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그때였다.
“타르칸 전하!”
문이 벌컥 열리는 것과 동시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나왔습니다! 허가가 나왔어요!”
그 말에 타르칸은 물론이고 궁인들 역시 반색했다.
“이제 거리낄 건 없군.”
타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망할 납치범의 손아귀에서 내 아내를 구하러 가 볼까.”
* * *
아리스티네는 배 속에서 파동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고 제 배를 감쌌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파동은 아니었다.
다만 평소의 파동보다는 좀 더 깊은 파동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알려 주려는 것 처럼.
“우리 아기도 아빠가 올 거라는 걸 알아서 그러니?”
타르칸이 곁으로 오겠다고 했으니 정말 곧 올 것이다.
아리스티네는 미소지으며 납 작한 배를 쓰다듬었다.
아기라고 계속 부르는 것보다 태명을 지어주고 싶은데,타르칸과 함께 짓고 싶어서 미루는 중이었다.
“아빠가 오면 같이 예쁜 태명을 지어 줄게”
배 속 아기에게 말을 걸던 아리스티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배를 쓰다듬다가 고개를 들던 그녀의 눈에 물그릇의 물이 요동치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라우넬리안이 손수 그녀의 땀을 닦아 줄 때 썼던 물그릇이었다.
아리스티네는 배를 한 번 바라 보다가 다시 물그릇을 바라보았다.
명백한 제왕안의 발현이었다.
흔들리는 수면이 가라앉고,그 곳엔 그렇게나 보고싶어 했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칸……!’
아리스티네의 얼굴이 반가움에 활짝 폈다.
“아빠야. 우리 아기가 이거 알려 주려고 그랬니?”
그녀가 배를 쓸며 속삭였다.
타르칸의 주변으로 화려한 천 장화와 비취로 만든 기둥이 보였다.
실바누스 황궁에 있는 회랑 중 하나였다.
“네 아빠가 정말로 곧 오나 봐.”
황궁이 아니라 라우넬리안의 저택으로 와야하는데 아리스티네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 황궁으로 간 모양이었다.
보통 타국으로 시집간 황녀가 친정에 들르면 황궁에서 묵으니 타르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을 한 거였다.
“연락해서 바로 이쪽으로 오라고 알려 줘야겠다. 괜히 황제한테 잡힐 필요는 없지.”
타국의 왕자이자 황제의 사위로서 제국을 방문했으니 황제를 먼저 알현하는 게 순서이긴 했다.
하지만 라우넬리안도 네프테르보다 아리스티네를 먼저 찾지 않았던가.
‘내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부왕께 가려던 발걸음을 급히 내 쪽으로 튼 거긴 했지만.’
아리스티네는 지금 제도에서 저와 황제 사이에 도는 소문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황제가 아리스티네를 황궁에서 내쫓은 거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암살당할 뻔한 것을 피해 라우넬리안이 보호 중이라는 말까지.
누구의 작품인지는 분명했다.
‘우리 오라버니도 참 대단하단 말이야.’
라우넬리안은 복잡한 일을 임신한 동생에게 알리기 싫어했지만,그렇다고 완전히 숨길 순 없었다.
아리스티네는 가끔씩 주워들은 몇 가지 말로 대강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충분히 알아챘다.
‘그 소문을 이용하면 칸이 황제를 보지 않고 그냥 바로 이쪽으로 와도 별문제 없을 수 있어.’
아니,오히려 황제에게 좋지 않은 이 분위기에 힘을 실어 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오랜 만에 보는 남편을 감상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무뚝뚝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평소엔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옆에서 안내인이 뭐라 말을 했지만 타르칸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내 아내는?”이라는 말 만 반복하고 있었다.
“어휴,네 아빠가 저렇게 엄마를 보고 싶어 한다니까.”
아리스티네가 아기에게 자랑했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어?”
수면을 지켜보던 아리스티네의 얼굴이 굳었다.
[아…….]회랑을 지나다가 타르칸과 부딪친 영애가 탄식을 홀렸다.
타르칸은 반사적으로 제 품으로 쓰러지는 여자를 붙잡았다.
탐스럽게 웨이브 진 금발이 허 공에서 부드럽게 유영했다.
꿀을 바른 것처럼 빛나는,아름다운 금발이었다.
천천히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사르락 흘러내리며,봄을 깨우는 새순처럼 맑은 연둣빛 눈동자가 타르칸을 올려 다보았다.
[어머나,죄송해요.]여자가 타르칸에게 사과했다. 타르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제가 붙잡은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타르칸이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수면이 흔들렸다.
다시 잠잠해진 수면은 더 이상 타르칸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수면을 내려다보 고 있는 아리스티네의 얼굴만 반사할 뿐.
아리스티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레타나시아……”
이복 여동생의 이름이 숨결을 타고 흩어졌다.
오랜만에 부르는 이름이라서 그런지,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혀끝에서 그 이름이 꺼끌 거렸다.
참 여전했다.
유순한 눈매와 사슴같이 커다란 눈망울.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 디귀한 존재로 자라난 황녀답게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모습이 었다.
‘나와는 다르게.’
그때였다.
수면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수면 거울에 새로운 무언가가 비칠 조짐이었다.
* * *
“황제가 타르칸 놈…… 아니, 왕자에게 포털 이용 허가를 내렸다고.”
라우넬리안이 책상을 노크하듯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그렇겠지.”
라우넬리안이 급작스럽게 아이루고를 방문하겠다는 말에도 네프테르는 빠르게 허가를 내주었다.
그런데 실바누스에서 타르칸의 방문을 거절하면 당연히 외교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아이루고를 방심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때까지 우호 관계인 척 연기하고 있는 황제로 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황제의 동향은?”
“아직 잠잠합니다. 왜 황녀님을 모시고 왔는지를 계속 조사할
라우넬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타르칸 놈… 아니,왕자가 방문한다는 것만으로 리네가 임신했다는 걸 바로 떠올리긴 힘들겠지.”
특히 시기가 그랬다.
타르칸이 마수 평원에 나가 있을 때 임신할 리가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뭐,아이루고 쪽을 조사하면 그 신문을 보게 되겠지만.’
‘그 신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라우넬리안의 이마에 혈관이 솟
“최대한 황제의 눈을 우리 쪽으로 돌리는 게 좋겠어. 더 화려하게 가자고.”
그 말에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실 황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아리스티네가 아니라 라우넬리안의 동향이었다.
괘씸죄로 북부에 보낸 아들이 장성해서 돌아왔다.
그것도 강대한 힘과 엄청난 세력을 얻은 채.
‘권능’이 되지 못하는 염동력 따위라고 우습게 봤는데 무슨 일을 겪은 건지 그 힘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해졌다.
황제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리스티네에 대한 조 사도 아리스티네 자체가 아니라, 그녀를 데려온 라우넬리안이 무 슨 짓을 저지를지에 초점이 맞 춰졌다.
그래서 아이루고 쪽보다는 라 우넬리안의 저택의 동향을 살피 기 위해 대다수의 인력을 투입 하고 있고.
‘뭐,아이루고의 국왕 폐하께 부탁해 정보를 최대한 차단해 달라고 했던 것도 있고 말이지.’
어쨌거나 황제의 시야를 최대 한 이쪽에 붙잡아 두는 게 그나 마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솔직히 라우넬리안은 아리스티네의 임신 사실을 황제로부터
완벽히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아리스티네의 병환을 핑 계로 타르칸 놈…… 아니,왕자 를 불러서 세력을 확고히 하려 한다는 분위기로 가자고.”
국민들이 지금 아이루고와의 평화를 환영하는 만큼 아이루고 와 관계가 좋은 황족을 더 따르 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다 이제 타르칸은 아이루고 왕위 계승 서열 1위나 다름 없는 상황.
그리고 타르칸 개인의 무력만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에 그가 이끄는 전사들까지 합치면…….
“당연히 그런 계산을 할 테니 황제의 눈을 리네에게서 돌리기엔 충분하지.”
아리스티네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 귀환한 게 아니라,사실상 타르칸과 라우넬리안이 동맹을 맺기 위해 아리스티네를 징검다리로 쓴 것이라고.
타르칸이 실바누스에 오는 건 어디까지나 라우넬리안의 세력 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액션일것이다.
“황제의 눈이 돌아가기엔 충분 하겠군요.”
어떻게든 라우넬리안의 행보를 막는 것에 집중하게 될 터였다.
부관은 감탄하다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의욕을 다른 때에도 보 이시면 좋을 텐데요.”
뜬금없는 말에 라우넬리안의 시선이 부관을 향했다.
“황자님께선 정말 머리가 비상 하신데 황녀님 관련해서만 그 머리를 쓰시니 말입니다.”
그 말에 라우넬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내가 왜 다른 일에 신경을 써 야 하는데?”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 이었다.
“내가 황제의 목을 치려는 것도 내 동생 괴롭혀서 그러는 건 데? 거기에 내 동생이 편히 살려면 더더욱 없는 게 좋으니까.”
부관은 입을 살짝 벌렸다가 다 물었다.
라우넬리안이 이런 식으로 말 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언행에 놀라기에는 그간 겪어 온 일들이 많았다.
대신 그는 라우넬리안의 말을 받아들이며-물론 이해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일을 시키기 위 해 회유했다.
“황제의 목을 치기 위해서는 따라오는 다른 일들이 있지 않습니까. 황녀님께 관련된 것 외에도요.”
“응.”
그래서 뭐,라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우넬리안의 얼굴을 보니 부관은 자신의 혈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리 며 물었다.
“그럼 그쪽 일도 신경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가 왜?”
부관은 순식간에 치솟는 혈압에 결국 아찔함을 느꼈다.
이 황자 놈…… 아니,님은 지금껏 자신이 한 말을 대체 어떻 게 들은 것인가.
“그런 자잘한 문제는 내가 딱 히 신경 안 써도 너희가 알아서 잘 하잖아.”
“자잘한 문제라니요. 그게 자잘한 문제입니까!”
결국 참다 못한 부관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라우넬리안의 대답은 태평했다.
“내 동생이랑 직접적으로 관련 된 일 아니면 자잘한 거지.”
“허……”
“나는 내 동생 신경 쓰기도 바 빠서.”
부관은 라우넬리안을 존경했다.
그는 그 척박한 북부에서 라우넬리안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전 부 다 지켜보았다.
스스로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위험에 몸을 던지던 모습.
그러나 이딴 정신 나간 소리를 할 때면 ‘이 제국엔 미래는 없다!’라고 외치고 망명 신청이라도 하고 싶었다.
“네가 못 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신경 좀 써 보겠는데 그런 건 네가 잘 처리하니까.”
그러다가도 이렇게 능력을 인정해 주고 믿고 있다는 말을 하 면 또 가슴이 충만해지는 것이다.
“황자님……”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저 말 어디가 믿고 있다는 말이냐고 했겠지만,무릇 사람은 꿈을 꾸 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알아들었으면 타르칸 놈… 아니, 왕자가 오는 일은 그렇게 작업 치자고.”
“예.”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타르칸 놈…… 아니,왕자가 와 서 우리 리네 귀찮게 굴 게 뻔한데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야. 내 동생 돌봐 주는 건 나로 충 분한데.”
“아니,제발 그 정신으로 다른 일 좀……. 아니,아닙니다.”
부관은 말하다 포기했다.
라우넬리안에겐 너무 과한 요구였다.
“내 동생은 순하고 착해서 타르칸 놈…… 아니, 왕자가 귀찮게 굴어도 차갑게 내치지 못할 거야.”
“그냥 편하신 대로 말씀하시죠. 아까부터 자꾸 그렇게 티 나게 바꾸지 마시고.”
“아,티 많이 났어?”
라우넬리안이 웃었다.
감히 내 소중한 동생을 임신시 켜 놓고 곁도 못 지킨 놈이 이제라도 온다니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동생 수발을 독차지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물론 그나마 낫다는 것도 마이 너스 천 점에서 겨우 플러스 일이 된 느낌이었다.
그때,집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라우넬리안이 화색이 된 얼굴로 다급히 일어났다.
이런 식으로 노크를 하는 사람 은 단 한 명뿐이었다.
부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새 여동생 노크 습관까지 기 억해서 이리 유난을 떠는 사람 은 자신의 상관이 유일할 것이다.
라우넬리안은 문가로 다가가며 염력으로 부드럽게 문을 열었다.
“우리 리네,좀 더 쉬지 않고 왜 나왔어? 어디 불편해? 다리 주물러 줄까? 붓기 전에 먼저 주무르는 게 좋대.”
그런데 아리스티네의 얼굴이 평소보다 심각했다.
“칸이 실바누스로 올 거예요.”
“아,아까 너와 통신할 때 이쪽으로 오겠다고 말했다고 했지.”
“……칸은 제가 황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바로 그쪽으로 갈 거예요.”
두 번째로 발현되었던 제왕안 까지 다 본 후,아리스티네는 바로 타르칸에게 통신을 넣었다.
하지만 이미 출발한 것인지 연 락이 닿지 않았다.
“제가 황궁에 가야겠어요.”
아리스티네의 말에 라우넬리안이 기함했다.
“무슨 소리니, 그게! 차라리 바로 이쪽으로 올 수 있게 내가 사람을 보내마.”
“아뇨, 제가 직접 갈래요.”
제왕안으로 본 장면이 자꾸 생 각나 도저히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절대 안 돼. 그러다 황제에게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하면……”
“아직 티도 안 나잖아요. 크리세아 꽃 덕분에 몸도 안정되었고.”
“입덧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잖니.”
“괜찮아요. 우리 아기가 지금은 괜찮대요.”
아리스티네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라우넬리안은 그 말에 할 말을 잊었다.
애 엄마가 애가 괜찮다고 한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임신은 독신인 그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사실 제왕안으로 괜찮다는 것을 본 것이지만.’
타르칸의 모습을 본 것에 이어 발현된 제왕안.
그때 아리스티네는 가까운 미래에 있는 황제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그렇다면 오늘 들키진 않는다는 말이다.
연달아 타르칸과 황제의 모습을 본 게 참 기묘했다.
마치 아리스티네더러 타르칸에게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지 않은가.
‘엄마가 아빠 데려올게.’
아리스티네는 배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