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41)
41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괜히 밀크티로 해서……. 내가 손님 접대를 제대 로 못 했네.”
아리스티네는 우유가 듬뿍 들어간 밀크티를 보며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곧 고개를 들더니 디오나를 보고 힘차게 말했다.
“사과의 의미로 장운동에 좋은 것들을 보내 줄게!”
마치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둣이.
“아,아니에요!”
디오나는 다급히 외쳤다.
“저 그, 그런. 그게 아니에요!”
둘만 있어도 그런 오해를 받는 게 수치스러울 터였다.
하물며 지금은 타르칸의 앞이었다.
“저 이거 다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안 먹은 게 아니에요….I”
디오나가 재빨리 포크로 타르트를 찍었다.
그대로 입에 넣으려는데,
“안 돼.”
아리스티네가 그녀의 팔을 탁 붙잡았다.
“밀가루에 감으로 만든 거잖아. 변비에 안 좋아.”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디오나 앞에 놓여 있던 타르트 접시를 치웠다.
“밀크티도 카페인에 우유라서 안 되고.”
찻잔도 스윽 치워 버린다.
아리스티네는 황당함에 굳어 있는 디오나의 손에서 포크도 빼가선 타르트 접시 위에 탁 내려놓았다.
디오나의 표정이 너무 충격에 물들어 있어서,아리스티네는 생 각에 잠겼다.
‘음……. 내가 너무 줬다 뺏어 버렸나.’
생각해 보니 디오나 입장에서는 타르트를 먹고 싶은데 변비 때문에 애써 스스로를 자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맛있다고 먹어 보라고 했으니 결심이 더 흔들렸겠지.
더 먹고 싶게 만들었으면서 안 된다고 뺏다니.
‘내가 생각해도 잘못했네.’
아리스티네는 디오나에게 부차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변비의 병증이 평범하면 눈 딱 감고 먹어도 괜찮겠지.”
이렇게 타르트를 모질 게 뺏는 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너는 꽤…… 아니,심각하게 곤란한 정도잖아.”
“제,제가요?!”
“어제 신부 대기실에 있을 때 진짜 놀랐어. 얼마나 심했으면 그렇게……”
아리스티네는 안타까움에 차마
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배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그게 충족되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아리스티네는 디오나의 손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디오나가 얼굴을 구기며 손을 홱 뒤로 뺐다.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 는 거예요!”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진디오나가 서둘러 항변했다.
“저는 벼…… 그, 그런 병증 따위 없어요! 제가 얼마나 자주..|”
“자주?”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화장실에 자주 간다는 건가?
자신이 하려던 말의 실수를 깨닫고 디오나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아,아무튼!”
디오나는 아리스티네와 눈을 마주친 채 한 자,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진짜 아니에요!”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던 아리스티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과민성이야? 내가 대단한 착각을……”
“아니!”
광!
디오나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어찌나 강한 힘이었는지 접시와 찻잔이 달그락거렸다.
그녀는 타르칸의 앞이니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었다.
“그쪽으로 문제가 아예 없다니까요!”
아리스티네는 얼굴이 터질 것 같이 흥분한 디오나를 바라보았다.
“디오나,마음은 알겠어.”
“마음이 아니라 사실을 아셔야지요!”
속 터지는 외침에도 아리스티네는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심리 상담사처럼 친 절하고 다정한 어조로 설명하듯 말했다.
“하지만 변비든 과민성 대장 중후군이든 그냥 질병일 뿐이야.”
“아니,그러니까一.”
“네가 부끄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어. 그냥 병에 걸린 것뿐인걸? 감기에 걸린 거랑 똑같아. 감기를 부끄러워하진 않잖아?”
도닥도닥.
아리스티네가 재차 손을 두드려 주었다. 위로하듯이.
“그래, 비의 말이 맞아. 부끄러 워할 일이 아니지.”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타르칸이 끼어들었다.
‘으응?’
왠지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있는 것 같았다.
아리스티네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타르칸은 언제나와 같은 얼굴이었다.
나른하면서도 위험한,동시에 온기없이 차가운 얼굴.
‘기분 탓인가?’
그렇게 생각한 아리스티네가 다시 디오나에게 말을 건네려던 순간이었다.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이해력이 없어서 왕자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벌떡 일어난 디오나가 테이블 을 뒤엎을 기세로 고함쳤다.
그러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실을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아리스티네는 잠시 기시감을 느꼈다.
‘어제도 디오나가 이렇게 뛰쳐 나가는 걸 본 것 같은데……?’
그때 어디 가냐고 물으니 디오나가 답했다.
〈화,화장실이요……!〉
아리스티네는 턱을 쓸었다.
“또 화장실이 급했나. 어제 저렇게 뛰쳐나가면서 화장실 간다고 했거든.”
“그랬군.”
“역시 과민성을 변비라고 오해한 건가. 착각해서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었나 봐.”
“지레 착각하는 건 안 좋은 버룻이지.”
“그게 내 버릇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때까지 잘 대답해 주던 타르칸이 대답을 멈추고 아리스티네를 쳐다봤다.
“왜? 이번이 처음이잖아.”
진짜 모르겠다는 둣 눈을 동그 랗게 뜬 모습을 보고 타르칸은 실소를 홀렸다.
‘첫 만남에 사람을 수줍은 변 태 취급 했으면서……’
거기다가 어젯밤은 또 어떤가.
침대를 부수네,마네 하게 된 것도 아리스티네의 착각이 불러온 결과였다.
“기분을 완전히 상하게 했는데 어쩌지.”
“어쩔 거까지 있나. 정 신경 쓰이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좋은 것을 선물하든가.”
“역시 그게 좋겠지?”
그렇게 묻는 아리스티네의 얼 굴에는 악의라곤 하나도 없었다.
디오나가 무슨 의도로 이곳에 찾아왔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
타르칸은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근데 너 안 가 봐도 돼?”
아리스티네는 디오나가 사라진 방향을 눈짓하며 물었다.
어째서인지 타르칸은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내가 왜?”
“어?”
날 선 반응에 아리스티네는 당황했다.
“그야,디오나 기분이 안 좋으 니까?”
이럴 때 남자 친구가 가서 달 래 주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싸웠나?’
그러고 보니 아까 디오나가 둘 만 좀 보자고 할 때도 타르칸이 거절했다.
그게 싸워서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됐다.
디오나가 따로 이야기하자고 한 것도 다툼에 관한 거였겠지.
딱히 제삼자인 아리스티네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내버려 두자 싶어서 아리스티네는 원래 타르칸과 하려던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음,그러면 아까 기사들 말인데.”
‘기사들’이라는 말에 타르칸의 얼굴이 대번에 사나워졌다.
기사들에게 모욕당했다는 아리스티네의 말 한마디면 당장 가서 그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생 각이 었다.
딱히 그녀에게 별다른 뜻이 있 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타르칸은 원래 그의 사람을 지켜 왔고, 그의 신부인 아리스티네 또한 그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뿐이다.
“좀 상태가 이상했지? 뭔가 정 신적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겠고.”
옴찔.
예상외의 말에 타르칸이 몸을 긴장시켰다.
기사들이 이상하게 굴었던 건 타르칸 때문이었다.
‘설마 내가 뒤를 밟았다는 걸 들킨 건 아니겠지.’
금안이 탐색하듯 아리스티네의 얼굴을 훑었다.
하지만 아리스티네의 무표정한 얼굴에선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 몰래 기사들을 때 렸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 어쩌지 싶어 몸이 굳었다.
딱히 그게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들키면 곤란할 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유도해서 개네들이 아이루고 전사들에게 공격당한 게 아니라고 직접 말했으니까.”
“……뭐?”
타르칸의 당황한 얼굴에 아리스티네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 와중에 마수에게 공격당한 거라고 허세를 부리더라. 어쨌든 이걸로 외교 문제로 번질 일은 없어.”
아리스티네가 당당한 얼굴로 타르칸을 바라봤다.
“어때,나 잘했지?”
타르칸은 잠시 반응이 없었다.
그의 목울대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래. 잘했다.”
후,하고 타르칸이 미소 지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늘어난다.
생각지도 못한 부드러운 웃음이라,아리스티네는 조금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다사로운 봄바람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오,생각보다 반응이 더 괜찮은데?’
아리스티네는 눈을 빛냈다.
분위기가 괜찮았다.
역시 자신의 유능함이 상당히 어필된 모양이었다.
‘하긴,이 상황에서 이게 외교 문제로 번지면 난감해지지.’
어제 웨딩 퍼레이드를 완주한 게 물거품이 된다.
‘그렇다면…..’
아리스티네는 슬쩍 타르칸의 기색을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예전에 했던 이야기 말인데.”
“어떤 거?”
아리스티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야기가 먹힐 타이밍 같아서 이야기를 꺼낸 거긴 하지만 조금 떨렸다.
“내가 전에 개인 사업 해도 되 냐고 물었었잖아.”
타르칸의 왼쪽 눈썹이 위로 획 추켜 올라갔다.
“이제는 내가 사업병 걸린 게 아니라는 거…… 알겠지?”
저번에 개인 사업 이야기 꺼냈을 때 결국 답을 못 들었으니 이번에야말로 확답을 듣고 싶었다.
‘그 대장장이와도 어서 접선하고 싶고.’
“글쎄,막무가내로 인장부터 찍으라는 듯 군 게 엊그제라.”
타르칸이 나른하게 턱을 괴며 말했다.
그는 아리스티네의 눈동자가 안절부절 요동치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아,조금 화도 난 것 같네.’
겉으로는 세상을 초탈한 것처럼 보이는 여자 안에 이토록 다양한 감정이 녹아 있는 게 신기 했다.
무표정한 여자의 얼굴에서 그걸 발견해 내는 것이 새로웠다.
“그래서 매물이 어떤지 보여 줬잖아? 보여 주자마자 인장 광 찍어 놓고선.”
아리스티네의 말에 타르칸이 피식 웃었다.
그래,그 말이 맞았다.
이 여자를 알게 되고,망설임 없이 그녀의 파트너가 되었으니까.
“왜 하려는 건데?”
“사업을 왜 하겠어.”
아리스티네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어깨를 으쑥였다.
“돈 벌려고 하는 거지.”
자아실현이나 취미…… 아니면 워낙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여자이니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서 사업을 하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이라니.
대체 강대국의 왕자비가 돈이 필요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남편이 왕위 후계자로 거론되는 황금 동아줄인데.
타르칸이 마음에 안 든다는 둣 눈썹을 까딱였다.
“나 돈 많아.”
“알아.”
지금 무일푼 앞에서 자랑해?
아리스티네는 아니꼽다는 눈으 로 타르칸을 쳐다봤다.
마수의 사체는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가죽,뿔,이빨,발톱,마나가 흐르는 체액. 결정화된 안구.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마나의 근원인 심장.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타르칸은 마수를 토벌하고 다니니 사유 재산이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평민 출신인 모친을 두면 외척이 없어 금권이 약한 게 보통이다.
하지만 타르칸은 긴 시간에 걸쳐 막대한 부를 축적해 온 스키엘라 공작가보다도 유동 자산이 많을 정도였다.
‘부동산까지 합하면 다르겠지만.’
그래도 격차가 크진 않을 터였다.
전공을 워낙 많이 세운지라 왕이 공로를 치하하며 타르칸에게 하사한 알짜배기 땅과 건물과, 광산이 꽤 됐다.
‘좋겠다.’
아리스티네의 눈이 질투로 이글거리자 타르칸은 황당했다.
“넌 내 아내고.”
“응,그렇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더 황당했다.
“그런데 돈이 필요하다고?”
“그건 네 돈이잖아?”
아리스티네가 밀크티를 호로록 마시며 말했다.
“내게 내탕금이 책정되겠지. 하지만 그건 내가 이 나라의 왕자비로서 써야 하는 돈이야.”
아무리 아리스티네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이라고 해도, 왕자비이기에 받는 돈이니 당연히 그렇게 써야 했다.
정말로 아리스티네의 것인 양 취하면 안 된다.
“아니면 네 명의로 된 거 나한 테로 돌려줄래? 원래 재산 관리같은 건 아내가 하는 거라고 하더라.”
“뭐?”
“많은 건 바라지 않아. 건물 한 채……?”
소탈한 척 말한 아리스티네가 눈치를 보더니 은근슬쩍 조건을 덧붙였다.
“……이왕이면 왕도에 있는 것 으로. 그중에서도 중심 광장에 있으면 좋겠는데.”
타르칸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업병이 있는 게 아니라 사기꾼 기질이 있었군.”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인지 아내의 도둑놈 심보가 싫지만은 않았다.
아리스티네가 함께 픽 웃으며 소서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달칵,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물었다.
“자,그럼 슬슬 내 개인 사업에 협조해 주지 그래, 파트너.”
타르칸은 자신 앞에 내밀어진 새하얀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맞잡았다.
자그마한 새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손이었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