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참 잘했어,로잘린. 역시 믿음직스러워.”
“저,그러면……”
로잘린이 떨어질 고기 조각을 바라며 침을 질질 홀리는 사냥 개처럼 눈을 빛냈다.
“그래,날 위해서 시녀들을 사냥해 주었으니 당연히 보상을 내려야지.”
아리스티네의 손짓에 궁인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뭘 가져오는 걸까!’
저번에는 도합 수십 캐럿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타르칸에게 목걸이를 빼앗기는 바람에 결국 아무것도 받지 못 했으니 오늘 그때의 몫까지 합 쳐 줄 터였다.
그러나 시녀들이 가져온 건 생 각보다도 더 작은 함이었다.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작으면서도 그 무엇보다 값비싼 것이 있다.
‘설마 아르젠아쿠아?’
두근,로잘린은 이제 기대감을 넘어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 고 은빛 함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로잘린.”
아리스티네가 천천히 함 모서리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내가 굉장히 재밌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이야.”
로잘린의 진녹색 눈이 아리스티네를 노려봤다.
‘지금 그딴 얘기가 중요해? 어 서 열기나 하라고.’
달칵,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함이 작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한 로잘 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타르칸이 단걸 싫어한다고 하더라구.”
선명한 보랏빛 눈동자가 로잘 린을 응시했다.
“그,그건……”
로잘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렸다.
짤그락,아리스티네가 함에서 꺼내 든 물건이 조명의 빛을 반사해 뚜렷한 은빛으로 빛났다.
뱅글 팔찌처럼 생긴 은빛 원 두 개가 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수갑이었다.
“시,시녀들과 같은 편인 척해야 해서,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예요.”
로잘린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런데 왜 나한테 귀쯤해 주지 않았어? 그땐 우리 둘밖에 없었잖아.”
“혹시라도 시녀들이 눈치챌 수 도 있으니까요.”
아리스티네는 대답이 없었다.
로잘린이 마른 입술을 핥으며 변명했다.
“제가 언제 황녀님께 말하고 일을 꾸몄나요? 항상 저 혼자서 알아서 했잖아요.”
로잘린은 ‘혼자서’를 일부러 강조했다.
년 손도 안 대고 코를 풀었는데,그건 전부 다 내 덕분이잖아?
그런데 지금 나를 버리겠다고?
아리스티네는 말없이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섬세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여유롭게 수갑의 은빛 곡선을 따라 스윽,움직인다.
로잘린은 절박하게 신문을 움 켜쥐고는 내밀었다.
“보세요,제 덕분에 시녀들이 죗값을 치렀잖아요! 얼굴도 못들고 다닐 정도로!”
아리스티네가 후,하고 미소 지었다.
로잘린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거미줄에 걸린 것도 모르고 몸 부림쳐,줄에 칭칭 감기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하는 벌레처럼.
“그랬다는데?”
아리스티네의 말은 로잘린을 향한 게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은 로잘린의 뒤쪽을 향해 있었다.
그곳엔 고작 하룻밤 만에 엄청 나게 초췌해진 시녀들이 서 있었다.
“세, 셀리안 영애,멜로디아 영 애……”
뒤를 돌아본 로잘린이 숨을 들이켜며 그녀들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본 시녀들이 로잘린에게 달려들었다.
황녀가 감옥에 찾아와 이건 전부 로잘린이 꾸민 짓이라 말할 때도 긴가민가했는데……!
“이게 전부 당신 계획이었어?”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우리만 침실로 몰아넣고,혼자 쏙 빠지고!”
“사람들이 그렇게 갑자기 몰려 온 것도 네가 알려서 그런 거지?”
로잘린의 말대로다.
실바누스로 돌아가도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됐다.
게다가 기자들이 가문의 비리까지 다 파헤치는 바람에 가문에서도 버림받게 생겼다.
“아악! 이거 놔!”
머리채를 잡힌 로잘린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눈 돌아간 시녀들에게 뵈는 건 없었다.
그녀들은 로잘린을 바닥에 패대기친 후 아리스티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로잘린이 황녀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다녔는지 샅샅이 고하도록 할게요.”
“그간 무슨 짓을 꾸몄는지도.”
그 말에 로잘린이 버둥거리며 허겁지겁 아리스티네 앞으로 기어 왔다.
“이건 모함이에요!”
그녀가 시녀들을 밀치며 빽 소리 질렀다.
“황녀님,그렇잖아요? 제가 그간 얼마나 황녀님께 충성을 바쳤는데.”
비굴하고 초조한 웃음이 그녀의 얼굴 한가득 떠올랐다.
“자기들만 이렇게 된 게 분해서,제가 황녀님을 따르는 게 싫어서 물귀신처럼…!”
“로잘린,로잘린.”
아리스티네가 웃으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사라락,은 빛 머리카락이 느리게 흘러내린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하지 말자,우리.”
로잘린은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밀이야……? 그 뜻 은一.’
그럴 리가 없다.
시녀들이 패닉에 빠져 있는 로잘린을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확인했으니 황녀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할게요.”
“이 배신자에게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아리스티네는 느긋하게 그녀들을 내려다봤다.
‘예상은 했지만.’
참,거기서 거기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야 편하지.’
로잘린은 일그러진 얼굴로 아리스티네를 올려다봤다.
‘처음부터 나를 의심했던 거야?’
개처럼 멍멍 짖으며 무릎 꿇고 바닥을 기었다.
자존심은 다 접어 두고 황녀의 비위만 맞추며 비굴하게 입 안의 혀처럼 굴었다.
모든 것은 홋날을 위해.
‘그런데 그 모든 게 허사였다
너무 멍청한 거 아니냐고,배신할 생각에 히죽거리던 자신만 천하의 천치가 됐다.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아리스티네가 로잘린을 보고 생긋 웃었다.
“요 며칠 꿈은 행복했니?”
“……황녀!”
로잘린의 진녹색 눈동자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녀는 그대로 아리스티네에게 달려들었다.
아니,달려들려 했다.
“아악!”
대기하고 있던 궁인들이 그녀의 팔을 뒤로 잡아 꺾었다.
“어딜 감히,우리 비전하께.”
“이거 놔! 이 덩치만 커다란 야만인들!”
“글쎄,진짜 미개하고 야만적인 건 과연 누구인지.”
“적어도 우리는 충의를 알거
궁인들은 픽 웃으며 손쉽게 로잘린을 찍어 눌렀다.
아리스티네는 은팔찌를 짤랑거리며 궁인들에게 건넸다.
찰칵,차가운 수갑의 감촉이 로잘린을 옥죄었다.
푸들대는 얼굴로 자신을 노려 보는 로잘린을 향해 아리스티네가 노래하듯 말했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 원래 그런 거잖아?”
보랏빛 눈을 보는 순간 로잘린은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솥에 들어간다.
왜 그 유명한 진리를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리스티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기만 했다.
“잘 어울리네,은팔찌. 선물은 마음에 들어?”
“아아악! 아리스티네!”
로잘린이 발광하며 꽥꽥 소리를 질렀다.
궁인들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연행해 갔다.
아리스티네는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현실로 따지자면 고생한 강아지를 어화둥둥 예뻐해 주겠지만.
‘재는 솥에 들어가는 게 좋겠어.’
아리스티네가 솥을 마련할 필 요도 없다.
그녀의 아비인 황제가 알아서 펄펄 끓는 솥을 준비해 줄 테니까.
* * *
★마지막 한 명마저, 왕자비를 음 해하는 시녀들
★우연인가, 누군가의 음모인가. 최종 흑막, 로잘린 로잘린의 얼룩진 실체
일간지는 나름대로 점잖은 헤 드라인을 썼지만,가십지로 넘어가면 수위가 확 높아졌다.
★나 빼고 다 쌍년이다, 로잘린. 알고 보니 자기가 가장 쌍년
★로잘린, 알고 보니 겹겹 장미 꽃잎이 아니라 양파? 까도 까도 깔 게 나와
“뭐야,진짜. 언제는 자기가 무슨 이 시대의 양심인것처럼 인터뷰하더니.”
“알고 보니 가장 지독한 사람이었잖아?”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신문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리스티네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연고 하나 없는 만리타향에 혼인하러 온 존재였다.
그런데 친정에서부터 따라온 시녀들이 하나같이 이렇다니.
“칼로 찌르려 하지 않나,남편 침대에 숨어들질 않나.”
“거기에 그걸 뒤에서 진두지휘하고 겉으로는 입 싹 씻는 사람까지.”
“뭐라 그랬지? 자기만큼은 끝 까지 남아 황녀님을 모실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무섭다, 무서워.”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지냈을 왕자비가 가련했다.
“그래도 타르칸 전하께서 잘해 주시니까.”
“그래, 사랑이 있으니 버티실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이 열광하는 사랑 이야 기에는 항상 위기가 있다.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은 아직 신혼이었지만, 웨딩 퍼레이드 때의 마차 사고부터 시작해 정말 다사다난한 일이 일어났다.
“여기 시녀들이 홀딱 벗고 유혹해도 전하께서는 눈 하나 깜 짝하지 않으셨다잖아.”
“오히려 불쾌해하시고.”
“역시 사랑하는 비전하가 아니 면 안 되는 거지!”
응흐흐! 사람들이 헤벌쭉 웃었다.
온갖 위협과 유혹,갈등 속에 서도 굳건한 사랑!
모두가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결혼식 후,왕자비 부부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손에 꼽았다.
그래서 항상 베일에 싸인 느낌이었는데,이런 일이 자꾸만 생기니 오히려 상상이 더해졌다.
“역시 이 커플은 특별해!”
“좀 더 많이 보고 싶은데.”
“언제 결혼 생활이 어떤지 인 터뷰라도 해 주셨으면 좋겠다.”
“커플 화보도 보고 싶어……”
“왕족 소식이라면서 예니카 공주님만 끊임없이 나오고.”
그 전까진 예니카리나가 나오면 귀엽다,사랑스럽다 하고 봤다.
하지만 원하는 소식이 따로 있는데 예니카리나만 계속 나오니 지겹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 었다.
“아무튼,감히 우리 왕자비 전하를 능멸하고 두 분 전하의 결혼 생활을 방해한 것들은 돌 맞아야 해!”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실바누 스의 민중 사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황녀님은 어려서부터 아프셔서 밖에 잘 나오시지도 못 했는데.”
단지 ‘우리 왕자비님’이 ‘우리 황녀님’으로 바뀌었을 뿐.
“그런 우리 황녀님을 시녀라는 자들이 못 살게 핍박해?!”
“잘 보필하진 못할망정!”
아리스티네가 건강하고, 단지 황제의 눈 밖에 나 유폐당한 것임을 모르는 실바누스 백성들은 분개했다.
그들에게 아리스티네는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
사실 공식 석상에 자주 나타나고,자선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둘째 황녀님이 가장 친숙하고 인기가 많긴 했다.
그에 반해 민중 앞에 얼굴을 보인 적이 없는 첫째 황녀님은 아무래도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나 아프시면 그럴까,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다.
병약한 비운의 황녀님.
그런 그녀가 종전을 위해 야만 인에게 시집까지 갔으니,사람들 이 더 마음을 쓰게 된 건 당연 했다.
특히,결혼을 위해 신행 마차 를 탄 아리스티네의 모습이 신 문에 나면서 사람들은 더더욱
아리스티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 고결하면서도 기개 넘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원래 직관적으로 호소력을 발휘하는 건 얼굴이다.
사람들이 병약한 비운의 황녀 이자,평화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아름답고 고결한 아리스티네에게 푹 감화된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간간이 아이루고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뿌듯해하기도 하고 분개하 기도 했다.
아이루고 백성들이 황녀님을 좋아하는 것을 보며 ‘역시 우리 황녀님!’ 하는 마음과 ‘아니, 우리 황녀님인데!’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편히 요양하셨으면 싶었는데 야만인의 나라에 가서 이런 수모를……”
“그런데 아이루고라서 그런 건 아니잖아?”
“응,이상하게 우리 황녀님을 곤경에 빠트린 건 다 시녀들이야. 실바누스에서 함께 간……”
“야만적인 아이루고 놈들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시녀들이 다 이러니까 좀 마음에 걸려.”
“폐하께서 사랑하는 딸을 위해 고심해서 인선했다고 신문에까지 났었는데.”
“그,기사들도 갑자기 중간에 돌아오지 않았나?”
“자세한 건 알려지지 않았지만,황녀님을 잘 모시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거라고 하던데.”
“잘 모시지 못했다는 게…… 사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거 아냐?”
이런 여론은 당연히 황제가 기거하는 황궁에까지 닿았다.
* * *
챙그랑一!
금박을 물린 값비싼 도기가 와 장창 깨졌다.
시종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깬 도기 외에도 황제의 주변에는 온갖 것들이 산산조각 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며칠 전부터 계속 반복이었다.
첫날 보물급의 기물들이 한순 간에 박살 나는 것을 보고 시종장은 현명하게도 모두 깨지지 않는 것으로 물건을 교체했다.
그래서 안심했는데.
‘설마 저 크고 무거운 도기를 번쩍 들어 깨실 줄은……’
지금 황제의 눈에 띄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에 자신 외의 모든 시중인을 물린 상태였다.
한참 동안 방을 뒤엎으며 난장을 부리던 황제가 드디어 지쳤는지 헉헉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감시하라고 보냈더니,저희끼리 내분이 일어나?!”
기사들이 엉엉거리며 돌아왔을 때는 차라리 황당하고 어이없는 마음이 컸다.
브로디가 칼로 아리스티네를 찌르려다 실패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미친 건가 싶었다.
그야 아리스티네는 언젠가 죽을 운명이었다.
죽어서 이 평화를 깨고 전쟁의 불씨가 되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아직 제대로 된 전쟁 준비도 못 했는데 벌써 죽여서 일을 그르치려 하다니!
그래도 거기서 끝일 줄 알았다.
설마,여기서 더 무슨 일이 일어 나겠는가.
그랬는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일을 이렇게 망친 게 그 로잘린이라는 계집 때문이라고……’
황제가 낮게 읊조렸다.
이 계략에 아리스티네는 가려지고 로잘린의 이름만 남았다.
아리스티네가 시녀들과 디오나를 이용해 세운 계획대로였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