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27)
27화
무칼리가 반색하며 물었다.
“왜? 황녀와 이야기해 보니 예상과 달랐어?”
반응이 디오나의 생각과 달랐다.
반가워하는 데다가 어째서인지 안도까지 하는 느낌이었다.
멈칫한 디오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그건 아니고요.”
그녀의 눈이 무언가를 찾듯 무칼리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듀란테 오라버니께서 황녀님을 그렇게 감싸는 걸 보니……. 다들 황녀님을 좋아하는데 제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황녀, 라는 말에 무칼리의 눈매가 잘게 떨렸다.
징그러운 왼쪽 눈가가 움찔거리는 모습에 디오나는 최대한 비위 상하지 않은 척 표정을 갈 무리했다.
“무칼리 오라버니도 황녀님을 만나 보셨잖아요. 어때요? 황녀님,좋은 분이시죠?”
무칼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연히 아니라고 해야 했다.
실바누스의 황녀 따위 좋은 사람일 리가 없으니까.
〈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는 실바누스인을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좀 예쁘장하다고 홀랑 넘어갔냐.〉
〈뭐가 좋아! 그렇게 쉽게 마음을 내주지 마.〉
자신이 동료들에게 했던 말이 채찍처럼 마음을 옥됐다.
‘나는, 나는 넘어가지 않았어……!’
자신은 작고 여린 것에 보호 본능을 자극당해 홀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황녀를 믿지 않는다. 혼 전부터 다른 남자에게 눈독 들이는 여자를 어떻게 믿겠냐.”
“오라버니
“현장을 잡으려고 이 오라비가 계책을 세워 놨다. 음흉한 실바누스인도 빠져나가지 못할 무시무시한 계략이지.”
반드시 황녀가 어떤 사람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는 무칼리를 보며 디오나가 미소를 지었다.
‘단순해서 참 다루기 쉽단 말이야.’
디오나는 황녀가 진짜로 불륜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상관없었다.
무칼리가 들쑤시고 다니면 소 문이 안 날 리 없다.
‘내 앞에서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것도 오늘뿐이야,황녀.’
바닷빛 눈이 음험하게 번뜩였다.
Chapter 9.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야
타르칸은 홀 앞에 서서 아리스티네를 기다렸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온통 결혼 식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결혼할 거라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결혼하려니 심란했다.
그러나 그의 기분이 어떻든 이 결혼은 해야 하는 결혼이었다.
심지어 아리스티네는 꽤 괜찮은 결혼 상대였다.
‘그녀가 없었다면,말이지.’
어쩌면 타르칸은 아리스티네에게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종잡을 수 없이 특이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
때로는 유쾌하기까지 했다.
타르칸에게 그런 감정을 이끌어 내는 여자는,아니,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러나 10년 전에 본 상대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마수 평원에 갑자기 나타난 어린 여자아이.
저보다도 더 어려 보이는 여자애 였다.
그 어린애가 왜 홀로 마수 평원에 있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아니었으면 타르칸은 그날 죽었을 것이다.
“………..”
자그마한 발걸음 소리가 그의 예민한 청각에 잡혔다.
깊게 침잠한 금안이 신부 대기실과 이어지는 길로 향한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오후 햇빛이 가득 비쳐 들었다.
곳곳에 달린 크리스털 주렴이 햇빛을 쪼개 바닥을 찬란한 오색으로 수놓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 길 가운데,아리스티네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움찔 떨린 타르칸의 동공이 살짝 벌어진다.
원래도 아름다운 사람이었지만,오늘 아리스티네의 모습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타르칸이 동요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타르칸은 마수 평원에서 보았던 어린 여자애의 모습과 아리스티네가 겹쳐 보였다.
멀찍이서 아리스티네와 눈이 마주쳤다.
보랏빛 눈동자가 부드럽게 흰다.
보석의 난반사로 오색찬란하게 물든 회랑보다 더 빛나는 눈동자였다.
빠르지도,느리지도 않게,단 한 순간의 멈칫거림도 없이 아리스티네가 그에게 왔다.
꽃보다도 더 생기 있게 피어난 작고 섬세한 얼굴.
하나도 닮지 않았다.
정말,하나도.
“타르칸.”
아리스티네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렸다.
보드라운 손이 그의 단단한 팔 위에 얹어졌다.
어째서인지 근육이 긴장하며 팔에 힘이 들어갔다.
신랑과 신부는 나란히 선 채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무표정했다. 설램과 기대,두근거림은 찾아볼 수 없는 얼굴.
그러나 이상하게 뒤에 있던 궁인들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들은 얼굴을 붉힌 채 할 일도 잊고 그림처럼 서 있는 두 남녀를 바라봤다.
“앞으로 잘 부탁해,파트너.”
아리스티네가 타르칸에게 속삭였다.
타르칸은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렸다.
“가지.”
그의 목소리와 동시에 식장 문이 열렸다.
실바누스의 사절단과 기사,그리고 시녀들은 자리에서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안 그런 척,시선은 계속 식장 곳곳을 훌어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화려하게 꾸며진 식장은 그들의 예상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왕가의 그랜드 홀은 아이루고 의 위대한 연마가공술의 집약체 라고도 할 수 있었다.
불과 철의 나라.
그 이름에 걸맞게 아이루고는 야금술이 극도로 발전해 있었다.
최첨단 기술은 검에 집중되어 있지만,당연히 장신구나 실내 장식 역시 그 빛나는 기술의 수혜를 듬뿍 받고 있었다.
극한까지 연마된 금,최적의 정반사가 나오도록 정밀하게 커팅한 보석.
같은 보석이라도 어떻게 커팅 하느냐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이 다르다.
다채롭게 반짝이는 보석들이 가득한 식장을 보며 실바누스인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야만의 나라…… 라고 생각했건만.’
분명 그렇게 조롱하며 무시했다.
그러나 이걸 감히 미개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저거,설마 아르젠아쿠아 아니야?’
아르젠아쿠아.
새하얀 은빛으로 빛나는 은백 나무는 그 속에 푸른빛으로 빛 나는 수액을 가득 품고 있다.
소나무 수액인 송진이 오랜 시간이 지나 호박 보석이 되듯, 은백나무의 수액 역시 마찬가지다.
결정화된 수액은 보석으로 취급돼 아르젠아쿠아라 불린다.
빛을 반사해 빛나는 다른 보석과 달리 아르젠아쿠아는 스스로 빛을 발하기에 그 특별함이 남 달랐다.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은백나무의 군생지가 마수 평원이기 때문에 구하려면 목숨을 걸어야했다.
광맥이 있는 곳을 아는데도 캐내지 못하는 보석과도 같다.
그 희귀함이 아르젠아쿠아의 가치를 더더욱 격상시켰다.
아르젠아쿠아는 실바누스 황궁에도 겨우 몇 점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이렇게 큰 건 없거늘.’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르젠아쿠아를 보고도 크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지금 식장에는 아예 은 백나무의 결까지 살려 나무 안에서 결정화된 아르젠아쿠아로 실내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 꽃이 그거지? 왕이 보냈다는…..’
실내에 가득 만발해 있는 꽃은 모두 다채롭고 아름다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꽃이 있었는데,주먹만 한 새하얀 장미였다.
흠결 하나 없는 새하얀 순백의 꽃잎. 하지만 그 끝에는 수줍은 소녀의 볼처럼 분흥 물이 발그 레 들어있었다.
‘아이루고 왕후의 정원에서만 키울 수 있는 루보르 로즈.’
아이루고의 초대 왕이 사랑하는 왕후를 위해 직접 품종을 개 발시켜 피워 낸 꽃.
그 때문에 왕후의 정원 외에 다른 곳에선 키울 수 없다.
이번 결혼식을 축하하며 아이루고 왕이 직접 왕후에게 꽃을 선물하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들었다.
사절단 공식 알현 때 자리를 일부러 없앤 게 아니라는 증명을 하기 위해서 왕후는 이를 갈면서도 결혼식장에 꽃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저마다 색과 모양과 향기를 다투어 뽐내는 꽃들 중에서도 루보르 로즈는 단연 청초하면서도 미려한 외양을 뽐냈다.
완벽하게 각을 맞춘 실바누스 황궁과 달리 아이루고 양식은 전체적으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치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이게 그 천더기 황녀의 결혼식이라니.’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웠지만,왕가의 결혼식답게 고상하고 우아 하기까지 했다.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결혼식이었다.
남작가의 영애는커녕 민가의 아이보다도 더 못한 옷을 입던 황녀였다.
제대로 된 빵 한 쪽도 못 먹어 본 황녀가 이렇게 호화로운 결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잔뜩 굳은 그들의 얼굴엔 질투심이 이글거렸다.
‘그 반편이 황녀가 결혼 한 번으로 인생을 역전하다니!’
‘이런 취급이 가당키나 하난 말이야! 나보다도 한참 못한 천덕꾸러기 였는데!’
남녀 할 것 없이 제 아래로 깔아 보던 황녀가 결혼 하나로 제 위에 올라섰다며 분개하고 있었다.
황녀가 원래부터 자신보다 더 윗사람이었다는 것은 머릿속에 없었다.
심지어 이 결혼을 야만인과의 결혼이라고 비웃었다는 것도,죽으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깎아내렸던 것까지도 전부 잊었다.
그저 아리스티네가 제 주제에 맞지않는 대단한 결혼을 올린다며 배 아파할 뿐이었다.
* * *
반대편 하객석에 앉아 있는 아이루고인들 역시 오늘의 신부인 아리스티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일까?”
“저번 환영 연회에서 황녀를 봤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니 엄청 예쁘다던데.”
“그래 봐야 실바누스인인걸. 볼 품없지.”
“너무 작잖아.”
“난 실바누스 사람들 예쁘던데. 자그마해서 귀여워. 성질머린 더럽지만.”
아직 보지 못한 신부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저 멀리 앉아 있는 디오나 를 힐끔거렸다.
“그런데 디오나랑 타르칸 전하는 어떻게 된 거지.”
목소리를 낮춰 속닥거린다.
“왜 엮어서 얘기해? 정말 둘이 그런 사이야?”
“그렇지 않겠어? 디오나 태도 보면 그렇던데.”
“전하께서도 곁에 두시잖아.”
“딱히 내치시지 않는 것뿐인거 같은데.’
타르칸과 디오나의 관계에 대 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한 가지는 일치했다.
“황녀가 조금 불쌍하네.”
디오나와 비교해서 아리스티네가 떨어진다는 것.
“하필 비교 대상이 디오나라니.”
디오나는 오늘 그 미모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늘씬한 몸매를 부각시키는 드레스가 한층 그녀를 더 돋보이게 했다.
어른스럽고 요염한 디오나는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아무리 황녀가 미인이어도 실바누스인인 이상 인종적인 한계가 있지.”
“디오나 옆에 서면 어린애 같아 보이지 않겠어?”
“디오나의 미모에 익숙해진 타르칸 전하의 눈에는……”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아리스티네를 보기도 전에 그들은 그녀가 디오나보다 못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커다란 목소리가 홀에 올렸다.
“신랑 타르칸 전하와,신부 아리스티네 전하께서 드십니다!”
이 결혼식의 신랑과 신부의 입장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순간,다소 소란스러웠던 식장 내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마저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모두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이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것을 비현실적으로 바라봤다.
예복을 입고 성장한 타르칸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커다란 키,넓은 어깨,과함도 부족함도 없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근육은 옷을 완벽하게 받치고 있었다.
평소의 방만하고 거친 일면은 예복에 갇힌 채였다.
절제미 가득한 모습은 금욕적이라 보는 사람을 색다르게 자 극했다.
미혼,기혼 할 것 없이,심지어 새하얗게 머리가 센 여든 노인 까지도 모두 설렘에 넋 놓고 타르칸을 바라봤다.
거기에 그의 가슴팍 가득 달린 번쩍이는 공훈 훈장은 뭇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최고의 전사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의 증거에 결혼식을 지켜보던 전사들은 괜히 코를 훌쩍였다.
‘내 주군께서 저렇게 멋지시 다!’라고 소리치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걷고 있는 신부는一.
‘아…………’
황녀가 디오나보다 못할 거라 확신하며 동정까지 하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잊었다.
이 순간,그들은 황녀와 디오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를 잊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디오나는 깨끗이 사라졌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은 이 새 신부를 가리키는 것일 거라고,그렇게 생각했다.
작아서 볼품없을 거라는 편견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커다란 타르칸 옆에서 걷는 아리스티네는 분명 자그마해 보였다.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돋보였다.
속눈썹 한 올마저 신이 직접 만든 것같이 섬세하고 정교한 아리스티네와 대지를 압도할 것처럼 야성적이고 거친 매력의 타르칸.
서로 너무나도 다른 매력의 남녀이기에 오히려 각자가 가진 매력이 한층 도드라졌다.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호화로운 식장,훌륭한 예복과 웨딩드레스 때문이 아니었다.
‘얼굴 천재들……!’
모든 것의 완성은 결국 얼굴이라고,신랑 신부가 미모를 뽐내며 행진하는 것 하나로 이 결혼식은 완벽했다.
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보조를 맞추며 걷는 모습이 사람들의 뇌리에 분명한 형태로 각인 되었다.
찰칵一.
멍하니 구경하던 기자의 손이 미끄러져 셔터를 눌렀다.
어찌나 식장 안이 조용한지 그 작은 소리가 그렇게 크게 울릴 수가 없었다.
그 소리에 정신 차린 기자들이 서둘러 셔터를 다다닥 누르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히 정보의 저장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 모습을 꼭 저 밖의 사람들 에게 알리고 후대에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철새의 날갯짓 같은 셔터 소리에 손을 멈췄던 악단 역시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영감을 받아 예술혼이 라도 불타는 건지,행진곡의 표현력이 갑자기 상승했다.
어째서인지 보석들도 열심히 반짝이는 것 같고,꽃들도 열심히 더 활짝 핀 것 같고,심지어 신랑 신부가 걷는 길마저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받치는 것 같았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