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74)
74화
남에게 떠넘기기가 최고다.
“이름을 공모해도 좋지 않을까?”
“공모?”
“응,‘녹이 슬지 않는 강철! 이 강철의 이름을 여러분이 직접 정해 주세요!’라는 거지.”
아리스티네가 “어때?” 하며 타 르칸에게 물었다.
남에게 떠넘기기라고 했지만 소비자의 참여를 높이는 건 꽤 효과있는 마케팅이다.
역시 타르칸도 그 부분을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네. 선전도 되고.”
“좋아.”
타르칸은 씩 웃는 아리스티네를 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이 어떤 이름을 낼지 모르나?’
너무 예상이 잘되는데.
아리스티네는 평화의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 평화의 여신이 사람을 살리는 칼-메스에 새로운 강철을 만들어 사용했다.
거기다 의료용 메스는 사업성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니 사람들 눈에는 자선 사업처럼 비칠 것이다.
평화의 여신이 손해를 감수하 고 오로지 아픈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열심히 메스를 만들었는데 심지어 그 결과가 놀랍기까지 했다.
자애로우면서 똑똑하고 영리하기까지 한 왕족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벌써부터 아리스티네를 부르짖는 시끄러운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거기에 이 강철에 붙일 이름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뭐.’
아리스티네가 기겁할 몇 개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지만,타르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보를 몇 개 추려서 투표 방식으로 최종 결정 해도 좋을 거 같아.”
아리스티네의 말에 타르칸이 비뚜름한 미소를 걸쳤다.
용감하기도 하지,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고 투표 결정이라니.
아리스티네는 스스로를 쪽팔림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 손으로 버리고 말았다.
“후보군은 그 대장장이가 정하도록 하는 게 어때?”
타르칸의 물음에 아리스티네는 다소 놀랐다.
‘타르칸이 리트렌의 의견을 들 을 생각을 하고,심지어 그걸 존중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타르칸은 리트렌을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이렇게 변하다니.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을 보고 내 직원님을 인정하게 된 건가.’
하긴,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취였다.
아리스티네는 뿌듯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게 좋겠다. 리트렌에게도 말해 둬야지.”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공헌한 사람이 바로 리트렌이다.
이름을 정하는 데 그를 빼놓을 순 없었다.
“하지만 이름 공모는 메스가 나오고 난 뒤로 미뤄야겠어. 먼저 메스를 짜잔,하고 보여 주고 싶으니까.”
아리스티네의 말에 타르칸이 동의했다.
“사전 지식 없어야 더 충격적이긴 하겠지.”
“응,그게 파급력으로 이어질 테고.”
상상만으로도 설렜다.
아리스티네는 손가락을 꼽으며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타르칸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 라보았다.
‘똑똑해.’
기가 막힐 정도로 명민하다.
녹이 슬지 않는 강철을 개발해 낸 거야 과정을 잘 모르니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 일련의 대화가 너 무나 물 흐르듯 흐르지 않았나?
부연 설명 할 것도 없고,한마디 하면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다 이해했다.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더했지.’
과연 이게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아무런 배움도 없이,혼자 자라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만약.’
만약 아리스티네가 제대로 제 왕학을 배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으로 오싹, 소름이 돋았다.
분명 그녀는 계승 싸움에서 두각을 드러내 무리 없이 황제가 될 거다.
그리고 아무도 황제가 된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실바누스 황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군.”
나지막한 중얼거림에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들고 타르칸을 바라봤다.
“황제?”
갑자기 여기서 왜 황제의 이야 기가 나오지?
그러다 아리스티네는 곧 깨달았다.
‘오늘 시녀들이 아이루고를 떠났지.’
수갑이 채워진 채,마차로 한 달이나 걸리는 긴긴 거리를 걸어서 연행되었다.
메스에 집중하느라 깜빡했다.
시녀들과의 일은 아리스티네에게는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눈앞에서 치워졌으니 그걸로 끝.
아리스티네의 시선은 항상 앞을 향해 있었다.
“그렇지,뭐. 황제의 시선이 시녀들에게 돌려져 있으니 오히려 내가 사업하기엔 수월할 거 같은데.”
타국,그것도 아이루고는 제국 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이다.
황제가 방해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지만,국제 무역을 생각할 땐 황제의 행동이 위축되 어 있는 편이 좋았다.
기사부터 시작해서 시녀들까지, 황제의 인선에 전부 문제가 생겼다.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이 일로 국민의 여론이 술렁였다.
“내가 죽을 때까지는 겉으로 나를 엄청나게 아끼고 사랑하는 척해야 하니까.”
타르칸은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분노도 원망도 슬픔도 없이 있 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담담한 얼굴.
그는 빈손을 들었다가 꽉 움켜 쥐며 내려놓았다.
황제는 공식적으로 시녀들 가문의 작위를 회수한 데다가 그 가문 전부를 노역수로 만들었다.
그것도 그냥 노역수가 아니다.
흑가시나무 마탑.
그곳의 노역수는 전부 최악의 범죄자로,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심지어 말하고 먹을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연구자들의 명령을 듣는다고 했다.
노예보다도 못한 처지가 될 터.
사람들은 쉬쉬하지만, 실험체가 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차라리 평생 얼음 감옥에 갇히겠다고 하니 오죽할까.’
황제는 그런 극형을 내리며, 감히 사랑하는 제 딸을 이렇게 만든 것은 반역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발표였다.
‘다행히도 황제는 내가 메스 사업을 준비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어.’
아리스티네가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찬스였다.
전문적인 인력이 아니라 기사들과 시녀들로 감시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네는 나를 괴롭히고 타르칸 을 꼬시는 거에만 관심 있는 애들인데.’
덕분에 정보에 구멍이 생겼다.
기사는 진작에 떠났고,시녀들은 아리스티네가 메스를 만드는 지도 모른다.
뭔가 조각칼 같은 날붙이를 만든다는 것만 알아 야만적이라며 경멸했다.
‘어쨌든 나를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수록 좋아.’
황제가 시녀들을 만나 줄 리도 없지만,만약 만나더라도 안심이다.
그들은 아리스티네가 만드는 야만스러운 칼에 대해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으니까.
‘일단 셀리안과 멜로디아는 복수하기 위해 모든 칼날을 로잘린에게 돌리기도 할 테고.’
황제가 이 모든 일의 원인인 로잘린의 말에 귀를 기울일 리 도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추가로 인력 을 보낼 생각은 접겠지.’
또 다른 시녀나 기사가 오는 건 사절이다.
‘좋아.’
언젠가 암살자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땐.
‘내 파트너가 나를 지켜 줄 테니까.’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들어 타 르칸을 바라봤다.
태양과도 같은 예쁜 금색 눈이 곧장 마주쳐 온다.
조심할 필요도,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리스티네는 웃곤 침대에 풀썩 누웠다.
‘그나저나 우리는 왜 항상 침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까.’
천장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함께 밥을 먹거나 차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많았다.
‘이러니까 궁인들이 오랫동안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며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건가.’
착각은 자유지만,그 야릇한 눈빛이 참…….
어서 불을 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미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이만 자자. 피곤해.”
그 말에 그녀를 내려다보던 타르칸도 옆에 나란히 누웠다.
언제나 그렇듯 손을 꽉 잡고, 눈을 감았다.
곧 있으면 의료계에,아니,세계에 센세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 * *
“비전하!”
흥분한 외침과 함께 방문이 열렸다.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낯익었다.
아리스티네는 웃으며 문을 바라봤다.
우미루가 들뜬 얼굴로 빠르게 다가왔다.
“이건,이건! 정말!”
반짝이는 메스를 손에 든 그녀가 말을 못 잊고 감탄사만 내뱉었다.
그러다 아차,하는 얼굴로 메스를 집어넣었다.
우미루가 손을 내밀어 와 아리스티네는 반사적으로 손을 얹었다.
보드라운 손의 감촉을 즐긴 우미루가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아리스티네가 어깨를 움츠렸다.
“이거 계속할 거야? 그렇게 예의 안 차려도 되는데.”
“제 기쁨인걸요.”
우미루가 만족한 얼굴로 싱글 싱글 웃었다.
키스를 마친 후에도 그녀는 은근슬쩍 아리스티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무튼 비전하! 이건 정말 혁명이에요!”
아리스티네가 하하 웃었다.
“전에도 들었던 말인데.”
“그게 의료계의 혁명이었다면, 이건 세계의 혁명이에요!”
우미루는 흥분한 어조로 빠르게 “녹이 슬지 않다니,녹이 슬지 않다니!” 하고 몇 번이나 중얼 거렸다.
그러다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리스티네를 보고 억울하다는 듯 흣,신음을 홀렸다.
“왜 그렇게 침착하세요! 좀 더 흥분해도 괜찮다고요!”
“흥분했지. 한 보름 전쯤에. 우미루보다 더 난리를 쳤는걸.”
메스 개량을 완료한 날,아리스티네는 리트렌과 얼싸안고 대장간 안을 방방 뛰었다.
여기저기 위험한 집기가 있었지만,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마카롱과 프링프랑 젤리,흑설탕을 살짝 코팅한 스콘,크림이 가득 든 다쿠아즈 그리고 쌉쌀하고 향긋한 흥차까지.
그 모든 걸 전부 다 먹고 마신 것처럼 배 속이 따뜻했다.
지독하게 만족스러운 포만감이었다.
그날 아리스티네는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게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처음 메스를 만들었을 때는 디자인화만 주고,실제로 만드는 건 전부 리트렌이 도맡았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리스티네 역시 함께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리트렌도 더 만족한 것 같고.’
처음 아리스티네의 디자인에 맞춰서 메스를 만들었을 땐 자신감 없는 태도로 괜찮은지 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작품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카탈라만에 있었을 때처럼 의기소침했던 모습이 꽤 많이 사 라졌다.
물론 천성이 부드러운 사람이라,그 온화함과 수줍은 태도는 여전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개발하는 내내 좀 힘들어 보였는데.
‘벽 하나를 넘은 느낌이랄까.’
대장장이로서 한 단계 더 성장 했다는 게 문외한인 그녀의 눈에도 보였다.
능력 있는 직원님이 보여 줄 앞으로의 작업도 무척 기대가 됐다.
“비전하께서 너무 침착하시니 까 저도 조금 진정이 되네요.”
우미루가 털썩 소파에 앉고는 다리를 꼬았다.
“녹이 슬지 않는 것도 대단하지만,일회용 날 교체라니.”
그녀는 메스에서 날을 분리했다 다시 끼우며 말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는 지……”
“우미루가 메스를 일회용으로 쓰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거야. 고마워.”
아리스티네의 말에 우미루가 ‘어라?’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일회용으로 쓴다고 말씀 드렸던가요?”
“말은 안 했지만……. 그 정도는 보면 알지. 그냥 재고라기엔 너무 양이 많았잖아.”
우미루의 입이 벌어졌다.
“오,와一 비전하,의술 배우실 래요?”
“으응?”
갑작스러운 제안에 아리스티네 는 당황했다.
지금 여기에서 왜 갑자기 그 얘기가 나오지?
“아니,정말 잘하실 거 같아서.”
“나 띄워 줘도 뭐 없는데? 할인 없이 판매할 거야.”
재밌는 농담이라며 아리스티네가 웃었다.
‘반쯤은 진담이었는데.’
우미루는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미소 지었다.
“아,물론 출시 전에 테스트를 도와준 건 당연히 그 값을 지불할 거야. 걱정하지 마.”
하나도 걱정 안 했다.
어차피 타르칸의 궁에 있는 병 동은 모두 물주-타르칸-의 주 머니에서 나가는 돈으로 운영되니까.
“비전하는 정말 계산이 깔끔하시군요.”
칭찬을 해도 할인을 해 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걸 보니 관심사 역시 그쪽으로 집중된 것 같았다.
“응,서로 그게 좋잖아? 양측 다 윈윈하는 좋은 거래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거래 관계에선 그렇겠지요.”
말하곤 우미루는 미소 지었다.
‘타르칸 전하께서 꽤 고생하시겠는데.’
뭐,그걸 지켜보는 것도 꽤 재밌을 것 같으니 더 말을 보태진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타르칸 전하’시다.
살아 있는 평생 동안 그가 무 언가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우미루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아리스티네는 오로지 사업 생각뿐이었다.
날만 교체하면 비용도 줄고 재고 관리하기도 편할 거야. 아무래도 공간이 문제잖아?”
그녀는 일회용 날의 장점에 대해 피력했다.
공간은 곧 부동산이다.
타르칸의 궁에 있는 병동은 비용 문제에도,공간 문제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병원들은 어떨까?
장비에 큰돈을 투자할 여유가 있는 잘 나가는 병원이어도 공간 문제는 있다.
‘병실 하나를 더 놓느냐,아니면 창고를 만드느냐.’
이 차이는 크다.
“그렇죠. 아무래도. 저희는 전사 놈,분들만 치료하지만,일반 병원은…. 병실이 부족한 경우도 꽤 있고요.”
우미루는 새삼 혀를 내둘렀다.
아리스티네가 과연 어디까지 내다보고 메스를 만든 건지 놀라웠다.
메스 따위는 능력 없는 대장장이가 생계를 위해 하는 수 없이 뚱땅거려 만드는 거다.
문제만 많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골치 아픈 상품이다.
一그렇게 생각했다.
우미루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고,실제로도 그랬다.
‘어떤 사람이 뛰어드냐에 따라 다르다는 건가.’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