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와 피부 에 달라붙는 공기가 달라졌다.
그와 동시에 감은 눈 안으로 파고들 정도로 밝은 빛이 서서 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리스티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얼핏 사람들이 포털 앞에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궁인들인가? 아니면 전사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리를 비 운 주인을 마중 나온 듯했다.
빛이 완전히 사그라드는 것과 동시에 아리스티네의 시계에 마중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보인 것은…….
“부왕 폐하?”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폐하께서 왜 여기 계셔?
아리스티네는 물론 그녀의 뒤에 도열해 있던 궁인들 역시 의 아한 눈으로 네프테르를 바라보 았다.
심지어 네프테르의 아들인 타르칸마저도.
타르칸이 원정을 나가 수많은 승전고를 울리고 돌아올 때조차 네프테르가 몸소 마중 나온 적은 없었다.
아들을 총애하며 환대했지만,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와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네프테르는…….
“리네.”
한달음에 다가온 네프테르가 친아들을 제치고 며늘아기의 손을 꼭 잡았다.
“얼마나 고생이 심했느냐.”
“부왕 폐하.”
아리스티네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곧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아이루고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래, 몸은 좀 어떠냐.”
“이제 괜찮습니다. 아이도,저도 건강해요.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래,네가 아주 큰 잘못을 했다.”
네프테르가 짐짓 엄한 말투로 아리스티네를 꾸짖었다.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수그렸다.
급작스럽게 쓰러진 산모가 실 바누스로 이동했으니 그간 얼마나 신경이 쓰였겠는가.
아리스티네의 배 속의 아이는아이루고 왕의 혈손이기도 했다.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상황에 서 이렇게 멀리 떠나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다니.”
‘응?’
어째 네프테르의 말이 생각했 던 것과 달라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들었다.
“금방 회복하고 돌아을 줄 알 았다. 너무 오래 걸렸지 않느냐.”
왠지 네프테르의 강인한 얼굴이 조금 삐진 것 같아 보였다.
“정신을 차렸다는 소식은 들리 는데 이 부왕에게 연락도 안 하고 말이야.”
아니,삐진 것 같아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삐진 얼굴이었다.
“타르칸 저놈은 치사하게 저 혼자 따라가고. 나는 왕이라 그렇게 쉽게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데.”
튀르쿠아즈빛 눈동자가 괘씸하다는 듯 타르칸을 노려보았다.
타르칸은 황당해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저 사람이 평생을 보아 온 자신의 아버지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수에게 당하셨나? 정신 지배형 마수인가?’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지만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이루고의 지배자가 마수에게 세뇌를 당하다니.
이건 비단 아이루고만이 아니라,대륙의 안보를 뒤흔드는 엄 청난 일이었다.
“부왕 폐하.”
타르칸이 진지하게 네프테르를 불렀다.
네프테르가 ‘왜 인마,이 치사한 놈아. 너 혼자 가니까 좋냐?’ 하는 눈으로 타르칸을 바라보았다.
“혹시 최근에 마수와 접촉이 있으셨습니까.”
뜬금없는 타르칸의 질문에 네프테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냐. 궁에 갇혀 정무나 봐야 하는데 마수와 마주칠 일이 무어 있겠어.”
“지금 부왕 폐하의 행동은 정 상적이지 않…… 아니, 이상합니다. 혹시 말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눈을 두 번 깜빡一.”
“이놈이 아비를 놀리고 있어!”
타르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깨달은 네프테르가 커다랗게 호통을 쳤다.
“……정말 괜찮으시군요.”
화내는 네프테르를 보고 타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이……”
네프테르는 타르칸을 노려보다 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 아들인데 누굴 탓하겠는가. 제 자신을 탓해야지.
아리스티네는 두 부자가 아웅 다응하는 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부왕 폐하께 제 건강이 회복 되었다는 보고가 들어갔다는 말을 들어서 직접 연락드릴 생각을 못 했어요. 죄송해요.”
“그래,미안할 만하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다음부터는 꼭 연락하도록 하거라.”
“네,꼭 그럴게요.”
“물론 가장 좋은 건 다른 데 가지 않고 계속 궁에 있는 거지만.”
장난스럽게 덧붙인 네프테르가 아리스티네를 향해 눈을 찡긋해 보였다.
“어떠냐,저놈 궁보다 내 궁이 훨씬 더 좋은데 임신 기간 동안 내 궁에서 머무는 건.”
“네?”
대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내 궁이 훨씬 넓고 좋아. 왕자궁과 왕의 궁은 비교도 할 수 없다. 임신했으면 좋은 데서 지내야지.”
“하하,부왕께서도 참……”
왕의 농담에 아리스티네가 쿡 쿡 웃었다.
“그래,리네 네가 정원과 게임 룸을 마음에 들어 했지. 다 너에게 주마. 정원에 다른 사람의 출입은 막고一.”
“부왕 폐하.”
단단한 목소리가 네프테르의 말을 끊었다.
타르칸이 패륜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쿠,네 남편 무서워서 그 말은 취소해야겠다.”
네프테르가 픽 웃으며 장난스레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리네,네가 원하면 언제든 궁을 내어 줄 수 있으니 말하렴.”
그러면서도 아리스티네의 귓가 에 속닥거렸다.
타르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다 들릴 정도의 크기였다.
타르칸이 아리스티네를 꽉 끌어안았다.
“제 아내입니다.”
“누가 뭐라니? 그리고 이참에 확실하게 해 두자면 내 며늘아기인 게 먼저였다. 내 며느리로 오기로 하고,내가 내 아들들 중에서 너를 고른 거야.”
타르칸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아리스티네를 끌어안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할 말은 많으나 패륜을 저지를 순 없으니 참는다.
네프테르는 놀리는 맛이 있는 아들 부부를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타르칸은 무뚝뚝하고 딱딱하고 매사에 반응이 없는 게 인간미가 없었는데 아리스티네와 만나고 이렇게 달라졌다.
‘그래,다 우리 며늘아기 덕이지.’
메스 사업으로 아이루고는 야만의 나라라는 오명을 씻었다.
심부전으로 죽을 뻔했던 네프테르는 지금도 건강히 살아 있다.
거기다가 보고를 받아 보니 방책 사업마저 성공적이었다.
방책으로 마수 평원에 안전로를 만들면 그건 곧 무역로가 될 것이다.
‘그저 실바누스 황가의 핏줄이라는 것 하나로 타르칸 녀석의 정치적 약점만 보완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거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타르칸을 승계 구도 1위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이 모든 것이 네프테르의 마음 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아리스티네는 왕이 예뻐할 수밖에 없는 기재였다.
‘그러나 그리하지 않았어도 나 는 너를 내 가족으로서 아끼고 사랑했을 거다.’
네프테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아리스티네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각하지 못했다.
변한 것에는 여러 상황이나 타 르칸뿐만이 아니라,네프테르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부왕께서 농을 하신 것뿐이잖아.”
아리스티네스가 자신을 꽉 끌어안고 있는 타르칸의 가슴을 토닥여달랬다.
이제 네프테르의 환대(?)도,농담도 일단락된 것같으니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옮기려고 했다.
“잠깐!”
“폐하?”
네프테르가 발걸음을 막아서 아리스티네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몸을 아껴야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흩몸도 아닌데.”
“네?”
아리스티네는 물구나무를 서거 나 앞구르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냥 걸으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네프테르의 태도는 단 호했다.
그가 눈짓하자 매끄럽고 우아 한 빛을 내는 새하얀 의자가 대령되었다.
아니,의자라고 하기엔 낮고 앞뒤로 대가 길게 나 있는 것이–.
아리스티네는 황당한 눈으로 가마를 바라보았다.
“자,타거라.”
“네에……?”
네프테르가 씨익 웃으며 당당 히 말했다.
“우리 며느리가 땅을 밟게 할 순 없지.”
아리스티네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 * *
“아주 소문이 대단해요.”
파엘라미엔이 유리온실 속에 들어오며 말했다.
한층 추워진 날씨 탓에 그녀의 귀와 콧잔등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훈훈한 온기가 감도는 유리온실 속에서 바삭바삭한 치킨을 먹는 중이었다.
“너무하네. 왔는데 알은척도 안 해 주고.”
“그 소문 이야기만 안 했어도 반갑게 맞았을 텐데요.”
아리스티네의 대꾸에 파엘라미엔이 씨익 웃었다.
“왜,좋잖아요. 아주 난리가 났는데. 가마를 타고 다닌다고.”
아리스티네는 손가락을 쪽,빨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창피해요.”
그 말에 파엘라미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아생전 아리스티네의 입에서 창피하다는 말을 들을 줄은 상 상도 못 했다.
남편이 마음에 드는 이유가 침대를 잘 부숴서 그렇다고 말한 사람 아니던가.
파엘라미엔의 시선을 느낀 아리스티네가 작게 변명했다.
“진짜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 잖아요. 방에서 마차 타러 나가는데 누가 가마를 타요.”
고작해야 30걸음도 걷지 않을 거리에도 가마를 탔다. 거부할 수 없었다.
왕명 이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왕의 칙령이었다.
아리스티네가 땅을 밟게 하지 말라는,왕의 하교.
그게 신문에 난 순간,아리스 티네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실바누스로 돌아갈까
아이루고 왕가가 왕손이 귀한 것도 아닌데 이런 듣도 보도 못 한 과보호를 하는 이유를 모르 겠다.
“음,나였어도 좀 많이 창피했 을 것 같으니까……”
파엘라미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인이 치킨을 덜어 그녀의 접 시에 놓아 주어서 파엘라미엔은 포크로 치킨을 집었다.
앞에서 사람이 계속 먹고 있고, 자기 앞에 놓이기까지 했으니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근데 왜 닭튀김을……. 다과를 하자고 들었는데.’
닭튀김은 하층민의 음식이었다.
누린내와 기름 전 내를 좋아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지금 앞에서 풍기는 냄새 는 식욕을 자극할 만큼 고소했다.
하지만 그래도 닭튀김은 닭튀김이 아닌가.
‘입덧이 심하다더니 입맛이 변했나?’
그렇게 생각하며 파엘라미엔은 포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아리스티네와 동맹을 맺으러 온 상태에서 내온 음식을 거절 하는 건 다른 의사로 읽힐 수 있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딱 한 입 만 대고 말 생각이었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치킨 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파엘라미엔의 눈이 왕 방울만 해졌다.
“이거,이게 뭐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누린내나 그런 게 전혀 느껴지 지 않고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미뢰를 자극했다.
머릿속에서 성가가 울려 퍼졌다.
아리스티네가 만족스럽게 고개 를 끄덕였다. 역시 치킨은 먹여야 한다.
“맛있죠? 남편이 만들었어요.”
“타르칸이요?!”
파엘라미엔의 눈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 찢어질까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타르칸이…… 이걸……’
파엘라미엔은 앞치마를 두른 동생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눈을질끈 감았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타르칸을 아는 모든 사람이 그 렇게 생각할 것이다.
파엘라미엔은 생각을 멈추고 본론을 꺼냈다. 화제를 돌려야 했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비전하께서는 소문이 창피하다고 하지만,그 덕분에 왕후 쪽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어요.”
당연했다.
무려 네프테르가 친히 포털까지 마중 나온 것으로 부족해 아 리스티네에게 왕의 궁으로 들어 오라고 했다.
파엘라미엔은 일전에 왕후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왕의 궁 정원을 내준다고? 그 건 곧 타르칸에게 선위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으냐!〉
〈그,그냥 농을 하신 거겠지요. 설마…….〉
〈폐하께서 뼈 없는 농을 던지실 분이더냐. 왕의 궁을 주겠다는 건 곧 그 궁의 주인이 되라 는 뜻.〉
비약이 아니라 보통 그런 의미로 쓰였기에 왕후를 달래던 파엘라미엔은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뭐? 땅을 밟게 하지 말라는 하교를 내려?〉
왕후가 거친 콧김을 뿜었다.
〈내가 폐하의 장자인 하미르를 회임했을 때도,다른 후궁들이 회임했을 때도 그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았어.〉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대체 뭐가 다르난 말이다! 그 딴 말도 안 되는 명을 내린 의도는 분명해.〉
왕후의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아리스티네 왕자비의 배 속에 든 아이를 왕태손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지!〉
그 말과 동시에 왕후의 손에 있던 찻잔이 깨어져 나갔다.
파엘라미엔은 몸을 낮춰 왕후 에게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왕후 폐하,이 상황에서 저를 따로 부르신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그 말에 왕후의 입꼬리가 올라 갔다.
〈그래,난 너의 그 영민한 점 이 마음에 들어.〉
왕후가 파엘라미엔의 턱을 잡 아 들어 올리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왕후의 속삭임을 들은 파엘라미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왕후는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 며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회상을 마친 파엘라미엔은 진지한 눈으로 아리스티네를 바라 보았다.
“일전에 제게 생각해 볼 시간을 주신 것을 기억하십니까.”
“네,그사이 많은 일이 있어서 답을 듣는 게 조금 늦었네요.”
아리스티네의 말에 파엘라미엔 이 똑바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는 비전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말에 아리스티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걸 믿을 수 있을까?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