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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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지는 라이먼의 정체
그래?
나는 바사의 말에 서책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서책은 천천히 하강해 탁자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서책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하게 방 안을 서책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달랐다.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마치 전문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과 막 들어온 새내기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지금 공중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서책은 직선 위주의 움직임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군.
“그곳에 강기를 불어 넣을 수 있나?”
“강기?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대륙 최강의 인간이겠지.”
내 말에 바사가 대답을 할 때 책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직 많이 미숙하군. 나는 그에게 책을 탁자에 내려놓으라고 하고, 다시 내가 이기어검의 묘로 책을 움직여 보였다. 확실히 움직임에서 차이가 났다.
나는 책을 탁자 위의 공중에 멈춰두고 강기를 불어 넣었다.
황금빛 강기가 순식간에 책을 뒤덮었다. 책이 황금빛 광체를 내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 이럴 수가······! 저게 가능할 줄이야.”
바사가 가장 놀랐고, 다른 두 명의 놈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대로 서책을 움직여 집안을 한 바퀴 돌게 하고, 다시 탁자 위로 내려놓았다. 강기는 이미 거둬들였다. 웰터를 비롯한 라이먼의 스승인 3명의 노인의 시선이 나와 서책을 번갈아 주시했다.
“태워도 되겠지?”
“어차피······. 이제는 나에게 쓸모 없다.”
화르륵-
나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삼매진화로 태워버렸다. 그는 내가 이렇게 빨리 없애버릴 줄 몰랐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손에서 불을······?”
······그것 때문에 놀란 게 아니었군. 삼매진화 때문에 놀란 거였어. 음양의 기운도 모르는 거 아니야?
이걸로 확실히 알 수 있다. 만약 같은 급수라고 해도 이 책으로 무공을 익힌 라이먼, 바사는 나 보다 확실히 떨어진다. 내공의 세밀한 운용과 내공 자체의 힘이 틀렸다. 이게 내공과 마나의 차이다. 내공은 응축되어 인체에 쌓이고, 마나는 그대로 쌓이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에서 쌓을 수 있게 변형되어. 바사와 라이먼이 하단전에 쌓은 것은 응축된 내공이 아니다. 어찌 보면 내공과 마나의 중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웰터는 예외다. 그는 지하부족에서 자연에 가까운 마나를 70여 년간 쌓았기 때문이다. 주화입마에 걸렸어도 자연의 마나는 웰터의 몸에 계속 축적이 됐다. 이 점이 이상했지만, 그 이상한 점 때문에 웰터의 마나는 내공의 힘과 거의 비등했다. 내공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마나가 더 위력이 좋은 건 사실이니까. 어쨌거나 내공도 인체의 몸에 맞게 변형되어 쌓인 것이다. 아마 자연의 마나가 하나도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인체의 몸에 쌓인다면 최고의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내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일 것이다.
노인들은 내가 말이 없자, 저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들이 그러건 계속 생각을 이었다.
지금 내가 추측하고 있는 게 있는데, 그것이 환골탈태다. 환골탈태는 신체를 보다 완벽하게 구성시켜 준다. 그렇게 되면 지금 자연에 퍼져 있는 마나를 몸에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드래곤은 자연 그대로의 마나를 쌓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오래 살고, 같은 마법을 사용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겠지. 비록 보진 못했지만, 그 정도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내가 비록 드래곤 하트를 흡수 했지만, 이것도 내 몸에 들어오면서 인체에서 쌓을 수 있게 변질, 변형된 상태다.
아무래도 현재로선 환골탈태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생각을 정리 하니, 웰터와 바사의 대화 말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생각에 집중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렇게 지내셨군요···. 저는 스승님이 떠나시고 계속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저 친구들을 만나 지금까지 지내게 된 것이죠. 저 정령사 친구는 집안 대대로 정령을 부리는 집안 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마법사 친구는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
나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들어보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법서는 리자르트 라는 사람이 남긴 것입니다. 리자르트는 고대 마법 왕국의 대마법사였는데, 장두백과 친구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장두백의 무공서를 가지고 있었고, 저 친구는 리자르트의 마법서를 가지고 있었으니, 이것이 어찌 인연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허허허.”
“캭캭캭.”
거참 웃음도 괴팍하군. 그나저나 마법서도 뺏어야겠군. 그런 것들이 세상에 남아 있으면 안 되지. 만약 나 같은 놈이다. 나보다 더 악질인 놈이 그런 것들을 익히면, 이 세상은 종말이 될 것이다. 뭐, 그걸 익힌 놈의 능력에 달렸지만.
“리자르트 폰 하자브. 그의 마법서도 보고 싶군.”
내 말에 마법사 녀석의 눈이 꿈틀 거렸다. 내 말이 많이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도 저 인간의 인상이 거슬린다. 당장에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
“캭캭캭. 나를 놀라게 하는 아이야, 내건 봐서 뭘 하려고 그러느냐?”
마법사 녀석 이름이 뭐였지? 아, 라이먼 젤거였지. 기억력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라이먼 젤거는 한쪽 눈만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쳐다봤다. 모습이 심히 괴팍하다.
나는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왜긴, 나도 그의 마법서로 마법을 익혔거든.”
쾅!
“뭐, 뭣이?! 사실이냐?”
라이먼 젤거는 갑자기 양 손으로 탁자를 치며 경악했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간질병이라도 걸리셨나······. 아니면 마법의 부작용인가.
“사실이니, 지금 내가 8클래스지.”
“그, 그, 그 마법서가 아직도 네게 있느냐?”
저 모습과 저 행동. 게다가 저 말투. 마법서를 원하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어쩌나. 그 마법서는 내가 태워버려서 없는데.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일이 귀찮게 될 수도 있다. 우선 저놈이 왜 저러는 지나 알아보고 생각하며 말해야겠군.
“내가 익혔으니까, 내게 있겠지. 그런데 왜 그러지?”
라이먼 젤거는 희망이 생긴 낯짝으로 말했다. 역시나 그의 말은 떨렸다. 그의 친구들도 라이먼 젤거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지 다소 놀란 표정이다.
“내, 내가 가지고 있는 마법서에는 9클래스 이상부터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8클래스가 끝나는 부분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세상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마법서에 10클래스 까지 수록되어 있다. 후세의 인간이여, 그 마법서를 찾아 다시 마도 왕국을 건설하라.’ 나는 그 마법서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그, 그러니 나에게 마법서를 다오! 나, 나는 마도 왕국을 건설할 것이다!”
허허, 꿈도 크시군. 마도 왕국이라······. 한 마디로 마법사의 왕국을 만들겠다는 거군. 하지만 지금도 그런 곳이 있지 않나? 많이 변질됐겠지만.
“위다브 왕국이 마법 왕국이잖나.”
“나는 내 손으로 마법사들을 통솔해 새로운 마도 왕국을 건설할 것이다!”
거참 큰 꿈이군. 그는 마치 연설가 같았다.
라이먼 젤거의 말에 그 친구들이 놀라며 반응했다.
“자네, 정말인가?”
“정말이고말고! 나는 내 이름을 후세에 남기고 싶네!”
정말 그렇기도 하겠군.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유명해지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아직도 흥분해 있는 라이먼 젤거에게 말했다. 어쨌든 내가 원하는 바는 성취해야지.
“우선 그 마법서를 보고 싶다. 어차피 마법서에 있는 마법은 다 익혔을 텐데.”
라이먼 젤거는 바로 아공간을 열어 마법서를 꺼냈다. 나는 그에게 마법서를 받고 훑어보았다. 마법서는 꽤나 두꺼웠다. 역시 첫 장에는 그의 사적인 말이 담겨 있었다. 나는 마법서를 훑어 봤다. 마법서의 처음에는 마법의 기초에 관한 설명이 있었고, 그 다음은 이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마법이 클래스 별로 나열이 되어 있고, 그 밑에 설명이 있었다. 그 마법에 대한 설명과 그 마법을 사용하는 요령이 자세히 있었다. 글씨는 깨알 같았다.
계속 보다간 눈 먼저 나빠지겠군.
이 마법서는 클래스가 높을수록 수록된 마법이 적어졌다. 내가 익혔던 것도 그랬지만, 이 마법서에 있는 것보다 많은 마법들이 있었다. 그 마법들은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기록되어 있다.
흐음, 그런데 이걸 태워버릴까. 순간 고민이 된다. 흑마법사 녀석에게 이 마법서를 줘서, 그놈이 만드는 마법사 부대의 실력을 키울까? 아니. 그럴 필요도 없겠군. 마법이라는 게 고작 1, 2년만 익혀서 다음 클래스로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착각했군. 고로 이건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화르륵-
나는 마법서를 같은 방법으로 태워버렸다.
“뭐, 뭐하는 짓이냐!”
라이먼 젤거가 경악한 표정을 하며 외쳤다. 하지만 이미 마법서는 재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차피 다 익히지 않았나?”
느긋한 내 말에 라이먼 젤거는 정말 표현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인간의 얼굴에서 저런 표정이 가능하다니, 놀랄 정도다. 눈썹은 위로 솟았고, 미간의 주름은 가득 잡혔다. 눈은 크고, 작았으며, 입술의 양쪽 꼬리가 위, 아래로 각각 향한 모습이다.
갑자기 정령사가 고함을 쳤다.
“이놈! 보자보자 하니까 무례하구나! 어디서 그딴 짓거리냐! 한 인간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걸 태우다니!”
시골 노인 같던 인간이 화를 내니, 사람이 달라 보인다. 머리는 당장에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저놈 이름을 모른다. 그래도 나이는 짐작이 간다. 아마 100세 전후 일 것이다. 우선 바하와 친구라고 하니, 그와 나이가 비슷할 것이고, 경지도 서로 고만고만하고, 얼굴에 쌓인 세월도 비슷했다. 그러니 100세 전후겠지.
나는 느긋하게 말문을 열었다.
“본래 집착을 하면 인간은 항상 제자리다. 그래서 나는 집착을 없애준 것이지.”
물론 다 진실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