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여기가 이제 우리 침실인가.”
아리스티네의 말에 타르칸이 멈칫했다.
우리 침실.
타르칸과 아리스티네의 부부 침실.
실바누스와 달리 아이루고에서는 기본적으로 부인과 남편이 하나의 침실을 썼다.
그 말인즉슨 앞으로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이 계속해서 함께 쓸 침실이란 거다.
물론,타르칸은 다른 곳에 침소를 마련해 따로 잘 생각이었었다.
타르칸이 멈칫하는 사이,아리스티네는 아무렇지 않게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나타난 건一.
“………..”
“………..”
샤라라라랑〜
어디선가 그런 효과음이 들릴 것만 같은 침실이었다.
아리스티네와 타르칸 모두 문 간에 선 그대로 화석처럼 굳었다.
엄청났다.
정말 엄청나다고밖에 할 수 없 는 신방이었다.
방 안을 장식한 수십 개의 촛 불이 주흥빛으로 흔들리며 초야를 어슴푸레 밝혔다.
테이블 위를 장식한 향초와 고 혹적인 꽃다발,우아한 버킷 안의 샴페인은 핑크빛이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는 침대가 있었다.
“………..”
붉디붉은 장미 꽃잎이 새하얀 이불 위에서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하트 주변에 늘어트린 크리스 털과 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콰마린이 촛불의 빛을 쪼개 침대 위를 수놓았다.
그 덕에 어두운 방 안에서 유독 침대만 반짝이며 희고 밝게 빛났다.
방의 규모에 비해 작은 침대여서 더 은밀해 보였다.
방에 비해서가 아니라 정말 침대가 작았다.
아리스티네가 누우면 공간이 꽤 남겠지만,몸집이 큰 타르칸이 누우면 편히 뒹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러니까,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절대 멀찍이 떨어질 수 없는 크기였다.
꼭 붙어 잘 수밖에 없는 크기.
거기에 사주식 침대 기둥에 여 리여리한 레이스 커튼이 달려있어 더더욱 내밀한 분위기를 풍겼다.
샤랄라~ 샤랄랄라~
어디선가 계속 그런 배경음이 들려왔다.
빨리 자러 가자던 아리스티네도,아까부터 왠지 모를 번뇌에 빠져있던 타르칸도 차마 그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었다.
* * *
평원의 하늘은 높다.
별자리와 은하수가 남보랏빛 밤하늘을 수놓았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은 꽃향기 를 가득 싣고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고양시킨다.
그야말로 신혼 첫날밤에 어울리는,낭만적인 밤이었다.
타르칸의 침궁 앞에는 새 신부를 위해 친정 기사들이 가드를 서고 있었다.
이것으로 새 신부의 지위와 위신을 보여 주는 것이다.
본래라면 번쩍번쩍 빛나는 의장을 갖춘 기사들이 자신이 모시는 레이디를 위해 위용을 뽐냈겠지만…….
“잠도 못 자고 이게 뭐야,진 짜.”
“황녀 같지도 않은 그 여자를 위해 우리가 무슨 고생이란 말입니까.”
카악 훼,실바누스의 기사가 침을 내뱉었다.
아리스티네의 친정 기사들은 위용을 뽐내긴커녕 뒷골목 불량배처럼 껄렁껄렁하게 모여 앉아 있었다.
얼굴은 불과했고 숨결에선 독 한 술 냄새가 났다.
이미 거나하게 취해 제대로 가드를 설 수도 없는 상태였다.
“즐기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우리가 밤을 새워야 합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하면 모를까.”
그 말에 기사들이 킬킬킬 웃었다. 저속한 웃음이었다.
“내가 하면 밤이 뭐야,대낮까지도 쉬지 않고 할 수 있어.”
“역시 대장님이십니다.”
“능력이 남다르신 게,참.”
기사들이 상급 기사를 추켜올려 주었다.
상급 기사는 우쭐해서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야만인에게 주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성격 더럽고 못 배운 반편이라고 하지만,어차피 그 짓에 말은 필요 없지 않습니까.”
“하긴,말이 아닌 다른 소리만 나오면 되지.”
“오는 길 내내 그냥 감상만 한 게 아쉽습니다.”
정략혼만 아니었어도 이미 황녀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혼인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손을 댈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황제가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쯤 그 야만인 놈만 신났겠군”
상급 기사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상스럽게 침 궁을 눈짓했다.
“그년도 참 불쌍하지.”
취할 대로 취한 데다가 기사들 까지 자신의 장단을 맞추어 주고 있다.
그는 최소한의 이성마저 집어 던졌다.
“나같이 훌륭한 기사님이 예뻐 해 줬어야 그년도 좋아 죽을 텐데 말이야.”
오늘 낮에 아리스티네에게 짓 밟혔던 자존심을 보상받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상급 기사는 센 척하며 아리스티네를 아래로 깔아 보았다.
추잡한 소리를 지껄이자 잃어 버렸던 자존심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아무렴,그 눈초리를 보면 지 가 원하는 게 분명하지요.”
“일부러 반항해서 정복욕을 자 극하는 거 아닙니까?”
“하여간 고귀한 황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년입니다.”
“그래도 그 맛이 있지 않습니까? 여우 같은……”
“그래,그러니 어서 저 야만인 을 밀어내고 고년을 내 아래에 깔아야 하는데.”
“누구를?”
“누구긴 누구야 그 건방진…..”
갑자기 끼어든 질문에 대답하던 상급 기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왠지 모를 불길함에 그는 말을 멈추고 천천히 소리 난 쪽을 돌아보았다.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이 희번덕거리는 외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끔찍한 광경에 상급 기사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려다가 다리가 꼬여 넘어졌다.
정신은 번쩍 들었지만, 술에 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마,마수……”
“왜 이런 곳에 마수가?!”
여긴 왕도의 중심에 있는 왕궁이 아니던가!
다른 기사들 역시 기겁하며 물러서다가 휘청거리며 서로에게 부딪쳐 바닥을 굴렀다.
볼썽사납게 넘어진 기사들을 보며 무칼리의 얼굴이 더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그 모습에 더 겁먹은 기사들이 일어날 생각도 못 한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딴 놈들이 기사라니……”
나직하게 흘러나온 말에 실바누스 기사들은 홈칫 놀랐다.
‘사람 말을 해……?’
그들은 그제야 그 흉측한 괴물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과 공포로 좁아졌던 시야가 차츰차츰 넓어지기 시작한다.
“아,그,아이루고 전사셨소.”
상급 기사가 뒤늦게 애써 입꼬 리를 올리며 무칼리에게 말했다.
말하고 보니 참으로 볼품없고 초라한 응대였다.
매일매일 저 야만인들은 내 검 격 한 번이면 다 자빠질 거라고 떵떵거렸던 만큼,더 꼴사나웠다.
괜히 부하들의 눈치를 본 상급 기사가 애써 당당한 척 어깨를 폈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로 푸들푸들 떨며 웃고 있어서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상급 기사는 징그러운 야만인을 상대로 자신이 용맹함을 잃지 않고 있다고 착각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징그럼고 흉측하군.’
무칼리의 얼굴을 보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알고 봐도 이게 인간인지 마수 인지 햇갈릴 정도로 끔찍했다.
왼쪽 안부가 썩어들어간 것 같은 모습은 꽤 눈에 띄는지라, 실바누스 기사들은 무칼리의 안면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가 지나가면 멀리서 얼굴을 흉내 내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래서 무칼리가 황녀를 탐탁 지 않게 바라보는 것 역시 잘 알았다.
왕자비를 상대로 그런 음담패설을 지껄인 건 당장 감옥에 끌 려가도 할 말 없는 중죄였다.
들킨 사람이 무칼리라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댁도 황녀를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소?”
부하들의 시선을 의식하며,상급 기사가 여유로운 척 무칼리에게 물었다.
“댁도 끼는 건 어떻소?”
사실은 이딴 흉물스러운 야만인 따위,한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무쇠 같은 무칼리의 주먹을 보니 그런 말은 나오지 않 았다.
“나도 왜 댁이 황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잘 아오. 주제도 모르고 뻣뻣하게 구는 여자를 좋아할 남자는 없지.”
상급 기사는 다 안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럴수록 한번 길들이고 나면 고분고분해지는 법이오.”
추잡한 손짓은 덤이었다.
상급 기사는 씨익 웃었다.
이런 이야길 싫어할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
그것도 상대는 짐승처럼 미개한 야만인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흥미가 도는지 무칼리의 입이 열렸다.
“그러니까, 누구를?”
예상과 다른 답에 상급 기사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어야 지.
‘멍청한 야만인이라 못 알아듣 는 건가.’
그는 그런 생각을 애써 숨기며 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황녀 이야기 아니겠소. 어떻소?”
“정말로 황녀를 말한 거였군.”
“그래,그년이 성깔은 있어도 생긴 건一.”
상급 기사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빠악一!
뼈가 나가는 소리와 함께 상급기사의 턱이 돌아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회전력을 이기지 못한 몸이 획 떠밀려 바닥을 굴렀다.
우당탕탕!
실바누스의 기사들은 깜짝 놀라 얼어붙은 채 그 모습을 바라 보았다.
주먹 한 번에 저렇게 나가떨어지니 어떻게 반응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바닥에 처박힌 채 상급 기사가 몸을 간헐적으로 떨었다.
“으 흐으…”
다 죽어 가는 신음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기사들은 주박에서 풀려난 것처럼 서둘러 상급 기사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대장님……!”
기사들의 부축을 받은 상급 기사가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무쇠 같은 주먹이 강타한 뺨은 시꺼떻게 변한 채 퉁퉁 부었다.
아무래도 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맞은 쪽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는데,혈관이 터진 건지 흰 자에 붉은 피가 배어 있었다.
“대,대장님!”
“어떻게……”
뺨 한 대가 아니라 수십 대는 맞은 것같이 처참한 몰골이었다.
“흐,아,아허……”
혀가 퉁퉁 부어 상급 기사가 뭐라고 말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입 안이 터졌는지 피가 섞인 침이 줄줄 흐르는 데다가 이빨 두 개가 나가 얼굴을 똑바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이 일은 공식적으로 항의하겠소!”
“이렇게 폭력적이라니,역시 야 만인은……”
실바누스의 기사들이 핏대를 세우며 따지다가 무칼리의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그 무시무시한 얼굴을 보자 나설 때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그때,무칼리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그는 상급 기사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일 쳤네.”
타르칸의 책략가인 자칼렌이었다.
“맞을 짓을 했어.”
“넌 항상 때리고 나면 그 소리를 하더라.”
“하지만 이 자식이……!”
“알아.”
그렇게 답한 자칼렌이 상급 기사를 일으켜 세웠다.
말이 일으켰다는 거지 멱살을 잡고 끌어 올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상급 기 사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그나마 멀쩡했던 반대편 얼굴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너도 일 쳤네.”
“그러게.”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한 무칼리와 자칼렌이 허옇게 질린 나머지 기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주먹을 척 치켜올렸다.
“크헉!”
“아아악!”
두 사람이 사이좋게 기사들을 쥐어 패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듀란테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책사라는 놈까지 가세했으니 후처리는 이제 오릇이 자신의 몫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마지막 처리를 했다.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상급 기사에게 다가가 군화를 신은 발로 지그시 눌렀다.
그러니까 다리 사이의 달걀을.
“끄아아아아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파삭,달걀이 깨졌다.
* * *
다시 신방 앞.
타르칸과 아리스티네는 여전히 굳어 있었다.
어디선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 한 것을 잃은 듯한 처참한 절규가 들려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샤랄라 샤랄랄라,하는 소리에 묻혀 그들의 귀에 의미있게 닿진 못했다.
타르칸은 차마 그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아리스티네가 성 큼성큼 신방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외의 인테리어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상한 건 아니었다.
매일 밤 지내기엔 약간 정신 사나워도 유폐당했던 곳에 비하면 훨씬 좋았다.
‘아니,비교 자체가 미안할 정도지.’
침대까지 걸어간 그녀가 아직도 문간에 서 있는 타르칸을 돌 아보았다.
“뭐 해? 안 들어와?”
타르칸의 눈썹이 까딱이는 것 을 보며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 잘 거야?”
이번에는 그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아리스티네는 침대에 슬쩍 앉았다.
과연 궁인들이 자신만 믿으라 고 자랑할 만했다.
엄청나게 푹 신푹신했다.
“푹신푹신하네.”
이번에는 타르칸의 몸 자체가 움찔 흔들렸다.
‘쟤는 또 왜 저런담?’
아리스티네는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생각하길 포기했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데다가 거기에 목욕까지 했으니 온몸이 나른했다.
타르칸은 아주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 들어 온 맹수처럼 조심스럽고 경계심 많은 걸음이었다.
아리스티네는 장미 꽃잎을 흑 털어 버리곤 이불에 쏙 들어갔다
대자로 편히 누우니 푹신한 침 대가 몸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받쳐 왔다.
이불도 엄청 포근포근하다.
‘좋다……’
황홀했다.
살짝 실눈을 뜨니 어느새 침대 가에 다가온 타르칸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청 복잡하고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야 할 말이 많겠지.’
그러기 전에 이쪽이 먼저 선수쳐야 했다.
아리스티네가 이불 밖으로 오른손을 빼꼼 내밀어 바닥을 가리 켰다.
“그럼 넌 바닥에서 자.”
타르칸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아리스티네는 버티듯 온몸에 힘을 주었다.
침대는 사수해야 했다!
“난 분명 말했어! 결혼하기 전부터 푹신푹신한 게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 말에 타르칸의 얼굴이 더더욱 이상해졌다.
‘그러니까,이 여자가 푹신푹신 한 침대를 원한다고 어필했던 건 끝내주는 밤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타르칸을 딱딱한 바닥에서 재우고 본인은 푹신한 침대에서 자겠다는 뜻이었다.
아리스티네는 의지를 다지며 눈을 부릅뜬 채 타르칸을 바라 봤다.
절대 양보할 수 없다!
그러나 타르칸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버티고 있었다.
잠시 홀로 기 싸움을 하던 아리스티네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하는 수 없지.”
아리스티네가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타르칸을 향해 손을 척,내밀었다.
“손만 잡고 잘게. 누나 믿지?”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