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55)
55화
“모후 폐하,지금 제 아내에게 손을 올리신 겁니까.”
맹수의 울음같이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르칸에게 콱 틀어잡힌 왕후의 손이 허공에서 바르르, 경련 했다.
“이,이 무슨……”
왕후가 하얗게 질린 입술로 중 얼거렸다.
그녀는 붙잡힌 손을 빼내려 팔을 뒤틀었지만,타르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감히 왕후인 내게 이 무례한 짓거리인가! 어서 손을 떼지 못해?!”
“그 전에 제 질문에 대답을 해 주셔야겠는데요,모후.”
타르칸이 꼬박꼬박 ‘모후’라고 부를 때마다 왕후의 이마에 핏대가 돋았다.
“이거 놔!”
왕후가 몸부림을 쳤다.
“타르칸,어서 폐하를 놔 드려!”
“감히 모후께 무슨 짓이야!”
“이렇게 무례하다니!”
타르칸의 기세에 눌려 있던 공 주들도 타르칸에게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르칸은 그쪽으론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왕후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팔목을 잡은 손에 꾹 힘을 준 그가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 거친 움직임에 왕후가 몸부림을 멈췄다.
그녀가 고개를 든 순간,타르 칸이 낮게 읊조렸다.
“응? 폐하, 내 아내를 때리려고 했냐고.”
왕후는 저도 모르게 흐윽,숨을 들이켰다.
인간성을 배제한 것 같은 금안이 그녀를 꿰뚫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짐승 같은 안광이 번뜩 였다.
온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무례하다거나 건방지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타르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왕후는 완전히 압도되 었다.
타르칸은 퍼렇게 질린 채 덜덜 떠는 왕후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풀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왕후가 비틀 거리다가 쓰러지려는 것을 자칼렌이 붙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넘어지게 놔두고 싶었지만,그랬다가는 일이 커지니까.
타르칸이 시선을 돌려 공주들을 차례로 훌어봤다.
공주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마주 노려보고 싶어도 버틸 수가 없었다.
“부인.”
타르칸이 아리스티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왕후의 손을 틀어쥐었을 때와 달리 부드러운 손짓이었다.
아리스티네는 굳은살이 단단히 박인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놓았다.
타르칸이 그녀의 손을 꽉 감싸 쥐었다.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모후.”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었다.
타르칸은 왕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옆으로 아리스티네가 함께 걸었다.
두 사람의 손은 단단하게 맞물려 있었다.
“………….”
다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멍 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타르칸이 내뿜던 위압이 사라 지니 숨통이 트였다.
왕후는 궁인들에게 부축받아 자리에 앉았다.
궁인들은 얼른 찬 수건을 가져와 왕후의 이마와 목덜미에 대고 입술을 축여 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예니카리나가 사나운 눈으로 다실 문을 노려 봤다.
이미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은 사라지고 없었다.
‘저딴 천출한테 적통인 내가……!’
그녀의 눈에 독기가 차올랐다. 예니카리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 * *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이 이끄는 대로 묵묵히 따라 걸었다.
갑자기 난입해 자신을 데리고 나왔으니 뭔가 말을 하겠지 싶었는데 한참을 걸어도 말이 없 었다.
“타르칸.”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었다. 잠시 따라 걷던 그녀가 재차 그를 불렀다.
“타르칸.”
우뚝, 타르칸이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그녀를 쳐다보진 않았다.
고개를 갸웃한 아리스티네가 까치발을 하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타르칸이 흠칫하더니,푹 주저앉았다.
“아一.”
타르칸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리스티네는 깜짝 놀라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뭐야,왜 그래? 어디 아파?”
하지만 타르칸은 반응이 없었다.
여전히 주저앉은 채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아픈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리스티네는 뭔가 싶어 타르칸과 잡고 있는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가만히 타르칸을 지켜보던 아리스티네가 에잇,하고 얼굴을 가린 그의 손을 내렸다.
보드라운 손이 얼굴과 손에 닿자 타르칸이 흠칫했다.
힘을 꾹 줘 버티다가 아리스티네가 손톱으로 손가락 사이를 살살 긁자 못 버티고 내린다.
그래도 여전히 코와 입술 부분은 손에 가려져 있다.
타르칸의 눈동자가 아리스티네 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도저히 아까 왕후를 압살하다시피 제압하던 눈동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타르칸은 복잡한 얼굴이었다.
너무 많은 감정이 타르칸의 얼굴에 떠올라 있어,사람을 대하 는 것에 익숙지 않은 아리스티네는 어떤 것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타르칸은 자신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아리스티네를 바라보았다.
〈저는 제 남편이 마음에 들거든요.〉
〈저는 제 남편이 자랑스럽고, 제 남편과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타르칸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아리스티네.
“응”
“아리스티네.”
“왜.”
“아리스티네.”
“왜 자꾸 불러.”
“아리스티네.”
“………….”
아리스티네가 대답 없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아,골이 난 표정이다.’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인데 타르칸은 그녀의 감정을 읽을 수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읽혔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조금씩 티 나는 감정이 재밌어서, 그래서 눈이 가서,그러다 보니 알게 된 걸까.
타르칸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갈까.”
아리스티네는 잠시 새초롬한 눈으로 타르칸을 바라보다가 결국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때까지도 손을 놓지 않은 채였다.
타르칸은 느리게 걸었다.
왕후 의 궁에 올 때와는 전혀 다른 속도였다.
지금 생각하니 이 먼 거리를 뛰어오다니 그렇게 비효율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땐 말을 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지금도.
꽤 오래 걸려 도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온기가 따스했다.
매일 밤 손잡고 자서 그런지 이제는 이 온기와 보드라움이 익숙했다.
한 걸음,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아리스티네의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타르칸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동그란 정수리와 긴 속눈썹,말랑해 보이는 뺨과 연분홍빛 입술.
“아리스티네.”
부르자 그녀가 올려다본다.
나란히 걸으며 내려다볼 땐 잘 보이지 않던 보랏빛 눈동자가 온전히 그를 향한다.
나도 네가 내 아내가 되어서. 그래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잠시 타르칸을 바라보던 아리스티네는 콧잔등을 살짝 찡그리 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걸음이 갑자기 성큼성큼 빨라 진다.
화가 났나 보다.
‘하여간 은근히 화 잘 낸다니까.’
얼굴이나 평소 하는 짓을 보면 절대 화 같은 건 낼 것 같지 않은데.
“아리一.”
“부르지 마. 한 번만 더 부르면…..”
“더 부르면?”
“여기서 너 변태라고 소리칠 거야.”
타르칸의 얼굴이 파스스 식었다.
‘아, 원래 이런 여자였지.’
도무지 무드를,아니,그녀와 자신 사이에 무드라는 게 있을 리 없지만.
여하간 정말 특이한 여자였다.
타르칸이 피식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단 한 번도 놓지 않고 나란히 걸었다.
목적지는 단연 그들의 신혼집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 * *
‘산책하러 간다더니 연애질이나 하시고……’
자칼렌은 대체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눈치껏 거리를 둔 채 뒤따라가고 있었다.
따라가고 싶지 않아도 그가 가는 곳 역시 타르칸의 궁이기 때문에 방향이 같았다.
‘어 잠깐,연애?’
자칼렌은 제가 무심코 한 생각에 깜짝 놀랐다.
연애라니.
그보다 타르칸과 안 어울리는 말이 어디 있을까.
타르칸은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단 한 명의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그의 첫사랑.
타르칸이 전사들에게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한 적은 없지만,오 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타르칸에게 첫사랑이 있고,오로지 그녀에게만 마음을 내준다는 것.
다른 여자는 바윗돌 보듯 본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니,바위보다 못한가?’
적어도 평원에서 바위를 보면 저게 엄폐물이 될 수 있을까,관심을 가지니까.
그런 의미에서,자칼렌은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의 결혼 생활을 꽤 걱정했었다.
그는 전사들 중 황녀가 유폐당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몇 안 되는 사람으로서 처음부터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다.
‘내가 걱정할 필요 없었군.’
하긴,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이 첫날밤에 침대를 부순 일화는 전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일이었다.
그때 전사들은 주군께서 그럴 리 없다며,분명 뭔가 다른 일을 하다가 부쉈을 거라고 열변을 토했다.
뭔가…… 검술 시연이라든가, 주먹으로 판자 깨기 같은 느낌의 게임을 했다든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차라리 그게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순 거였어.’
정상적인 방법이라는 표현이 옳은 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다행이었다.
자칼렌은 대체 뭔 짓을 해서 어린 주군을 홀렸는지 모르는 첫사랑보다 아리스티네를 더 응원했다.
가슴앓이하는 주군의 모습을 보고 그 첫사랑을 씹고 뜯었던 적이 몇 번인가.
그 첫사랑은 나타나질 않고, 이왕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서로에게 마음 붙이고 살길 바랐다.
직접 만나 본 아리스티네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렇게 신혼의 묘미를 즐기며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니 자칼렌은 흐뭇 …… 은커녕 옆구리가 시렸다.
봄인데 왜 이렇게 춥고 썰렁하지.
‘나,원. 서러워서.’
자칼렌은 눈물을 찍 홀렸다. 봄이 좋냐.
Chapter 17. 남의 부인한테
“어서 와,리트렌.”
아리스티네는 뿌듯한 눈으로 제 첫 직원을 바라봤다.
“비전하를 뵙습니다.”
리트렌이 아리스티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와 아리스티네는 손을 내주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깨지는 유리 조각을 붙잡는 것처럼,리트렌은 살살 아리스티네의 손을 쥐었다.
그리고 그 희고 깨끗한 손등에 입술을 댄다.
깃털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 럼 살짝,차마 자신이 닿아도 되는 건지 저어하는 마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대하 둣이.
아주 경건하고 정중한 입맞춤이었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누가 보면 아주 기사 서임이라도 하는 줄 알겠군.”
타르칸이 입매를 비틀며 중얼거렸다.
사나운 맹수 같은 금안이 날카롭게 번뜩이며 리트렌을 바라보았다.
순둥한 대형견 리트렌은 순간 움찔했지만 물러나지 않고 충견처럼 아리스티네 옆에 버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 마음에 안 들어 타르칸의 미간에 가느다란 선이 생겼다.
리트렌은 타르칸의 박력에 움찔움찔 침을 꿀끽 삼키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기사 서임보다 더 대단하지.”
두 사람의 기묘한 대치를 눈치채지 못한 아리스티네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친히 리트렌을 일으켜 주었다.
두 남자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 했다.
리트렌의 얼굴은 감격으로 물들었고 타르칸의 얼굴은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트렌은 내 첫 직원인데.”
아리스티네가 보기만 해도 배 부르다는 얼굴로 리트렌을 쳐다봤다.
‘후후,내 황금 거위.’
아리스티네의 표정을 본 타르칸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
‘저놈의 첫 직원 소리는 좀 안 하면 안 되나.’
그간 리트렌에 관해 얘기할 때 마다 아주 ‘내 사람, 내 사람’ 노래를 부르며 난리가 났었다.
냉정한 비즈니스 관계에서 왜 소유격을 붙이냔 말이다.
“그렇게 예의 차릴 거 없어, 리트렌.”
아리스티네가 리트렌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앞으로 계속 보게 될 텐데, 그때마다 매번 그렇게 무릎 꿇으면 힘들잖아?”
“하,하지만……”
리트렌은 뭐라 항변하려 하다 가 아리스티네의 얼굴을 보고 슬쩍 고개를 숙였다.
“그럼 비전하의 후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아,좋아.”
아리스티네가 만족해서는 미소 를 지었다.
칭찬을 받은 충견이 기쁜 듯 보이지 않는 꼬리를 살랑였다.
타르칸은 살짝 상기된 리트렌 의 얼굴을 보고 더 떪은 표정이 되었다.
보통 그가 이렇게 쳐다보면 다들 깨갱,하고 꼬리를 마는데 리트렌은 그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계속 꼬리를 살랑살랑하지 않는가.
‘남의 부인한테.’
소심하게 기삐하던 리트렌이 힐끔 아리스티네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어,제가 비전하께 무엇을 만들어 드리면 될까요?”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