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1)
라피네가 한 곳을 가리키자, 오르파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라피네의 팔에 달라붙었다.
「꺄악! 무서워요, 주인님!」
‘아니……. 일단 떨어져 봐.’
저 멀리 보이는 인영이 끝도 없이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누군가 강에 시체를 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꼬르륵.
인영에서 자그마한 물방울이 송송송 튀어나왔다.
‘살아 있는데?’
라피네는 깜짝 놀라 그곳으로 헤엄쳐 갔다.
남자의 가슴에는 작은 침이 박혀 있었다. 마치 작은 화살 같은 모양새였다.
바빌레니아 사람들이 이런 침으로 암살을 시도한다고 하던데…….
「주인님, 그냥 무시하고 가요.」
‘아직 살아 있는데 그냥 무시하라고?’
라피네는 새삼스럽게 오르파나의 인성에 감탄했다. 정령이니 인성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오르파나는 좀 그런 면이 있었다.
어쨌든 오르파나와 달리 라피네는 무시할 수 없었다. 추락하는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 열심히 수면으로 헤엄쳐 갔다.
오르파나 역시 귀찮아하면서도 라피네를 따라갔다.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저 멀리 배 한 척이 띄워진 게 보였다.
“아이고!”
다들 통곡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마 이 사람은 저 배 위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라피네가 근처로 다가가자, 열심히 잠수하고 고개를 내밀기를 반복하던 호위 기사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왕자님!”
라피네가 다가가 의식 없는 남자를 건네자,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을 뻗어 남자를 끌고 올라갔다.
라피네는 묵묵히 남자가 배 위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고는 인사도 없이 다시 물속으로 잠수했다.
“뭐, 뭐지?”
“인어……. 인어인가?”
배 위에 탄 사람들은 기뻐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마치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호위 기사들은 물속으로 고개를 다시 집어넣었다가, 강 아래로 깊이 사라지는 라피네를 보고 곧바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인어, 인어가 분명하다!”
“인어!”
그 말에 배 위에 탄 사람들은 전설 속에나 나오는 인어가 왕자님을 구해 줬다며 기뻐했다.
한편, 인어라고 오해받은 라피네는 강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저쪽이 분명해.’
「그런 것 같아요.」
그나마 오르파나가 옆에 있어 안심이었다.
라피네는 강바닥에 있는 커다란 돌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 돌 아래 깔려 있나 본데.’
하지만 너무 커서 자신의 힘으로는 밀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르파나를 슬쩍 쳐다보자, 오르파나는 코웃음을 내뱉으며 자신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쳤다.
그렇게 오르파나가 커다란 돌로 손을 뻗었으나…….
‘꿈쩍도 안 하네.’
미세한 움직임도 없었다. 오르파나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고, 라피네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살짝 손을 뻗어 보았다.
놀랍게도 라피네의 손끝이 닿자마자 돌이 거짓말처럼 슬쩍 뒤로 넘어갔다.
‘오……?’
성물을 지키고 있는 돌인 만큼, 혹시 성물의 주인인 정령에게 선택받은 정령사만 이 돌을 움직일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인 모양이었다.
쿠궁!
거대한 돌이 느리게 넘어가자, 바닥에 진주처럼 생긴 빛나는 돌 하나가 보였다.
라피네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것을 쥐었다.
그렇게 라피네는 루비의 성물을 얻어 냈다.
* * *
숙소에 돌아온 라피네는 깨끗하게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휴, 살 것 같다.”
보송보송하게 머리카락을 말리고 나자 나른함이 밀려왔다.
오랫동안 마음의 짐이었던 숙제를 마쳤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주인님, 그럼 이제 수도로 돌아가는 건가요?」
오르파나가 묻자, 라피네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벌떡 일어났다.
“잠깐. 이렇게 바로 돌아갈 순 없지…….”
이제야말로 진짜 여행을 즐길 차례가 아닌가?
“놀러 가야겠어!”
솔직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였지만, 이런 자유를 또 언제 만끽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라피네는 피로감에 눈이 새빨개진 상태로 옷을 갈아입었다.
일단 이 지역의 축제를 제대로 구경하고 싶었다.
그렇게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자 대낮부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광장에 있는 커다란 분수대 근처에는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다.
라피네는 여유롭게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무슨 맛으로 드릴까요?”
라피네는 여러 가지 맛을 고민하다가 바닐라와 딸기를 선택했다.
‘맛있다. 역시 단 건 언제나 옳아.’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먹으며 축제를 구경하는데, 한쪽에서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뭔 일이지?”
라피네는 무슨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모양인가 싶어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안쪽으로 들어가자…….
벽에 붙은 커다란 게시판에 웬 대문짝만 한 수배지가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누가 죄를 짓고 도망쳤나?’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아니, 잠깐.’
저 범죄자의 얼굴이 몹시 익숙하다.
‘뭐야! 저기 왜 내 초상화가……?’
게다가 그 초상화 아래에는 황태자인 제르칸의 인장과 엄청난 액수까지 적혀 있었다.
웅성웅성.
라피네가 멍하니 눈을 깜빡이자 주변 사람들이 슬그머니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배지와 라피네를 번갈아 쳐다봤다.
“여기 있다!”
“아빠! 저 사람이에요!”
어, 어라……?
라피네는 하나같이 제게로 몰리는 시선들에 당황하다가 뒷걸음질 쳤다.
“잡아라!”
라피네는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몰려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던 라피네는 골목길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 동네의 지형에 익숙한 사람들을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정말 귀신같이 빠른 속도로 라피네를 따라왔다.
‘오르파나, 도와줘!’
하수도에서 난데없이 물이 솟아오르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라피네는 그 틈을 노려 서둘러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휴…….”
한숨 돌린 라피네는 아까의 그 충격적인 수배지를 떠올렸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라피네의 머릿속에는 내내 물음표만 떠다녔다.
‘제르칸이 날 수배해? 대체 왜?’
혹시 집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아니야, 갑자기 그럴 리가…….
라피네는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서둘러 짐 가방을 챙겼다.
어쩌면 갑자기 여행이랍시고 집을 나와서 오빠가 제르칸에게 수배를 부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엄마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하셨는데…….’
어찌 되었든 하루빨리 수도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았다.
수배령이 떨어진 걸 보니, 왠지 정말 죄인이 된 것처럼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게 라피네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짐 가방을 전부 챙기고 거울 앞에 섰다.
커다란 스카프로 얼굴을 감싸고 모자를 푹 눌러써서 다행히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좋아, 이 차림으로 수도까지 간다.’
라피네는 혹시 몰라 창문을 슬쩍 열고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다행히 여관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이나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안심하긴 일러.’
언제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킬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도망가야 했다.
라피네는 그렇게 생각하며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 객실 문을 벌컥 열었다.
“……!”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 기다리듯 서 있는 걸 보고 놀라 주저앉았다.
“안녕, 라피네?”
제르칸이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도 못 지른다더니……. 라피네는 눈을 깜빡이지도 못할 만큼 놀라 제르칸을 쳐다보기만 했다.
“라피네.”
너무 놀란 라피네를 보며 오히려 당황한 건 제르칸이었다.
그간 쌓였던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에 당혹감과 긴장까지 한순간에 터져 버렸다.
“라피네? 라피네!”
라피네의 몸이 스르륵 기울어지며 눈이 감기자 제르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기절한 라피네는 모든 긴장이 풀린 듯 쿨쿨 잠든 상태였다.
“…….”
고른 숨소리를 확인한 제르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라피네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에 올 때까지는 분명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에 잔뜩 따질 생각이었는데…….
막상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한 라피네를 보자 죄책감이 밀려왔다.
“수도로 돌아간다.”
제르칸은 잠든 라피네를 들어 안고 기사들에게 턱짓했다. 그들은 라피네의 짐 가방을 챙겨 제르칸의 뒤를 따랐다.
건물 앞에 대기했던 마차는 순식간에 출발해 곧장 수도로 향했다.
* * *
수도로 돌아가는 동안 마차에서 내내 잠들어 있는 라피네를 보며, 제르칸은 착잡한 마음을 다스렸다.
사실 라피네가 떠난 뒤, 수배령까지 내릴 생각은 없었지만……. 에스턴 공작과 아드리안이 펄펄 뛰는 바람에 정신을 차려 보니 이 상황이 되어 있었다.
침착한 공작 부인에 비해 에스턴 공작은 매일 눈물 바람이었다.
게다가 바이올렛은 신전의 납치라고 확신한 채, 물밑에서 신전을 들쑤시고 다닐 정도였다.
“……그냥 하나만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제르칸은 낮게 중얼거리며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왜 나를 피하는 거냐고. 그 대답만 들어도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라피네의 얼굴을 본 순간에는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누군가가 라피네를 꼬드겨 도망간 것도 아니었고, 라피네가 다친 것도 아니었다.
무사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전부 괜찮아졌다.
그런데 저렇게 기절하듯 잠든 라피네를 보니 또 스멀스멀 이상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나랑 대화하기 싫어서 잠든 척하는 건 아니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