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마르텐은 천천히 아리스티네에게 다가갔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가까이 다가가도 겹겹이 가린 사람들 때문에 아리스티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제길,이래 봬도 난 왕자라고!’
당연히 물러나 길을 터 줘야 하는데 귀족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 틈으로 언뜻 보였다가 사라지는 아리스티네의 얼굴을 보며 마르텐은 입맛을 다셨다.
살포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오늘은 더 예뻐 보였다.
‘나 유혹하려고 저러는 거지.’
하지만 이내 아리스티네의 옆에 단단히 자리 잡고있는 타르칸의 모습에 마르텐의 얼굴이 구겨졌다.
‘우선 저놈부터 떼어 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아리스티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즐거워 일어나기 싫지만,조금 피곤하네요.”
그 한마디에 사람들이 걱정하며 아주 난리가 났다.
“잠시 휴게실에서 쉬고 오면 괜찮을 거예요.”
아리스티네는 웃으며 사람들의 염려를 물렸다.
‘좋아,휴게실로 가는군. 일이 더 쉬워졌는데?’
아리스티네를 따로 유인할 생 각이었던 마르텐은 속으로 쾌재 를 불렀다.
‘하지만 타르칸 놈을 어떻게 떼어 내느냐가 문제인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마치 그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리스티네가 말했다.
“칸, 나 대신 자리를 지켜 줘. 그럴 수 있지?”
당연히 아리스티네와 함께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타르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여긴 걱정 말고 푹 쉬고 와.”
타르칸이 아리스티네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아리스티네는 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마르텐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거리를 둔 채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가녀린 뒷모습을 보며 마르텐은 입술을 할았다.
살랑살랑 아리스티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긴 드레스 자락이 꼬리처럼 흔들렸다.
‘뭐야. 저 혼자서 휴게실로 가다니. 역시 나를 유혹하는 거 야?’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은 운 이 좋은 것을 넘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해 준 것만 같았다.
‘신께서 이 마르텐을 돕는 거지.’
궁인들이 아리스티네를 모시고 있었으나 그들을 빼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곧 아리스티네는 그녀를 위해 마련된 단독 휴게실에 도착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르텐 왕자님.”
한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다른 남자는 딱 봐도 술에 절어 사는 질 나쁜 부류의 사내였다.
마르텐이 거리에 나가 술을 진탕 퍼마시며 도박하고 여자들을 희롱할 때 알게 된 사내였다.
“그래,오늘 작전은 잘 알고 있겠지. 실수는 없어야 할 것이야.”
“어이구,당연합죠. 이런 일은 또 제 전공이 아니겠습니까. 헤 헤!”
두 손을 비비며 마르텐에게 비굴하게 웃은 사내가 슬쩍 운을 떼었다.
“저,그런데…… 크흠,이 일이 끝나면 약속하신 건……”
“네놈이 평생 술독에서 헤엄치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줄 테니 염려치 말아라. 사가에서는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나는 이 나라의 왕자가 아니냐. 그 정도 돈은 썩어 넘치도록 많아.”
“핍에서 볼 때부터 아주 귀티가 좔좔 흐르는 게,저는 예사 분이 아니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요!”
물론 왕자일 줄은 몰랐다.
돈 많은 귀족 도련님이 왔나 싶어서 돈줄로 삼으려고 접근했지.
‘그런데 아주 대어를 낚았어!’
귀족을 보고 물주로 삼으려고 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자였다.
술에 전 사내의 뇌에는 이번 일에 협력한 후 주어질 달콤한 보상만 있었지,다른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마르텐이 이 사내를 고른 이유이기도 했다.
‘무덤에 금화를 넣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마르텐은 비릿하게 웃으며 휴 게실 문을 바라보았다.
가장 좋은 휴게실인 만큼,주 인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이 복도에는 다른 휴게실이 없었다.
따라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마르텐은 몸을 숨길 필요 없이 수하들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휴게실 문 앞에 시종이 대기 중이긴 했지만…….
마르텐과 눈이 마주친 시종들이 그를 보고 고개를 꾸벅였다.
‘왕후 폐하의 입김이 닿은 자들이지.’
완벽하다.
‘좋아,그러면 궁인들을 빼내 볼까.’
그렇게 생각하는데,문이 살짝 열리는 게 보였다.
마르텐과 사내들은 빠르게 몸을 숨겼다.
아리스티네를 모시던 궁인들이 휴게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리스티네는 휴식할 때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좋아한다더니 궁인들을 모두 물린 모양이었다.
아리스티네는 홀로 남아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누워 있는 것이다.
‘이거 정말로 나를 유혹하는 거 아냐?’
마르텐은 아리스티네의 새하얀 목선을 떠올렸다.
갸름한 턱 선과 붉은 입술,커다랗고 깊은 눈,가날픈 어깨와 한 줌밖에 안 되어 보이는 가느다란 허리.
저절로 입 안이 말라 왔다.
실바누스의 여자를 안는 것은 분명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실바누스의 여자보다도 아리스티네는 특별했다.
마르텐 평생에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었다.
‘꽃은 꺾으라고 있는 것이지.’
자신이야말로 그 특별한 꽃을 꺾을 자격이 충분했다.
‘그래,나보고 오라고 하는 거야. 날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탁한 욕망에 마르텐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너희는 조금 이따 들어와.”
“예?”
“내가 먼저 왕자비와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 조금 후에 내가 말하면 들어오라고.”
어차피 최종적으로 사내와 사진을 찍히면 된다.
“예,예……”
누가 봐도 이야기를 나누러 가는 얼굴이 아니었지만,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텐은 성급한 발걸음으로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휴게실은 따뜻한 빛의 조명으 로 편안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며 져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그 빛을 받으며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현실이 아닌 곳에 있는 것처럼 홀로 빛나는 모습에 마르텐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내와 묘한 사진을 찍히게 하는 게 원래 마르텐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온 이상 조금 더 진도를 나가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곧 있으면 제 손에 떨어질 여자였다.
조금 더 일찍 아주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려도….
오색찬란하게 반짝이는 은발과 진주처럼 빛나는 피부를 본 마르텐이 조금씩 조금씩 아리스티 네에게 다가갔다.
피로한지 아리스티네는 깊게 잠든 듯했다.
마르텐이 오른손으로 소파 등 받이를 짚고 무게를 실었다.
최고급 소파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의 몸이 기울었다.
왼손이 아리스티네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폭신한 입술을 꾹 눌렀다.
그리고 그의 고개가 더 숙여지는 순간一.
“거기까지.”
칼날처럼 날 선 목소리가 마르텐의 목덜미 위로 떨어져 내렸다.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살기가 담긴 목소리였지만, 마르텐은 거기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 아래에 시퍼렇게 날이 선 진짜 검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고개를 숙였다가는 그대로 목이 베였을 것이다.
지척까지 드리운 죽음의 위기에 마르텐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일어서.”
그가 생각을 가다듬을 시간도 주지 않고 검의 주인이 명령했다.
목 아래 있는 검이 위로 올라 와서 마르텐은 베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숙였던 몸을 바로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보니 검날이 조금 멀어지고 시야가 넓어지며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타르칸이 제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함정이었나!’
몸속에서 피가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비전하,괜찮소?”
무칼리가 아리스티네의 상태를 살폈다.
“응,뭐……. 사진은 잘 찍었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킨 아리스티네는 마르텐에게 검을 겨눈 타르칸의 눈을 보고 멈칫했다.
눈 돌아간 게 이대로 두면 큰 일 날 것 같았다.
‘이럴 땐…….’
아리스티네는 전생의 자신이 보던 인터넷 게시글을 떠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 친구가 항상 하는 행동이 있다고 했지.’
그 글을 읽던 전생의 자신이 기묘한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던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인터넷에 자기가 겪은 일이라면서 올린 사람의 말로는 굉장히 로맨틱한 일인 듯했다.
그리고 자기 경험이라면서 그런 일화를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쯤이면 믿을 만하지.’
“아,기분 나빠.”
아리스티네가 투덜거리자 타르칸의 눈에 깃든 살기가 더 거칠게 요동쳤다.
“칸.”
아리스티네가 타르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 기분 나쁘니까 어서 소독 해 줘.”
“…. ..?”
뜬금없는 아리스티네의 말에 타르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칼리는 물론,마르텐이 사주 한 사람들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서던 듀란테와 자칼렌의 눈에도 의문이 떠올랐다.
소독? 소독이라니?
소독을 어떻게 하는 거지?
얼굴 씻겨 달라는 건가?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순식간에 혼란해졌다.
그때,아리스티네가 덥석 타르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곤 마르텐이 쓸어내렸던 자신의 뺨 위로 그의 손을 이끌었다.
그의 손에 뺨을 묻은 채 아리스티네가 타르칸을 올려다보았다.
“어서,네 손길로 소독해 줘.”
“…………!”
타르칸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으며.
“허억……”
무칼리는 시뻘게진 얼굴로 호흡 곤란을 겪었고.
듀란테의 눈동자는 초점 없이 흐릿해졌으며.
자칼렌은 서러움에 코끝이 시큰거려 울음을 삼켰다.
물론 타르칸은 충격받은 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잠시 멈칫한 타르칸의 눈동자가 흑 좁아졌다.
아리스티네의 뺨을 움켜쥔 그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무게를 받은 소파가 가라앉으며 가죽이 우그러지는 소리가났다.
“여기랑,여기. 또 어디야?”
아리스티네의 뺨을 따라 입을 맞춘 타르칸이 그녀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묻는 거다. 아리스티네는 기꺼이 그 장단에 맞췄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들어 타르칸의 입술에 입을 쪽,가볍게 맞췄다.
“여기.”
타르칸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그의 입술이 거칠게 아리스티네의 입술을 눌렀다.
아리스티네가 어떻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뜨거운 혀가 입 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내쉬는 숨결조차 빼앗아 가고 싶은 둣,끝없이 그녀를 갈구하는 키스였다.
“홈,홈……”
눈앞에서 생중계되는 짙은 키스에 미혼들이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돌렸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타르칸과 아리스티네를 보고 연애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전사들은 아직도 여자 친구를 못 만들고 있었다.
그 책임의 반은 타르칸에게 있었다.
일이 많은데 어떻게 연애할 시간이 나겠는가.
그런데 저 혼자 저렇게 알콩달콩 사는 것을 보니 새삼 화가 났다.
‘주군만 아니었어도……’
자칼렌은 저도 모르게 불경한 생각을 품었다.
‘사이 나쁜 것보다야 훨씬 낫 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독은 너무했다.’
듀란테는 기묘한 모양으로 뒤 틀린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다들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 하며 고개를 드는데 한쪽 남은 무칼리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보였다.
‘소독이라는 거……. 너무 낭만적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눈에 선히 보였다.
역시 험악한 인상과 달리 소녀 감성이 가득한 놈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검 끝으로 마르텐을 죽일 둣 겨누고 있다는 것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참으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 * *
“아주아주 잘 나왔네요,마르텐 왕자님. 사진발이 잘 받으시는 체질인가.”
아리스티네가 사진을 팔랑팔랑 흔들며 생긋 미소 지었다.
고급형 마도 카메라는 당연히 찍자마자 사진을 뽑을 수 있었다.
아리스티네가 들고 있는 사진 에는 자고 있는 아리스티네를 억지로 덮치려는 마르텐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마르텐은 창백한 얼굴로 사진을 바라보았다.
아리스티네와 스캔들이 난 사람 역시 비난의 대상이다.
그래서 마르텐은 그 화살받이로 거리의 놈팡이를 섭외한 거였다.
그런데 제 모습이 찍히다
“나,나는 그냥 안색이 좋지 않아 괜찮은 건지 확인하려고.”
“흐음,그래요. 아무도 없는 제 휴게실에 몰래 숨어들어서,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확인이라……”
아리스티네가 들고 있는 사진 은 한 장이 아니었다.
마르텐이 수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홀로 휴게실 안에 들어오는 것까지 다 찍혀 있었다.
마르텐은 버석거리는 입술을 혀로 할았다.
아까부터 타르칸의 흉흉한 시 선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 초조 함에 가슴이 미칠 듯이 뛰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비,비전하. 제게 그리 말하시니 놀랍습니다. 비전하께서 사람들을 물릴 테니 제게 오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마르텐 왕자!”
“이 이상 비전하를 모욕하는 건 내 검이 용서하지 않을 거요!”
전사들이 역정을 내며 마르텐에게 검을 겨눴다.
“그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나는 그렇게 말할 거라는 뜻입니다.”
통할 만한 수라고 생각하면서도 마르텐은 불안했다.
왜냐하면 정작 당사자인 아리스티네가 지나치게 고요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곁에 있는 타르칸 역시도.
툭,툭.
아리스티네가 사진을 두드렸다.
“마르텐 왕자님.”
아리스티네가 생긋 웃었다.
“지금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마르텐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 는 순간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저 아름다운 미소가 독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왕자님께 기회를 드리고 있는 거예요.”
아리스티네가 화사하게 미소지었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