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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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나무는 극히 드물다
지나가는 듯이 입을 연 현자의 말을 듣고, 전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혼란도 가시며, 여유도 생겼다.
지금도 현자는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나에게 권한 적이 없었다.
의구심이 들었지만, 물어보긴 싫었다.
오늘도 많은 생각을 했는지 피곤하다. 다시 한 숨 자고 난 뒤에 며칠 동안 여기서 지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다음날 일어나 테이블에 앉아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알겠나?”
현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야. 일일이 간섭할 필요가 없네. 그건 그들만의 삶이라네. 각자의 생각이 있듯이 각자의 가치관이 있네. 알겠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방금 현자의 말 때문에 시간이 앞 당겨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간단한 것들이었다.
“식사 하게나.”
현자가 늘 식사를 하던 곳을 보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이 놓여져 있었다.
마지막 대접이라는 건가?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건넸지만,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문을 여는 ‘드륵’ 하는 소음뿐이었다.
현자의 모습이 문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때 음식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인간계에서 생활 할 것이라고. 새 삶을 사는 기분으로 말이다.
의자에 앉아 스푼을 들어 스프를 떠서 마셨다.
그 동안 복잡했던 마음을 녹여주듯 따뜻함이 맴돌았다.
“맛있어.”
그리고 다시 떠 마셨다. 맛있다. 너무나도.
*** *** ***
제국의 7클래스 마스터인 펠로드가 혼자서 생활하는 곳에 5명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황제와 펠로드. 그리고 제국의 3대 기사들이었다.
후작이나 공작을 제외하고 사실상 제국의 힘이자 전부라고 봐도 무방했다.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원탁에서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몇 달이 걸릴 것 같은가?”
분명 의문이 들어간 묻는 말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묻는 것인지 황제는 원탁 위에 놓여진 지도만 주시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마나 축적 법으로 기사를 양성한다면, 적어도 6달 정도 지나야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폐하.”
자연스럽게 마법사 펠로드가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 역시 지도를 향해 있었다.
“그런데 이쪽 카르니안 산맥에서 위다브 왕국의 뒤를 공격하는데 문제는 없는가?”
황제가 지도에 표시된 카르니안 산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통 전쟁이 있기 전에 계획이나 계책은 전쟁 참모들이 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극비에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 빠르게 적의 수도를 공략해 함락, 점령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 모를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이들 다섯만 모인 것이다. 참모 역할로는 펠로드 한명으로도 충분했다.
더군다나 전쟁에 박식한 황제 클레드와 콜린이 있으니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
전쟁 명분은 충분했다. 투입될 전력도 이미 구상이 된 상태다.
지금 하는 건 마지막 안전 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저번에 저희가 갔을 때 오크들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카르니안 산맥에 있던 드래곤은 잠시 다른 곳으로 갔거나 유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폐하.”
스콜이 확신한다는 듯이 말을 했다. 아무래도 카르니안 산맥에서 있었던 오크무리들의 습격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드래곤이 명령을 했다면 절대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도망가면 드래곤에게 죽임을 당한다.
당연히 도망갈 일이 없다.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과 드래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질적으로 틀리다. 그리고 도망 온 자신들만 죽는 게 아니다.
종족(種族) 전멸(全滅).
“콜린 경의 생각은 어떤가?”
스콜의 말을 들은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콜린에게 말했다.
완벽을 기하는 것이다.
“동감입니다. 폐하.”
되었다. 이제 완벽하다. 드래곤은 산맥에 없다. 보통 드래곤이 유희를 즐기면 최소한 100년은 기본이다. 가장 커다란 변수가 사라진 셈이다.
쉽게 말해 그들을 방해하는 자는 없다.
“그럼 되었소. 전쟁 시기가 늦춰진 것 말고는 예정된 그대로. 전쟁은 7개월이 지난 뒤에 하는 것으로 결정하겠소. 다들 갑시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마법사 펠로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가 밖으로 나갈 때 까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3대 기사는 황제를 호위하듯 따라 붙어 걷기 시작했다.
전쟁은 정해졌다.
7개월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