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
* * *
아드리안은 아주 늦은 시간이 되어서 저택으로 돌아왔다.
백작가에서 저녁까지 먹고 온 듯했다.
공작 부인과 함께 씻고 나온 라피네는 보드라운 천으로 머리를 말리고, 보송보송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소피아는 6년 만에 되찾은 딸을 내내 품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작고 마른 딸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라피네가 온 뒤, 수도 공작 저택의 요리사들은 영양 가득한 식단을 짜느라 매일매일 머리를 모아 회의했다.
처음 왔을 때보다 라피네의 뺨이 통통해지긴 했지만, 또래만큼 자라려면 아직 먼 수준이었다.
침실 안으로 들어서며, 소피아는 안고 있던 라피네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번 주까지만 엄마랑 이 방에서 지내도록 하자. 다음 주면 라피네의 방이 완성될 거란다.”
“방이요?”
라피네가 되묻자 소피아는 다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라피네의 방. 엄마도 라피네의 방에서 당분간 같이 잘 거란다.”
“…….”
라피네는 소피아를 따라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엄마 품이 좋긴 좋은 모양이었다.
처음 안겨 보는 엄마의 품은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좋은 냄새가 났고, 따끈따끈한 체온을 느끼면 마음이 편해졌다.
바이올렛의 품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어른인 엄마의 품이 더 안정적이었다.
엄마의 팔이 아프진 않을까 걱정스러웠으나, 왠지 당분간은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근데 그럼 에스턴 공작, 아니…… 아빠는?’
엄마가 나랑 계속 자는 거면, 아빠는 어떻게 되는 거지?
라피네는 속으로 고민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당분간 모른 척하자.’
당분간은 엄마를 독점하고 싶었다. 점점 욕심이 많아져서 큰일이었다.
아직 ‘엄마’라고 입 밖으로 말을 꺼내 부른 적은 없지만, 속으로 계속 연습하고 있으니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정말 엄마라고 부르면 좋아해 줄까?’
「엄마보다는 나를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러 주면…… 내가 참 좋을 텐데. 아가야?」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루비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아기 취급할 거면 너랑 말 안 해.’
「흥.」
이곳에 온 뒤부터는 배고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식사한 뒤 조금 지나면 꿀과 곡식을 갈아 넣은 고소한 우유를 주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쿠키도 줬다.
또 식사하고 나면 싱싱한 과일과 과일 주스를 줬다.
그렇게 배고플 일 없이 지내다 보니, 이제 어린애처럼 이성을 잃는 일이 줄어들고 있었다.
아주 다행이었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라피네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서 소피아의 등 뒤로 숨었다.
「흥, 겁이 많은 걸 보면 아직 아기…….」
‘어른도 겁 많을 수 있어!’
철컥.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아드리안이었다.
“라피네, 오빠 왔어.”
씻고 온 듯 그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조금 젖어 있었다.
아드리안인 것을 확인한 라피네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라피네랑 조금 놀다가 자러 가도 될까요?”
“그럼. 네가 별일이구나.”
평소에 워낙 의젓했던 큰아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막내 여동생이 생긴 게 아드리안에게도 기쁜 일인 듯했다.
공작 부인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아드리안과 라피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침대로 올라온 아드리안은 챙겨 온 장난감을 보여 주며 흔들었다.
‘아니, 내가 1살 먹은 아가인 줄 아나?’
문제가 있다면 아드리안이 가져온 장난감은 전혀 6세용이 아니었다. 갓난아기들이나 좋아할 법한 딸랑이였다.
라피네는 속으로 기가 막혔으나, 일단은 관심 가는 척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드리안은 몹시 뿌듯해했다.
‘놀아 주기 힘들군.’
라피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하고 싶었던 질문을 해 보았다.
“바이올렛 언니는?”
“오빠가 집에 잘 데려다주고 왔지. 내일 또 오기로 약속했어. 라피네는 바이올렛이 그렇게 좋니?”
“응.”
“왜?”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실 바이올렛을 가장 좋아하는 건 본인이면서…….’
원작에서 분명 아드리안은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렛을 좋아했다.
라피네는 모르는 척 말했다.
“바이올렛 언니는 따뜻하고, 좋은 냄새가 나고, 목소리도 상냥하고, 맛있는 것도 줬으니까.”
“그랬어?”
“응. 바이올렛 언니도 여기 살았으면 좋겠어.”
내심 속뜻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으나, 아드리안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긴…… 아드리안도 아직 겨우 10살이니까.’
라피네는 아드리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더 확실하게 말했다.
“바이올렛 언니랑 오빠랑 결혼하면 좋겠다!”
자존심을 버리고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드리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머니, 방금 들으셨죠? 라피네가 저를 오빠라고 불렀어요!”
“그래, 들었단다. 어쩜……!”
소피아는 양손을 가슴에 얹으며 기뻐했다. 아드리안 역시 신난 듯 하하 웃었다.
‘아니, 저기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가야, 네 뜻대로 되긴 조금 어렵겠는데……? 그냥 이쪽을 노리지 말고 제르칸이란 녀석을 노리는 게 빠르겠구나.」
라피네는 허탈한 표정으로 아기 곰 인형을 바라보았다.
루비의 말이 맞았다.
‘그래, 제르칸도 아드리안과 어릴 때부터 절친했던 친구니까. 기다리다 보면 놀러 오지 않을까?’
「그래, 버티다 보면 오겠지. 옛말에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이 있단다!」
‘조오았어!’
* * *
새가 짹짹 지저귀는 아침이 찾아왔다.
그러나 에스턴 저택의 식당 분위기는 별로 좋지 못했다.
“라피네, 어제 형한테 오빠라고 불렀다면서? 나도 불러 줘! 나도 네 오빠란 말이야!”
“나도! 나도 오빠라고 불러 줘!”
루카와 로이스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찡찡거렸다.
라피네는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슬쩍 아드리안을 째려보았다.
아드리안은 아주 개운한 얼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좋겠구나, 아드리안.”
넓은 다이닝 테이블의 끄트머리에 앉은 에스턴 공작이 작게 중얼거렸다.
혹시라도 커다랗게 소리를 내면 라피네가 놀랄까 봐, 말하는 것도 조심하는 태도였다.
앉아 있는 자리도 라피네와 소피아에게서 가장 먼 곳이었다.
‘여보, 힘내요…….’
소피아는 그런 남편을 보며 속으로 응원했다.
라피네는 더 이상 와구와구 거지처럼 식사하지 않았다.
이제 원하면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매번 느끼지만, 공작저의 요리사들이 만드는 요리는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많이 먹게 되었다.
식사 중간중간 왼쪽에 앉은 소피아가 라피네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그리고 또 틈틈이 오른쪽에 앉은 아드리안이 입가를 닦아 주었다.
맞은편에 앉은 쌍둥이 형제와 끄트머리에 앉은 공작에게는 투명하고 커다란 벽이 쳐진 느낌이었다.
“형만 형인 척하고! 치사해.”
“맞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더 가까운데. 왜냐면 우리랑 나이 차이가 더 적잖아!”
“그러니까, 내 말이! 형이랑 오늘부터 안 놀 거야.”
루카와 로이스는 작게 투덜거렸으나, 끄트머리에 앉은 에스턴 공작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저 힐끔힐끔 라피네를 구경하며 행복해할 뿐.
“바이올렛 언니는 언제 와?”
식사가 끝난 후, 라피네가 아드리안을 향해 물었다.
“점심쯤에 온다고 했어.”
“……응.”
아드리안의 말은 정확했다.
후식을 먹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이야기책을 한참 읽고 나자 바이올렛이 찾아왔다.
라피네는 바이올렛이 혼자 왔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제르칸이 오지 않는다면, 오게 만들면 된다.
“바이올렛 언니랑 둘이 산책할래!”
“왜?”
“왜!”
“왜?”
라피네의 말에 아드리안과 루카, 로이스가 크게 반박했다.
“얘들아 진정하렴…….”
소피아가 그런 아이들을 말렸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말리고 난 뒤, 소피아도 라피네의 귓가에 다정하게 물었다.
“왜……?”
* * *
라피네는 엄마의 제지 덕분에 무사히 바이올렛과 단둘이 산책에 성공했다.
다만 엄마가 왠지 싸늘한 목소리로 왜냐고 물어보기에, 비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엄마는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는 대충 둘러대야지.’
공작저의 부지는 매우 넓었는데, 한쪽에는 잔디가 깔린 넓은 정원이 있었다.
방해물이 없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라피네는 바이올렛의 손을 잡고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공작가 사람들이 저 멀리 보일 때쯤. 바이올렛에게 물었다.
“언니는 큰오빠랑 친구지?”
“응, 그럼. 제일 친한 친구지!”
“또 다른 친구는 없어?”
“응? 다른 친구?”
“응.”
라피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질문이 아주 노골적이구나, 아가야.」
‘그럼 어떻게 해!’
「아주 아가다운 행동이야, 음.」
‘조용히 해!’
바이올렛은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친구도 있지요. 제르칸이라고, 이 제국의 황태자야.”
“……!”
걸렸다!
라피네는 격렬하게 놀란 시늉을 했다.
“우와아!”
“제르칸은 엄청나게 인기가 많아. 솔직히 인정하긴 싫지만 꽤 잘생겼거든.”
“아드리안 오빠보다 더?”
“음, 인기로 따지자면 비슷할걸? 근데 왜? 제르칸이 궁금해? 왜 그럴까?”
라피네는 눈을 굴리다가 대답했다.
“그건…… 바이올렛 언니 친구니까.”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구나? 하아. 귀여워라.”
라피네는 “으응.” 하고 대답했다.
바이올렛은 라피네를 꼬옥 끌어안았다.
구불구불한 분홍색 머리칼을 가진 라피네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꼭 인간 솜사탕 같아.’
게다가 잘 먹어서인지, 전보다 더 생기 있어져서 사랑스러움이 배가되었다.
조그마한 인간 솜사탕이 자신을 따르니, 바이올렛으로선 푹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외동딸인 바이올렛은 늘 여동생을 가지고 싶어 했던 터라, 라피네가 꼭 친여동생처럼 느껴졌다.
라피네를 끌어안고 배를 쓰다듬던 바이올렛이 깜짝 놀라 말했다.
“라피네. 금세 배가 오동통해졌네? 이제 금방 쑥쑥 자라겠어!”
그건 라피네도 격하게 원하는 바였다.
“으응…… 그래서 언니 친구들도 다 보고 싶어. 언니가 좋으니까.”
「완벽한 아가 연기였다, 아가야!」
라피네가 들고 있던 아기 곰 인형 루비가 감탄하며 칭찬했다.
‘……고맙다.’
자존심을 버리고 아이처럼 말한 건데……. 바이올렛은 격하게 좋아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래? 그럼 언니가 내일 당장 데려올게! 안 그래도 제르칸도 소식을 듣고 조만간 방문하기로 했어!”
“언니도 같이 와야 해!”
“당연하지! 언니가 그렇게 좋아? 귀여워라!”
바이올렛은 사랑스럽다는 듯 라피네의 손등이며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
라피네 역시 바이올렛의 손등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러자 바이올렛은 “꺄!”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제르칸. 두고 보자!’
라피네는 속으로 후후 웃었다.
원작을 피폐하게 만드는 원흉이자 어마어마한 집착남.
제르칸의 흑화를 막는 길이 곧, 모두가 평화로워지는 길이다.
자신, 아드리안, 바이올렛, 우리 가족, 제국, 제르칸의 어머니, 제르칸 본인까지 모두 행복해지는 길.
모든 미래가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