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15)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15화(115/199)
번지는 불길을 잡으려면 (4)
* * *
3화와 4화가 전파를 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번에도 시청률은 고점을 돌파했다.
[1화 13.3%, 4화는 17.2%··· 꺾이지 않는 성장세, ‘중꺾마’에 이은 ‘중꺾시’?]2화가 괜찮은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확연히 각색이 빛을 받았다.
은선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초반부의 메인 빌런 은선창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에피소드가 들어갔는데, 거기서 배우들의 시너지가 터진 것이다.
[최필립, 미친 씬 스틸러··· 데뷔 악역을 떠오르게 하는 ‘황태자의 연기’] [‘망회돌’ 원탑은 박건? “저도 빼놓으면 섭해요” 입 모으는 형들]웹소설의 문법과 드라마의 문법은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다.
원작이 성공과 보상, 속도감에 충실한 전개였다면 드라마는 다양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잡았다.
드라마의 중심. ‘회귀’라는 컨셉도 망회돌 열풍을 제대로 이끄는 중이었다.
업계에서야 흔한 클리셰지만, 기존에 웹소설을 접한 바 없던 드라마 시청자층에게는 그야말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이다.
덕분에 JNBC는 ‘서울의 개’ 이후 모처럼의 대호황을 맞고 있었다.
“이만하면 좀 무서운데요. 박건 효과인지, 아니면 박건이 찍는 작품마다 무조건 터지는 건지, 이 정도면 미래를 알고 온 수준 아니에요?”
“드라마랑 현실이 같냐? 호들갑은.”
“아니, 화려하게 복귀탄 쏘시곤 표정이 왜··· 원작 작가 때문에 그러세요?”
넘겨짚은 AD가 손을 휘휘 저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팬덤이라 봐야 전체 시청자층으로 따지면 딱 한줌이에요. 작품이 잘 빠지니까 그쪽에서도 더 못 나서잖아요? 여 작가님이 이 폼만 유지하면 완결까지 비단길입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신바람을 내면 응분의 대가를 치른다.
나종모 PD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잘하기만 하면 다냐? 사람 하나 묻어서 성적 내면 끝이야? 이쪽 물 얼마나 먹었다고, 벌써부터 시청률에 눈깔이 돌아가, 엉?”
급발진을 맞은 조연출은 소리 낮춰 투덜거렸다.
“자기도 시청률에 눈 돌아가면서······.”
방송국이 시청률에 눈이 뒤집혔다면, 원작자는 화병으로 속이 뒤집혔다.
듣기로 윤발25는 신작까지 휴재하고 몸져누운 모양이었다. 드라마 성적이 안 좋으면 모를까, 훨훨 날고 있으니 속이 뒤집힐 만도 했다.
“아예 두문불출 중이라던데요, 팬카페에 올리던 드라마 욕도 그만두고.”
우종식 비서실장 역할, 촬영장의 소식통인 중견배우 김성운이 첩보를 풀어 놓는다.
과묵한 외모와 달리 사교성 좋은 마당발이다.
“충격이 큰 모양이에요. 자기 작품을 눈 뜨고 빼앗겼다고 생각할 테니까.”
은한섬의 방산, ‘선화쉴드’의 사장 역을 맡은 조연 배우가 물었다.
“빼앗긴 건 아니지 않아요? 엄연히 돈 받고 판권 판 건데.”
“그렇죠. 근데 그렇게 느낄 거예요. 본인이 봐도 원작보다 각색이 잘 빠졌잖아요. 막말로 퀄리티라도 별로였으면······.”
말끝을 흐리던 조우중이 픽 웃었다.
“우리까지 속이 탔겠죠? 지금은 원작자 혼자서만 뒤집어써서 그렇지.”
다른 조연들도 끼어들었다.
“매출은 늘었을 거 아니에요. 드라마 보고 원작 찾아보는 팬들도 많을 텐데.”
“돈이 뭐가 중요합니까, 예술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는데.”
“그렇다고 뭐, 우리가 도울 일도 없어요. 석 선생님이 나서 주시기도 좀······.”
누군가 한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바닥 권력구조를 잘 아는 탓이다.
대본의 전권은 작가가 잡고 있다. 국장이나 CP 쪽에서 압력을 넣으면 모를까, 원로배우가 접촉했다간 일이 커진다.
더군다나 한 성깔 하기로 소문난 여진주라면? 나이만 먹은 배우들의 권위주의라며 잘 나가는 작품을 뒤집어엎을지 모른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여 작가가 드라마작가협회 부회장이잖아. 까마득한 후배 작가가 기싸움 건다고 생각할 만하지.”
“그건 무슨 협회입니까?”
어느새 다가온 박건이 묻지만, 다들 별로 놀라지 않는다.
기척도 없이 등장하는 주연 배우의 은신술은 이미 촬영장의 명물이다.
“말 그대로 작가협회예요. 드라마작가들 권익을 보호하고 처우를 개선하고··· 뭐 그런?”
“배우도 마음대로 자를 수 있습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움직이겠군요.”
뭘? 사람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배우들이 다시 돌아봤을 때, 박건은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선화쉴드의 팀장 역할 배우가 중얼거렸다.
“우리 부사장님, 신출귀몰 폼 미쳤다.”
*
큰일이 나도 촬영은 굴러가야 한다.
부상을 입으면 바스트 샷만 찍는다. 배우가 마약을 하거나 음주운전에 걸려 하차하면 새로운 주인공으로 얼굴을 바꾼다.
이처럼 냉혹한 세계에서, 원작자와 각색가가 싸우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문제다.
―뭐야, 왜 이렇게 회사 지표가 개판이야?
바깥세상이 어떻게 됐든, ‘망회돌’ 안 은한섬의 서사는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된다.
―···엉망진창이군. 지분도 없고 세력도 없어. 이 따위로 한심하게 살았으니, 그룹이 사분오열되도록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겠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 앉아, 은한섬은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통감한다.
20년을 뛰어넘어 돌아왔지만, 가진 힘이라곤 계열사 부사장이라는 직함뿐이다.
거대한 제국의 주인인 할아버지는 물론, 저마다 일가를 이룬 두 형의 세력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망나니에게 불가능한 일에 겁먹고 주저앉는 취미는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다 말 거면 뒈졌다가 살아나지도 않았어.
이내 회귀자는 치열한 암투에 뛰어든다.
회귀 전의 기억을 활용해, 어머니의 측근이었던 ‘왕 실장’을 얻은 은한섬.
생전 은재영을 보필하던 비서실 출신이자, 은기학 회장 옆의 우종식 비서실장과는 라이벌 구도기도 했던 능력자다.
―도련님이 이렇게 바뀌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던 겁니까?
―엄마가 꿈에 나와서 알려줬어요. 계속 개차반으로 살면 뒤지게 혼날 거라고.
―···그건 쓰시던 말투가 아닙니다.
―농담이고, 죽다 살아나니까 변하던데요. 개만도 못한 쓰레기에서 사람 비슷한 개새끼로.
왕 실장, 누구도 진짜 이름을 모른다는 사내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곧이어 망나니의 지시가 떨어진다.
―전에 말한 비자금 있죠? 눈에 띄지 않게, 서일건설이랑 AF철강 쪽 지분을 모으세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은폐는 가능하지만 자본이 충분치 않아서.
―돈은 벌어 오든 빌려 오든, 안 되면 할아버지 금고라도 털 테니까. 그리고 방산 쪽은··· 곧 다목적화기 민간 허가가 떨어질 겁니다. 이득 될 만한 물밑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해요.
흡사 미래를 알기라도 하는 태도다.
왕 실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든 말든, 은한섬은 멈추지 않고 명령한다.
―얼마 못 가 이탈리아 마피아 놈들도 사고를 칠 거고. 서울의 치안이 급속도로 악화될 때, 우리가 방사청에 도움의 손을 뻗어야 합니다. 지금 선화쉴드에서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 2년 내 치안 접목을 기정사실로 보고 박차를 가하세요.
기어이 왕 실장의 눈이 커진다.
―내부에서도 극비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데, 그걸 도련님이 어떻게······.
―왜요, 허수아비는 귀도 없답니까? 설명할 시간 없으니 움직이죠.
그 후에도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진다.
회귀하며 망나니가 되찾은 것은 젊음뿐만이 아니다. 비상한 기억력으로 선화쉴드에서 납품하는 SH-1,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전차 폭발 사건을 떠올려 낸 은한섬.
하청업체를 모조리 쥐 잡듯이 잡고, 3자 비리에 연루된 국방부의 장성과 전직 장군들을 그야말로 개 패듯 두들겨 준다.
결국 며칠 뒤.
할아버지의 성정을 가장 닮아, 사촌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던 은선인이 찾아온다.
―어, 은덩이 씨. 무슨 일이야?
―···은덩이라고?
―형이 달고 있는 게 어지간히 무거워야지. 한 십 년쯤 지나면 그런 별명이 붙거든. 지금은 모르겠지만.
더러운 것을 본 것처럼, 은선인의 가지런한 눈썹 끝이 꿈틀댄다.
―너랑 말장난하러 온 게 아니다. 지금 벌인 일들, 적당히 매듭지어라. 더 커지면 할아버지께서 손을 대실 거다.
―내가 왜? 방산을, 우리 그룹이랑 이 나라를 등쳐먹는 개새끼들인데?
―계속 그렇게······.
―형은 마누라나 잘 관리해. 송일그룹 첫째 딸, 우리 형수님이 지금 누구랑 만나고 다니는지 알면 피가 거꾸로 솟을걸.
회귀 전, 은선인은 은선창과 총력전을 벌이던 중 자신의 아내에게 배신당한다.
거기서 입은 손실이 그룹에 큰 타격을 입혔던 상황. 미래를 모르는 첫째 형은 고지식한 눈만 끔뻑거리며 묻는다.
―무슨 소리냐? 민영이가 누굴 만나?
―떠먹여 줘야 아나. 안 믿어도 되니까, 딱 한 달··· 아니, 일주일만 도청기를 붙여 봐. 특히 형수가 본가에 갈 때.
망나니가 만든 나비효과는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은한섬은, 선화타워 주차장에서 그를 기다리던 손님과 마주한다.
―너네 집 망했냐? 웬 흥신소 흉내야?
―망하다니? 작년이랑 올해 상반기, 건설은 벌써 그쪽 매출 앞질렀는데.
뼈를 때리는 말에도 대양물산의 젊은 사장, 선우희는 생글대며 받아친다.
같은 막내에, 여자지만 이쪽은 파리 패션스쿨까지 조기 수료한 수재다. 하나당 수천만··· 아니, 수억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들이 완벽하게 관리된 몸매에서 반짝인다.
―지난번에 내 제안, 생각해 봤어?
―아, 대양 손을 빌려서 둘째 형 목 조르라는 웃긴 소리? 심지어 조력자가 꼴랑 백화점 몇 개 있는 선씨네 손녀라던데.
―어머, 말은 바로 해야지. 큰형 뒤통수는 너희 작은형이 먼저 때리려고 했잖아, 난 그룹의 배신자를 미리 알려만 준 거고.
배신자.
그 단어를 얼마나 곱씹었던가. 지금껏 맡은 배역 중 가장 감정 표현이 많다던, 은한섬의 목울대에 가시 같은 핏줄이 돋아난다.
―그래, 배신자가 있긴 하지. 몇 번이나 뒤통수를 치는 쥐새끼들도.
갑자기 변한 기세에 선우희가 움찔하지만, 은한섬은 그녀에게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아가씨께 무슨 짓을··· 커헉!
옆에서 막으려던 경호원은 엎어치기 한번에 바닥을 뒹군다.
선우희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은한섬. 이마와 이마를 붙인 채, 맹수처럼 속삭인다.
―미리 안다는 말, 내 앞에서 하지 마.
―······.
―같잖으니까.
광폭한 재건사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오빠, 이거 봐요. 망회돌 치면 우리 이름이 네 번째로 떠요!”
“그 위에는 뭡니까?”
“망회돌 박건, 망회돌 삼형제··· 그래도 다른 분들보단 높으니까 대만족이에요. 명색이 여주인데 검색어에서 빠졌으면 자존심 상할 뻔.”
최양영이 호들갑을 떨며 액정을 보여준다. 촬영장 사람들 모두한테 끼를 부리는데, 남녀노소를 안 가리니 여우가 아니라 분위기 메이커다.
‘진지유 씨랑은 느낌이 또 다른데··· 둘을 붙이면 촬영장 조용할 일은 없겠어.’
자기가 더 몰입해 기사를 찾아보던 최양영이 뜨아, 하며 입을 막았다.
“이러다가 우리 막, 연말에 JNBC 불려가서 커플상 받는 거 아니에요? 나 PD님은 연출상에 작품상까지 휩쓸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 툭 던지는 말이 설레는 거 아시는구나. 역시 더 팩트 선정, 연예계 나쁜 남자 1위!”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요. 수상한 적도 없고.”
그러고 보니 더 팩트인지 뭔지, 연예계 뒷소문 잡지에 나왔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았다.
무슨 앙케이트 조사에서 1위로 뽑혔다고 했는데··· 기억을 되짚을 때, 그들 사이로 나종모 PD가 끼어들었다.
“최 배우, 미안한데 잠깐만 건이 씨 좀 빌려갈게. 우리가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아앗! 저희도 중요한 얘기 중이었는데!”
“쏘리, 실례, 쏘리.”
항변하는 최양영을 싹 무시한 채, 나 PD는 건을 사람 없는 구석으로 끌고 갔다.
주위를 확인하더니 목소리부터 낮춘다.
“건이 씨, 괜찮겠어?”
“뭐가 말입니까?”
“한조매거진 화보 말야. 우리 쪽 홍보팀에서 연락 와서 봤는데, 원작 언급을 했다더라고. 건이 씨랑 로만 배우들이.”
그날, 화보 촬영 때 간단한 인터뷰가 오갔다.
‘망회돌’ 원작을 로만 3인방이 다 봤다, 과연 인기작답게 재미있었다, 결말까지 읽고 나니 어떻게 또 바뀔지가 기대됐다는 정도였다.
“···실은 걱정이 좀 되더라고. 내가 각색 관련해서 운만 뗐는데도 버럭버럭 화를 냈대서, 무슨 일이 터질까 싶었지. 그 양반이 밉보인 배우 분량 줄이기로 악명이 높아요.”
원작자와 각색 작가를 동시에 리스펙하는 인터뷰.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이미 논란이 된 상황이란 게 문제였을 뿐.
주연 배우까지 참전하면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나종모 PD가 보자마자 놀라 달려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럴 의도도 아니었고. PD님께서 염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정말 들이박을 줄 알았던 걸까. 조마조마한 표정이던 나종모 PD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그치?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건이 씨는 절대 직접 접촉하면 안 돼. 평소에도 권위적인 양반을 이럴 때 찔렀다간······.”
“아, 연락은 벌써 했는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어?”
“그랬더니 답장도 왔습니다. 조만간 한번 보자셔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나종모의 얼굴에서 혼백이 빠져나갔다.
“···이거, 야단이 단단히 났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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