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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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 대륙
존, 케이프, 벨하. 이렇게 셋은 구석진 술집에 자리했다.
서로는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었다. 조급함도 없었고, 크나큰 설레임도 없었다. 그들은 과거 그들이 지냈던 것처럼 부족함 없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뜰 때 까지 계속 됐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벨하가 다르게 화제를 돌렸다.
“마법사 늙은이는 어디에 있나?”
존과 케이프는 모른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벨하가 슬쩍 웃음을 짓는다.
“다들 바빠? 케이프 자네는 나무 그만 찍어도 될 거 같고……. 존. 넌 우리 대장 그만 따라 해도 될 거 같은데? 충분하잖아.”
“어허, 따라하는 거라니? 그분이 가셨던 길을 밟으며, 조금이라도 그분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세.”
“혓바닥이 더 구렁구렁해졌구나.”
“구렁구렁?”
“그런 게 있다. 용병단에 계속 있어야 돼?”
“아니. 갑자기 은퇴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겠구먼~ 용병계에 지각변동이 일겠어. 하하하.”
존이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끼고 짐짓 웃음을 흘린다.
“지금 은퇴해.”
“이렇게 갑자기?”
“그래.”
“은퇴식도 해야지, 이 양반아. 내가 여기에 몸 담은지…….”
“나중에 따로 하면 되지, 지금 가자.”
“어딜?”
존의 의문에 케이프가 일어나며 대답해줬다.
“디워드를 찾으러 가자.”
“하하, 가자!”
존이 힘차게 대답했다. 술값은 벨하가 계산하고 나갔다.
***
대륙의 서쪽과 북쪽의 경계. 그 대각선의 경계에 굵은 산맥이 자리한다.
험하기로 유명한 4개의 산이 꼬불꼬불 이어져 거대한 산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험난한 산로와 깊은 협곡 때문에 인적이 매우 드물어 자연스럽게 몬스터가 군집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
대륙인들은 이곳을 경계산맥이라 불렀는데, 최근 10년 동안 음유시인들의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경계산맥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 있다. 이 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에 레어가 하나 있다. 그 레어 때문에 경계산맥이 음유시인들의 노래에 자주 등장한다.
많은 모험가들이 사람을 꾸려 원정을 다녀갔고, 그들로 인해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로 레어 앞에는 이제는 매우 희귀에서 직접 보는 게 평생의 자랑거리가 될 만한 골렘이 존재했다. 생존자들은 그 사실을 알렸고, 경계산맥은 더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그 안으로 들어간 모험가들은 없었다.
“너무도 강력한 마법진이 설치 돼 있다!”
한 모험가의 생생한 증언에 호승심 강한 몇몇 도전을 했지만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로 도망치듯 레어에서 탈출했을 뿐이다.
그 후로도 많은 이들이 레어로 진입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번번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는 전쟁 중인 나라에서 레어에 전쟁의 양상을 뒤바꿀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비밀리로 탐험대를 꾸려 도전했지만, 역시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최근 3년 동안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고 말았다. 모험가들이 터놓은 길도 다시 수풀이 우거져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흐음…….”
깊은 고뇌. 그 속에 담겨 있는 무게감에 시간도 비껴간다.
그의 한 걸음에 마나가 반응 했고, 그의 작은 손짓에도 마찬가지로 마나가 반응했다. 그의 중얼거림에는 마나가 춤을 추었고, 그가 본격적으로 마나를 움직이면, 대기 중의 마나는 격렬하게, 때로는 수줍은 여인네의 미소처럼 반응했다.
그가 입은 옷은 간편함으로 귀결되지만 꽤나 실용적임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가 걸친 조끼에는 주머니가 6개나 되었는데, 그 안에는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름 모를 식물과 작은 광물조각들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광물조각 하나를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곧 마나에 반응한 광물이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드드득 하고 흔들렸다.
픽, 하는 소리와 함께 광물이 순식간에 가루로 변했다.
작은 바람에 실려 가루가 날아가고 그의 손엔 작은 빛덩이만 남았다.
“흐음, 모르겠군.”
주먹을 쥐자 빛이 팟, 하고 터졌다. 내부가 환하게 빛났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차원에 대한 연구였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골렘.”
그가 낮게 읊조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축이 흔들리며 돌덩이로 이루어진 골렘이 나타났다. 골렘이 움직일 때마다 돌 부스러기와 먼지가 풀풀 날린다.
육중한 몸체가 그 앞으로 다가와 절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산책이나 하자.”
골렘이 팔을 내밀자, 그가 팔을 딛고 올라서 굉장히 익숙한 몸동작으로 순식간에 어깨까지 올라갔다.
밖으로 나오니 제법 눈이 부셨다. 밖으로 얼마 만에 나온 건지 기억이 아련하다. 햇살이 가득한 풀 위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게 풍부했다.
돌연 저 세상으로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이 찾아오긴 했지만 어느 샌가 부터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가볍게 레어 앞에 있는 공터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들어갔다.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가서 거울 앞에 섰다.
중년인이 보인다.
약간은 음침하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그래서 짙은 매력으로 보인다.
디워드는 자신의 눈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눈에서 우주가 보인다. 디워드는 그 우주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세상과 단절한지도 50년이 지났다.
가끔 던전을 찾는답시고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모를 잔챙이들이 있어서 골렘을 만들어 상대해주는 것 말고는 다른 소일거리도 없다.
9클래스의 경지.
세상일은 그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연구하고 연구한다.
고독함은 없으나 진리에 대한 갈망은 꺼질 줄 몰랐다.
가끔 심심하거나 무료할 땐 마법구로 대륙을 살핀다.
마나가 없는 곳은 없다.
마나가 있는 곳이면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 이치를 바탕으로 마나와 마나를 연결하여 대륙 전역을 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개발에 5년이 걸렸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 했다. 대륙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대륙을 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요즘 개발하고 있는 건 소리까지 전달하도록 하는 건데, 이게 쉽지 않았다. 영상과 소리의 전달 시간이 달랐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소리를 영상에 붙여서 제어하게 되면 이상하게 소리가 깨져서 도착하게 된다. 근거리 마나 통신인 마법구의 영상은 쌍방간에 확실한 매개체가 있어서 상관없지만, 대륙 전역을 살피는 것은 대기 중의 마나가 전부다. 매개체로 삼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차원을 연구하면서 소일거리로 하는 짓이라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가벼운 기분 전환인 셈이다.
“오늘은 어딜 볼까.”
디워드가 거울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거울이 물결치며 일렁인다. 순식간에 레어 내부와 디워드를 비추던 거울이 대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울을 몇 번 조작하자 대제국 수도가 보였다. 무슨 일인지 병사들이 잔뜩 집결해 있었다. 그리고 좌우에는 기마부대가 도열했고, 중앙과 후미에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전쟁인가 보구나.”
디워드는 무신경하게 다시 거울을 조작했다.
이젠 눈이 오지 않지만 익숙한 산이다.
어느 산이었는데, 분지가 있는 곳까지 보이도록 거울을 조절했다. 작은 흔적들이 분지 곳곳에 보였다.
자신의 주군이었던 카크와 마지막 이별을 한 장소다. 디워드는 그곳을 한참이나 보더니 다시 거울을 조작했다.
디워드는 그렇게 오랜 시간 거울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레어 근처를 살폈다. 그런데 인적이 발견됐다. 사람의 흔적으로 보이는 특징들이 나타난 게다.
디워드는 그 흔적을 찾으며 거울을 조작했다. 이윽고 인적의 정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저놈들이…?”
3인방이다.
존, 벨하, 케이프.
그놈들은 뭔가 이상한지 주변을 살피고 있다.
“예민한 놈들.”
주변의 마나를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때였다.
존이 손을 들더니 주먹을 꽉 쥐고는 땅을 내리치는 게 아닌가.
화면이 번쩍 하더니 송신이 끊어졌다. 그리고 거울에 금이 가서 깨졌다.
“허….”
디워드가 놀라 입을 벌렸다.
9클래스에 오른 후에는 놀란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놀랐다.
그만큼 존이 보여준 위력은 대단했다. 디워드가 장악하고 있는 마나를 간섭하는 걸 넘어서 아예 끊었다. 이는 존의 마나 장악력이 대단히 높다는 걸 반증한다.
디워드는 오랜만에 손이 근질거렸다.
“저놈들이 여긴 왜 왔을까?”
너무 궁금했다. 차원 연구야 평생을 끌어안고 가야할 문제다. 그러나 저 3인방을 만나는 건 지금 해결해야 했다. 오랜만에 전우를 만난다. 50년도 더 됐다.
디워드가 로브를 걸치고 물을 떠서 허공에 뿌렸다.
물방울들이 서로 뭉치더니 타원형으로 모양이 변했다. 그리고 점차 세상을 반사시켰다. 디워드가 허공에 만들어진 새로운 거울을 통해 모습을 가다듬었다.
“모자가….”
모자를 떠올리자 허공에 모자가 나타났다. 주문 없이 아공간에 있던 모자를 소환한 게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자 영락없는 마법사의 모습이다.
디워드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거울이 다시 물방울로 변해 사방으로 퍼졌다. 이어서 그 물방울들이 깨진 거울 틈새로 속속 들어갔다. 금이 가서 깨진 거울이 흐물흐물 녹아서 찰랑거리는 물이 됐다. 벽에 걸렸지만, 물이 된 거울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이윽고 물들이 팽팽해지더니 다시 세상을 반사시키는 거울로 변해갔다.
“집 지키고 있어라.”
골렘이 느릿하게 손을 들었다.
진정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러 간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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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 거 같네요 ㅎㅎ
다음은 에필로그 무림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