제야.”
“모, 몰라……. 그 녀석은 취향이랄 게 없어.”
“그러면……. 혹시 키가 큰 여성을 좋아하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럼 연상? 연하? 동갑? 어느 쪽이 좋대?”
“그런 이야기 해 본 적 없어…….”
아니, 다 몰라? 도움이 하나도 안 되네.
라피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메모지에 적힌 건 하나도 없었다.
“오빠, 정말 황태자 전하의 가장 친한 친구 맞아? 어떻게 그런 것도 몰라?”
“미안…….”
라피네가 탓하듯 말하자, 취한 아드리안은 시무룩해져 고개를 숙였다.
어휴…….
라피네는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뒤 테라스의 커튼을 젖히고선 두꺼운 문을 열고 홀 안으로 돌아갔다.
“…….”
술에 취해 있던 아드리안은 정신을 차리고 라피네가 나간 커튼 쪽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은 혼란스러웠다.
‘아니, 라피네가 왜 저런 걸 묻지?’
사실 바이올렛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아드리안은 술에 취했다고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었다.
물론 술이 약하긴 하지만……. 취하면 솔직해진다거나, 기억을 못 한다거나 하는 건 다 거짓말이었다.
‘라피네가 설마…….’
아드리안의 동공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아드리안이 쳐다보고 있는 커튼 너머, 누군가 기척을 숨긴 채 서 있었다.
홀과 통하는 테라스의 문, 그리고 테라스 쪽에 쳐진 두꺼운 커튼. 그사이 짧은 길목에 숨죽이고 서 있던 사람은…….
충격에 빠진 제르칸이었다.
처음부터 숨을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라피네의 목소리가 들리길래 잠시 저도 모르게…….
어쨌든, 제르칸 역시 아드리안이 품었던 의문을 그대로 품기 시작했다.
‘라피네가 저런 건 왜 묻지?’
그와 동시에 지난번, 어머니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울렸다.
〈내가 볼 때는……. 라피네가 여전히 너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더구나.〉
제르칸은 당황해서 제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에 닿는 뺨의 온도가 얼얼할 정도로 뜨거웠다.
* * *
한편, 화려하게 수도로 복귀한 레베카 황비는 사람들 틈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도로 온 뒤 처음 참석하는 무도회인 만큼, 그녀는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치장했다.
그러나 겉으로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과 달리, 그녀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바로 황제 때문이었다.
황제는 레베카 황비가 수도로 돌아왔음에도 단 한 번도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
첫날, 그녀가 황제궁으로 찾아가 공식적인 인사를 한 것 외에는 마주친 적도 없었다.
물론 이제 와서 황제의 사랑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 쓰린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수도원으로 가 있는 동안, 황제와 황후 사이가 무척 좋아졌다지……? 흥.’
애초에 금술로 만든 약으로 황제의 마음을 얻었던 레베카 황비는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는 황제의 마음 따위 바라지 않아.’
그렇다고 황제와 황후가 평화롭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 또한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권력을 가지기로 했다.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쥐어서, 저 사이를 부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레베카는 권력에 더더욱 집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가 권력에 집착하게 된 원인에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도 있었다.
레베카는 들끓는 마음을 숨기고 우아한 미소로 귀족들을 맞이했다.
그때, 한 귀부인이 다가와 인사하며 레베카의 옆에 선 여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머나, 이분이 바로 그…….”
“맞습니다. 셀레스티나 성녀이지요.”
레베카의 말에 귀족들은 호감과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셀레스티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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