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저희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요.”
아리스티네가 세 남자에게 말 했다.
진지한 그녀의 눈빛에 그들의 표정 역시 가라앉으며 진중해졌다.
“그래,그렇지.”
세 남자가 눈짓을 교환하며 고 개를 끄덕였다.
타르칸이 손짓하자 궁인들이 무언가를 가지러 나갔다.
‘뭐지? 벌써 계약서 작성을 해 놓은 건가?’
놀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 외로 할 일은 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궁인들이 가져온 것은 아리스티네의 기대와 달랐다.
“아니,왜 거울을……”
엄청난 크기의 대형 거울이 아 리스티네의 앞에 놓였다.
“오감 태교가 중요하대.”
“지금까지 미각,청각,촉각, 후각 태교는 많이 했잖아?”
“그런데 시각 태교는 잘 못했 으니 말이다.”
아리스티네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곡을 연주하고 있는 악단과 방 한가득 싱싱하게 피어 제각기 향을 뽐내고 있는 꽃들.
태동을 느낄 무렵부터 배를 두 드리며 말을 걸어 주었고,방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제품을 만지며 조립했다.
입덧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 에는 온갖 산해진미가 아리스티네의 입 안에 들어왔으니 말해 무엇 하랴.
말 그대로 청각,후각,촉각, 미각 태교는 잘 이루어졌다.
시각 태교를 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왜 거울이지?’
“좋은 거,예쁜 거 보는 게 중 요하잖아.”
타르칸의 말에 아리스티네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애한테 좋은 거 보이는 태교를 하기 위해 거울을…… 그러니까 내 얼굴을 보라는 건가.
‘와…… 이건 진짜.’
팔불출이라는 말도 아까웠다. 이 남자는 팔불출 따위가 아니었다.
그냥…… 그냥,차원 너머의 존재였다.
그리고 동시에 창피했다.
시부와 친오라버니가 있는 앞 에서 이런 망언이라…….’
두 사람이 어떻게 볼지 부끄러 워서 고개를 돌릴 수조차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라우넬리안과 네프테르가 차례로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걸작이라고 불리는 명화가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런 것보다 신이 직접 빚은, 살아 있는 예술품을 보는 게 더 좋겠지.”
그런데 반응이 아리스티네의 생각과는 달랐다.
심지어 세 남자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정이라는 듯 끈끈한 눈 빛을 주고받으며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감 태교 어쩌고 할 때 분명 두 사람도 말을 보 됐다.
상황을 파악한 순간 소름이 쫙 끼쳐 왔다. 아리스티네는 곱아든 손가락으로 거칠게 팔을 문질렀다.
이건 뻔뻔하다는 평을 듣는 그 녀로서도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화가 잘 이뤄져서 그런지 정말 버틸 수 없었다.
‘사라지고 싶다……’
아리스티네는 끙끙거리며 거울 을 치우라고 했다.
세 남자는 제대로 태교를 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아리스티네는 무시했다.
‘진짜 이런 사람들이 황제니 뭐니 하느니 내가 하는 게 제일 낫겠다.’
무심코 불순한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비스나테프 신께서 나를 다음 대 황제로 선택한 건가.’
부쩍 신의 결정에 신뢰가 갔다.
아리스티네는 울망울망해진 세 남자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멈칫했다.
미중년과 각기 다른 양식의 미남이 시무룩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건…….
한쪽은 귀족적이고 오만하리만 치 세련되고 우아한 남자.
다른 한쪽은 날것 그대로의 야 성을 지닌 채 폭력적일 정도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남자.
거기다 네프테르는 어떤가.
중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 도로 넓은 어깨와 꽉 조여진 몸에 실바누스의 고고한 귀부인들 이 한숨을 삼키고 있었다.
‘흠,시각 태교 잘되고 있는지도.’
불쑥 든 생각이 꽤 일리 있었다.
“왜 그래?”
한참 말없이 자신들을 빤히 바 라보는 아리스티네의 모습에 타르칸이 물었다.
아리스티네는 간단히 답했다.
“시각 태교 중.”
엄청난 정적이 찾아왔다.
‘아니,먼저 시작한 건 본인들이면서 왜 그런담?’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스티네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때 라우넬리안이 비장한 얼 굴로 앞에 나섰다.
“그래,멋지고 잘생긴 거 많이 보렴. 우리 리네는 오빠가 최고지? 역시 날 보는 게 가장 태교에 도움이 될 것 같구나.”
그 말에 타르칸의 눈가가 꿈틀 했다.
그는 은근슬쩍 가슴의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그리고 아리스티네의 손을 끌어와 제 가슴에 대었다.
“촉각 래교도 중요하지.”
아리스티네는 홀린 듯 가슴의 감촉을 즐기며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와,태교 너무 최고다.’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는데, 배 속에서 쿵쿵 치는 진동이 울 렸다. 마치 정신 차리라는 것처럼.
‘아,이게 아니지.’
아리스티네는 사람을 홀리는 못된 가슴에서 손을 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라 황위 계승에 관 해서요.”
아리스티네는 실바누스의 황제 가,타르칸은 아이루고의 왕이 되면 두 사람의 아이는 각 나라의 계승권을 갖는다.
둘째까지 낳아서 각각 나눠 줘 도 되고,아니면 조카에게 물려 받게 해도 되지만…….
‘조카에게 물려주면 또 정치세력이 나뉘면서 정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 가 있었다.
아리스티네와 타르칸 부부가 어디에서 실정을 보느냐, 하는 문제.
통치자가 어디에서 거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실바누스의 황제가 아이루고에 서 정무를 보거나 아이루고의 왕이 실바누스에서 정무를 본다 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함께하는 날도 있겠지만 대부 분의 시간은 타르칸과 떨어져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싫어.’
어차피 아이에게 양국의 계승 권이 모두 있으니 통합도 생각 하고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었다.
왕가의 혼인으로 나라가 합쳐 지는 것은 대륙의 역사에서도 꽤 있었고,전생 지구에서도 마 찬가지 였으니까.
‘세 사람을 잘 설득해서 힘을 합치면 귀족과 국민들을 납득시키는것도…’
“아,말 안 했나?”
라우넬리안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아리스티네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타르칸이 당연하다는 듯 말을 받았다.
“우리 애가 양국을 통합 통치 하려면 꽤 고생할 테니 먼저 기반은 닦아 줘야지.”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타르칸의 말은 어떤 조건을 전 제하고 있었으니까.
“잠깐,지금 양국을 통합하거나…… 하다못해 연합하겠다는 말 같은데.”
아리스티네의 말에 세 남자가 무슨 당연한 말을 하냐는 눈빛으로 아리스티네를 쳐다봤다.
“리네, 네가 황위를 포기하더라도 어차피 실바누스의 황위는 네 아이가 이어야 해.〈개화〉한이상 능력을 타고나는 건 네 직계뿐이니.”
아리스티네가 죽는다면 또 달 라지겠지만,그런 가정은 무의미 했다.
“난 너랑 떨어질 수 없는 몸이 라서. 앞으로 어디 가라고 해도 안 걸 거야.”
타르칸이 아리스티네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자신이 곁을 떠난 동안 아리스티네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듯했다.
‘두 사람의 의견은 알겠어. 하지만 아버님은……’
아리스티네와 눈이 마주친 네 프테르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리네, 네가 마수 평원에 가도 를 설치하는 것은 양국 간의 교류를 넘어서 통합을 위한 초석 아니냐.”
“……네.”
“그 가도가 양국을 넘어서 전 대륙에 얼마나 커다란 이득을 가져올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구나.”
유통망이 뚫린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의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적대가 길었지.”
네프테르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회한에 잠긴 음성이었다.
“양국 간의 화해로 작년에 평 화가 찾아오며 인류는 또 새로운 발전을 이룩했다.”
단순히 아리스티네가 만든 스텐이 가져온 변화만을 말하는 것이아니었다.
기술 제휴와 문화 교류가 일어 나며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에 변화가 생겼다.
“나는 이 통합이 또 어떤 발전 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구나.”
양국의 발전을 넘어서 전 대륙 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리네,너와 저 아들 놈 사이의 아이가 아이루고를 통치했으면 하는 마음이고,저쪽 도 그런 마음이니 통합이 어려 울 일도 아니지.”
왕으로서도,아비로서도 흡족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아버님……”
“안겨도 된다.”
네프테르의 말에 아리스티네가 냉큼 그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쉽게 통합이 결정되다 니……”
중얼거리는 말에 네프테르가 고개를 저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리네,너라서 가능한 일이다. 네가 이룩한 것을 보렴.”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라 아리스티네가 했던 수많은 일들이 모이고 퍼져 나가 지금의 결과 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실바누스 사람들은 이미 너를 새로운 황제로 추대하고 있고, 아이루고에서도 네가 왕후가 되길 바라서 타르칸을 추대한다는 사람들이 있다더구나.”
“오랜 세월 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양국의 정서는 굉장히 우호적이야.”
“그 연결 고리가 된 게 리네, 너란다.”
“실바누스와 아이루고는 결국 같은 뿌리였으니 분단됐던 나라가 다시 합쳐진다고 하면 더 원 만하게 통합을 받아들일 게다.”
라우넬리안,타르칸 그리고 네프테르의 말에 아리스티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가슴속이 이상하게 술렁거렸다.
마치 새가 날갯짓을 하는 것 처럼 소란스럽다.
눈을 감자 그 새가 넓은 창공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저는 세 분을 설득하는 게 첫 걸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겠네요.”
눈을 뜬 아리스티네가 웃었다.
“이미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명분과 논조까지 결정해 놓으셨는데.”
그녀는 배에 손을 얹었다.
새로운 미래가 그녀의 배 속에 서 자라나고 있었다.
* * *
열심히 태교하며-주로 촉각, 시각 태교에 공을 들였다-통합 제국의 기틀을 마련하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산달이 임박해 오며 아리스티 네는 집무보다는 출산 준비에 집중했다.
실무자들은 바쁘지만, 아리스티네에게는 참 한가하고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그 평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양수가 터졌어!”
“예정일이 아직 보름 정도 남았는데……!”
“준비는 다 해 놨지?”
“어서 산파를 불러!”
비록 경쟁하는 사이였지만,이 때만큼은 손발이 착착 맞는 아이루고 궁인들과 실바누스 시녀들이었다.
“뭐라고? 아이가?”
소식을 들은 라우넬리안이 집무실에서 벌떡 일어났다.
“타르칸 전하께서 함께 산실에 들어가셨습니다.”
“나도……!”
시녀들의 시선을 받은 라우넬리안이 아차,했다.
“아, 그건 안 되겠군.”
하지만 걱정되어서 가만히 있 을 순 없었다.
‘고통이 어마하다는데……. 거기다가 난산으로 잘못되기라도 하면……’
사랑하는 동생이 임신하면서 찾아봤던 출산 자료에 있었던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가 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걸 알면서도 라우넬리안은 한달 음에 산실로 달려갔다.
그 와중에 보좌관이 보고를 했다.
“아이루고 왕이 본국으로 오는 포털을 이용하겠다고 합니다.”
“아니,그 양반 귀에 벌써 들어갔어?”
양국 통합을 추진하며 핫라인이 생겼으니 안 될 건 없지만 황당했다.
“허가해.”
왕으로서 너무 오랜 기간 아이루고를 비울 수 없는 법.
통합에 대해 논의한 후 네프테르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아이루고에 돌아갔다.
저러다 또 오겠네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산실 앞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소식은?”
“황자님, 원래 출산은 오래 걸 립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시 고…….”
“그래,내가 초조해서 좋을 게 없지. 다들 일에 집중해라.”
라우넬리안의 대답에 시녀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황녀님에 관한 것이라면 10초 를 못 참고 닦달하던 분이 아니셨던가.
퍼렇게 질린 입술을 보니 산더미같은 걱정에 오히려 물어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문 앞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을 것같아서 앉아계시라고 자리까지 마련했건만 라우넬리안은 문과 혼연일체가 될 것처럼 그 앞을 서성거리기만 했다.
조금 있자 아이루고의 왕이 와서 합세했다.
두 강대국의 최고 권력자들이 문 앞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건 참 여러 의미로 장관이었다.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궁인이 사진을 남겼다.
아리스티네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프고,고통스럽고,힘들다.
그런 감각만 선명할 뿐,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끝이 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응애!”
활기찬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그 아프다는 감각조차 일순 잊혔다.
꼼짝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고개가 절로 그곳을 향했다.
그녀의 상태를 깨달은 것처럼 산파가 아이를 그녀에게 안겨 주었다.
“건강하신 왕자님이십니다. 아무 이상도 없으세요.”
아리스티네는 잠시 자신의 품에서 우렁차게 우는 아기를 바라보았다.
‘나와 타르칸의 아이.’
믿기지 않았다.
눈가에 물기가 차오른다.
너무나 작고,작고,작았다.
세상에 어떻게 손가락 발가락이 다 달렸나 싶을 정도로.
“정말 이렇게 큰 아기님은 처음 봅니다. 아이루고인들이 크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제 생애 처음 보는 우량아예요.”
산파의 말에 아리스티네가 미 간을 찌푸렸다.
“너무 작은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타르칸이 곁에 있었다.
동의를 구하기 위해 타르칸을 보는데 그가 울고 있었다.
“칸?”
“ 응”
그가 거칠게 눈가를 문질렀다.
아리스티네는 웃음을 흘렸다.
어찐지 들어갔던 눈물이 다시 그녀의 눈가에도 고였다.
“우리 아이야.”
“ 응”
타르칸은 아이에게 손을 뻗다 가 흠칫,하며 다시 거뒀다.
“왜 그래?”
“너무 작아서……. 만지면 다칠 까 걱정돼.”
부부의 대화에 산파는 물론이고 궁인들과 시녀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물구나무서서 봐도 초우량아인 데요.’
그러나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리스티네가 깜짝 놀라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칸.”
“응?”
“옷이…… 왜 그래?”
어째서인지 남편의 옷깃이 다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옷 때문에 남사스럽게도 가슴이 훤히 다 드러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타르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