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99)
99 화
[폐하!] [폐하! 어서 궁의를……!]모두 깜짝 놀라 네프테르에게 달려갔다.
제왕안이 보여 주는 장면은 각 도를 바꿔, 네프테르의 주변만 비추기 시작했다.
하얗게 질린 네프테르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비죽비죽 솟았다.
네프테르는 명치께를 움켜쥔 채 소리 없이 신음했다.
확실히 이상했다.
체했다고 하지만,조금 전까지 네프테르의 상태는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차도가 나빠지다니?
파랗게 질린 얼굴에 거칠게 숨 을 몰아쉬는 모습이 곧 숨이 끊길 것처럼 보였다.
[폐하께서 드신 음식을 확인해 보아라!]왕후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명 했다.
그 말에 예니카리나가 날카롭 게 숨을 들이켜며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설마 독……?]그 말에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왕이 음독하다니,이건 초유의 사태였다.
정찬에 준비된 음식은 모두 기미가 끝난 음식이었다.
그 후에 독을 넣었다는 것은 왕궁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데다가 신임받는 자가 저질렀다는 뜻이다.
모든 이들의 눈에 경악이 스쳤고,시종과 궁인들은 벌써부터 무릎을 꿇고 바닥에 납작 엎드 렸다.
[일단 진정하세요. 궁의가 와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파엘라미엔 공주님의 말이 맞습니다. 궁의가 확인한 뒤에……]아리스티네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바닥을 짚은 채 버티고 있던 네프테르의 몸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의식을 잃은 네프테르의 안색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 * *
“아리스티네?”
이름이 불려 아리스티네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서서히 감각이 현실로 돌아온다.
네프테르가 의식을 잃는 것을 끝으로 수면은 요동치더니 잠잠해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왜 그래?”
타르칸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식사하러 가기 위해 일어서려다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수반을 바라보는 게 이상했다.
아리스티네는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아,별거 아냐.”
그러나 타르칸의 표정은 더 안 좋아질 뿐이었다.
“별거 아닌 거 아니잖아.”
그 말에 아리스티네가 눈을 동 그랗게 떴다가 살포시 웃었다.
“응,별거 아닌 건 아니지만, 괜찮아.”
툭,아리스티네가 타르칸의 팔에 이마를 기댔다.
타르칸의 몸이 반사적으로 딱 딱하게 굳었다.
아리스티네가 이 런 식으로 먼저 기대 온 건 처음이었다.
아리스티네는 잠시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있었다.
지탱해 주는 느낌이 좋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타르칸이 잠시 머뭇하다가 살그머니 그녀의 뺨을 쥐려는 때, 아리스티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자,그럼 밥 먹으러 가자!”
아리스티네는 손을 허공에서 휘젓는 타르칸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두 사람은 식당으로 향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이 먹여 주는 것을-이제는 꽤 익숙했다-얌냠 받아먹으며 제왕안으로 본 장면들을 반추했다.
하루하루 네프테르의 죽음이 다가오는 때,관련된 미래를 본 건 축복이었다.
아리스티네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방에 홀로 틀어박혀 시간의 흐름을 정리했다.
1.하미르가 왕궁에 돌아온다.
2.직계 왕족들의 오찬. (초가을. 1, 2주 내라고 예상)
3.오찬이 끝날 무렵 폐하께서 쓰러지심.
4.타르칸과 나는 침궁으로 돌아와 함께 있음.
5.폐하께서 안가하심.
6.내가 독살범으로 몰림.
6-1. 증거로 내 소지품에서 독약이 발견되었다고 함.
아리스티네는 4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타르칸과 왜 그러고 있나 했더니 네프테르가 죽을 위기에 처해 동요해서 그랬나 보다.
‘술 취한 게 아니었다니.’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 덕에 타르칸의 위에 겹치다시피 누워 있던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리스티네는 애써 그 생각을 흐트러트리며 다른 것에 집중했다.
‘이 독약이 언제 발견된 걸까.’
보통이라면 3번과 6번 사이에 수색하다가 발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된 독살이 라면 그 전에 이미 찾아 놓고 아리스티네를 범인으로 몰아가 는 것일 터.
아리스티네는 힐끔 잠겨 있는 서랍장을 바라봤다.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았어.’
오늘 제왕안을 통해 본 것으로 확실해진 게 있었다.
‘애초에 내 독을 사용한 것도 아니야.’
네프테르는 체증을 보이다가 내장 기능에 마비가 온 것처럼 쓰러졌다.
황제가 아리스티네에게 준 독 의 증상과는 판이했다.
‘복용하면 오장육부가 뒤틀려 토혈하고 피부가 검게 변하며 죽는다고 했지.’
아리스티네가 독살범으로 몰렸어도 독의 종류가 달라 곧 아니라는 게 밝혀졌을 거다.
‘뭐, 제대로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낼 경우에 그렇고,권력으로 덮으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사형 당했겠지만.’
만년필 끝으로 입가를 톡톡 두드렸다.
‘이쪽 대비는 해 놨으니까. 그 물에 누가 잡히는지 보면 알겠지.’
문제는 진짜 독살이 맞느냐다.
‘타르칸은 폐하를 독살할 만한 자가 없다고 했어.’
그리고 네프테르가 쓰러졌을 때 대경한 왕족들의 반응도 자연스러웠다.
만약 그들 중 이 일의 범인이 있다면 아주 대단한 연기자일 것이다.
‘정치에 연기가 필수이긴 하지.’
아리스티네는 가능성을 두 가지로 나눠 예상안과 대비책을 적어내려갔다.
독살이 맞는 경우.
-범인은 내가 가진 독과 다른 독을 사용.
-마비독의 일종으로 보임. (장기에 작용)
-초기 증상은 소화 불량으로 인한 복통. 이와 관련된 독을 찾아볼 것.
-복용 시점은 오찬 극초반이거나 그 전.
제왕안은 오찬이 막 이뤄진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네프테르의 안색이 좋지 않았으니 이미 소화 불량 증세를 느끼고 있었을 터다.
네프테르는 자신의 건강 상태 를 숨기려 하는 경향이 강하니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오찬을 진행한 거겠지.
‘독의 종류를 알아내면 음독 시점을 얼추 예상할 수 있으니까.’
용법과 용량에 따라 다르겠지 만,티 나지 않고 음독 직후 바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두 가지 조건이 붙으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점을 파고들어 타르칸의 도 움을 받으면 음독 자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독을 사용했는지 찾아내는 게 엄청나게 힘든 일이 되겠지만.’
소화 불량이라니.
그건 너무나 흔한 증상이었다.
하지만 무색무취에 소량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독은 한정되어 있으니 거기에 걸어 보는 수밖에 없다.
아리스티네는 빙글,만년필을 돌린 후 종이 위에 나머지 가능성을 적었다.
독살이 아닌 경우.
-폐하의 지병과 현재 건강 상 태를 확인해 볼 것.
-모종의 세력이 폐하의 진짜 사인을 숨기고 그 기회를 활용해 나를 독살범으로 음해함.
거기까지 적은 후,종이 위에서 막힘없이 미끄러지던 만년필 촉이 우뚝 멈췄다.
잉크가 번지며 종이 위에 새까 만 흔적을 만들어 낸다.
그게 제 마음 같았다.
‘병증으로 인한 사망이라면 알아도 막을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매일매일 궁의가 네프테르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고칠 수 있는 병이면 좋겠지만,그 정도라면 처음부터 문제 가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리스티네는 만년필을 내려놓고 종이를 향초에 태웠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포기할 순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무언가가 아리스티네의 머릿속을 스치 고 지나갔다.
아리스티네는 벌떡 일어났다.
그 서슬에 타다 만 종잇조각이 흩날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 이 없었다.
‘분명 내 기억이 맞다면一.’
예전에 봤던 전생 중에 기억나는 게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서둘러 수반 위 의 꽃을 밀어내며 제왕안을 발현했다.
그녀가 보고 싶어 한 전생의 모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역시!’
원하던 정보를 확인한 아리스티네가 자리에 앉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와 상반 되게 머릿속이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아리스티네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사고를 전개했다.
Chapter 31. 덫
반투명한 레이스 커튼을 통해 들어온 부드럽고 온유한 햇살이 타르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손길을 느꼈다.
나른했다.
침대 위에서 그를 이렇게 매만 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타르칸은 혹시 눈을 뜨면 자신 의 머리칼을 매만지는 손길이 사라질까,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손길 은 금방 거둬졌다.
이윽고 아쉬움에 젖은 황금빛 눈동자가 아침 햇살 아래 드러 났다.
“일어났어?”
아리스티네가 침대 위에 앉은 채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타르칸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 움직임을 따라 탄탄한 대흉근과 꽉 조여진 복근이 요동치는 게 옷깃 사이로 보였다.
타르칸은 벌어진 침의를 그대 로 내버려 둔 채 머리를 매만졌다.
손끝에 아주 매끄러운 천이 닿았다.
아리스티네가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한데 묶은 것은 알고있었다.
그런데 만져지는 모양이 조금–.
타르칸이 하는 걸 지켜보던 아리스티네가 협탁에 놓여 있던 손거울을 들었다.
“짠!”
그녀가 타르칸에게 거울을 비쳐 주며 싱긋 웃었다.
보라색 눈이 깜짝 선물을 주고 반응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타르칸의 얼굴은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던 나른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 이게……’
더듬더듬, 눈으로 보고 있으면 서도 타르칸은 제 머리를 확인하듯 더듬었다.
그러나 거울에 보이는 것도, 만져지는 것도 모두 하나의 사실을 가리켰다.
어때?”
아리스티네가 기대에 찬 음성으로 물었다.
어떠냐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묻는 건가?!
‘자는 사람에게 커다란 리본을 매달아 놓고서!’
타르칸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 오지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리카락은 커다란 남색 리본으로 높게 하나로 묶여 있었다.
그의 머리가 움직이자 동시에 리본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거울을 통해 그 모습을 본 타 르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대체 이게 무슨……
생각과는 다른 반응에 아리스티네의 얼굴에서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왜……. 싫어?”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짓씹듯 내뱉은 말에 아리스티네는 처음엔 당황했고,그다음에는 시무룩해졌다.
“리본……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리본,리본 하며 취향을 말해 줬는데 눈치 없게 왜 그러냐는 소리만 한 게 미안해서 일부러 준비한 서프라이즈였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라니…….
“색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원래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기준은 까다로운 법이다.
“나는 최대한 잘 어울리는 색으로 고른다고 골랐는데……”
어제 제왕안으로 본 것을 정리하고 바쁘게 고민하는 사이에도 잊지 않고 타르칸을 위해 힘냈는데.
당장 리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려 했던 타르칸은 추욱 처져 있는 아리스티네의 모습을 보고 움찔했다.
최근 묘하게 가라앉아 있던 아리스티네가 모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매몰차게 리본을 떼어 낼 순 없었다.
“대체 왜 리본을……”
이를 악문 채 중얼거리는 타르 칸을 보고 아리스티네가 의아하게 물었다.
“어제 계속 진지하게 리본을 중얼거리며 나한테 취향을 어필 했잖아?”
“내가 언제……”
그랬냐고 물으려던 타르칸의 입술이 다물렸다.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타르칸은 대답하지 못했다.
네 애칭을 부르려다가 부끄럽 고 떨려서 얼버무린 거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암튼 그런 거 아냐.”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난 다 이해하니까.”
“아니,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고.”
“다음엔 아내로서 제대로 준비 할게. 원하는 색이나 소재 있어? 실크보단 벨벳이라든가. 리본 모 양도 다양하잖아.”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
타르칸은 아리스티네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리본은.”
“응.”
아리스티네가 귀를 종긋 세우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도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듯 이.
스르록,타르칸이 머리 위에 묶여 있던 리본을 풀었다.
그리고 아리스티네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리스티네는 멍하니 그가 하 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그녀의 피부 위로 남색 실크 리본이 감겼다.
매끄럽고 서늘한 감촉이 뜨거운 그의 손끝과 대조되었다.
포식자처럼 샛노란 시선이 아리스티네를 훌는다.
잡아먹힐 것 같은 시선이었다.
아리스티네는 어째서인지 쉽게 호흡할 수 없었다. 목 안이 뜨거웠다.
타르칸이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침대가 부드럽게 기울고,아리스티네는 가까워지는 그를 피해 등을 뒤로 눕혔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등에 푹신한 침대가 닿고 퇴로가 막혔다.
타르칸이 아리스티네의 머리 옆을 손으로 짚은 채 그녀를 내 려다봤다.
그의 입매에 비뚜름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그가 나머지 한 손으로 아리스티네의 몸에 감긴 리본을 쓸었다.
리본을 만지는 것일 뿐,피부 를 만지는 게 아닌데도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리스티네는 오싹 소름이 돋 았다.
타르칸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카락과 그녀의 머리 카락이 얽혀 들고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런 리본이야.
그가 속삭였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