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5)
최근 그녀는 멀어진 안토니오와의 관계를 좁히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실천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테들러 자작과 안토니오의 사이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그 이야기를 들은 레베카 황비는 크게 비웃었다.
테들러 자작은 제 자식들을 휘두른 것처럼 안토니오에게 무엇이든 강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야만족과의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며 독립심이 생긴 모양인지, 그 뒤로 자작의 말은 사소한 것도 전부 거절했다.
그래서 황비는 안토니오를 자주 찾아가며 예전과 달리 몹시 자애롭고 다정하기만 한 어머니처럼 굴었다.
안토니오의 시종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최근 안토니오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레베카 황비는 빈틈을 파고들어 결국 아들의 고민을 알아냈다.
〈할아버지께서 자꾸 결혼을 강요하십니다.〉
〈결혼을?〉
그 말을 듣자마자 레베카 황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마터면 경악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미친 노인네……. 감히 내 아들의 혼사를 마음대로 결정하려고?’
최대한 침착하게 자세히 묻자, 안토니오는 사실대로 전부 대답했다.
테들러 자작이 들이민 안토니오의 결혼 상대는 전부 자작과 친밀한 귀족들의 자제였다.
‘감히…….’
레베카에게 가장 귀한 재산은 바로 안토니오였다. 황제가 될 아들을 그런 집안과 결혼시킬 뻔했다는 사실에 눈앞이 아찔했다.
절대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
〈제 혼사는 제가 결정하고 싶습니다.〉
안토니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레베카는 애써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어미는 무조건 네 선택을 존중한단다.〉
〈……역시 어머니는 절 이해해 주시는군요.〉
〈그럼, 당연하지……. 네 할아버지는 내게도 뭐든 강요하셨지. 그나저나, 그러면…… 혹시 마음에 둔 여인도 있는 것이니?〉
레베카는 아들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잔뜩 긴장한 상태였지만 티 내지 않았다.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면 일 처리는 쉬웠다.
그 여자와 잘되게 돕는다면, 안토니오는 금방 자신에게 마음을 열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가 혹시라도 귀족이 아닌 평민이거나, 하찮은 몰락 귀족이라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
‘몰래 없애 버리고 아버지 짓으로 위장하면 되겠지.’
순간적으로 방법을 떠올린 레베카는 한층 편안한 표정으로 안토니오를 쳐다봤다.
그렇게 한참 머뭇거리던 안토니오가 내뱉은 이름은 의외의 것이었다.
〈에스턴 공작가의 그 아이 말이냐?〉
레베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아이였다. 그 아이와 얽힌 그날의 사건 때문에 그녀가 수도원으로 쫓겨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필이면 왜…….’
하지만 그때의 악연을 인연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키진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 아이는 아직도 황후와 친밀한 관계이며, 황제에게 신뢰와 애정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더할 나위 없는 집안까지.
‘잘하면 황후의 뒤통수를 칠 수 있겠는걸…….’
버릇이야 나중에 싹 다 고쳐 주면 될 일이다.
레베카는 은밀한 미소를 띠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 어머니만 믿으렴, 안토니오.〉
〈……정말입니까?〉
〈그럼.〉
레베카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그녀를 신뢰하지 않았다.
이미 안토니오에게 레베카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모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안토니오는 그래도 마음은 편해졌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한 안토니오의 마음도 모르고 레베카는 연회 도중 사라진 라피네를 눈으로 찾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돌아간 건 아니겠지?’
만약 라피네가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면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
오늘 연회에서 준비한 계획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레베카는 라피네에게 약을 탄 수면제를 먹일 생각이었다.
안토니오에게도 같은 약을 먹인 뒤, 아침까지 함께 가둬 놓을 예정이었는데…….
비겁하고 천박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테들러 자작이 이 방법으로 레베카를 황비로 만들었으니까.
물론 그것 덕분만은 아니었다. 레베카는 비밀 무기였던 금술 약을 사용했었다.
“라피네 그 아이는? 찾았느냐?”
황비는 라피네를 찾으라 시킨 시종들이 돌아오자 급하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저택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황비 전하……!”
그 말에 황비는 신경질을 내며 시종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젠장……!”
황비는 씩씩거리며 속으로 라피네의 얄미운 얼굴을 떠올렸다.
‘쥐새끼처럼 벌써 사라지다니…….’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다 황비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렇게 된 이상, 셀레스티나 성녀에게 받기로 한 그 약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원래는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그 금술 약으로 황제의 마음을 돌릴 생각이었으나…….
이제 레베카는 황제의 마음을 붙잡을 생각이 없어졌다. 이제 어차피 그녀에게 남자의 사랑 따위는 쓸모가 없었다.
‘차라리 아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어.’
레베카 황비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테들러 자작에게 경고하고 일을 확실하게 처리할 겸. 황제에게 안토니오와 라피네의 결혼을 직접 요청할 생각이었다.
* * *
제르칸과 대화한 이후. 라피네는 연회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라피네는 멍한 상태였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하녀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라피네를 맞이했다.
“아가씨, 왜 벌써 오셨어요?”
“시간이 몇 신데 지금 오셔요? 더 놀다 오시지!”
다들 라피네가 황태자와 더 시간을 보내다 오길 바란 듯 아쉬워했다.
라피네는 애써 웃으며 피곤하다고 변명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침대에 눕자 그제야 몸의 긴장이 풀렸다.
일시 정지에서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온갖 생각이 밀려왔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미치겠다.’
안토니오는 일단 뒷전으로 미루고, 제르칸이 했던 말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반복됐다.
‘생각보다 더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네.’
꼭 어렸을 때의 제르칸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어딘가 텅 빈 듯 쓸쓸한 표정을 지었던 제르칸.
그리고 오늘 제르칸의 모습.
두 모습이 겹쳐 보이며 라피네의 마음을 콕콕 바늘로 찌르듯 자극했다.
‘내가 너무 오버했어.’
게다가 제르칸의 말을 들어 보니, 정말 자신과 결혼할 생각은 아예 없던 모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늘 말했잖아.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결혼 상대는……. 네가 준 리스트 중에 알아보도록 하지. 수고를 덜어 줘서 고맙군.〉
〈그러니 더 이상 날 피할 필요 없어.〉
특히 마지막에 했던 이 말들이 자꾸 마음을 찔렀다.
‘복잡하다…….’
한참 고민하던 라피네는 이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대로라면 잠도 못 잘 것 같았다.
‘그래, 긍정적으로 팩트만 생각하자.’
제르칸은 라피네가 제안한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고, 라피네와 결혼할 마음도 없다고 했다.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은 결혼한다.
그 두 가지 사실이면 충분했다. 모두 바라던 계획대로 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원하던 대로 모두 되었음에도 뭔가 잘못된 것처럼 마음이 찜찜하고 불안했다.
라피네는 결국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내 멀뚱하니 침대에 누워 달만 바라보았다.
* * *
“아가씨, 아가씨!”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든 라피네는 실레인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만 더 잘래…….”
어차피 바쁜 일도 없는데 낮잠을 못 잘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실레인은 포기하지 않고 라피네를 흔들었다.
“아이참, 아가씨! 일어나 보시라니까요!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손님!”
고집스럽게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라피네가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긴장한 표정의 실레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깐. 손님?
“지금이 몇 시인데? 손님이라니, 누가?”
“아직 오전이긴 한데……. 아무튼.”
실레인은 아무도 없음에도 주변을 확인하고 귓속말을 했다.
“그게…… 안토니오 황자 전하가 찾아오셨어요.”
“……뭐야.”
혹시 제르칸이 아닐까 생각하며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라피네는 가슴팍을 벅벅 긁으며 몸을 일으켰다.
안토니…… 안토니오?
대수롭지 않게 ‘왜 왔냐.’ 생각하던 순간. 어제 안토니오가 보여 주었던 의뭉스러운 행동들이 떠올랐다.
‘그 미친놈…….’
어젯밤, 제르칸에 대해 고민하느라 안토니오와 있던 일은 새하얗게 잊어버렸다.
단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어서 미안할 정도였다.
라피네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다가 일단 씻고 옷부터 갈아입기로 했다.
“그나저나, 안토니오 황자님께서 아가씨를 왜 찾아오신 건가요?”
실레인이 은근슬쩍 물었다.
라피네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속으로 대답했다.
‘걔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
끔찍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