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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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 대륙
“케이프?”
“존?”
나무꾼과 용병이 서로를 마주보고 벙찐 표정을 지었다.
펠든은 둘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와 마부가 아는 사이라는 건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임무는 해야 했다. 여기서 작은 소동이 벌어져야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뭐해?”
존은 대답 없이 마차를 가리켰다.
“자네건가?”
“마부야.”
“으하하하!”
“나무꾼이 웃기는. 하하하~”
존이 정색하며 웃자 케이프가 씩 웃었다. 그의 미소에는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얼마만이지?”
“흐음…….”
존이 턱을 쓰다듬는다. 익숙한 모습이다. 케이프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웃었다.
“그게 무에 중요한가. 이렇게 만난 게 어디야. 안 그런가?”
“그렇지. 그런데 내 소식 못 들었는가?”
존이 내심 기대를 하고 물었다. 그러나 케이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산 속에서 나무만 쓰러트려서 바깥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랑 왕래하는 것도 아니고.”
“후후, 깜짝 놀랄걸? 일단 저놈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산적 놀이 하는 애들 말인가.”
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펠든을 쳐다봤다.
펠든은 너무나 여유 자적한 저들의 행태에 어떻게 끼어들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끼어들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차단막 같은 게 형성되어 공간을 막은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제야 자신을 언급하자 끼어들 수 있게 됐다.
“우리 뒤엔 바이른 백작님이 있소.”
자신의 힘으론 이 상황을 타개하긴 어려울 거 같아 주군의 이름을 팔았다. 그러나 한 명은 세상 소식 모르는 나무꾼이고, 다른 한 명은 용병대장이다. 이런 전쟁 시국에선 백작도 용병대장에겐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가?”
“마차를 넘겨라.”
상대가 순순히 말 대응을 해주니 펠든의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그는 내심 백작이 주는 힘이 대단함을 느끼고 보다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그럼 그냥 돌아가겠다.”
“이거 웃기는 애들이네. 싫다면?”
“너희를 끝까지 쫓을 것이다.”
“쫓아서 어떻게 할 건데.”
“잡아서 그 죄를 물을 것이고, 혈육에게 까지 그 죄의 책임을 묻겠다.”
펠든이 마나를 실어 말했다.
케이프와 존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저 저놈이 어디까지 하나 볼 심상이었다.
“내가 안 잡히면?”
존이 다시 묻자 펠든은 깨달았다.
‘저놈이 날 가지고 장난쳐?’
정체불명의 사내와 친분이 있든 이제는 상관없다. 명색이 기사단장인데 이런 모욕을 받고 참으면 그 명예는 물론 가문에 먹칠을 하게 된다. 하물며 뒤에는 부하들이 지켜보고 있다.
펠든은 가슴에서부터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않고 외쳤다.
“이놈! 끝내 피를 부르는구나! 검을 다오!”
뒤에 있던 부하 중 하나가 품에 숨겨놨던 검을 꺼내들어 펠든에게 주었다.
검을 쥐니 심신이 안정됐다. 정체불명의 사내가 더 이상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검을 던지면 손잡이 까지 바닥에 박히게 할 수 있다.
“녀석들을 포위하라!”
“넷!”
나머지 12명의 부하들이 절도있게 대답하고는 케이프와 존을 포위했다.
“허헛. 이제 다 본 거 같으니 끝내자.”
존이 바닥을 차며 훌쩍 날아갔다. 천천히 도약한 거 같은데 순식간에 펠든의 정면에 도달했다. 깜짝 놀란 펠든이 발검했다. 눈부신 속도였지만 존이 발바닥으로 발검을 막았다. 그리고 다른 발로 그의 턱주가리를 걷어찼다
빠악-
고개가 돌아간 펠든이 눈이 뒤집히고 기절했다.
찰나간에 벌어진 일에 펠든의 부하들이 깜짝 놀라 움찔했다.
존이 펠든의 검을 들어 던졌다.
가볍게 던졌는데 속도는 엄청났다. 검이 가장 앞에 있는 기사의 허벅지를 뚫었다.
“끄아악!”
기사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두 명의 기사는 마차로 향했다. 케이프가 마차로 향하는 귀족에게 다가가자 존이 말했다.
“내비 둬.”
케이프가 어깨를 으쓱하자 존이 다시 도약했다. 단숨에 10미터를 날아서 마차 지붕에 조용히 착지했다. 마차로 오던 기사 2명이 화들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존이 마차에서 뛰어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어깨와 고개를 움직이는 동작만으로 검격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이어 손등으로 검면을 툭툭 쳤다. 검이 단숨에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기사들이 놀란 눈으로 뒤로 물러난다. 상상도 못할 고수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게다.
다시 발을 굴린 존이 그들의 명치를 한 번씩 쓸면서 지나갔다. 기사 둘은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이나 돌고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존이 그런 식으로 남은 10명의 기사들을 상대했다. 그들이 모두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고 쓰러지는데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백작한테 전해. 엄청난 고수가 마부로 있다고.”
기사들이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찌할 수 없는 고수다. 이런 불가항력적인 일에는 목숨을 거는 게 아니다. 보고를 하는 게 최선이다.
기사들이 모두 도망가자 케이프가 칭찬을 한다.
“와우~ 대단한데? 흐름을 모두 깨우친 모양이야.”
“내 몸인데 이 정도는 다뤄야지.”
존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마차로 돌아갔다.
“다 처리했어.”
“고생했어요, 존.”
[여자친구?] [호위 대상이야.]케이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뻗었다. 바닥에 박힌 도끼가 움찔하더니 그의 손으로 쏙 빨려 들어왔다.
“어디까지 가나?”
“쫓아오게?”
“잘됐지. 좋은 기회잖아. 그 동안 적적하던 참이거든. 무엇보다 날씨가 이렇게 좋지 않은가?”
케이프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청명한 하늘이 들어온다.
가슴이 절로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베르나. 내 친구를 만났는데 동행해도 될까?”
“존님 친구 분이라면 환영이에요. 무엇보다 믿을 수 있잖아요.”
“고마워.”
“고맙긴요, 제가 더 고맙죠.”
돌연 마차 문이 덜컥 열렸다. 베르나가 폴짝 뛰어 내렸다.
케이프는 베르나의 모습을 보고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존이 좋아하는 여성상인 게다.
“안녕하세요? 베르나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예의 있는 인사에 케이프도 마주 인사했다.
“무례를 끼쳐 죄송합니다. 케이프라고 합니다.”
케이프의 예법은 고대 왕국에서나 볼법한 행위였다. 베르나는 그걸 깨닫고 놀랐다. 존도 그렇고 친구라는 케이프도 예법이 아주 뛰어났다. 도무지 나무꾼 같지는 않았다.
‘몰락한 귀족인가?’
베르나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잘 부탁드릴게요.”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하핫!”
“호홋, 재밌는 농담이에요.”
베르나는 다시 마차에 올랐고, 존과 케이프는 같이 마부석에 앉았다.
마차는 존의 손짓에 다시 출발했다.
현경의 고수 2명이 나란히 앉아 말을 모는 모습은 결코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
소도시 소페리움은 보석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별명 그대로 보석으로 유명하다.
30년 전만 해도 어느 영지도 속하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는데, 우연히 근처 산에서 광맥이 발견됐다. 그리고 그 광맥은 신비하게도 여러 광물이 존재했다. 이 기이한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마법사를 비롯한 보석 관련 종사자와 학식이 뛰어난 학자와 귀족들이 파견됐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면서 마을이 발전하게 됐다. 영지로 쓰기에는 지리적 요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암석이 많고 토지도 비옥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는 땅이다. 그래서 특수 지역으로 선포하고, 이곳을 백작급 귀족이 관리하게 됐다.
소페리움을 관리하게 된 귀족이 이곳을 발전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고급화 전략이다. 보석에 있어서 대륙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귀족의 판단은 적중했고, 작금에 이르러선 대륙에서 보석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됐다.
이곳 소페리움에는 도시에 걸맞게 여러 보석상들이 있는데, 그 수 만해도 200곳이 넘는다.
“여긴가?”
“네 맞아요. 친구가 여기에서 파는 목걸이를 제일 좋아해요. 다른 가게 보다 섬세하거든요. 저도 마음에 들어서 몇 개 샀어요. 이 팔찌도 여기서 산거에요, 어때요? 예쁘죠?”
베르나도 여자라서 그런지 팔찌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존과 케이프는 그녀의 팔찌를 예의상 봐줬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시선이 간다.
“음. 보통 솜씨가 아닌데.”
“그러게. 현묘하군….”
“그쵸? 이게 눈에 딱 들어왔다니까요? 그래서 바로 샀어요. 어서 들어가요~”
베르나가 그들을 이끌고 [차가운 보석] 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보석상 주인은 하얀 천으로 보석을 닦고 있었다. 무척이나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흠칫 놀란 듯 어깨를 움찔했다. 그건 케이프와 존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뭘 하나 했더니 여기서 보석을 닦고 있었네.”
존이 싱글벙글 웃었다.
보석상 주인이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인상. 그러나 단정한 복장을 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차가운 남성미를 줬다.
“보석 사러 왔나?”
벨하는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어째 늙지도 않아.”
“오랜만이네. 벨하. 허허…….”
이 모습을 보던 베르나는 깜짝 놀랐다.
“아시는 분이에요?”
“맞습니다, 친구지요. 하하하.”
케이프가 크게 웃으며 알려줬다.
“이거 정말 받아도 돼요?”
“물론이지. 내가 주는 선물이야.”
“하지만….”
“괜찮아. 덕분에 내 오랜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너 아니었다면 지금쯤 혼자 지내고 있었겠지.”
존이 기뻐하며 대답한다. 베르나가 아니었다면 이 오랜 동료들을 찾지 못했을 게다. 직접 움직이면 찾을 수도 있었지만,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그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그 동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으로 하나하나 만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보답으로 3개의 보석을 사줬다.
가격은 제법 되지만 귀족가의 영애인 베르나에게는 부담되지 않은 물건이다. 하지만 그걸 준 사람이 용병대장이라 불리는 존이라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베르나는 그래서 선뜻 받지 못했다.
“받으세요. 괜찮습니다, 제 마음도 담겨 있으니까요.”
나무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여유로웠다. 평범한 나무꾼은 아닐 게다. 하긴, 그러니까 용병대장인 존의 친구가 아니겠는가?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별 말씀을.”
존이 히죽 웃었다.
그의 눈에 2층 저택이 들어왔다. 이곳 소페리움을 다스리는 귀족이 사는 곳이다.
베르나는 이곳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다. 이를 위해 하얀 용병대에 의뢰를 했고 존이 오게 된 것이었다. 본래 의뢰내용은 소페리움의 입구까지였지만, 이렇게 저택의 입구까지 같이 와주었다.
“즐거웠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고맙기는, 의뢰였는데.”
그녀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존이 슬쩍 차갑게 튕겼다.
그녀의 들뜬 마음 한 구석이 시리게 아려온다. 그때 존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에 또 봐. 그때는 의뢰가 아닌 만남으로 말이지.”
“…네?”
베르나가 얼떨떨하지만 분명하게 환한 얼굴로 되물었다.
존이 그녀의 두 눈을 직시하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다음에 봐.”
존은 케이프와 보석상으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베르나의 얼굴엔 부푼 희망과 기대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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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하는데도 아이템을 사야되네요?
쨌든 아이템 구매하고 예약 걸어놓았습니다~
오타, 문맥의 어색함 등등은… 다시 보면서 수정하겠습니다
(에필로그1. 대륙) 편은 다음 회로 마감됩니다.
그리고 에필로그2. 무림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