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97)
“마수를 직접 본 사람들은 없고, 죽은 사람들만 남았다고 했죠?”
“그래.”
라피네는 궁금했던 것들을 제르칸에게 물어보며 머릿속의 조각을 맞춰 나갔다.
“마수들의 움직임은 얼마나 빠른가요?”
“맹수들 수준으로 빠르긴 하지만, 눈으로 인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야.”
“누군가 인위적으로 마수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을 죽였을 확률은요?”
“불가능해. 마수의 발톱에 의한 상처는 흉내 낼 수 없어. 상처에서 검출된 독성분도 마수의 것과 일치했고.”
“…….”
라피네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균열이 다시 열렸다는 건가?
“라피네, 난 곧바로 출발해야 해. 그러니까…….”
“같이 가요.”
라피네의 말투는 꼭 산책하러 가자는 사람처럼 가벼웠다. 그래서 제르칸은 순간 잘못 들은 거라 판단했다.
“제가 함께 간다고요.”
라피네는 그런 제르칸을 한 방 먹이듯 다시 말했다. 그의 미간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넌 안 돼.”
“왜요? 그럼 혼자 가려고요? 기사들과 함께 가긴 하겠지만, 그러다 정말 균열이 열린 거면요?”
원래라면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 함께 가면 되지만, 두 사람은 한창 결혼 준비로 바쁜 상황이었다. 결혼식까지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제일 정신없는 시기였다.
“함께 가요. 제 정령들이 꽤 도움이 될 테니까.”
“…….”
제르칸은 끝까지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했으나, 라피네는 그보다 더 단호했다.
“안 데려갈 거면 말아요. 그냥 혼자 가면 되니까. 거기서 만나죠, 뭐.”
라피네의 통보에 제르칸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끝까지 라피네를 두고 갔다가, 전처럼 수배령을 내리게 되는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함께 가서 곁에서 지켜주는 게 나았다.
제르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라피네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좋아요, 그럼 아드리안 오라버니와 바이올렛 언니의 결혼식 전까지 돌아오도록 하죠.”
라피네가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짧은 여행이 결정되었다.
* * *
다음 날 오전.
지난밤, 황태자가 라피네와 함께 국경 지대로 떠났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제르칸의 업무 보좌관들은 추리를 시작했다.
“아니, 두 분 신혼 3일째 아니야? 근데 그 위험한 곳에 비전하를 데리고 떠나셨다고?”
“일부러 고생시키려고 데려가신 건 아니겠지? 저절로 떨어져 나가게 하려고?”
“뭘 그렇게 억측을 해. 정령사니까 데려가셨겠지…….”
“그래도, 그분은 전투 경험이 없으시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 여린 분이…… 쯧. 국경까지 가는 험한 길을 버티실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
보좌관들은 하나같이 여린 라피네를 걱정했다.
사실 제국에는 정령사의 힘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령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는 미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고.
학자들은 그들을 조사하고 연구하고 싶어 했으나, 제국은 그들의 접근을 국가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했다.
일부에서는 정령사를 납치하려는 시도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애초에 기사인 터라 정령이 없어도 몹시 강했고, 라피네는 접근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위망이 철저했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의 눈에 라피네는 정령사이긴 하지만 전투 경험이 없는 연약한 영애로 비쳐졌다.
제르칸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3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곰을 타고 숲을 달리는 라피네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 * *
국경 지대 인근, 마수가 발견되었다는 산 중턱.
여기서부터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는 지형이었다.
라피네는 빠른 수색을 위해 말에서 내려 루비를 소환했다.
“히익!”
“저, 저게 뭐야!”
함께 온 기사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거대 곰은 정말 흉측한 외모였다. 사랑스럽게 여겨질 법한 분홍색 털까지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사람을 씹어 삼킬 것 같은 거대한 이빨은 마수보다 더 두껍고 날카로웠다.
일부 기사들은 차라리 마수가 덜 무섭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따로 수색하도록 하죠. 저는 저쪽으로 갈게요.”
라피네가 그렇게 말하며 곰의 등 위에 올라탔다.
제르칸은 잠시 손을 뻗었다 멈칫했다.
혼자 가면 위험하단 말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저 곰과 마주치는 상대가 더 위험할 것 같았다.
쿵쿵쿵.
거대 곰은 라피네를 태운 채 숲속으로 달려갔다.
제르칸은 주변을 수색하기 위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기사들 역시 정신을 차리고 명령을 따라 이동했다.
* * *
“루비야, 냄새로 찾아보는 건 어때?”
라피네의 말에 루비는 시무룩해졌다.
“난 개가 아니다.”
“그렇지만 너도 후각은 예민할 거 아냐.”
“그렇긴 한데……. 마수의 냄새가 어떤지 난 몰라.”
“딱 봐도 더러운 냄새 아니겠어?”
라피네의 재촉에 루비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코끝에 신경을 집중했다.
숲이 주는 향기는 아주 다양했다. 풀잎의 냄새, 흙냄새, 동물의 냄새, 물이 흐르는 계곡의 냄새, 돌에 낀 이끼의 냄새, 야생화의 냄새, 그리고…….
“피 냄새가 난다.”
루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라피네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바짝 몸을 엎드렸다.
도착한 곳은 계곡물이 흐르는 주변이었다.
“……!”
라피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수를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반인반수의 웨어 울프가 떠오르는 외모였다. 새까만 몸은 인간보다 약 1.5배 정도 컸다.
거대한 발톱은 흉기 그 자체였다. 마구잡이로 난 이빨 역시 날카로웠다.
흰자만 보이는 눈을 가진 마수는 동물의 사체 앞에 코를 박고 있었다.
휘익!
잠시 멍했던 라피네는 곧바로 호루라기를 불었다. 누구든 먼저 흔적을 발견하면 이렇게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정말 마수를 마주칠 줄은 몰랐지만.
그 소리에 고개를 든 마수가 수풀 사이로 라피네의 얼굴을 발견했다.
순간 새하얀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변해 깜빡였다. 먹이를 발견하고 흥분했다는 신호였다.
“크르르…….”
마수가 침을 줄줄 흘리며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수풀 사이로 라피네의 아래에 숨어있던 거대한 곰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수의 걸음이 멈칫했다.
몸을 일으켜 라피네를 바닥에 내려놓은 루비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3미터에 육박하는 거대 곰의 움직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마수에게 달려간 루비는 앞발을 들어 올려 아래로 내리쳤다.
퍽!
발톱으로 긁는 게 아니라 꼭 뺨을 때린 것처럼 엄청난 소리가 났다. 바위가 쪼개지면 저런 소리가 날까 싶었다.
“어…….”
라피네는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다.
루비에게 1대 맞은 마수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때마침 신호를 받고 즉시 움직인 제르칸과 기사들이 도착했다.
“라피네, 괜찮?”
멀뚱히 서 있는 라피네는 괜찮냐는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무사했다. 제르칸은 쓰러져 있는 마수를 보고 굳어 버렸다.
진짜 마수였다. 끔찍한 기억의 일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의 정령이 검은 안개를 불러일으키기 직전, 라피네가 제르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전하, 마수는 원래 무리 지어 이동하지 않나요?”
“…….”
상념에서 깨어난 제르칸이 라피네의 눈을 쳐다봤다.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마수의 생김새가 조금 미묘했다. 기억 속의 마수보다 이빨이 더 커다랗고 날카로웠다. 발톱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수의 사체는 최대한 빨리 태워서 없애야 해. 조금이라도 늦으면…….”
제르칸이 사체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잠깐만요. 확인할 게 있어요.”
제르칸이 불을 붙이기 전, 라피네가 손끝으로 마나를 시전해 마수의 사체에 불어 넣었다.
푸른 불꽃이 마수의 몸을 덮더니 이내 무언가와 충돌한 듯 한순간에 번쩍, 하고 사라졌다.
‘……역시.’
라피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녀가 됐다는 듯 고갤 끄덕이자 제르칸은 곧바로 마수의 사체를 불태웠다.
사체가 모두 타 재가 된 이후,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변을 모두 정리한 뒤 산에서 내려왔다.
중턱 아래를 내려갈 즈음엔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라피네, 괜찮아?”
제르칸은 걱정스레 물었다.
아무리 정령이 함께였다고 하지만, 마수를 본 건 처음이니 놀랐을 거라 판단했다.
제르칸의 물음에도 라피네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르칸은 겉옷을 라피네에게 덮어 주었음에도, 그녀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거슬렸다.
“라피네, 라피네?”
아무래도 라피네의 상태가 영 이상했다.
제르칸은 혹시 몰라 걸음을 멈추고 라피네를 붙잡았다. 새하얗게 질린 뺨을 만져 보고, 이마를 짚으며 체온을 확인했다.
혹시 너무 놀라 충격을 받은 건 아닌가?
그러나 그때. 돌연 라피네가 제르칸의 목덜미를 잡고 확 끌어당겼다.
심장이 멈추는 줄만 알았다.
입술이 닿을 거라 생각한 순간, 비에 젖은 라피네의 입술이 뺨을 스쳐 지나가더니 귓가로 닿았다.
쏴아아. 쏟아지는 빗소리 사이로 라피네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제르칸은 숨을 멈춘 채 고개를 숙이고 굳어 버렸다.
라피네가 한 말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마수의 사체에서 신성력이 느껴졌어요.”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 놀라운 사실보다, 라피네의 입술이 뺨을 스쳐 귀에 닿았다는 게 그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말을 마친 라피네가 한걸음 멀리 떨어졌고, 제르칸은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무언가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분명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르칸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만 가득 찼다.
빗물에 젖은 라피네의 입술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