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3)
이제는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은 제르칸을 이성으로 느끼고 긴장하는 게 틀림없었다.
‘저렇게 잘생겼으니 어쩔 수 없지…….’
그 외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 거다.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누구나 제르칸의 앞에 서면 이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판단하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할 때였다.
‘……!’
별안간 제르칸이 고개를 숙여 가까이 훅 다가왔다. 꼭 입을 맞출 것처럼.
너무 놀라 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떠는데, 귓속으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짱을 끼워 줬으면 하는데. 괜찮을까?”
이상하게 그 목소리가 너무 은밀하게 느껴져 목과 어깨에 오도도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오늘따라 코끝으로 스며드는 프리지어 향기가 유독 달콤했다.
“예……!”
라피네는 저도 모르게 비장한 충신처럼 대답하며 제르칸의 팔에 팔짱을 끼웠다.
팔과 팔꿈치를 통해 그의 단단한 근육이 느껴져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라피네를 보며 제르칸은 잠시 실망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 미세한 변화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제르칸의 표정 읽기에 일가견이 있는 퍼시가 보았다면 ‘엇, 전하. 뭔가 서운한 일이 있으세요?’ 하고 물었을 만한 얼굴이었다.
제르칸은 바들바들 떨며 팔짱을 끼운 라피네에게 미안해졌다. 이렇게까지 싫어할 걸 알았으면 제안하지 않았을 텐데.
‘나랑은 닿는 것도 싫은 건가.’
솔직히 말해서 어안이 벙벙했다.
어렸을 때의 라피네는 얼굴만 봐도 멀리서부터 팔을 벌리고 쪼르르 달려왔다.
그러고는 ‘안아!’라고 명령조의 눈빛을 보내며 당장 안아 주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틈만 나면 ‘나랑 결혼해야 해.’라고 말하며 대답을 강요했다.
그런데 이제는 닿는 것도 치를 떨 정도라니…….
혹시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다. 자화자찬 같지만 평판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내 외모에 있다는 소리인데…….’
제르칸은 착잡한 마음으로 라피네와 함께 연회가 이루어지는 홀로 향했다.
연회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황자였고, 주최자는 레베카 황비였다.
황제 부부는 참석하지 않고 따로 안토니오 황자에게 선물만 보냈다고 한다.
라피네와 황태자가 팔짱을 낀 채로 함께 입장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
“어머, 저 두 분 지난번 성년식에서도 춤을 추지 않았나요?”
“그러게요. 이번에도 파트너로 함께 참석하다니…….”
“상당히 잘 어울리는데요?”
“라피네 양이 아직 정혼 상대를 정하지 않았다더니 설마…….”
이런저런 추측들이 오갔다.
그러나 라피네는 자신을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온 신경이 제르칸과 맞닿은 팔과, 은은한 향기가 스며드는 코에 쏠려 있었다.
‘이 향기……. 미치겠다.’
어떻게 사람한테 이런 향기가 나냐.
라피네는 침을 꼴깍 삼키며 슬슬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제르칸이 그런 라피네를 위해 술잔을 들어 건넸다.
라피네는 기다렸다는 듯 팔짱을 끼지 않은 손으로 술잔을 받아 홀짝거렸다.
이제 성년이라 자유롭게 어떤 술이든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너무 긴장한 탓에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때, 저 멀리서 함께 참석한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다가왔다.
“두 사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데?”
아드리안이 제국어 책을 읽는 톤으로 어색하게 말했다. 그 말에 바이올렛의 표정은 왈칵 구겨졌다.
“아드리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우리 라피네와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입 다물어.”
“……미안.”
아드리안은 빠르게 사과한 뒤 어색하게 웃었다. 바이올렛은 못마땅하다는 듯 제르칸을 노려보다가 팔짱 낀 두 사람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황태자 전하, 잠깐 저 좀 보시죠.”
바이올렛이 턱짓하자 라피네는 기다렸다는 듯 팔짱을 풀었다.
“다녀오세요.”
그렇게 등 떠밀 듯 손짓하자, 제르칸은 마뜩잖아하는 얼굴로 바이올렛을 따라갔다.
두 사람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라피네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술잔 하나를 더 들어 벌컥 들이마셨다.
“라피네! 너 그렇게 술을 마시면……!”
아드리안은 아차 하며 말리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라피네는 엄마를 닮아 술이 매우 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오빠는 술 같은 거 마시지 마.”
“……그래.”
라피네는 위로하듯 아드리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때, 누군가 라피네의 근처로 다가왔다.
“라피네 양.”
직접 라피네에게 초대장을 보냈던 레베카 황비였다. 라피네는 곧바로 그녀를 보고 무릎을 굽혀 형식적인 예를 표했다.
레베카 황비는 화사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초대해 응해 주어 고맙군. 우리 안토니오 황자가 그대를 꼭 초대하고 싶어 했는데 말이야.”
“영광입니다, 황비 전하.”
“흠……. 그나저나, 황태자의 파트너로 오게 될 줄은 몰랐군.”
왠지 원망하는 듯한 말투에 라피네는 어리둥절했다.
레베카 황비는 라피네의 곁에 선 아드리안을 보더니 양해를 구하듯 말했다.
“잠시 라피네 양과 따로 대화를 하고 싶은데…….”
“물론입니다, 전하.”
라피네가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자 황비는 기다렸다는 듯 한쪽으로 라피네를 데려갔다.
몇몇 귀족들이 가득 있는 곳이었는데, 레베카는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라피네를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인사를 받아 주는 그들은 하나같이 황비와 친밀해 보였다.
‘지금 이 상황, 뭐지?’
왠지 작위적인 느낌에 라피네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레베카 황비는 꼭 며느리를 소개해 주는 시어머니 같은 태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비가 소개해 주는 이 귀족들…… 조금 이상한데.’
라피네는 커다란 돌에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지만,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
레베카 황비가 소개시켜 주는 귀족들은 하나같이 테들러 자작과 적대적인 세력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레베카 황비와 테들러 자작과 사이가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레베카 황비와 테들러 자작 간의 골이 깊다고 판단했지만, 라피네의 생각은 조금 달랐었다.
‘결국 두 사람은 목표가 같잖아.’
안토니오 황자를 황제로 만드는 것.
그런 만큼 결국에는 둘이 힘을 합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레베카 황비와 테들러 자작 사이는 더 좋지 못한 모양이었다.
‘레베카 황비는 테들러 자작과 적대적인 귀족들과 새로운 세력을 만들려는 건가 보네…….’
최근 성물의 일에 바빠 수도의 정치 상황을 살펴보지 못했더니, 금방 이런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사실 라피네 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나만 상대하면 될 적이 둘로 갈라졌으니 말이다. 물론 그만큼 상대의 힘이 약해지겠지만, 워낙 교활한 자들이라 더욱 긴장해야 했다.
그렇게 레베카 황비에게 붙잡혀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
멀리서 두 사람을 발견하고 그대로 달려온 안토니오 황자가 화난 표정으로 황비를 불렀다.
라피네는 형식적으로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안토니오는 그걸 본척만척 대충 대꾸하더니,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레베카 황비를 노려보았다.
‘저놈은 나이가 몇 갠데 엄마한테 투정이냐.’
라피네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차며 안토니오를 비난했다.
레베카 황비 역시 의아한 얼굴이었다.
안토니오 황자는 레베카 황비에게 귓속말로 뭐라 뭐라 속삭이더니 라피네에게 말했다.
“흠, 더 이상 어머니에게 붙잡혀 있을 필요 없다. 차, 차라리 나랑 이야기나 나누지.”
“…….”
라피네는 별로 탐탁지 않았지만, 레베카 황비와 있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토니오 황자는 테라스로 가려다가 멈칫하고 그냥 사람들이 별로 없는 구석으로 라피네를 데려갔다.
지난번에 했던 테라스 이야기가 떠올라 저러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니 상관없었다.
“누구와 파트너로 왔지?”
안토니오는 대뜸 술잔을 내밀며 물었다.
라피네는 이쪽을 쳐다보는 몇몇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보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황태자 전하요.”
“뭐?”
안토니오는 불쾌한 듯 들고 있던 술잔을 쾅 내려놨다.
‘뭐야, 왜 저래?’
라피네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안토니오는 큼큼 헛기침을 했다.
그러더니 부글부글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에도 형님과 춤을 추더니……. 내 생일에까지 파트너로 함께 와?”
그게 뭐 어쨌다고?
라피네는 왜 저러나 싶어 안토니오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안토니오는 홱 고개를 돌렸다.
“……질투심을 유발할 생각이라면 그만둬. 그런 짓거리 하지 않아도 충분히 질투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등골이 싸해졌다.
‘잠깐. 얘 설마…….’
지난번에도 이상하다 여기긴 했지만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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