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12)
12화
Chapter 5. 변태인 건 알겠는데
“황녀님 진짜 예쁘시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분은 처음 봐. 물에서 나오실 때 요정인 줄 알았어.”
“실바누스인들은 다 그런가? 체구가 작다는 건 알았지만 실바누스인들이 다 그렇겠어? 실제로 봤잖아. 황녀님이 유독 특별하시지.”
“나 실바누스인들은 작달막하고 유약하다고 생각했는데 편견 이었나 봐. 황녀님 같은 분이 계신데.”
“황녀님을 대하시는 타르칸 전하 봤어? 나 전하께서 그러시는 거 처음 봐!”
궁인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가 담장을 타고 날아들었다.
실바누스 제국에서 온 시녀들은 담장 너머의 소리를 듣고 주먹을 콱 쥐었다.
“버러지 취급 당하던 년이 뭐 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황녀가 여기 와서 주제 파악을 못 할까 걱정되네요.”
“그 더러운 몰골을 봤으면서도 좋다고 하는 게 딱 야만인 수준이야.”
“황녀의 얼굴이 좀 반반하긴 하지만 우리 실바누스에선 그렇게 대단한 미인도 아닌데.”
“맞아요. 뭐,좀 예쁘장하다는 건 인정하는데 그래도 저럴 정도는 절대 아니죠. 굳이 따지자 면 평범…… 에서 아주 살짝 나은 정도?”
“야만국이라 어지간히 미인이 없나 봐요.”
“수준 하고는. 그러니 그딴 백치도 예쁘다고 난리인 거죠.”
시녀들이 허세를 부리며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그 괴물이라던 소문의 남자는 꽤..흠흠, 예상과는 다르더군요.”
시녀들은 타르칸의 모습을 떠 올렸다.
널따란 어깨와 꽉 조여진 등 근육,가뿐하게 아리스티네를 들어 올리던 모습.
솔직히 말해 그 곁에 선 실바누스 기사들이 애송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몸뿐만이 아니었다. 서늘하니 긴 눈매와 쭉 뻗은 콧마루,살짝 얇은 입술과 도드라진 턱 선.
“하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살기 어린 눈빛은 멀찍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위험한 남자.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자신들보다 한참 못한 시궁쥐 황녀의 남편이라니!
“거지 같은 황녀랑 어울리지 않아.”
“맞아요. 차라리 우리가 낫지.”
“어차피 그분도 황녀에게서 곧 흥미를 잃을걸요. 10년도 넘게 혼자서 갇혀 산 여자라고요. 머리가 이상할 게 뻔한데.”
“이것 참,황녀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시녀로서 황녀님의 남편도 잘 모셔야겠군요.”
“성심껏 말이지요,후후.”
시녀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높다랗게 울려 퍼졌다.
그들이 한창 비웃으며 입술을 핥고 있을 때였다.
“영애!”
멀리서 뛰어오는 실바누스 기사 한 명의 모습에 시녀들은 자세를 바로 했다.
“들었습니까?”
기사의 기색이 심상찮았다. 시녀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그 모지리 황녀가 제 주 제도 모르고 돌아다녀 사고라도 친 걸까?
그렇다면 아주 혼풀을 내줄 것 이다.
“무슨 일인가요?”
“황녀가 아이루고 왕과 만났답니다!”
“네?!”
하지만 황녀가 친 사고는 그들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지,지금요?”
“어서 따라가야……”
보필한다는 핑계를 대고 당장 쫓아가야 했다.
그러나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지금 그 괴물 같은 야만인과 단둘이 이야기 중이고요. 주변을 다 물린 상황이라 우리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녀들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설마……”
“별일 없겠지요?”
그 말에 로잘린이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상대는 그 모지리 황녀라고.”
“맞아요. 구경 왔던 왕족들이 왕에게 더러운 여자가 왔다고 일러바쳐서 불려 갔던 거겠지요.”
“그럼 타르칸 전하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도…..”
“황녀 때문에 망신을 톡톡히 당했으니 화를 내고 있는 거겠죠”
그 말에 시녀들의 얼굴에 여유 와 조소가 떠올랐다.
아리스티네가 타르칸에게 미움 받을수록 자신들이 그에게 돋보일 수 있었다.
“후후,전하께서 부디 황녀를 잘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네요. 워낙 부족해야지.”
“그런 여자를 상대하느라 피곤 하실텐데 이따 차라도 우려 드려야겠어요. 우리 황녀님이 신세를 지니 보답해야죠.”
시녀들은 아까보다 더 느긋한 마음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그렸다.
* * *
차를 다 마신 후,타르칸은 직접 아리스티네를 머무를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황녀님!”
방문이 열리고 아리스티네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방 안에 있 던 기사가 소리를 질렀다.
“대체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 다가 이렇게 늦게 들어온 겁니 까! 아이루고에 도착하면 행동을 똑바……
다다다 쏘아붙이던 기사는 아리스티네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
낸 타르칸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타,타르칸 전하……”
기사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 왔다.
그는 그런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한 듯 입을 꾹 다물고 반항적으로 타르칸을 노려봤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타르칸은 기사를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타르칸 전하께선 시,신경 끄시오. 이건 실바누스의 일이오.”
일개 기사가 타국의 왕자한테 할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아리스티네는 저렇게 떨면서도 꿋꿋이 허세를 부릴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게 더 우습다는 걸 모르는 걸까?
“그래,내 신부님의 일이지.”
그렇게 말한 타르칸이 기사에게 다가갔다.
뚜벅,뚜벅.
타르칸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기사는 뒤로 물러나고 싶은 본능을 애써 내리눌렀다.
상대는 무방비한 자세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뿐인데 기묘할 정도로 위압감이 넘쳐흘렀다.
“제 주인에게 이를 드러내는 개는 필요 없어.”
퍼 억!
타르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기사의 얼굴이 획 돌아갔다.
그저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않고 타르칸의 힘을 이기지 못한 기사가 그대로 꼴사납게 바닥에 넘어졌다.
‘아,시원해라.’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의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무신경하게 생각했다.
“무,무슨……”
타르칸은 당황해하는 기사의 머리통을 지그시 밟았다.
“나,나는 대 실바누스 제국의 기사요!”
기사가 발악하듯 외쳤다.
“아,그렇지.”
타르칸의 발에서 힘이 빠졌다. 기사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감히 대 제국의 기사인 나를 건드리다니……. 이 일을 정식으로 항의할 거야.’
기사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나 타르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내 신부님의 개니 처분은 주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군.”
어떻게 할래?
타르칸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깨달았다.
저건 그녀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다 들어주겠다는 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리스티네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살피고 있다.
흥미 혹은 기대.
아리스티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황녀님!”
기사가 호통 치듯 아리스티네를 불렀다. 뭐 하냐는 눈빛이었다.
“빨리 발을 치우라고 하십시오!”
빌어도 모자랄 판에 그는 아리스티네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의 기세는 더 이어 지지 못했다.
타르칸이 기사를 짓밟고 있던 발에 힘을 줬다. 콧대가 뭉개졌 는지 피가 조금 튀었다.
기사는 더 이상 차마 아무 말 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르칸이 무서워서 입을 놀리지 못하는 것일 뿐,아리스티네에 대한 건 여전했다.
그 증거로 머리가 땅에 처박힌 채로도 아리스티네를 향해 눈을 치뜨고 있었다.
그 눈빛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 했다.
‘어서 말리지 않고 뭐 해! 이 멍청한 황녀야!’ — 정도일까.
이 순간에도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뇌가 신기했다.
‘그간 조용히 지낸다고 너무 만만하게 보였나.’
〈그래도 얼굴은 반반하고 몸매도 좋으니 그 맛은 있지.〉
〈점점 더러워지고 있지만 씻겨 놓으면 그만이니까.〉
〈야만적인 괴물 놈에게 시집갈 주제인데 우리 같은 훌륭한 기 사님들이 예뻐해 주면 황송해하 지 않겠어?〉
아이루고로 이동하는 내내 기사들은 아리스티네를 두고 시답 잖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에게 다가 가 그의 팔 위에 손을 얹었다.
놀랐는지 손아래 근육이 꿈틀 거린다.
‘오,단단한데.’
아리스티네는 신기한 기분으로 그의 팔을 바라봤다.
그녀가 타르칸을 말리는 줄 알았는지 기사는 한 풀 마음을 놓은 얼굴이었다.
아리스티네는 그를 향해 생긋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애로운 여신 같았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요.”
아리스티네의 목소리는 노래하 둣 나긋나긋했다.
“일단 밟자.”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자비가 없었다.
착각일까. 타르칸의 얼굴에 유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아리스티네는 의아한 눈으로 타르칸을 바라봤다.
착각이 아니었다.
타르칸은 핫,하고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아리스티네를 향해 말했다.
“내 신부님 뜻대로.”
맹수의 눈 같은 금빛 눈동자가 어둡게 빛나고 나른한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음,남을 밟으며 희열에 떠는 사람이라..’
아리스티네는 은근슬쩍 한 발 짝 타르칸에게서 멀어졌다.
‘역시 변태인가.’
* * *
‘깨끗해졌네.’
아리스티네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바닥을 보며 무심코 생각 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바닥엔 피가 여기저기 흩어져 지저분했다.
‘음,콧대랑 치아 괜찮을까.’
콧대도 부러진 데다가 앞니 두 개가 다 빠져서 장가가기 힘들 것 같았다.
타르칸은 별로 힘도 안 들이고 가볍게 발길질한 것 같은데 기사는 물고기라도 된 것처럼 펄떡펄떡 튀어 올랐다.
그러다 결국 정신을 잃어 감옥으로 이송됐다.
‘그런 놈은 결혼하지 않는 게 인류를 위한 길이니까 잘된 거 지.’
아리스티네는 가뿐하게 기사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타르칸과 동맹을 맺는 것은 아이루고에 와서 할 일 중 첫 번 째 목표로 삼은 것이었다.
아니,갇혀 살았던 만큼 아리스티네 인생의 첫 번째 목표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걸 이뤄 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게다가 그는 정략혼 상대로 꽤 괜찮은 남편인 듯했다.
스콘을 혼자 다 먹어 치운 아리스티네에게 뭐라 하지도 않았다.
‘또 같이 차 마셨으면 좋겠다.’
라즈베리 콤포트도,블루베리 콤포트도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거기에 클로티드 크림을 함께 곁들이니 풍미가 정말 깊어졌다.
다른 잼이 있다면 먹어 보고 싶었다.
다들 그녀더러 죽으러 가는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아리스티네는 정략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황녀님!”
커다란 부름에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들었다.
아까부터 시녀들이 꽥꽥거리며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왜?”
“왜냐니요! 몇 번이나 불렀는 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러면서 “역시 머리가 이상해서……”라고 중얼거렸다.
혼잣말이지만 아리 스 티 네 더러 들으라고 한 말이나 다름없다.
“너는 개가 짖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뜬금없는 아리스티네의 물음에 시녀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당연히 없지요. 왜요,황녀님 은 알아들을 수 있으신가 보죠?”
“10년 넘게 혼자 갇혀 있다 보 면 알아들을 수 있게 되나 봐요.”
“사람이 상대해 주질 않으니 개랑 말을 주고받는 건가요? 하 긴,수준은 비슷할지도.”
시녀들이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음, 그래도 개는 사람 말도 알아듣고 눈치도 잘 봐서 앉으라면 앉고,기다리라면 기다리던데.”
아리스티네가 느릿하게 중얼거 렸다.
“너희는 개만도 못하구나.”
“뭐,뭐라고요?!”
“지금 우리한테 한 말인가요?”
항상 고분고분하던 황녀가 이렇게 말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시녀들의 얼굴이 분노로 새파랗게 굳었다.
“처음엔 어디서 개가 짖나 하고 못 알아들었는데,자꾸 듣다 보니 개도 못 되는 거 같아.”
아리스티네는 나른하게 턱을 괴며 다리를 꼬았다.
시녀들은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스티네가 타르칸과 독대 중이라는 기사의 보고를 듣고 난 후,그들은 궁에 대한 안내를 마저 받았다.
그러던 중 실바누스 기사 하나가 타르칸에게 맞고 감옥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일을 어찌할 거냐며 아리스티네에게 따지려 했는데…….
‘뭔가 이상해.’
아리스티네의 반응이 심상찮았다.
시녀들은 왠지 뒷걸음질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 내며 아리스티네를 노려봤다.
“황제 폐하께서 이 일을 아시면……!”
“알면?”
아리스티네가 후,하고 부드럽 게 웃었다.
그 웃음이 마치 비웃음처럼 느껴져 시녀들의 얼굴이 확 붉어 졌다.
아리스티네는 제국에 있을 때부터 이들의 아래였다.
유폐당한 채 수발들 시중인 한 명조차 갖추지 못했고,제대로 예산도 배정받지 못해 거지처럼 밥을 먹었다.
귀족 영애인 시녀들보다도 훨씬 못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리스티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한 궁내 관리인이 밥이라도 잘 먹을 수 있도록 황제 몰래 예산을 배정해 줬지만, 멍청한 황녀는 그것도 받아먹지 못했다.
시녀들의 가문에서 예산을 가 로챘기 때문이었다.
범죄는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황제 몰래 궁의 예산을 운용한 관리가 죄인이었으니까.
자신의 가문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을 뿐이다.
비록 황제에게 알리지 않고 제 주머니 속에 넣긴 했지만.
그랬던 만큼,이들은 어릴 때 부터 황녀에게 갈 것은 무조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황녀가 누릴 것은 곧 자신이 누릴 것이라고,자신은 못난 황녀보다 더 고귀한 존재라고.
그런데 이젠 하다 하다 저 모지리가 자신들을 비웃다니!
분노에 휩싸인 로잘린이 앞으로 나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황제 폐하의 말씀을 잊은 것 입니까! 지금 이 태도를 알면 뭐라 하시겠습니까! 본분을 잊지 마십시오,황녀!”
아리스티네가 허튼짓하지 않도록 목줄을 쥔 건 시녀들 쪽이었다.
그래야 할 터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목줄을 쥐고 있었다.
“내 본분?”
“잊은 겁니까?”
로잘린이 비죽 비웃음을 지었다.
아리스티네의 역할은 전쟁의 불씨였다. 정확히는一.
“죽는 게 당신의 역할 아닙니 까!”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