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588
0588 / 0753 ———————————————-
엘리우스 교단
“유희를 간다고?”
“그래.”
“나도 같이 가자.”
“그럼 재미없잖아.”
“같이 하자는 게 아니고, 같은 날 가자는 거지.”
“그럼 상관없어.”
두 인간은 하늘에서 까마득한 대륙을 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이 입을 열 때 마다 하얀 입김이 거침없이 나왔다.
둘 다 굉장한 미남들이었다. 인세에 다시없을 두 미남들이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굉장히 이상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마치 날개를 잃은 천사들 같았다. 하나는 파란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가졌고, 다른 하나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빨간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미남이었지만, 외모를 뛰어넘는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빨간 머리카락의 남자는 눈빛이 굉장히 깊어서 한 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고, 파란 머리카락의 남자는 뽀얀 살과 붉은 입술이 굉장히 도발적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언제 갈까?”
“흠. 지금 가지.”
“좋아.”
파란 머리카락의 남자가 유쾌하게 대답하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파란 머리카락의 남자를 보며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데도 그 모습은 너무나 지나친 매력을 담고 있었다.
“급하긴. 나도 가볼까. 정말 오랜만의 유희구나.”
그는 벌써부터 자신이 인간의 마음을 가진 것 같았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아시다시피 축복행사를 앞두고 있어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이오.”
“짐작은 했습니다.”
가주는 눈앞의 교황에게 존칭을 했다.
신분의 차이를 떠나서 교황의 나이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둘이 마주하고 있는 중간에는 탁자가 있었다. 탁자의 규모는 상당해서 두 사람이 누워도 될 정도로 컸다. 그 위에는 다과와 찻잔이 있었는데 둘은 손도 대지 않았다. 가슴의 울림 때문에 다른 걸 신경 쓰지 못할 지경인 탓이다. 그래서 대화도 계속 겉돌고 있었다. 10분이 지났지만, 대화는 진전이 보이지 않고 가슴의 울림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그러나 헝크 가주는 교황보다 여유로웠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이미 파흐샤즈의 구슬을 완전히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반면 교황은 그렇지 않았다. 헝크 가주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라 지금의 괴이한 사태에 불안하기만 할 뿐이었다.
교황은 오늘도 평소와 같이 기도를 했다. 그런데 느닷없는 가슴의 울림에 모로 쓰러졌다.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교황은 그것이 익숙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자신의 안에 있는 무엇과 비슷하다고.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가 가슴을 울리게 하는 그 ‘무엇이’ 기이한 의사를 전달해왔다.
[나의 형제여. 나의 반쪽인 형제를 만나러 왔다.]교황은 혼란스러웠다.
신의 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의 내부에 있는 파흐샤즈의 구슬은 이미 교황의 내부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 구슬은 교황에게 만나라고 그의 무의식으로 계속 의념을 보냈다. 결국 교황은 보좌관을 시켜 ‘형제’를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둘은 대화하기 좋은 장소로 이동해 지금껏 10분 동안, 되도 않는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다.
‘역시 불안해 하고 있군.’
헝크 가주는 먼저 말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모든 것에서 유리한 입장. 자신은 파흐샤즈 구슬에게서 ‘사실의 주입’을 받았다. 반면 교황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느끼셨나요?”
헝크 가주가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교황은 본능적으로 그 말뜻을 알아챘다. 그러나 선뜻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헝크 가주가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제 반쪽이 교황님이란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내부에 있는 기이한 힘. 그것을 교황님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으니 교황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남자가 남자에게 저런 말을 하면 누구나가 동성애자의 발언이라고 생각할 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교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뒤에서 나온 ‘내부에 있는 기이한 힘’ 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래서 헝크 가주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알고 있는 상대를 상대로 대답하지 않는 것은 천하의 바보행위다.
그제야 교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교황이 시인하자 헝크 가주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계획대로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꺼낸 이야기는 과연 카크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주의 짐작대로 교황은 카크를 싫어하고 있었다. 이는 헝크 가주가 짐작으로 세웠던 생각이었다. 가주가 교황이 카크를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파흐샤즈의 구슬 때문이다. 파흐샤즈의 구슬은 본래 두 개가 하나라고 했다. 그런데 두 개로 쪼개져 각각 자신과 교황에게 갔다. 이는 곧 비슷한 성향이라는 것. 그 성향은 파흐샤즈의 구슬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가주는 생각했다.
카크와 듀메인과의 대결에서 파흐샤즈는 구슬을 보냈다. 그 당시의 상황만 해도 파흐샤즈는 카크를 적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 파흐샤즈의 분신이나 다름없는(헝크 가주가 생각하기에는) 파흐샤즈의 구슬을 보냈으니, 그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둘은 자연스레 카크를 싫어하고, 해서 없앤 후에 그 자리를 빼앗고 싶을 것이 당연했다.
이것이 가주의 짐작에 따른 생각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용은 틀렸으나 결론은 맞았다. 결론이 맞았으니 가주의 생각도 결과적으로는 맞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주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교황과 가주는 카크의 몰락이라는 공통분모를 금세 찾아냈다. 누구라도 먼저 할 거 없이 카크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카크라는 인간이 대단히 이기적인 인간이오.”
“맞습니다. 그 인간이 대륙을 좀먹고 있지요.”
그들은 수 시간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럼에도 끝날 줄 몰랐다. 결국 헝크 가주가 말을 끊고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기이한 힘의 정체는 모르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서로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를 느끼려고 노력해보세요. 그럼 제가 느껴질 겁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카크를 이 성스러운 대륙에서 몰아낼 수 있습니다.”
“맞소. 이 성스러운 대륙에서 그를 몰아내야 하오.”
헝크 가주는 보다 쉽게 교황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둘이 같은 성향에다가 헝크 가주가 모든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둘은 합작을 하기로 한다.
“제가 황제가 된다면, 교황께서는 이 대륙에 유일무이한 성국을 세우시는 겁니다. 저는 황제가 된다면 지금의 대제국을 지우고 그 자리에 성국을 세우고, 교황을 성황으로 추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 성황?”
교황이 너무나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 가주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교황이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성국을 세운다면 당연히 그 나라의 주인은 성황이다. 황제는 그 아래다. 일반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황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황의 목표가 바로 정교일치. 즉, 성황이기 때문이었다.
헝크 가주는 교황과의 수 시간에 걸친 대화에서 그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었고, 그것을 미끼로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교황은 너무나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도 몰랐다.
“저는 황제가 되고, 교황께선 성황이 되면 서로에게 좋은 것이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저와 힘을 합해서 카크의 몰락을 이끌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반쪽이기 때문에 힘을 합하면 더 쉽게 카크를 이 성스러운 대륙에서 몰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주신이 함께 합니다.”
교황이 가주의 두 손을 꽉 잡았다.
“주신과 그대가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소? 이 성스러운 대륙에서 그자를 몰아냅시다.”
교황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가주도 손에 힘을 주었다.
그때 교황이 말했다.
“아, 형제에게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소. 아마 형제도 알 것이오.”
“궁금하군요.”
“허허허, 아주 큰 열쇠를 쥐고 있는 자이니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오.”
교황의 자신 있는 어투에 가주는 궁금해 했다.
이 상황에서 큰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하는 건 바로 카크를 상대로 하는 발언이다.
카크를 상대로 큰 열쇠라니 도대체 무엇일까?
가주는 궁금해 했지만 참고 물었다.
“하하, 누군지 궁금하군요.”
“놀라지 마시오. 바로 성녀요.”
“오…….”
가주는 전혀 예상도 못한 인물이 거론되자 놀랐다.
성녀는 굉장히 공신력이 큰 존재다. 비록 교황이 그렇게 만들긴 했지만, 이제 와서는 성녀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예로부터 성녀라는 존재가 주는 인식이 그렇게 만든 게다.
그래서 가주는 뜻밖의 기막힌 수확이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수가 있는 놈은 굴러 넘어져도 금괴가 있는 곳에 넘어진다니, 자신이 꼭 그 짝인 것 같았다.
지금에 있어선 굉장한 힘이 되어줄 존재가 바로 성녀다.
교황과 성녀.
교단 전체라는 말과 같다.
은밀하게 키워놓은 자신의 비밀세력.
이것들이 합하면 굉장한 힘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성녀를 부를 터이니, 둘이 이야기 나누시오. 나는 오늘의 이 즐거운 만남을 위해 기도하러 가겠소.”
가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황에게 인사를 했다.
“저 또한 즐거웠습니다. 주신 엘리우스의 평온과 지혜가 함께 하기를.”
“허허, 고맙소. 주신 엘리우스의 평온이 함께 하기를.”
교황이 하얗고 품위있어 보이는 옷을 펄럭이며 나가자, 가주는 성녀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교황이 죽는 순간까지 모르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교황이 파흐샤즈 구슬의 힘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똑같이 ‘주입’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교황도 가만히 있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가주는 교황에게 자신의 비밀세력을 말해주지 않았고, 교황이 자신처럼 사실을 주입받지 못하도록 다른 정보를 주어 방해를 할 작정이었다.
교황을 또다른 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꼭 죽여서 반쪽의 힘을 얻어야만 하는 먹잇감으로.
파흐샤즈가 더 강한 자와 계약을 하겠다는 일종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있는 가주기에 이런 계획을 짠 것이었다.
그리고 헝크 가주는 어차피 교황의 힘을 흡수할 것이기 때문에 교황에게 성황이라는 질 좋은 미끼를 내건 것이다. 그가 미치지 않고 그런 짓을 할 리 없었다. 그렇게 해야 교황이 가지고 있는 의심을 완전히 버리고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교황의 내부에 있는 나머지 파흐샤즈의 구슬을 흡수하는 것.
가주는 교황의 힘을 흡수하고 나서 듀메인처럼 멍청하게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장에선 듀메인이 대륙을 상대로 벌인 전쟁이 무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듀메인은 최적의 상태에서 일을 벌였다.
병력도 우위였고, 강함에서도 우위였다. 거기다가 병력들의 사기나 보급 모든 면에서 인간을 압도했다. 언데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는 카크였다. 그 때문에 역사상 두 번 다시없을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예약한 전쟁에서 패하게 된 게다.
리치처럼 카크에 대한 것을 아는 것이 아닌 백작은 자신의 계획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도 모르고 계속 한 걸음 한걸음 전진했다.
“성녀께서 드십니다.”
밖에서 들리는 굵직한 중저음의 음성에 가주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문이 열리고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주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은 성녀 바셀이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편안해 보이는 미소는 기이하게도 기분을 좋게 해주고, 몸에 힘이 솟아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가주는 그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성녀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백작 헝크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가주의 소개였지만, 바셀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저 또한 처음 뵙겠어요. 주신 엘리우스님의 축복과 영험하신 교황님의 배려로 과분한 성녀의 자리에 있는 바셀이라고 해요.”
“과연 굉장한 분위기로군요.”
가주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권했다. 성녀가 싱긋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 앉았다. 성녀가 앉아 가주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실제로 성녀는 정면으로 마주하기에는 거북했다.
가주의 파흐샤즈 구슬이 깨어난 탓이다. 이 때문에 교황과 파흐샤즈 구슬의 교화가 늦어지고 마음에만 분노와 증오가 쌓이는 까닭이다.
“백작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성녀가 웃으며 말했는데, 백작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굉장히 거북한 탓이다.
———
화양계곡인가 거기 다녀왔는데 좋더군요.(충북)
물도 깨끗하고, 용추 처럼 물이 차거나 공간이 좁지도 않고 넓어서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묶었는데 3명이서 편하게 잘 수 있는 방이 3만5천원이었습니다.
물가는 비싸지 않았꾸요.
낮에 실컷 계곡에서 수영하고 물장구 치고 물배구 하고 놀다가, 저녁 간단히 먹고 7시에 잠들어서 9시에 일어나, 6명이서 소주 12병 맥주 픽쳐 6병.
전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놀러간 것이라 같이 어울려 신나게 마셨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쉬다왔어요. 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