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0)
* * *
라피네는 한적한 벤치에 앉아 열심히 음식을 먹어 치웠다.
전부 다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야경을 감상하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특히 강 위에 수놓아진 놀잇배와 등불이 정말 아름다웠다.
놀잇배는 연인들이 마주 보고 타는 것들이 대다수였는데 아주 로맨틱해 보였다.
차양막 아래로 몰래 입을 맞추는 연인들도 보였다.
가족 단위로 놀러 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모습을 보자 저절로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순 없었다.
라피네는 다시 마력을 운용해 좌표를 확인했다.
“……음.”
그런데 와서 보니 좌표가 조금 이상했다. 영지 인근에서 확인했을 땐 정확히 몰랐지만, 지금 보니까…….
“설마 이 좌표, 저 강 아래는 아니겠지?”
라피네가 중얼거리자, 옆에 앉아 있던 아기 곰 인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안타깝지만 맞는 것 같구나, 아가.」
“아니……. 물속에 무슨 수로 들어가라고?”
라피네가 격분하자, 음침하게 후후후 웃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오르파나의 웃음소리였다.
「곰탱아, 무릎 꿇고 부탁하면 내가 도와주마.」
「…….」
「내 도움이 있다면 주인님은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지.」
그 말에 루비는 부들부들 떨었고, 라피네는 미간을 팍 구겼다.
오르파나의 도움이 있으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헤엄쳐 가며 성물을 직접 찾아야 하는 건 라피네였다.
‘으으…….’
산 넘어 산이라더니. 이제는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게다가 이 강은 바로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이었다.
‘상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물론 놀잇배를 띄울 정도면 상어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라피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강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루비는 부들부들 떨며 무릎을 꿇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필 곰 인형의 모습이라 다리가 너무 짧아서…… 고민하는 모습마저 조금 측은해 보였다.
「우하하하하하!」
오르파나는 그 모습을 보며 배를 잡고 뒹굴며 웃었다.
「크윽…….」
「이 멍청한 놈! 내 도움을 받아야 할 줄은 몰랐지? 그렇게 콧대 높게 굴더니! 꼴 좋다!」
「너도 내 도움을 받았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흥! 어쩌라고? 앞으로 날 형님이라 부르겠다 맹세하면 내가 도와주지.」
「으윽.」
라피네는 지겹게 싸워 대는 둘을 지켜보다가 상황을 종결시켰다.
“오르파나, 그냥 입 다물고 날 도와.”
「…….」
계약 사항이었다. 성물을 찾은 뒤 5년간은 라피네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
오르파나는 갑자기 얌전해졌고, 루비는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렸다.
“일단 이 밤중에 물속에 들어가 봤자 아무것도 안 보일 테니, 내일 아침에 하자고.”
「좋다, 아가야.」
루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라피네 역시 고민은 미뤄 두고 지금은 야경을 더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강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을 때였다.
“이봐요, 아가씨.”
갑작스러운 소리에 라피네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타나자 루비는 인형처럼 얌전해졌고. 오르파나는 곧장 모습을 감추었다.
말을 건 것은 짙은 피부의 남자였는데, 행색을 보니 조금…….
‘동네 양아친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한 명이 아니라 뒤에 떨거지들 몇 명도 함께였다.
“흠, 보아하니 여행객인 듯한데. 아가씨 혼자 온 겁니까? 심심하면 우리랑 같이 놀죠?”
“…….”
“재미있게 놀아 줄게요. 응?”
라피네가 입을 다물고 있자, 말을 건 남자는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제국어를 하는 억양이 조금 이상한 걸 보니, 아마 바빌레니아 왕국 사람들인 듯했다.
“튕기지 말고 우리랑…….”
“미안한데 거절할게요.”
라피네의 단호한 거절에도 남자는 슬쩍 그녀의 옆에 앉았다. 라피네는 평온한 어조로 경고했다.
“다치기 싫으면 그냥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아가씨가 정말 귀엽네. 수도에서 왔나? 피부가 하얗고 예쁘…… 으악!”
라피네가 참지 않고 오르파나를 소환하려던 때였다.
별안간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나자빠져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누군가 남자의 뒷덜미를 잡고 집어 던진 거였다.
“미안합니다. 우리 바빌레니아 왕국의 사람들이 실례를 했군.”
남자를 집어 던진 사람은 웬 키가 큰 남자였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우아한 자세로 서 있었는데,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자태였다.
‘바빌레니아의 귀족이나 왕족인가 보네.’
추근댔던 남자의 떨거지 일행들은 바닥에 넘어진 남자를 챙겨 도망갔다.
이 사람 뒤에 서 있던 기사들을 보고 도망간 모양이었다. 험악한 인상의 기사들이 무장한 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호위 기사까지 대동한 걸 보면, 정말 높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럼 즐거운 밤을 보내시길.”
남자는 담백한 인사를 건네곤 호위 기사들과 함께 가 버렸다.
‘완전 잘생겼다.’
제국의 미남들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외모였다. 역시 세상은 넓고 미남은 많다.
라피네는 가볍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누가 시비를 걸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려 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 * *
이른 새벽.
라피네는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서 인적이 드문 강가로 향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강 인근은 한산했다. 늦은 시간까지 축제를 즐긴 사람들이 모두 잠에 빠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라피네는 긴장한 채로 겉옷을 툭 바닥에 떨어뜨렸다.
물속에 들어가야 하니 최대한 가벼운 옷을 입었다. 라피네는 심호흡을 하며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손목과 발목, 무릎과 어깨의 긴장을 풀고 있자 오르파나가 나타났다.
「주인님,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물속에서 숨을 쉬는 기분은 정말 행복하답니다.」
“걱정은 안 하지만……. 그래도 무서워.”
딱히 전생에서 물 공포증이 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영을 할 줄 모르는 편이라 긴장되는 건 사실이었다.
「아가야, 힘내렴!」
함께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루비는 물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라피네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슬며시 발끝을 물 아래로 집어넣어 보았다.
“엄청 차가워.”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라피네는 심장께로 물을 적셔 묻혔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뒤, 라피네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제가 춥지 않게 해 드릴게요.」
오르파나가 라피네 주변의 물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라피네는 빼꼼 내민 고개를 숙여 물 아래로 잠수해 보았다.
바다 근처의 강이라 그런지 물은 정말 깨끗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니.’
기분이 생소하고 이상했다. 꼭 물고기가 된 것처럼 자유로워 재미있기도 했다.
‘자, 그럼 한번 찾아볼까?’
라피네는 좌표를 띄우고 오르파나와 함께 물속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 * *
비슷한 시각.
한 척의 배가 렌체스트 영지의 선착장을 떠나 바빌레니아 왕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바빌레니아 왕국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중요한 금기가 하나 있었다.
‘왕족이 타고 있는 배는 절대 밤에 움직이지 않는다.’
어두운 밤, 홀로 떠 있는 배 위에서 암살을 당했던 왕족들이 많기에 전해지는 말이었다.
그래서 새벽이 되자마자 바빌레니아로 향하는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배가 출발하자 호위들은 긴장을 풀었다. 강을 건너는 것은 아무리 오래 걸려 봐야 10여 분 남짓이었다.
“왕자 전하. 왕성에 도착하면 이번엔 절대로 국왕 폐하의 명령을 거절하시면 안 됩니다. 제국의 사절단으로 가는 것은 어마어마한 영광입니다. 어찌하여 자꾸 그 일을 거절하십니까.”
나이 든 노인이 안타까운 듯 누군가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건 잘생긴 청년이었다.
바빌레니아 왕국의 둘째 왕자 살라딘. 그는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나는 그런 영광 따위 관심 없다. 아버지께서 자꾸 그러시니 누님께서 나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
“그렇지만…….”
“누님이 내게 살수를 보낸 게 벌써 몇 번째인 줄 아느냐. 나는 쓸데없이 권력을 탐하다 죽고 싶지 않다.”
그 말에 늙은 노신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느껴지는 살기에 호위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선원으로 위장한 자가 날린 수면 침이 이미 살라딘 왕자의 가슴에 꽂혔다.
순식간에 아득한 기운이 그를 점령했고, 살라딘 왕자는 그대로 몸이 기울어져 강 아래로 빠져 버렸다.
호위 기사들이 손을 쓸 틈도 없이, 암살자들은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전하! 전하!”
신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몇몇 기사들이 왕자를 찾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 * *
한편, 라피네는 성물을 찾아 열심히 깊은 강 아래를 배회하고 있었다.
‘오, 전복이다.’
바로 옆이 바다라 그런지 물속은 먹을 것 천지였다.
엄청 예쁜 물고기 떼부터 커다란 거북이도 보았다.
라피네는 본분을 잊고 인어가 된 것처럼 행복하게 물속을 배회했다.
오르파나 역시 탱자탱자 낄낄거리며 그런 라피네를 따라다녔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어, 오르파나. 저기 엄청 커다란 물고…… 엥? 사람…… 시체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