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369
368 친구와 함께(2)
주르르!
용마공을 팔성까지 끌어 올렸다. 자연스럽게 용투기가 발산되어 육신을 감싼다. 용투기는 호신강기를 찢어발기는 파멸력이었다. 단단한 신체를 지닌 황족의 황검을 죽일 때도 용마공을 삼성밖에 쓰지 않았거늘.
‘……내가 밀려!’
용마투법은 모든 박투를 융합하여 최적화시킨 본교의 상승절학이었다. 박투를 쓴다면 용마투법을 능가할 수 없다. 그런 자신감이 순식간에 박살 나고 있었다.
‘……어째서!’
내지를 때마다 틈이 벌어지고, 밀려나고, 간격을 찾아오지 못했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속도와 파괴력을 실었다. 스치기만 해도 되는 일이거늘.
그러나 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퍽, 퍼퍽, 퍼퍼퍽!
하나를 허용하자, 반격을 위해 궤적을 바꾸었다. 상대의 호흡을 읽어 내며 역으로 변화를 주었다.
그럴수록 맞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떤 수를 써도 더 확실하게 손해를 보았다.
‘……이럴 수가!’
설령 권격을 허용한다고 해도, 용투기로 육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 이전에 용인화를 이루었다. 한데도 금강불괴에 이른 육신을 파고들어 와 분쇄했다.
크으윽!
신음이 터져 나왔다.
용천군은 믿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충격을 받아 비명을 지르다니! 인정하지 못할 현실에 분노하여 광기를 발산했다.
“죽인다!”
용마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고, 신력을 개방했다. 자신의 영역이라 여겼던 이 거리에서 열세였다. 처음부터 개방했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했다.
“개수작을 부리도록 놔둘 것 같아!”
무진은 신력을 손쉽게 개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유리하다고 하여 여유를 부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신력의 흐름이 끊어지도록 투기를 심었다.
크으윽!
내부로 거침없이 파고들어 오는 경력은 저항을 불허했다. 용천군은 신력을 방해하는 패도에 헛바람을 삼켰다. 이런 식으로 방해가 가능하단 사실은 처음 알았다. 본인조차 모르는 방식인데도, 너무나 능숙하다.
‘……이놈은 뭐지?’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야 마땅하거늘, 순리를 거스르는 역천이 벌어지고 있었다.
용마공이 짓눌렸다. 힘을 써 보기는커녕 신력과 합일을 이루지 못한 채 따로 놀았다. 자신의 전력을 써 보지도 못하고 심기체가 무너지려고 했다.
크으으윽!
고통을 참으려고 해도 터져 나오면서 핏물이 사방으로 튄다. 용인화에 상처가 생기면서 핏물이 육신을 덮어 갔다.
용천군으로선 어이가 없으면서도 허무한 결전이었다. 자신은 이렇게 져선 안 되는 본교의 거목이었다. 전력을 사용한 대결도 아니고, 한 번 빼앗긴 선기로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촤아악, 푸악!
그러고 보니 용마투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당할 만큼 허점이 많았었나?
아니다.
선기만 빼앗기지 않았어도.
비겁하게.
“네놈은 무인도…… 크억!”
“왜, 억울해? 그러게 처음부터 최선을 다했어야지. 혹, 애송이처럼 방심해서 졌다는 핑계를 대진 않겠지. 암, 그렇고말고.”
무진은 대화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흐름을 내어 주진 않았다. 정신없이 몰아치며 철저히 용천군을 부수어 나갔다.
네 모든 수를 알고 있으니, 어디 재롱을 부려 보라는 어설픈 짓은 하지 않는다.
푸아아아앙!
격돌의 여파가 사방으로 파문을 남겼다. 강기나 강환을 뿌리지 않았음에도 무진과 용천군을 중심으로 반경 오십 장 안이 초토화되었다. 거침없이 파생된 분쇄력이 접근을 불허했다.
쿠어어어엉!
무진의 친구도 열심히 독마와 오대부족을 몰아치고 있었다. 역시 친구는 한통속이었다. 그 마음 그대로 무진도 용천군의 역린을 끊임없이 노렸다.
오싹!
용천군은 체감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음을. 신력 개방마저 무력화되었다. 사용하려던 신력을 끌어내지 못해 육체에 과부하를 일으켰다.
“이럴 순…… 크윽!”
무진은 용천군의 옆구리에 주먹을 선사하고, 비틀리는 궤적을 따라서 어깻죽지 아래 왼쪽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관전자의 관점에선 왜 몸이 비틀거리는지 마지막에서야 알아챘을 정도로 빠르다.
커어억!
하나하나의 파괴력이 살인적이었다. 점으로 첩첩이 응축하여 파생된 내외력의 전사경이 용천군의 오장육부를 거칠게 흔들었다. 뒤틀리는 기혈과 기맥의 고통이 심부에서 터져 나온다.
촤르르!
승기를 완전히 잡았다고 해도 무진은 멈추지 않았다. 풍랑에 난파된 배처럼 거칠게 흔들리는 용천군을 따라잡으며 방어를 무력화했다.
반격의 기회 따윈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다. 공수의 모든 흐름이 무진의 통제된 영역 안에 있었다.
쿨럭!
입에서 핏물이 운무처럼 터져 나왔다. 심각한 내상을 입으며 기혈이 뒤틀렸다.
용천군의 생에서 당해보지 못한 심각한 상처였다. 치명상을 회복하려면 신력을 반드시 개방해야 했다. 마지막 끈을 잡아채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뻔해.’
-지독한 놈.
무진은 용천군의 속셈을 꿰뚫고 있었다. 상처가 누적될수록 빠져나갈 방법은 신력 개방뿐인데, 이를 역으로 이용해서 이득을 취했다.
그럴수록 조바심이 생기고, 방향성을 잃는다. 빠져나갈 방법이 있으니 그쪽으로만 신경을 쓰기에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마왕이 지독하다고 한 말도 이해가 되었다. 무진은 마신교의 교도들과 싸우는 데 특화되어 버렸다. 제아무리 강한 적도, 현저하게 약화시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전력상 비슷한데도, 전투가 벌어지면 싱겁게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연유였다.
용천군은 분명 대단했다.
무위를 놓고 보면 신주이십일강 중 누구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최소한 둘 이상은 붙어야 승산을 점쳐 볼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신력과 용인화까지 사용한다면 대적할 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용천군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것은 무진이기 때문이다. 전왕이 아니라면 용천군을 이처럼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 단언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크어어어엉!
그래, 그래!
너도.
힘내자, 친구여~!
흑마룡도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새끼를 잃은 어미의 심정을 알기에 깊은 위로를 보냈다.
그러게 받으라니까.
알이 깨진 건 전적으로 그대들 탓이니, 남에게 전가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진은 흐름을 장악하며, 용천군을 갉아 냈다.
남아 있는 밑천을 꺼내도록.
전력의 약세를 인정하기 싫었지만, 용천군의 눈빛에서 다급함이 보였다. 승산이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뿌걱!
크윽!
무진의 팔꿈치가 용천군의 오른팔을 꺾어서 부러뜨렸다. 관절이 부서지며 덜렁거린다. 피부를 뚫고 나온 뼛조각이 섬뜩하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투기를 집어넣어 운신을 제한했다.
“더는 재미없으니 끝장을 내 주지.”
최후의 일격을 선포했다.
무진은 내력을 집중시켜 강환을 넘어선 극강의 패도를 이루었다. 기를 응집하고 응축하는 일련의 과정이 촌음에 불과하다.
슈아아앙, 꽈아아아앙!
백색의 강환이 폭사하여 천지개벽을 일으켰다. 운무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소멸한다. 일순 수림을 감싸던 운무가 소멸하며 빛이 스며들었다.
쐐액!
용천군은 버텨냈다.
그걸 못마땅하게 여긴 무진은 쇄도해 들어갔다. 호언장담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방심하지 않고 다음 수를 펼쳤다.
츠으으으!
크으윽!
강환의 폭발은 용천군을 달구었다. 일대가 용암지대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방금은 분명히 위험했다. 용마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피해가 너무 크다. 전력을 사용하려면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고, 그만 죽지 그래.”
시간을 주지 않는 무진의 파상 공세였다. 용천군에게 수치를 안겨 주며 궤적을 구축했다. 뒤죽박죽 순서가 없는 투로의 끝에 최후의 일격을 선사할 권로가 완성되었다.
빠드득!
이 주먹으로 심장을 부수겠다는 가공할 살의가 분출되었다. 사위를 압도하는 기세가 결의를 피력했다.
무진은 거침이 없었다.
스륵!
촌음을 다투는 찰나.
섬광일로일까?
운무를 관통하는 무형무음의 검첨.
단 하나의 검로, 초살마검의 극의 일극혈(一極血)이었다. 다른 어떤 검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관통, 그것만을 위해서 완성된 초살마검이다.
완전무결의 살인검.
푸욱!
찌르고 나간 살의가 확인되었을 때, 경악이 자리했다. 죽어야 했거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치가 되었다. 살아남은 자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이야, 암천군.”
“……!”
어떻게?
마치 알고 있다는 듯한 목소리.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암천군은 반응해야 했다. 일련의 과정이 불신을 키운다. 사각을 점하고 검로가 유도당했다.
암천군의 검은 무진이 아닌 용천군의 명치를 꿰뚫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할 때를 노렸던 암천군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결과물이었다.
의도를 읽었다 해도 초살마검의 일극혈을 완벽히 파훼했다. 전광석화를 능가하는 쾌검의 검로를 비틀어서 원하던 목적을 달성하다니. 상식을 넘어선 불가해였다.
오싹!
소름이 돋는다.
암천군은 돌아서려고 했다.
허억!
무진은 용천군에게 전력을 쓰지 않았다. 암천군의 살검을 철저하게 유도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암천군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무진은 진형을 완성하고 초살마검을 펼칠 때 돌아서며 사각을 점했었다.
“잘 가.”
“……잠깐!”
무진은 암천군의 머리를 향해 패도를 담은 권격을 뻗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암천군의 떨리는 목소리는 심금을 울렸으나, 무진을 울리진 못했다.
퍼어억, 푸아아앗!
잘 익은 감이 줄기에서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머리가 폭사하면서 사방으로 뇌수와 핏물이 뼛조각과 함께 쏘아졌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용천군의 명치에서 검조차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경직됐던 육체가 힘을 잃고 나서야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너희들은 자존심 때문에 안 돼.’
-너처럼 후안무치하라는 거냐?
‘때에 따라선 뻔뻔해질 필요도 있지.’
-그런 때가 늘 있는 건 아니고?
‘어쨌든 잡았으면 됐지. 귀찮은 놈이었잖아.’
-그건 인정하마.
암천군은 이리 간단히 잡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과거 용천군을 상대할 때 이놈 때문에 놓친 적이 있었다. 접근할 때까지 감각을 교란하는 암천군의 은신술은 실로 대단했다.
정면 대결은 몰라도, 이놈이 숨어서 작정하고 노리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암천군에게 당한 아군의 수도 적지 않았다. 그것도 하나같이 주요한 무인들이 암살당한 것이다.
‘천군이 암살자일 줄 누가 알았을까.’
-특이한 놈이긴 하지.
자존심 강한 구대성천을 상기하면 암천군이 특이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살려둬선 안 되었다. 놓치면 피곤함을 넘어 위험하기에 반드시 죽여야 했다. 차후, 놈을 상대하려면 더 많은 심력을 소모해야만 한다.
‘운이 좋았어.’
-용천군에겐 불행이겠지.
그렇더라도 작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진 않을 것이다. 명치를 관통당한 용천군도 여전히 믿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천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