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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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전쟁이 끝나고 이주가 지났다.
카크가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이종족들이 없었다면 우린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겉모습만 다를 뿐 살아 있는 지적 생명체이며, 고유의 개성을 가진 채, 우리와 같은 땅을 밟고서 살고 있는 존재이다.”
카크의 말은 이종족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종족들이 참여한 전쟁과 그들이 이루어낸 일들.
그렇지 않아도 전쟁에 참여 했던 많은 병사들은 이종족들의 고마움과 그 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많이 씻어낼 수 있었다. 사실 그 동안 교류가 너무나 없어서 생겨난 생각들이었기에 직접 경험해서 얻은 사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더욱 컸다.
카크의 발언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적혀져 대륙에 복사본이 나돌기 시작했다.
대륙의 첫 변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세 달이 지났다.
전쟁이 끝난 대륙은 차가운 겨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대륙 곳곳에는 생기가 넘쳤다.
남아 있는 언데드를 소탕하기 위해 적은 수의 병사들과 많은 이종족들이 파견되어진 상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종족들과 많이 어울리고 있었다.
남는 인력은 재건에 투입됐다. 대륙 천지에 널린 시체를 치웠고, 병장기들을 수거했다. 또한 건물을 짓거나 보수를 했다.
용병성은 자재와 식량을 조달하기에 바빴다. 대륙은 용병성에서 오는 자재와 식량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카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모두 카크를 믿었고, 신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대륙은 왕이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귀족은 존재하되 귀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단지 카크를 중심으로 대륙이 돌아가고 있었고, 모든 행정 업무는 용병성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였을까. 어디선가 시작된 발언이 불처럼 번졌다.
“용병성주 카크님이 왕이 돼야 합니다!”
그렇게 퍼진 발언으로 대륙 곳곳에서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카크를 왕으로 추대하는 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곳곳에 다른 사람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현 귀족 가문들 중에서 왕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이미 민심이 등을 돌린 후였다.
한 중년 사내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대륙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자가 누구인가? 누가 앞장서서 언데드와 싸웠나?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카크를 떠올렸고 그의 도움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종족들이 모두 카크를 도와주었고, 그를 믿지 않는가? 그 이종족들의 믿음은 사람들에게 신뢰로 다가왔다. 결국 카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소수 발언은 금세 사라졌고, 대륙은 카크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 무력과 대륙의 전쟁에서 앞장서 적들을 물리친 모습이 대단했다. 그리고 용병성이 가지고 있는 전력도 대단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연신 떠들어댔다. 곧 왕이 생긴다면 그것은 카크가 되어야 한다고. 카크가 되지 않으면 대륙은 다시 위험해 처할 것이라고. 믿음과 앞으로 있을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카크를 거론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말로만 할 뿐이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정작 카크 본인이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반테 가문이 카크를 지지하고 나섰다.
반테 가문은 너무나 유명한 가문이었다. 크림슨 제국이 있었을 당시 유명한 공작가문이었고, 지금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문이 카크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 아래에 숨어 있는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아는 자들은 없었다.
반테 가주는 장두백을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다. 그에게 기가 눌린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반테 가문이 공식적으로 카크를 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지가 나온 지 삼일이 지났다.
마테론 가주와 카크가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다들 바빠 얼굴 보기가 쉽지 않더군요.”
가주와 카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가주가 본론을 꺼냈다.
“카크님을 지지하려고 합니다.”
“저를 높이 봐주시며, 지지를 해주신다니 좀 느낌이 이상하군요.”
카크는 거절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가주가 만면에 웃음을 머금었다.
“지지를 통해 왕이 되는 길에 도움이 되면 만족합니다. 카크님이 왕이 되지 않으면 누가 인간의 왕이 되겠습니까. 그들은 중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안정을 찾아야 하지요. 지금의 대륙 현황은 나쁘지 않으나, 이런 상황이 오래 되면 곳곳에서 여러 움직임이 나올 것입니다. 귀족 가문에서 왕이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반테 가문과 접촉하여 이야기를 끝냈지요.”
카크는 확연히 달라진 마테론 가주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크는 모든 걸 받아들였고,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을 굳이 물을 필요가 없던 게다. 이 덕분에 마테론 가주는 더욱 카크를 마음으로 믿게 되었고, 카크가 풍기는 강한 분위기와 지배력에 역시 대륙을 다스릴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하루가 지났다.
대륙에서 강한 세력 중 하나인 마테론 가문이 카크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혀 아쉬울 것 없는 귀족가문이 용병출신의 한 사내를 왕으로 지지한다는 사실은 전례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기사였다.
전쟁이 끝난 지금 마테론 가문을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그 동안 재건에 많은 도움을 주어 많은 신뢰도 주었다. 무엇보다 현재 왕으로 나설 정도의 세력을 이루고 있는 세력은 귀족 가문들이 유일했는데, 그 가문들 중에서도 마테론, 반테 가문이 전부였다. 이 두 가문이 죄다 카크를 지지하고 나서니, 나머지 가문들도 지지서명을 발표했다.
만약 카크가 정말로 왕이 되었을 때,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카크가 왕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무력과 재력은 충분했고 가장 중요한 민심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카크가 왕이 되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왕을 시킬 기세다.
헝크 가문은 겉으로는 지지를 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헝크 가문의 가주는 아직 왕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위해 일단은 동조했다. 괜히 튀어서 경계를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카크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륙 역사상 다시없을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를 세울 것을 맹세한다. 그 나라에는 대륙의 모든 위대한 인간들이 살게 될 것이다.”
그 선언에 모여 있는 모든 이종족들이 크게 환영하며 각 종족들이 대표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드워프 수장이 말했다.
“핫핫핫! 드워프가 황성을 지어주겠습니다! 웅장함에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입니다! 1년 이내에 완공 될 것입니다!”
뒤이어 엘프 수장이 말했다.
“8클래스 대 마법 방어진을 설치하여 주겠습니다.”
그 밖에 여러 이종족들이 각기 다른 능력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대륙인들은 이종족에게 인정을 받는 카크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위대한 인간에 대한 존경감에서 나온 감정이었다.
“황성이 완공되는 날 대륙에 위대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카크의 선언에 대륙은 환호했고, 실질적으로 대륙을 통일한 업적을 칭송한다. 역사상 유일하게 대륙을 통일한 인간으로 기록이 되는 순간이다.
***
“그워어어어…….”
“왕이라.”
듀메인이 중얼거렸다.
“그럴 줄 알았지.”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카크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강함은 측정할 수 없다.
듀메인이 이를 물고 머릿속의 상념을 털어내며 파흐샤즈를 가볍게 저었다.
정면에 있는 좀비 넷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오다 쓰러졌다. 후드득 떨어지는 언데드의 수급은 그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이제 파흐샤즈의 의지는 하나의 주제로 국한되었다. 듀메인은 억지로 파흐샤즈의 의지를 차단했다.
그러나 완벽한 것이라 아니라 간간히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끄럽군.”
차갑게 내뱉은 듀메인은 제법 기른 자신의 머리를 한 움큼 잡아 손날에 파멸의 기운을 밀집시켜 잘랐다. 뭉텅 잘린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듀메인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왕이? 카크가? 정말?”
“응, 정말이야. 오다 들었어. 그런데 먼은 듣지 못했나 봐? 그런데 왕이 되실 분한테 그게 무슨 말이니?”
먼은 크세나가 라이먼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크세나가 라이먼을 쳐다봤다. 그녀의 손에는 음식물이 들려 있었다.
“아. 미안. 예전에 안면이 있었거든.”
라이먼이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놀라 물었다.
“정말? 왕과 안면이 있었어?”
아직 카크가 왕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비단 그녀 뿐만 아니라 대륙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응, 같이 아카데미도 다녔었고. 그랬지 뭐.”
“와~ 이제 보니 우리 먼……. 대단한데?”
“뭐? 와하하하~!”
그들은 옆에 세워둔 마차로 걸어갔다. 마차 근처에 있는 정령들이 라이먼의 손짓에 사라졌다.
“정령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거 같아. 나도 할 수 있을까?”
“응? 하고 싶어?”
“응, 너무 귀엽고 예뻐! 헤헷.”
크세나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라이먼이 와락 껴안았다.
“꺅!”
“왜 그리 놀래?”
라이먼이 웃으며 그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들은 마차의 마부석에 나란히 앉았다. 마차 안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타고 있었다.
라이먼은 남쪽으로 말을 몰았다. 살 거처를 찾기 위해서다. 이젠 아무도 성검 라이먼을 찾지 않았다. 아니, 교황 세력만 라이먼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아무도 몰랐고, 라이먼 본인도 몰랐다. 라이먼은 좀 쉬고 싶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솔직히 회의감도 들었다.
기껏 차원이동을 했는데, 3년 동안 죽어라 수련을 하고, 그 다음 겨우 몇 년 동안 유명해지다가 그저 알고 지냈던 카크가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결국 왕이 되지 않았는가? 소설을 보면 왕이 되진 못해도 왕을 능가하는 매력과 강함과 명성과 명예로 그곳 세계를 휘어잡지 않았던가. 그리고 드래곤과 만나서 그들과 친구 먹거나 보물을 얻어서 돈 걱정은 없게 살기도 한다. 그것 뿐이랴? 어디 버려진 영지를 얻어서 발전시켜서 왕들 머리 위에서 앞도 내다보고 하던데, 이놈의 대륙에 사는 드래곤들은 딱 한 번만 봤을 뿐이고, 솔직히 너무 강해서 싸울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검을 휘둘렀는데, 마침 드래곤이 사라졌을 뿐이고, 자신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을 뿐이었다. 거기다가 왕들을 정말 만나보니 그 분위기나 기세도 보통이 아니었다.
차원이동을 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징그러운 언데드를 지겹게 베어 넘긴 일이고, 싸울 때 마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던 듀메인과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소설을 보면 차원 이동을 한 사람이 뭐든 최고가 아니던가? 그런데 자신은 뭔가? 영지는 고사하고 가지고 있는 땅도 없다. 교황과 크림슨 제국이 존재했을 당시 황제에게 눈도장도 찍었지만, 갑자기 일어난 전쟁 때문에 예전의 권력자들이 모두 죽고 없어서 지금은 개털이지 않은가. 게다가 인정하기는 싫지만 듀메인에게는 밀렸고, 드래곤에게는 덤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럼 카크? 왕이 될 사람인데 건드려서 좋은 게 없다. 그리고 별 이유도 없이 싸우자고 하면 미친 소리 듣기 딱 좋다.
‘으아악! 가만 생각하니 뭐 제대로 된 게 없잖아?’
라이먼이 비관하고 암울해 하고 있을 때 크세나가 말을 걸어왔다.
“라이먼 무슨 생각해?”
“응? 아니야.”
라이먼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말발굽 소리가 일정하게 들린다.
“치.”
크세나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리자 라이먼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엽다!! 그래, 크세나만 있으면 되지!’
방금까지 했던 생각들이 깨끗하게 지워졌다.
“크세나~!”
라이먼이 그녀를 다시 껴안았다. 크세나가 깜짝 발버둥 쳤지만 그 모습도 귀여울 따름이었다.
“하핫! 누가 왕이 되던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내 옆에 크세나가 있는데!”
라이먼은 앞으로 있을 크세나와의 행복한 생활에 기분 좋게 웃었다.
이제는 좀 쉬면서 간간히 여행이나 하면서 지내고 싶었다.
물론 그게 마음대로 될는지는 모르지만…….
***
전쟁이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난다.
용병성의 최상층에 있는 내 집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용병단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겨울이라 사람들의 모습은 뜸했지만, 날이 좋아도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을 게다. 다들 대륙 재건을 위해 흩어져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 용병성에 남아 있는 자들은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는 몇몇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전부다.
난 뒷짐을 풀고 몸을 돌렸다. 소파에 앉아 있는 벨하가 보였다. 존과 케이프, 흑마법사 녀석들은 한창 재건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게다.
그러고 보니 존이 힘쓰기 싫다고 벨하와 업무를 바꿔달라고 했었다. 물론 흑마법사와 벨하의 눈총으로 무산됐지만.
“이곳은 어떻게 할까?”
“내버려 두거나, 후에 나라가 세워지고 나면 아카데미 부지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최초로 용병을 일통한 용병단의 거처이니, 그 가치는 매우 뛰어납니다.”
“어느 방법으로 처리를 하든 나쁘진 않을 것 같군. 아카데미도 괜찮은데. 어떻게 하든 간에 좋게 처리해.”
“예.”·
난 벨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금 존재하는 귀족가문들이 소유하고 있는 영지를 제외한 대륙의 전 영토를 나에게 귀속시켜.”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수집이 진행 중인 상태라. 1년 이내에 처리가 가능합니다. 헌데 귀족들의 영지는 왜 제외하셨는지?”
“그 가문들에게서는 나중에 받을 생각이다. 돈으로 사던가, 아니면 스스로 헌납을 하게 하던가 해야지. 어느 쪽이든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