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353
352 서문세가(2)
“큰일 났네요.”
“빌어먹을, 이 새끼는 또 뭐야?”
“이 망할 놈의 형제, 죽일까요?”
“그걸 말이라고 해!”
요암은 또 한 번 머리를 부여잡았다. 심화가 번지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살펴볼수록 짜증이 치밀었다.
정작 교는 잠잠한데, 애먼 놈들이 일을 벌이고 있었다. 제발 가만히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고를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자꾸 사고를 치냐고.
“흠, 죽이기도 쉽지는 않겠지요.”
“이 새끼가, 자꾸 변죽을 올리고 지랄이야. 너 오늘은 확실하게 교육받자.”
“충성, 충성!”
“닥쳐.”
신검마협의 협객행이 강호의 기치를 바로 세우고 있었다. 딱히 특별하진 않았다. 무인으로서 명성을 쌓기 위한 비무나 협객행은 늘 있어 왔다.
한데, 하필이면 정사교란(正邪攪亂)의 시발점이 될 천중검협 이자성이 신검마협의 검에 죽었다. 차라리 검협으로서 죽었다면 신검마협을 몰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자성이 여태 해 왔던 일들이 개방에 의해서 까발려졌다.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사전에 조사를 들어가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의심 살 만한 짓을 할 녀석이 아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천중검협의 정신을 제압한 강시마는 용의주도한 녀석이다. 증거를 흘리거나 의혹을 남길 만큼 어수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반박조차 불가능했다. 이자성이 범죄를 저지르는 와중에 들켜 버렸다. 현장에서 딱 걸렸으니 발뺌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너, 검협을 죽일 수 있냐?”
“십지의 절반을 동원하면 가능할 겁니다.”
“강시마가 옆에 있으면?”
“십지를 전부 동원하고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요영 일호의 냉철한 판단에 고개를 끄덕인 요암은 냅다 머리통을 후려쳤다.
빠악!
갑작스러운 기습에 머리통을 부여잡은 요영 일호가 노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걸 아는 새끼가 그래? 어떻게 죽이려고?”
“헤헤, 저는 그저 교를 위한 충심…… 흐억!”
신검마협은 천중검협과 강시마를 동시에 죽였다. 빙뢰쌍후를 비롯한 조력자가 있다곤 해도, 신검마협의 무위는 신성의 반열을 넘어 대협이나 영웅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모하지도 않았다.
사전에 조사를 통해 역풍을 방지했다. 무림맹에서 입지를 다진 검제가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어 죽이기도 까다롭다.
‘이렇게 허무하게 버릴 패는 아니었는데.’
검협과 강시마를 이용해서 무림맹 내부를 흔들려던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 했다. 부분적으로 연계했던 작전까지 걸려 있어 골치가 아팠다.
“신검마협의 주변을 철저히 감시하고, 당분간 다들 조용히 잠수 타라고 해.”
“예.”
신검마협의 협객행이 어디까지 진행이 될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이럴 때 또다시 작전의 한 가닥이라도 잘려 나간다면 곤란한 범주를 넘어선다.
‘빌어먹을, 되는 일이 없네!’
***
크윽!
의식이 돌아오자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허리 좀 세웠다고 뼈마디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끊어졌던 기억들이 선명해지면서 육체의 고통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크게 다가왔다.
‘졌어.’
방심, 실수, 착각은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무인은 항상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실전에서 패배는 죽음이었다. 죽고 나서 주변을 탓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뼈아픈 패배였다. 고작 약관도 되지 않은 녀석에게 가문의 절기를 펼쳐 보지도 못하고 당했으니 당연했다.
‘오만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거늘, 나 역시도 틀에 사로잡혔었군.’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은연중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명백한 패착이며, 안일했던 마음가짐이었다.
커억!
서문호는 앓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내지 않았다. 의식이 돌아오긴 했지만, 복기하느라 방 안에 누가 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여러모로 실수의 연속이었다.
응?
헛것이 보이나!
관자놀이의 충격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겼나? 서문호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져야 할 망상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며 왜 이제 일어났냐는 한심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오래도 기절해 있다. 무례하긴 해도 네 숙부는 진작 일어나서 팔팔하게 날뛰었거늘.”
“……누구?”
“정체를 물어보기 전에 네 숙부의 안위부터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지…… 아! 당신 누군데 숙부의 목을 잡고…… 숙부, 왜 그러세요?”
숙부가 맹렬히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화를 돋우지 말라는 간절한 의사 표현이었다. 연약한 목뼈를 건사하려는 서문극의 절박한 몸부림이 잘 묘사되었다.
살려면 아부는 필수.
강호의 격언을 몸소 실천한다.
“천권이시다.”
“천운권…… 천권입니다!”
신분을 잘못 말하면 네 숙부의 목뼈가 의도치 않게 잘못될 거라는 협박이 명확하다.
서문호는 급히 천권으로 수정해서 숙부의 목뼈를 지켰다.
‘도대체 뭔 일이야?’
서문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패배를 복기하기도 혼란한 상태였다. 일어나자마자 숙부가 목이 잡힌 채 바동거리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제자의 손속이 과해서 문병을 왔는데, 네 숙부란 작자가 문전박대하잖아. 사람이 성의를 보였으면 예의를 차렸어야지. 참고로 난 예의 없는 것들이 가장 싫어.”
“그런 말…… 아닙니다!”
천하망종으로 불리는 자가 예의를 운운하며 숙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하도 어이가 없다 보니 서문호는 말문이 막혔다. 붉게 물들어 버린 숙부의 안색을 고려해서 최대한 자중했다.
‘잠깐?’
이게 말이 돼?
숙부는 서문세가를 대표하는 검호였다. 대외적으로 경지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숙부는 초절정에 이르렀다. 그런 숙부가 손도 써 보기 전에 목이 잡혀 버렸다. 그것도 자신이 의식도 하지 못한 상태로. 소란조차 벌어지지 않았다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뭐지, 이 작자는?’
천운권이 세간에 알려진 대로라면 상식적이지 않았다. 최소한 비등하거나, 방 안이 어지러웠어야 했다. 숙부가 손도 못 써 보고 당했다면 초절정으론 어림도 없다.
“세상을 속였구나!”
“이런, 들켰네. 하하하.”
정체를 들킨 사람이 저리 시원하게 웃어도 되나?
서문호가 무심코 한 발언에 서문극은 죽을 맛이었다. 목에서 전달되는 압박이 좀 전보다 상승했다. 이대로 목이 부러지면 혀를 길게 내뺀 채 보기 흉하게 죽을지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서문극도 이리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의식을 회복하고 조카의 방으로 들어왔을 때 놈이 앉아 있었다.
‘왜 이놈이 여기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 울화가 치밀어 대응을 잘못했다. 순간적인 판단의 실수로 목이 잡힌 것이다.
‘안 보였어!’
대응은커녕 순식간에 제압되고 말았다. 그제야 상대가 말도 못 할 초절한 고수임을 깨달았다. 그런 자를 앞에 두고 섣부른 짓을 했으니, 어찌 보면 당해도 쌌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서문극을 답답하게 하는 가장 큰 의문은 천운권의 의도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설령 오해가 있더라도, 언제까지 사람 목을 잡고 있을 거냐고? 서문세가는 그렇다 치고, 당문이 우습게 보이지 않고서야.
“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지.”
무진은 서문극의 목을 잡은 채로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혔다. 앉은 김에 손에 힘을 뺐다.
쿨럭!
목의 자유를 얻은 서문극은 운신을 원래대로 돌리는 데 주력했다. 손도 못 써 보고 당했지만, 또다시 당할 수는 없기에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승산이 있을 거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난 지 오래였다.
‘우물 안에서 최고인 줄 알았군.’
서문극은 천운권도 아니고 제자에게 패했다. 그런 주제에 천운권에게 달려들었으니 낭패는 명약관화였다. 무인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삼백 년 전 서문세가가 당했던 굴욕을 되새겨야 했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전장의 불나방이었잖아.’
-제법 용맹했던 녀석이었는데 왜 그러냐?
‘용맹은 개뿔, 주제를 모르고 달려들었잖아.’
-오른팔이 멀쩡했으면 제법이었을 거다.
철혈독검(鐵血獨劍).
오른팔을 잃고 좌수검으로 마신교를 대적했던 철혈의 검수. 홀로 상당히 많은 수의 교도를 도륙했다. 그는 좌수검의 특이점을 잘 활용했고,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달려들었던 독기는 제법이었다. 마왕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서문호가 보통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 당시엔 서문호인 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외팔이에다가 전신이 흉터로 가득했다. 특히 그는 본얼굴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이 되었다. 죽다 살아난 사람의 전형적인 복수극이었다.
‘그럼 뭐해, 한 방인데.’
-어허, 본 좌는 마왕이다.
좌수검의 특이성과 독기만으로 마왕을 넘어서기엔 현격히 부족했다. 마왕의 흥미를 유발했다는 점에선 다른 이름만 높은 무인들과는 다르겠지만, 전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용안을 효과적으로 다스린다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을 거다.
‘핑계야, 만약은 무슨.’
-그러는 네놈은?
‘난 다르지, 다 이겼잖아.’
-그래 봤자 죽었지.
‘동귀어진은 치사한 거야.’
-구차한 변명일 뿐.
철혈독검이 서문세가의 직계일 줄이야. 예상 밖이었다. 마신대전 당시 서문세가가 남아 있지도 않았고,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잘 모른다.
그때의 독기 서린 모습을 보니 가문이 쫄딱 망하고, 배신까지 당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기 죽을 걸 알면서도 달려들진 않았겠지.
‘그땐 다 그랬으니까.’
마신대전 당시에 사연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어야지. 가문이 망하는 것 정도는 대단치 않은 흔한 사연이었다.
다만, 반전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면 조금은 챙겨 줄 필요가 있었다. 살아남는다면 마신교를 상대할 때 도움이 될 테니까.
‘도와줘도 팔 잘리면 손핸데.’
-넌 분명 지옥에 갈 거다.
효율을 따지는데 지옥이 왜 나와.
아무 사람이나 다 살리자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 죄악이었다. 항상, 미래를 바꿀 변수를 제공해야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집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서문세가라고?”
“그렇습니다.”
“감숙에 있다고는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그렇군요.”
“혹, 유명했냐?”
“이름 정도는 들어보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군.”
무진의 무덤덤한 호구조사에 서문호와 서문극은 이상하게 화가 치밀었다. 가문을 무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따져 묻기는 애매했다. 화를 낸다고 달라질 분위기도 아니고. 유명하지 않아서 모른다는데 어쩌겠는가.
“다행이네. 난 또 유명한 세간 줄 알았지. 졌다고 해도 큰 타격은 없겠어.”
“……예?”
“모르는 척하기 있냐? 졌잖아. 그것도 내 제자한테. 사실이니까, 불만은 없지?”
“그렇긴 한데, 굳이.”
별로 대단치 않은 무진의 봉합이었다.
하나, 서문호와 서문극에게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변명의 여지 없는 패배였다지만, 상대가 천운권도 아니고 그 제자였다. 서문세가를 향한 세간의 시선이 어찌 될지는 불을 보듯 자명했다.
외연 확장에 목을 매는 가문으로선 최악이었다. 삼백 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이제 겨우 가문의 성세를 찾아가는 서문세가로선 뼈아픈 현실이다.
‘아냐, 꼭 그렇진 않아.’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천운권은 무공을 속이고 있었다. 본인은 속이지 않고 드러냈다고 해도, 세상이 아니라고 하면 속인 것이다. 사실이 밝혀지면 천운권에게도 긍정적이진 않으리라.
“당문에서 강 대협의 무위를 증명한다면 패배는 자명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호오, 이빨 잘 터네.”
잘한다, 우리 조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막막했던 서문극은 조카를 열렬히 응원했다. 확실히 가문의 다음 대를 이어 갈 녀석이라 그런지, 혓바닥이 매끄러웠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사태의 원인 제공자였던 서문극으로선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했었다.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서문극은 제자에게 패하고, 그 사부에겐 일수에 제압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절대고수의 반열에 들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독왕보다 강하진 않겠지.’
사천당문의 독왕이야말로 신주이십일강의 최강자 중의 하나였다. 당문이 공증을 한다면 서문세가로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드륵!
문이 열렸다.
독군 당명후, 칠보독살 당명진이 문밖에 있다가 급히 들어왔다. 그들의 등장에 서문호와 서문극은 반색했다. 그간 서문세가는 당문과 연을 맺기 위해서 공을 들여왔었다.
최소한의 변호라도 해 주리라.
“우린 아무것도 못 봤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예상을 벗어나는 완곡한 부정에 서문호와 서문극은 망연자실했다. 자신들이 지금 제대로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득의만만한 천운권을 보자 현실임을 깨달았다.
……한통속이구나!
서문호는 당문이 이렇게 안면몰수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당문의 자존심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대체 왜?
천운권이 대단한 고수긴 해도, 독왕이 건재한 당문이었다. 혹, 천운권이 독왕보다 강하나? 현실적이지 않은 과대망상이 아니고서야.
무진이 히죽거렸다.
“가주께서는 현명하시다니까.”
“비꼬는 것인가?”
“그럴 리가요, 저 강무진입니다.”
“앓느니 죽고 싶군.”
당명후의 깊은 한숨에 서문호는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실감했다. 천운권이 당문의 무언가를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서문세가는 증명은커녕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다. 괜히 천운권의 뒤를 파겠다고 들쑤셨다가는 당문과 적이 되는 수가 있었다.
‘……협박이구나!’
내 뒤에 당문이 있다는.
무력도 왈패인 데다가 세력까지 업고 있다면 서문세가로선 반박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대로 소문이 나면 서문세가는 그동안 구축했던 세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도 때가 늦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서문호의 선택은 빨랐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게 문제야. 사람 입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감시는 하겠지만 귀찮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함구하겠습니다!”
“사람을 한 번 봐서 어떻게 믿냐고. 너 같으면 날 믿을 수 있겠어? 아니잖아. 오래 봐야 할 텐데, 어찌한다?”
고민이 깊어진 무진의 심모원려에 서문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서 판단을 잘못하면 가문은 엄청난 오명을 쓰거나, 천운권과 당문의 압박에 삼백 년 전으로 회귀하는 수가 있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제자라도 되게?”
“……무기명제자라면.”
“호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시겠다.”
“사부님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제자 삼호를 얻게 되었다.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철왕만큼은 되어야 할 텐데, 철혈독검으로 만족한다면 서문세가는 거기가 한계겠지.
“살아남으면 강해질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씀이신지?”
“곧 알게 될 거야.”
“그냥 모르면 안 됩니까?”
“감이 좋네. 아주 좋아.”
“……과찬입니다.”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칭찬에 서문호는 떨떠름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천운권의 제자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하네.”
“서문세가의 흉복일세.”
당명후, 당명진까지 나서서 축하 인사를 보내자 서문호는 발뺌조차 하지 못했다. 불같은 성격의 서문극조차도 얌전히 앉아서 어울리지 않게 차를 즐기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걸 보니 미안은 한가 보다.
“당문의 차가 맛이 좋긴 하지.”
……쿨럭!
조신하게 마시던 서문극은 찻물을 내뱉을 뻔했다.
조카가 인질이 됐고, 당문은 압박을 해 오고 있었다. 찻잔에 독이 들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형한테 혼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