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두 사람의 결합은 단순히 두 남녀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신성한…… 실바누스와 아이루고, 양국의 오랜 적대를 끊어내 는…… 두 사람의 혼인으로 양 국은 화합과 평화를 이룩하며……”
신관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그는 꽤 감격한 상태로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 갔다.
이 신랑과 신부의 앞날에 축복이 있으라……!
사람은 보이는 것에 가장 약한 법이다.
원래도 그는 이 평화를 위한 결혼식에 고무된 상태였으니 흥분은 배가 되었다.
그는 남신,여신과도 같은 풍모를 풍기는 타르칸과 아리스티네를 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럼 두 사람은 맹세의 키스를!”
움찔.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의 몸이 한 순간에 긴장하는 걸 닿은 팔을 통해 느꼈다.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니 애 써 표정을 갈무리하고 있지만 꽤 당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망설이는 그의 감정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식에 맹세의 키스는 기본 적이면서도 중요한 절차였다.
없던 이벤트를 갑자기 하게 된 것도 아닌데 저렇게 당황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음,뭐 결혼식 날에는 감성적이 된다고 했었지. 하긴 원래 수줍음이 많은 남자였으니까.’
기다릴수록 부끄러움이 배가 될 테니 자신이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후딱 하고 끝내야지!’
“괜찮아,타르칸.”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의 팔을 토닥토닥해 주었다.
“그저 신체의 한 부분이 닿았다 떨어지는 것뿐이야. 그렇게 수줍어할 필요 없어.”
타르칸은 진지하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하는 아리스티네를 조금 어이없는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리스티네는 최대한 믿음직한 표정으로 고개까지 살짝 끄덕여 가며 그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수줍어한다니,대체 누가 수줍어한단 말인가.
여기서 누가 수줍어한다면 보통은 새 신부 아닌가.
그런데 정작 수줍고 부끄러워 할 새 신부는 자신만 믿으라며 진지하게 새신랑을 토닥토닥해 주고 있다.
어이없어서 말을 잃은 타르칸을 어떻게 생각한 건지,아리스티네는 용기를 심어 주려는 둣 그의 팔을 잡은 손에 꽉 힘을 주었다.
팔 근육을 조이는 보드라운 손 의 움직임에 타르칸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진짜로 별거 아냐.”
“별거 아니라니,그렇게 말할 정도면 많이 해 봤어?”
대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타르칸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이 여자가 다른 남자랑 키스를 몇 번 해 봤든 그게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니, 왜 그걸 그렇게 받아들여? 신체 부위가 닿는 것뿐이라서 별거 아니라는 말이잖아.”
아리스티네가 답답하다는 듯 속삭였다.
타르칸의 왼쪽 눈썹이 숙 위로 올라갔다.
‘그래서 다른 남자랑 많이 했다는 거야,아니라는 거야.’
왜 대답을 피하는 거지?
타르칸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아리스티네의 조막만 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해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타르칸은 다짐하듯 그렇게 생 각했다.
정략혼의 상대이고,여자의 말 대로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어떻게 지내든 그가 상관할 일도, 신경쓸 일도 아니다.
“그냥 단순한 접촉일 뿐이야. 지금 내가 네 팔을 잡고 있는 거랑 똑같아.”
아리스티네의 손가락이 소매와 장갑 사이로 드러난 그의 피부 위로 미끄러졌다.
맨살과 맨살이 맞닿는다.
“이것도 키스나 다름없어.”
속삭이는 나직한 목소리는 봄 바람처럼 귓가를 스쳤다.
‘……이것도 키스라고?’
타르칸의 시선이 제 팔뚝으로 향했다.
절도 있게 성장한 옷 틈 사이로 그녀의 손가락이 파고들어 있다.
조금 서늘한 피부였다.
역으로 여자는 타르칸의 피부가 뜨겁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맞닿은 동안 점점 서로의 체열이 옮아,곧 차갑거나 뜨 겁다는 느낌은 사라졌다.
하나가 된 것처럼.
키스.
움찔,타르칸의 근육이 흑 수 축했다.
닿은 몸으로 그것을 느낀 아리스티네가 왜 그러냐는 듯 그를 올려다봤다.
깨끗하고 맑은,빛나는 눈동자.
어째서인지 타르칸은 그 눈동 자를 마주 보기 힘들었다.
아마도 몸에 열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아리스티네의 손가락이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다.
* * *
“하아,두 분께서 뭘 그렇게 속삭이시는 걸까.”
하객석에서 두 손을 가슴 앞에 꼬옥 모은 채 신랑과 신부를 바 라보고 있던 영애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키스하기 직전,마주 선 채 가까이 붙은 두 사람이 진한 눈맞춤을 하며 서로에게 속닥이니 보는 사람이 다 두근거렸다.
식장을 장식한 크리스털 주렴이 빛을 반사해 신랑과 신부를 찬란하게 비췄다.
마치 두 사람에게서 빛이 나는것 같았다.
아리스티네의 웨딩드레스는 완전무결한 순백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고,보석과 늘어트린 백금 체인은 생기가 도는 것처럼 반짝였다.
오페라에서 일부러 연출하려고 해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장면이 었다.
닿을 둣 말 듯 한 거리에서 서로만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이는 신랑과 신부.
“분명 사랑을 속삭이시는 거겠지.”
“이게 사랑 없는 정략혼일 순 없어.”
“시작은 정략혼이었지만 그게 계기가 되어 진정한 사랑을 찾은 거지.”
탐스러운 꽃송이로 만든 화관을 쓴 아리스티네의 품에는 꽃 다발이 한가득 안겨 있었다.
그게 보는 사람에게 더 로맨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불꽃같은 사랑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같은 게 아니라 그게 분명했다.
예를 들자면……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해 가문의 반대를 무릅 쓰고 둘이 몰래 도망 결혼을 결심할 것 같은…….
그러다 여자가 위장 죽음을 꾸미는데 남자가 정말 죽었다고 착각해 따라 죽고,깨어난 여자 마저 그를 따라 죽는…… 그런…..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야.’
‘죽음을 불사할 사랑……’
‘두 분 전하, 행복하세요.’
꿈 많고 낭만 가득한 어린 영애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두 사람을 응원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얼굴이 알아서 그런 불같은 사랑 연기를 하고 있었다.
얼굴이 야말로 개연성이었다.
“어, 저 방금 타르칸 전하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헉,정말요? 뭐라고 하셨나요?”
“앞으로 평생 그대만을 바라보고 그대만을 사랑하겠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역시……!”
“아,저도 들었어요. 내 영혼을 바쳐서라도 기필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황녀님이 감격하시네요.”
“앞으로 삶을 함께하기로 맹세 하는 순간이니 얼마나 감격스럽겠어요.”
맹세의 키스 전,서로를 바라 보며 영원한 사랑을 속삭였으니 이제 모든 것이 다 갖춰졌다.
이제 그것밖에 남지 않았다.
‘키스……!’
‘키스해! 키스해!’
하객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왜 남이 키스하는데 자신의 광대가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애써 잇몸을 숨겼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이 속삭임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봤다.
두 입술이 서서히, 천천히 가까워 진다.
* * *
보드람고 말캉거리는 감촉에 타르칸은 몸을 굳혔다.
아리스티네의 숨결이 느껴졌다.
작은 새처럼 가날프고 연한 숨결이었다.
이건 키스가 아니다.
그저 피부와 피부가 맞닿았을 뿐.
그녀의 말대로 별것 아닌 일이었다.
심지어 아리스티네의 입술은 그의 입술에 닿은 것도 아니었다.
에잇,하고 타르칸을 끌어당긴 아리스티네는 그의 입술 바로 옆에 입술을 대었다.
입술 바로 밑,왼쪽으로 조금 치우친 그곳에 아리스티네의 입술이 닿았다.
‘그게 이다지도 동요할 일인가.’
타르칸은 바짝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겨우 시선을 내리니 아리스티네의 얼굴이 보였다.
긴 속눈썹과 오밀조밀한 생김새는 초점이 맞지않아 살짝 뭉그러져 보였다.
그 탓인지 그녀의 온기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키스를 위해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의 품에 파고든 상태였다.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부서질 것같이 여린 몸이었다.
가날픈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오늘은 어쩐지 그 사실이 더 뚜렷하게 다가왔다.
여자에게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녀가 한가득 품고있는 꽃 때문일까.
긴 속눈썹이 바르르 흔들리더니 아리스티네가 눈을 떴다.
여명을 불러올 새벽하늘 같은 눈동자가 그를 향한다.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거리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찰나였다.
아리스티네는 몸을 바로 세웠다.
품 안에 가득했던 온기가 빠져 나가고 나서야,타르칸은 숙였던 몸을 바로 했다.
멍했던 정신이 되돌아온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환호하 고 있었다.
물에 들어갔을 때 들리는 것처럼 먹먹했던 환호 소리가 흑 선명해졌다.
타르칸은 하객석을 돌아봤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너무나도 열렬하게 호응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결혼이었던가?’
극소수의 몇몇을 제외하면 다들 종전을 원하긴 했다.
이 결혼으로 전쟁이 끝났으니 당연히 환호할 만했다.
전쟁이 끝난 게 그렇게나 좋은 지 훌쩍거리는 어린 영애들과 노부인들도 보였다.
아리스티네는 환한 미소로 그들에게 화답했다.
타르칸은 미소 짓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시야가 높은 탓에 화관의 리시안셔스가 더 잘 보이고 아리스티네의 얼굴은 꽃송이에 살짝 가렸다.
잠시 그 얼굴을 눈에 담던 타르칸은 시선을 돌려 왕후 일파를 바라보았다.
‘과연.’
새파랗게 굳어서는 이쪽을 찢어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이 결혼식이 이렇게 호응을 받는 게 불쾌하고 거슬리는 모양이다.
스키엘라 공작의 입매가 부들 거리는 것을 보며 타르칸은 입꼬리를 비뚜름히 틀어 올렸다.
환호가 더 거세졌다.
그야말로 완벽한 신혼부부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신랑과 신부는 식장에서 퇴장했다.
꽃비가 그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이제 남은 결혼식 일정은 단 하나였다.
웨딩 퍼레이드.
* * *
식장 바깥의 광장에는 아이루고의 백성들이 한가득 몰려나와 있었다.
드넓은 광장을 꽉 메우고도 남는 인파라,웨딩 퍼레이드 길을 따라서도 끝없이 서 있었다.
모두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오는 신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일부러 전쟁에 고통받은 사람들을 둘러보기 위해 구식 마찻 길로 오셨다지?”
“세상에, 그 먼 거리를……”
“그것도 몸이 약해서 거의 성 안에서만 지낸 황녀님이라던데 대단하시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시고 우리를……”
“하긴,그러니 평화를 위한 혼인을 하시는 거겠지.”
공식 알현 때 아리스티네가 왜 포털을 이용하지 않고 힘든 구식 마찻길로 왔는지 말했던 것은 이미 백성들 사이에 알려졌다.
결혼 준비를 하는 와중에 아리스티네가 제 사업 파트너를 위 해 일한 결과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쟁의 종결은 일반 백성들 모두가 환영하는 소식이었다.
사방이 마수로 둘러싸인 아이루고에 사는 사람으로서 실바누스와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이 틈을 타 마수가 침입할까,걱정할 필요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축제를 맞이하는 것처럼 들떴다.
실바누스에 대한 편견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건 이런 사정 탓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물며 타르칸은 일반 백성들 에게 영웅이었다.
그가 열 살에 대마수 무르지카 를 쓰러트린 것은 살아 있는 전설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타르칸의 전설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아이루고의 수호자,타르칸.
그의 신부가 특별한 존재였으면,하는 마음이 있었다.
목이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어젯밤부터 와서 기다린 자들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직접 왕자비 부부를 눈에 담기 위해 목이 빠 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긴 기다림 끝에,드디어 문이 열렸다.
“꺄아아아아!”
사람들은 문이 움직이는 것조차 반가워서 아직 신랑과 신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소리를 질렀다.
마침내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아아一!”
대기를 찢을 것같이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졌다.
폭죽과도 같은 환호성에 깜짝 놀란 것인지,새 신부가 눈을 휘 둥그레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을 환영하는 아이루고 백성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백성들의 얼굴이 벅찬 감정으로 일그러졌다.
‘우리 왕자님 신부 최고 존엄 미인이다!’
‘저 요정님이 우리 왕자님 신부야!’
‘우리나라 왕자비는 인간이 아니라 여신이셔!’
백성 된 입장에서 왕족의 미모는 사실 굉장히 신경 쓰이는 요 소였다.
그것 가지고 다른 나라와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꽤 있었다.
왕족의 미모는 뛰어나면 뛰어 날수록 좋았다.
그건 국민의 자 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잘생긴 국민 영웅님과 아름다운 요정 황녀님이 같이 계시니 땅에도 해가 뜬 것처럼 시야가 환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 이것일까.
갑자기 불타오르는 애국심에 사람들은 목청 높여 외쳤다.
“타르칸 전하 만세!”
“아리스티네 전하 만세!”
“두 분 앞에 영광을!”
“행복하시길!!”
원래 왕족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백성들이 으레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다른 때에 비해 진심이 가득 담겼다.
환성 속에서 신혼부부는 마차를 향해 나란히 걸었다.
이 기념비적인 날을 위해 만들어진 마차는 황금과 말라카이트가 메인으로 정밀하게 세공된 다이아몬드, 에메랄드,가넷 등 다양한 유색 보석이 아낌없이 장식되어 있었다.
마차는 지붕은 있되 사방이 흰히 트인 형식이었는데,기둥을 타고 꽃송이가 화려하게 피었다.
모든 이들이 꿈에 그리는 환상을 그대로 옮긴 듯한 마차였다.
그 마차 앞에 마찬가지로,꿈 에 그리는 환상을 그대로 옮긴 듯한 부부가 멈춰 섰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