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121)
121 화
노크 소리와 함께 “비전하”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리트렌의 목소리였다.
‘준비가 다 됐나 보네.’
아리스티네는 느긋하게 풀어졌던 표정을 바로 했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리트텐과 아세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방책 준비는?”
“비전하의 말씀대로 당장 쓸 수 있도록 준비됐습니다.”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료 파일을 열어 보았다.
리트렌과 일을 하면 이런 게 좋았다.
꼼꼼하고 섬세한 성정 덕에 아리스티네가 한 번 말한 건 다시 물을 필요 없게끔 먼저 보고했다.
“지금 당장 마수 평원에 방책을 설치하러 갈 거야.”
리트렌이 가져온 자료에 마수 평원의 지도가 있었다.
방책을 시범적으로 어디에 설 치하면 좋을지 후보군을 표시해 놓은 지도였다.
아리스티네는 망설임 없이 지도의 한 부분을 짚었다.
“여기에.”
리트텐의 눈에 의문이 스쳤다.
아리스티네가 가리킨 곳은 국경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있는 부분이었는데,단 한 번도 시범 후보지로 논의되지 않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왜인지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전하께서 고르셨다면 다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게 그 의 생각이었다.
“예,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세나는 달랐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위치를 다시금 확인했다.
“비전하! 그곳은……”
“응, 맞아. 대마수의 영역이야”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리트렌도, 물러나 있던 궁인들도 기함해서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하지만 꼭 지금 당장 이곳에 설치해야 해.”
아리스티네가 두 사람을 바라 보았다. 확고하고 단호한 시선이었다.
“……알겠습니다.”
“리트렌!”
리트렌이 고개를 숙이자 아세나가 기겁해서 그를 불렀다.
“고마워. 아세나,위험한 곳에 무리하게 따라오라는 말은 아니야. 궁에 있도록 해.”
아세나는 입을 벌렸다.
그녀는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길드 프렉탈의 안위가 가장 중 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빠져도 좋다는 아리스티네의 말을 들은이상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도 ‘우리는 그런 위험 지역엔 못 가요!’였으니까.
“어차피 구축 법칙이 다 내장 되어 있어서 방책을 설치하는 데 마법사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돌아와서 어땠는지 결과 알려 줄게.”
그런데 왜 아리스티네의 말에 화가 나는 걸까.
심지어 이 일에서 마법사를 배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결과까지 알려 주겠다는데.
아세나는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비전하.”
그러나 이번엔 리트텐이 미간을 찌푸렸다.
“돌아온다니,비전하께서 직접 가시겠다는 뜻입니까?”
“응”
“절대 안 됩니다!”
“안 돼요,비전하!”
리트렌과 궁인들이 동시에 외쳤다.
아리스티네는 자료를 탁,덮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내가 가겠다는데 뭐가 문제지?”
“정말 몰라서 여쭈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대마수의 영역에 들어가는 건 전사분들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가야 해.”
타르칸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알고있는 건 아리스티네뿐이다.
“그래도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이 아리스티네를 향했다.
아리스티네는 시간을 가늠했다.
여기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아리스티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야. 그러니 준비하도록 해.”
이제는 네프테르에게 국경 지 대로 가기 위한 포털 사용을 허가받을 일이 남았다.
* * *
“방책은 봄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네프테르의 반문에 아리스티네는 미소 지었다.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어 보여서요. 전사들이 평원 안쪽으로 들어가며 마수들을 소탕하고 있으니 오히려 외곽인 국경 지역은 안전하고요.”
네프테르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아리스티네를 바라보았다.
‘분명 말하지 않는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피식 웃었다.
‘속아 넘어가 줄까.’
또 어떤 식으로 자신을 놀라게 할지 궁금하고 또 기대됐다.
실제로 아리스티네는 네프테르가 깜짝 놀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문제는 놀라다 못해 뒤로 넘어갈 계획이었다는 거지.
만약 방책을 대마수의 영역에 설치할 것이며,아리스티네가 직접 그곳에 발을 들일 거라는 사 실을 알았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티네가 가져온 자료의 시범 후보군은 전부 무난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네프테르는 설마 대마수의 영역으로 갈 거라곤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알겠다. 네 뜻대로 해 보거라. 아무리 그래도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으니 국경 수비대 병력 중 에 따로 차출해서 호위로 데려 가도록 해라. 내 그쪽에 연락을 넣어 놓을 테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부왕 폐하.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아리스티네는 깊게 고개를 숙 인 뒤, 네프테르가 잡을 새도 없이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네프테르는 그 뒷모습을 조금 섭섭하게 바라보았다.
‘다과라도 들고 갈 것이지’
뭐가 그렇게 바쁜지 며늘아기는 차 한 모금 입에 담지 않고 나갔다.
* * *
아리스티네는 궁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포털로 향했다.
“꼭 오늘 가야 하시나요? 내일 날이 밝고 출발하시지요. 그쪽은 벌써 어두울 텐데.”
“내일은 늦어.”
단호한 말에 궁인들이 시무룩 해서 입을 다물었다.
아리스티네는 그들을 힐끔 돌 아보곤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너희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강행하는 거야.”
“비전하……”
“비전하께서 저희의 마음을 알 아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저희는 비전하의 결정을 무조 건적으로 따릅니다.”
아리스티네는 결국 피식 웃으 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루고에 무사히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남편인 타르칸이 꽤 괜찮은 파트너인 것도 있지만,주변의 궁인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는 게 가장 클 것이다.
회랑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탁 트인 장소가 나타났다.
유백색 대리석과 푸른빛이 도는 커다란 포털석. 동그란 원형 바닥에 은가루와 황금 가루로 아로새겨진 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성한 기분이 들었다.
황족에게는 익숙할 모습이었으나 아리스티네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비전하.”
미리 와 있던 리트렌과 대장장이들이 아리스티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평소와 달리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모두 본인들이 직접 만든 무구인 듯했다.
“위험 지역에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은데.”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가 아니면 누가 비전하와 함께한다고!”
대장장인들이 소리를 높여 외쳤다.
아리스티네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복은 실바누스가 아니라 아이루고에 있었나 보다.
“포털을 작동시키겠습니다.”
포털 수호자가 아리스티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 위로 올라갔다.
포털이 작동하고 눈을 한 번 깜박이면 국경 지대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자,잠깐만요!”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랑 쪽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타나는 사람이 없었다.
‘뭐지?’
이윽고 한 박자 늦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세나를 비롯한 마법사들이었다.
포털에 도착한 그들은 헉헉,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손으로 짚었다.
몇몇은 아예 땅에 주저 앉기까지 했다.
“마,마법사를 뛰게 하시다니, 허억,진짜……”
아세나가 헐떡이는 와중에 투덜 거렸다.
“아세나?”
“진짜로 저희를 두고 가실 생각이셨냐고요.”
“그야 위험하니까..”
“마법사의 탐구욕을 얕보지 마세요. 그 어떤 위험 지역이라도 연구를 위해선 갈 수 있다구요.”
아세나가 당당하게 말했다.
“아까는 무서운 건 싫다고 하 지 않았습니까.”
“시끄러워!”
다른 마법사의 말에 아세나가 빽 소리를 질렀다.
큼큼,몇 번 헛기침한 그녀가 아리스티네를 향해 말했다.
“비록 체력은 이 지경이지만 혹시 마수와 조우했을 때 제 마법은 꽤 쓸 만할 거예요.”
나름대로 단단히 대비한 것인지 마법사들은 평소와 다른 로 브를 걸치고 있었다.
“고마워,다들.”
“위험 수당은 챙겨 주세요.”
“물론이지.”
아리스티네가 씩 웃었다.
“그럼 이제 진짜로 포털을 작동시킴니다!”
포털 수호자의 말에 사람들은 진 위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궁인들이 아리스티네에게 외쳤다.
“비전하,무사히 돌아오세요!”
“혹시 타르칸 전하를 만나 함께 돌아오실 수도 있으니 저희가 침대를一.”
이어지는 말은 눈앞을 하얗게 태우는 빛에 먹혀 들리지 않았다.
눈을 감는 것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것을 음소거한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곧 물이 밀려오듯 소음이 고막을 두드렸다.
바람이 부는 소리,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낙엽이 뒹구는 소 리.
완전한 침묵을 경험했기에 그런 작은 소리조차 커다랗게 들 렸다.
아리스티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 앞에 부복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영주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숙였다.
“비전하를 뵙습니다. 아비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리스티네가 포털 진에서 내 려와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부복한 자세 그대로 조심히 손을 내밀었다.
“부디.”
아리스티네가 그의 손 위에 손 을 얹자 영주가 조심스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영광입니다,비전하. 저는 아비크의 영주 탈리스탄입니다.”
“반가워요, 탈리스탄 백작.”
탈리스탄 백작은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으로 명망과 권력이 높은 자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극진히 대하는 게 의외였다.
“비전하를 실제로 뵈니 타르칸 전하께서 왜 그리 귀애하시는지 알겠군요.”
탈리스탄 백작이 활짝 웃었다.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이렇게 웃으니 순식간에 친근한 얼굴이 되었다.
아리스티네는 마주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마수 평원과 맞닿은 곳인 만큼 타르칸과 전사들에 대한 호감이 왕도보다도 더 높 은 듯했다.
이들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 아리스티네의 입장에서는 좋은 징조였다.
“갑작스러운 방문인데도 이렇 게 극진히 맞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연한 말씀을요. 저희에게 도움을 주러 찾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더 호의적인 데에는 국경 지대에 연락을 넣은 네프테르의 영향도 있는 듯했다.
‘고마워요, 부왕 폐하.’
아리스티네는 속으로 네프테르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손을 거뒀다.
“일어나세요, 백작. 본래라면 함께 식사를 해야겠지만 제가 많이 바뽑니다. 실례를 용서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탈리스탄 백작이 웃었다.
“폐하께서 비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할 거라 하시더군요. 자신과 차 한 잔도 안 마실 정도로 바빠 보였다고.”
아리스티네는 하하,어색한 미 소를 지었다.
“일이 있으시다면 그게 우선이지요. 아비크는 항상 실용적으로 움직입니다. 비전하께서 제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란 오해는 하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실용적이라는 말대로 직설적인 말이었다.
“그것 참 멋진 원칙이네요.”
“마수들과의 경계에 있으니까요.”
탈리스탄 백작이 미소 지으며 아리스티네를 에스코트했다.
걸음을 옮기며 그가 물었다.
“바로 평원에 나가 보실 생각입니까?”
“네.”
짧은 대답에 독수리 같은 탈리스탄 백작의 시선이 아리스티네를 향했다.
“늦은 시각이라고 말려도 듣지 않으시겠군요.”
“밤이 더 위험한 건 알아요. 하지만 빨리 움직여야 해요. 성 벽과 가까운 곳부터 전사들이 정리를 했을 테니 그렇게 무리는 아니에요.”
“그건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탈리스탄 백작이 걸음을 멈추 고 아리스티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저도 병력을 내드려야 하는 입장이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은 곧 대답에 따라 병력 을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 이다.
국경 수비대의 지원을 받을 것 을 생각해 아리스티네는 따로 황궁에서 병력을 끌고 오지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선 그 편이 좋았으니까.
그러나 그건 다시 말해,탈리스탄 백작이 아비크의 병력을 내주지 않으면 아무런 무력 없 이 마수 평원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리스티네는 잠시 침묵한 채 탈리스탄 백작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대마수의 영역.”
* * *
“통신은?”
“아직입니다.”
타르칸의 물음에 자칼렌이 침통하게 고개를 숙였다.
타르칸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한다.”
“예,알겠습니다!”
자칼렌은 혹시라도 다른 사단에 문제가 생겨 합류하지 못할 경우 닥칠 위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타르칸은 그걸 알면서도 강행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칼렌은 잘 알았다.
‘전략대로라면 각 사단은 비교 적 가까운 곳에 포진해 있어. 우리가 가장 먼저 격돌을 하면 모두 그걸 보고 합류하도록 하겠 지.’
그 누구도 합류하지 않을 경우는 벼락 맞을 확률보다 적었다.
‘누가 일부러 개입한 게 아니라면 말이지.’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
정략혼으로 인해 외교 관계는 전에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상태였다.
타르칸과 왕후가 적대 중이긴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겨울을 대비해 마수의 수를 줄이는 중요한 일이다.
같은 아이루고인이 방해할 리는 없다.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테니까.
‘그래,원정은 순조로워. 이대로라면 정말 금방 다시 왕도로돌아가겠어.’
왜 이렇게 빨리빨리 마수를 처리하는지 그 이유는 확실했다.
자칼렌은 타르칸이 매일매일 혼자 아내의 사진을 보고 쓰다듬는다는 것을 알았다.
뽀뽀는 덤이었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