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4
0004 / 0753 ———————————————-
계기
베쿠몸 영지를 떠나고 걸은 지가 벌써 4일이 지난 상태다. 가져온 식량도 바닥이 보일 지경이다. 다리와 허리가 아픈 것 보다 식량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나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아저씨는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였다.
“언제 도착해?”
“곧 도착한다.”
“정말이야?”
“그래. 버르장머리 없는 놈아.”
“쳇.”
잭 아저씨도 힘든 걸까? 평소라면 두 말없이 주먹을 들었을 텐데 이번엔 가만히 있다.
한참을 걸었더니 태양이 높이 떠올랐다. 더웠다.
“저 앞이 카프로 숲이지?”
“어? 그런 것 같은데.”
두 아저씨는 눈앞에 있는 숲 지대를 보며 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
“같이 가!”
나도 엉겁결에 걸음을 빨리했다. 하지만 키 큰 두 아저씨를 따라잡기란 무리였다.
“헉헉헉.”
“젊은 놈이 뭘 그리 힘들어하냐?”
“난 젊지 않고 어려.”
“어서 짐 풀어라.”
먼저 도착한 두 아저씨는 이미 짐을 풀고 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심술이 났지만, 어쩔 수 없다.
짊어진 짐을 내려놓고 주저앉자 마다 벌러덩 누웠다.
“으아, 편하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고, 노곤함이 밀려온다.
“오늘 점심은 간단한 죽으로 먹자.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테니까.”
“정말이야?”
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니프가 건성으로 대꾸해줬다.
“어. 할 일 없으면 밥 먹을 준비나 해라.”
“응!”
없던 힘이 생겼다.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다니 힘이 났다. 이제 편하게 쉴 수 있겠지?
짐 속을 뒤져서 그릇을 비롯한 각종 도구를 꺼냈다.
컹!
크르릉!
멈칫.
등골이 오싹했다.
그릇을 들고 있던 손이 딱딱하게 굳었다.
“늑대?”
잭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장감이 어느 정도 가셨다. 고개를 들어 짐승 소리가 난 곳을 살폈다. 시커먼 무언가가 보였다.
“울음을 보니 늑대 같은데…. 일단 불이 없으니 무기라도 들자. 카크.”
“응?”
“넌 불이나 지피고 있어. 그 불로 늑대를 쫓아내게. 짐승은 불을 무서워하는 법이거든.”
잭은 그렇게 말하곤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니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몸이 불편하지만, 여전히 무기를 다루는 솜씨는 좋다고 늘 이야기 했던 두 아저씨다. 그래서 그런지 믿음이 생겼고,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응!”
불을 지피기 위해 주변에서 마른 것들을 분주히 찾기 시작했다.
“저거 그냥 늑대 같진 않은데?”
“…흐음. 카크 비겨봐.”
“어?”
니프는 내가 준비하던 불 지필 도구들을 빼앗고는 재빠르게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컹컹!
크르릉!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는 더 가까워졌다.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니 늑대의 털색이 이상했다. 피를 뒤집어쓴 것처럼 새빨갛다.
“젠장! 다이어 울프야!”
잭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불을 지피는 니프 행동이 더 빨라졌다.
화르륵!
불길이 살아났다.
“후~! 후~!”
바람을 불자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녀석들이 다가온다…….”
잭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난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있었다.
“이거 받아라.”
니프가 내게 준 건 불타고 있는 나무 막대기였다. 니프의 손에서 나랑 비슷한 것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엔 단검이 있었다.
“늑대가 오면 겁먹지 말고 휘둘러라. 그럼 늑대는 겁먹고 공격하지 못할 거야.”
“다이어 울프라면서?”
“그게 그거다. 똑같은 늑대가 맞으니까 상관없어.”
“늑대 중에서 젤 강한데?”
정면으로 향했던 니프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잭이 말해줬냐?”
“응.”
“아무튼 하란대로 해라.”
“알았어.”
“오늘은 고기나 먹자.”
나는 고기를 먹자는 니프의 말을 믿었다.
다이어 울프는 숫자가 많았다. 그런데 10마리는 넘지 않은 것 같았다.
한 마리가 컹컹 짖으며 뛰어들었다. 잭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다이어 울프의 목에 단검을 찔렀다.
컹!
다이어 울프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컹컹컹!
다른 다이어 울프가 짖으며 달려왔다. 잭과 니프는 단검과 횃불을 사용하여 다이어 울프를 상대했다.
어떻게 싸우는 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잭과 니프가 다이어 울프를 차근차근 죽이고 있다.
컹컹!
“으아악!”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커다란 소리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버렸다. 그리고 횃불을 손에서 놓쳤다.
컹컹!
다이어 울프가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털이 정말 새빨갛다.
“옆으로 굴러라!”
갑작스런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몰랐다. 무작정 하란대로 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컹!
나에게 덤벼들던 다이어 울프가 축 늘어졌다. 목에는 단검이 박혀 있었다. 단검을 잡고 있는 손을 따라 시선을 주니 반대쪽 팔이 피로 흥건한 니프가 있는 것이 보였다. 횃불은 어디 갔는지 빈손이었다.
컹컹!
다른 다이어 울프가 달려들었다. 니프는 내 앞을 막아서곤 단검을 휘둘렀다. 그때 측면에서 또 다른 다이어 울프가 내게 달려들었다.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위기에 직면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고 굳어버린다고 했던 잭의 말은 사실이었다. 너무나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그림자가 내 앞에 생겼다. 커다란 등이다.
수정 / 11년 0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