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484
483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2)
쉬는 동안 무진은 아내와 미주의 무공을 손봐 주고 있었다. 실전을 통해서 얻은 소득이 적지 않았다. 훈련과 실전의 간극을 없애고, 실수를 되짚어 주었다. 아내와 미주의 재능은 빼어난 축에 속했다. 가르치는 사람마저 뛰어나서 그런지,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에헴!
‘잘난 체는.’
최근 심연에 처박혀서 금제를 연구하고 있는 마왕이었다. 실마리를 찾는 수준은 뛰어넘었다. 어쩌면 이미 금제를 벗어나고서도, 티를 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꼼수 따윈 통하지 않는다. 예로부터 꼼수로 흥한 자, 꼼수로 망한다고 하지 않던가.
“언제까지 앓는 척하고 있을 셈이냐?”
“나가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아비가 아들을 걱정하는데, 어떻게 된 게 자꾸 삐딱선을 타!”
“아버지, 평생 봉양하겠습니다.”
“……고맙구나.”
강우경은 차마 싫다고는 말 못 했다. 좋은 말인데, 이상하게 계속 말렸다.
“저 때문에 많이 좋아졌잖아요.”
“그래, 다 네 덕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이 송호문을 찾았다. 녹수연맹과의 전쟁으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연을 맺으려는 자들이 안휘만이 아닌 다른 성에서도 찾아왔다.
“관에서도 나를 찾더구나.”
“과도한 뇌물을 바라는 눈치면 말씀하세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겠습니다.”
“……?”
“자연사로 위장할 테니, 문파에 해가 가진 않을 겁니다. 봐서 아시겠지만, 이런 쪽으로는 제가 전문갑니다.”
안휘성의 성주와 도지휘사가 사람을 보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제의였다. 관부에서 이처럼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남궁세가를 제외하면 안휘성에선 유례가 없었다. 송호문을 남궁세가처럼 대우해 주겠다는 뜻이 되었다.
“너는 황실이 두렵지도 않더냐?”
“황실 따위가 뭐라고요. 적당히 처먹는 건 참아도, 도를 넘어서면 살려 둘 순 없지요. 그것이 설령 황제라도요.”
“이놈, 말을 함부로 하지 말거라.”
“우리에겐 산호가 있으니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제야 손주와 산호를 북경으로 보낸 연유를 파악했다. 무림으로 부족해서 황실까지 쥐고 흔들 요량이었다. 황제가 이런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하려나?
“누차 말하지만, 너 지금 너무 막가고 있어!”
“깨끗한 세상을 바라진 않아도, 무능한 건 못 참습니다. 황제는 무능해선 안 됩니다.”
“차라리 날 욕해라.”
“아버지는 잘하실 겁니다. 그렇지요?”
“……그래, 잘하마. 됐느냐!”
어떤 단체든 부조리가 없을 순 없다. 사소한 부조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법이다. 부조리를 방치한다고 해서 단체가 망가지진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부조리는 매끄러운 기름처럼 단체를 움직이는 유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장의 무능은 다르다. 수장이 멍청하면 부조리함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황제의 무능은 수많은 백성의 삶을 곤궁하게 할 뿐이다. 다 먹고살자고 살아가는 인생들, 그 기본적인 걸 제한하면 황제라도 갈아 치워야 했다.
“부총관과 손주 며느리가 알아서 잘 골랐을 텐데, 엄살은 그만 피우세요.”
“크흠, 다 알고 있으면서 아비를 우롱하는 것이냐!”
“모른 척해 드린 겁니다.”
“그러면 끝까지 모른 척해야지, 꼭 생색은!”
강우경은 아들이 벌인 이 황당한 일들을 상기하면 할수록 놀람을 금치 못했다. 녹수연맹과의 전쟁도 녹림왕과 짜고 벌인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피해는커녕 서로에게 득이 되는 전쟁이 되었을 리 만무했다. 둘이서 온 천하를 농락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총관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됩니다.”
“나 아직 송호문의 문주다. 이럴 거면 네가 하지 그러냐?”
“훈련이 늘겠군요.”
“대송호문의 문주로서 최선을 다하마. 됐냐?”
“제가 설마 아버지가 잘못되길 바라겠습니까? 이게 다 아버지를 위한 일입니다.”
“어련하겠느냐.”
아버지는 현재 침상에 누워 골골거리는 아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문파에 오고 가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요식행위였다.
못나도, 잘나도 내 아들이라는, 신실한 부정을 보여 주었다. 부자간의 진실과 달리 대외적으로 아버지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가히, 부처의 현신처럼 온화한 부심(父心)을 드러냈다.
“조만간 또 외출합니다.”
“안타깝구나.”
반응이 늦을 뻔했던 강우경은 아들의 개수작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상종 못 할 녀석이었다. 그나마 거꾸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다.
‘아이고, 우리 진이 불쌍해서 어쩌누!’
강우경은 잠시나마 손자의 명복을 빌어 준 후, 문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일복도 늘었다. 예전의 한가로웠던 시절이 그립기도 했다.
한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말문이 막혔다. 사람은 원래 현실에 적응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고 난 후, 육칠이 돌아왔다.
육칠은 청양 분타에서 개방도를 통솔하여 불온한 동향을 살폈다. 송호문을 노린다면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테니 말이다. 어부지리와 차도살인은 강호의 근본이자 진리였다.
솨아아아!
얼마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당장은 건기의 가뭄을 해소하는 정도지만, 우기가 길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무진과 육칠은 처마 아래 다과상을 펴 놓고 앉았다. 대추를 우려서 꿀을 넣은 차와 쌀로 만든 과자가 일품이었다.
“강 대협의 예상대로입니다.”
“직접 나설 것 같진 않고, 우회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지.”
“이럴수록 무림대회가 걱정되는군요. 태상방주님과 검제 어르신도 근심이 크십니다.”
“철양진인이 갔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 일로 무당파에선 청풍 도사가 내려왔습니다.”
철양진인은 당분간은 신분을 숨긴 채 청풍의 사형으로 지내기로 했다. 검제, 취선, 자운진인을 제외하면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만하면 구색은 갖추었다. 명색이 강호의 내로라하는 절대고수들이었다. 그만한 전력을 가지고도 실패한다면 이름값을 내놓아야지.
“검절의 안위를 잘 살피라고 해. 내가 보기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검절이야.”
“하면 태양신군의 배후를 추적해 볼까요?”
“그건 곤란해. 자칫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노출시킬 수도 있어.”
“역시 그렇군요.”
육칠도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무림대회로 이목을 집중시킨 이상, 결판을 내야 했다. 최대한 우리가 유리한 방향으로 마신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최대한 감추어야 했다.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는 채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감행하는 걸 보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다는 뜻이겠지.”
“최악을 상정해서 대비하겠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한곳에 집중하면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 쉬워져. 느슨하지 않도록 언제든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그건 저들도 마찬가집니다. 무림맹 주변의 정보력을 제외하면 놈들의 대응이 예상보다 느립니다. 이 모든 게 강 대협의 활약 덕분입니다.”
육칠의 사실을 적시한 아부에 무진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잘 가르친 거지답게 생활력이 있었다. 후일 아주 크게 될 녀석이었다. 장차 개방의 차기 방주다운 처세술이었다. 괜히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놈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부성 발언이기는 한데, 육칠은 딱히 거짓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강 대협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구도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테니.
만약 마신교가 세운 계획으로 무림대회가 이루어졌다면 무림은 손을 써 보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대륙은 혼란스럽고, 북해, 사막, 남만이 쳐들어온다고 상상해 봐라.
“의뢰는 어떻게 됐어?”
“받아들였습니다.”
“원수를 갚도록 해 줘야지.”
“한데, 어떻게 안 겁니까?”
“그럴 것 같더라고.”
용병술의 대가가 되려면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했다. 전왕 시절 무림맹의 군사였던 황보세령은 강호 무인들의 신상 내력을 대부분 파악해 놓았었다. 그러던 중 의도치는 않았지만, 악연을 찾아냈다.
“지시하신 대로 하오문을 통해 정보를 흘렸습니다.”
“조만간 궁지에 몰리겠군.”
정보가 흘러 들어간 이상,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이를 역정보와 적절히 이용한다면 상대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정보의 실패가 쌓일수록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순전히 하오문주의 역량에 달렸다.
“산호에게 상소문을 올리라고 해. 돈으로 산 인맥을 좀 활용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무진은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비가 도통 그칠 줄을 모른다. 정운상단을 통해서 준비해 놓은 이상, 이제부터는 산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또한, 황제의 정신 상태가 호전될수록 심상치 않음을 느낄 것이다. 후일 황제가 될 친왕은 현재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니, 드러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곧바로 출발하실 겁니까?”
“서두르지 좀 마. 내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십 일 후에 출발할 테니, 방해하지 마라.”
“……그리하지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중요했다. 함께할수록 오래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가족과는 함께해야 후회가 없었다. 가족이 사라지고 세상이 평온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들 보러 간다면서요?’
이제까지 대체 뭘 한 겁니까? 육칠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순순히 따랐다. 당장은 하오문의 동향을 살피고, 마신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
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문세가가 자랑하는 천룡대였다. 전력을 다해 천룡검진을 펼치고도 삼백의 정예 무력대가 추풍낙엽이 되어 쓰러졌다.
서문세가의 가주 서문제덕은 옆에 선 서문극을 보았다. 서문극도 입을 벌린 채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돌아온 아들이 도전을 선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대견하다고 여겼었다.
결과는 예상을 넘어서다 못해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아들의 경지가 자신마저 넘어선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망부석이 된 장로들의 넋 나간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지금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연신 눈을 비볐다.
“저게 내 아들이 맞는 거냐?”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그게 할 소리야?”
“그럴 거면서 왜 물어본 겁니까?”
“과연 나의 선견지명이 대단하구나.”
“……?”
서문제덕의 생각지도 못한 자화자찬에 서문극은 입맛이 쓰다 못해 댓발은 튀어나왔다. 너 때문에 천운권과 엮였다며 시간 날 때마다 갖은 잔소리를 했던 형님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의 선견지명이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형님, 아무리 그래도!”
“시끄럽다! 사내라면 지난 얘기는 하는 거 아니다.”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는군요. 어째서 형님의 별호가 부동검인 겁니까?”
“봐라, 내 아들이다!”
“게다가 팔불출인데!”
아들을 천운권에게 팔았다며 술 마실 때마다 하소연하던 때가 엊그제였다. 이렇게 보면 부동검(不動劍)이 아니라 경망검(輕妄劍)이었다.
“언제 이리 또 강해졌을꼬.”
“조카의 사형이란 녀석을 보세요. 살벌한 야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강해져야지요.”
동생의 말대로 아들의 사형은 정말 인간 같아 보이지 않았다. 태생적인 살인마가 있다면 바로 저와 같으리라.
서문제덕은 아들의 삶이 순탄치 않음에 가슴이 아팠다.
천룡대와의 비무를 끝낸 서문호는 가쁜 숨을 가다듬은 후, 아버지를 찾았다.
“제가 그동안 정리한 가문의 검법입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사부님과 사형의 도움이 컸습니다.”
“차후, 사례하도록 하마.”
서문호는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 사부와 함께 청룡신화검식을 새롭게 보완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전적인 형태로 발전을 시켰으며. 단계를 두었다. 검공의 경지에 따라서 그에 맞는 검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피곤할 테니 가서 쉬거라.”
“가문에 있는 동안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사부님은 집에 돌아가서 인사만 하라고 보내지 않았다. 다 꿍꿍이가 있었다.
‘공동파는 어쩐다.’
비무가 끝난 후 서문제덕은 방으로 들어와 검법서를 살폈다. 아들이 보완한 청룡신화검식에 대견한 마음이 들었지만, 선조께서 완성한 검식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검법을 만드는 작업은 일대종사의 자질이 필요하다. 아들의 무공이 몰라보게 강해졌다지만, 연륜과 경험이 쌓이지 않았다. 젊음에 취해 조사께서 공을 들인 검식의 진정한 의미를 보지 못했으리라.
그랬는데!
허!
일단, 일절, 일장을 읽어 갈수록 서문제덕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문장의 유려함은 둘째 치고, 검식의 구절이 뇌리에 각인이 되었다. 마치 오랜 참선을 끝내고 하늘로 승천하는 청룡이 떠올랐다.
검법을 다 읽었음에도, 단어 하나하나가 생생히 살아 움직이며 심상을 자극했다.
우우웅!
청룡신공이 자연스럽게 반응하여 검법과 융화를 이루었다. 서문제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룡신화검식에 빠져들어 융통무한의 검역에 발을 들였다.
허어어!
서문제덕은 되새기고, 또 되새기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날이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동안 흐름마저 잊었다. 그간 막고 있었던 검벽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쌓았다.
아!
눈을 뜨자, 모든 감각이 달라졌다. 새로 태어난 것처럼, 내력까지 증진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문제덕이 방문을 열고 나갔다.
동생과 아들이 있었다.
“대성을 경하드립니다. 형님!”
“경하드립니다. 아버님!”
그제야 하루가 지났음을 깨달은 서문제덕은 아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들이 건네준 청룡신화검식은 기존의 검식을 갈아엎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그간 얼마나 형식에 얽매였고, 진의를 외면했는지를 실체화할 수 있었다. 대단치 않은 변화처럼 보이나,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모르지 않았다.
“아들, 네가 정말 복덩이로구나!”
“아버지, 잠시 둘이서만 얘기할 수 있을까요?”
“하다 뿐이냐, 어서 들어오거라.”
“감사합니다.”
서문호는 대견해하는 아버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후일을 고려하면 끝까지 웃으실 수 있을지 감당이 되지 않는다. 사부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가문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말해 보거라.”
“본가는 많이 강해져야 합니다.”
“아무렴, 당연하지.”
“최소한 초절정입니다.”
“……뭐?”
“화경에 이르면 좋구요.”
“아들아, 대단한 검식이긴 한데, 뭔 경?”
“화경에 오르세요. 제가 떠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형도 돕겠다고 했습니다.”
서문호로선 여유가 많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문의 체질을 개선해야 했다. 신중한 성격이 가문의 명맥을 유지한 비결이었지만, 현 강호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도 살아남기 힘들었다.
“갑자기 왜 이러느냐?”
“아버지,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건 가문을 위한 일입니다!”
오싹한 위화감에 서문제덕은 아들이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허락해선 안 된다는 본능, 심득을 얻어서 그런지 더더욱 강력하게 저항했다.
두둥!
철호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서문제덕은 경기를 일으킬 뻔했다. 표정에 얘기 다 끝났냐는, 이제 내 맘대로 해도 되냐는 의미가 담겼다.
“평소대로 하겠습니다.”
보름.
서문세가는 두고두고 이때를 잊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