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25)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25화(125/199)
부상하는 로켓들 (7)
* * *
‘사우나 씬’이 전파를 탔다.
본방을 본 이들과 재방을 본 이들, 하이라이트 클립만 시청한 모두가 입을 모았다.
이 화야말로 진정 용호상박이었노라고.
[※심박수폭발주의※ 선화그룹 근육질 삼형제 ㄷㄷ 사우나에서 비밀회담 #망회돌]썸네일부터가 핵폭탄급이다. 정확히 22시간 만에, 수건을 두른 세 배우의 회담은 자체 최고조회수를 갱신했다.
로만의 피트니스 트레이너도 몸을 보고 감탄할 정도다.
“캬, 그림 죽인다. 기럭지들이 저렇게 긴데, 근육을 보디빌더들처럼 꽉꽉 채웠네.”
은씨네 삼형제 중, 가장 작은 최필립조차 180이 훌쩍 넘는다.
거기다 박건은 데뷔 이후 첫 노출 아닌가. 어떻게 생겨먹은 몸이기에 저런 아크로바틱이 가능한지 궁금했던 시청자들에게, 나종모 PD는 확실한 팬서비스로 답했다.
―사우나는 뭐야, 갑자기. 전자 사장 맡더니 감전이라도 됐어?
―어렸을 때는 같이 목욕도 했었다. 나가서 서로한테 칼을 꽂더라도, 여기서만큼은 묵은 회포를 풀자.
―난 상관없는데··· 둘째 형 몸이 영 곯았네. 요즘 못 먹고 살았나 봐.
―곯긴 누가 곯아, 이 새끼야?
셋의 시너지에, 순간시청률은 4% 이상 뛰어오르며 제작진을 웃음 짓게 했다.
로켓 탄두에 올라탄 JNBC 홍보팀도 신바람을 낸다. 본방이 나가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회차 메이킹필름이 떴다.
[과몰입 방지! 사우나 비하인드, ‘은쓰리’의 초밀착 두근두근 데이트(Feat. 잠수대결)]조회수 68만 회
5분 정도 되는 영상을 누르면 스탭들에게 둘러싸인 주연 배우 셋, 속칭 ‘은쓰리’라 불리는 은씨 삼형제가 나온다.
“컷! 좋습니다. 배터리만 갈고, 오 분 쉬었다가 마저 갈게요!”
“아니, 너무 오래 벗겨 놓으시는 거 아니에요? 디렉이 어제랑 다르잖아요.”
“오래 벗긴다면서 가운도 안 걸치고. 최필립 씨 본인이 제일 즐기는 것 같은데?”
오케이 사인이 나오자, 최필립과 구신승이 시시덕대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시원하게 탈의한 상체에 물기가 번들거린다. 주요장면은 드라마로 다 방영됐다지만, 편집된 영상과 날것의 메필은 또 다르다.
이를테면··· 바로 이런 돌발상황이 그렇다.
“어머, 여기가 선화그룹 아지트?”
별안간 최양영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다.
문제는 복장이다. 촬영도 없는 인간이, 휴양지에서 입을 법한 비키니 차림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거 메필이죠? 주세요, 제가 기깔나게 인터뷰 뽑아 드릴게요, 올라가자마자 인급동 보장!”
“어어, 양영 씨······.”
스탭에게서 카메라를 빼앗아 든 최양영이 하이에나처럼 주변을 살핀다. 근처를 서성대던 나종모 PD가 악녀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안녕하세요, 망회돌 명물 양터뷰! 오늘은 저희 촬영장 대장, 나종모 감독님에게 묻겠습니다! 어, 감독님! 왜 도망가시죠?”
“으악, 저리 가! 우리 와이프도 메필 뜨는 거 다 찾아본다고!”
나종모 PD가 질색하며 뒷걸음치고, 스탭이고 배우고 할 것 없이 까르르 웃는다.
유부남 공처가야 놀려먹었지만 로만 3인방에게는 어림없다.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다가온 박건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고 계십니까? 촬영도 없는데.”
“어머, 촬영이 없으니까 이러고 있죠! 원래 여기 사우나는 입주자만 사용할 수 있다잖아요, 저도 한쪽에서 브이로그 찍으려고 비키니만 다섯 벌 가져왔어요.”
“아주 뽕을 뽑으시는구만.”
다 들리게 중얼거린 최필립이 지나가지만, 최양영은 아랑곳 않고 박건 옆에 서서 꿋꿋이 포즈를 취한다.
“저희 망회돌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아직 안 들어가 봤지만 수영장이랑 온수풀도 대박, 역시 한조그룹 최고!”
“우희야, 그래 봐야 수트 광고 안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구신승이 극중 배역처럼 엄숙하게 말하고 지나친다.
결국 중간이 편집된 최양영 엔딩은 팬들의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양영이 ㅠ
└연예계 공식 비글…(아무튼 악녀임)
└└근데 깡도 좋다 ㅋㅋㅋㅋ 자기 촬영도 아닌데 비키니를 입어버리네
-그야말로 양아치… 아니 양대장..
└양대창?
└└최양영도 개인싸임ㅋㅋ 이미지가 국민ㅆ년이라 그렇지 팬서비스 쩔고 스탭들도 좋아함
└└└립이도 껴주세요….! 좀 까칠해도 애는 착해요ㅠㅠㅠㅠ
-ㄹㅇ 이번엔 주연들 조합을 잘 짬
└나PD 최근 폼 떨어졌단 소리 많았는데 박건이 귀신같이 인공호흡함
└└??? : 박건… 또 너야…?
└└└아 ㅋㅋ 5작품 연속 빅히트는 못참지
-속보)현시간 KBC 단체로 오열중
처음엔 원작과 각색 버전 차이점을 비교하며 싸움판이 벌어지던 커뮤니티에, 지금은 킬링포인트 모음집이 올라온다.
[망회돌 10~16회 하이라이트]1. 은한섬한테 매번 골탕먹는 선우희 모먼트
2. 우월한 은씨네 유전자(할아버지+삼형제 평균키가 184)
3. 은근 가족들 생각하는 가짜 냉혈한(Feat. 동물애호가) 은선창
4. 큰아버지 역할의 고철준은 ‘백정장군’ 당시 경무국장, 작은아버지 역할 남중익은 종로서장··· 세계를 넘은 관계성
5. 베일에 싸여 있던 친아버지, 데릴사위 이시동의 첫 등장
누군가 그랬던가. 포텐셜 덩어리들의 1+1은 2가 아닌 제곱이라고.
적어도 망회돌에서는 옳은 말이다.
시청률이 기어이 30%를 넘던 날, JNBC 주조정실에선 나종모 PD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이 새끼들아, 내가 망할 줄 알았지? CP 달고 충무로 쫌팽이들 단체로 엿 먹일 때까지, 절대 자리 안 빼! 아니, 못 빼!”
각자의 이유를 품은 채,
드라마 속 떡밥은 숨 가쁘게 풀려나간다.
―회장님?
전설의 사우나 씬이 나온 회차.
은씨 삼형제가 삼자회담을 가질 때, 선화타워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 실장, 지금이 며칠이지?
―6월 12일입니다.
―6월? 여름이란 말인가, 겨울이 아니라?
허탈한 듯 내뱉던 은기학, 별안간 관자놀이를 누르며 신음을 흘린다.
―회장님!
―괜찮아, 아직 전부 지워진 건 아냐. 사람을 그렇게나 많이 죽이고 잡았으니, 이 정도 대가는 치러야 계산이 맞지.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던가.
웬만한 젊은이보다 정정하다던 노인의 몸에도 비밀은 있다.
은기학 회장의 머릿속에 뇌종양이 있고, 현대의 의술로도 제거 시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은 우 실장밖에 모르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점점 커진 업보의 덩어리가 기억마저 상실시키는 중이었다.
―셋째 도련님이 세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만약 첫째, 둘째 도련님··· 그 밖의 주주들까지 지지 세력으로 규합된다면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우 실장이 경고하지만, 은기학 회장은 핏기 없는 낯빛으로 껄껄 웃어젖힌다.
―좋군, 아주 좋아. 내 핏줄이 아들이 아니라 손자들에게 이어졌던 모양이야. 가만히 앉아 할애비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기엔 심심했겠지.
―회장님, 바깥쪽 동향도 심상찮습니다. 셋째 도련님과 이사 몇몇을 해임하고, 우선 안의 결속을 공고히 하는 것이······.
―됐어. 그 애 어미한테 진 빚을 모르나? 제 원수는 제가 갚도록 하는 것이 맞아.
늙고 병들었을지언정 은기학 총회장은 한 세기를 풍미해 온 거인(巨人)이다.
세월에 마모된 절대자의 안광이,
석필호를 통해 호랑이처럼 번득인다.
―기다리마, 칼을 들고 내 앞에 설 때까지.
*
선화타워가 저 멀리 보이는 펜트하우스.
이곳 역시 ‘망회돌’ 촬영지 중 특히 고심해서 고른 협찬 장소다.
카메라와 조명, 음향장비들과 스탭들이 쫙 깔린 실내에, 은한섬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부사장님, 전부 준비됐습니다.”
“이쪽도 끝. 진짜로 할 거야?”
거실 한가운데 선 은한섬 옆으로, 왕 실장과 대양그룹 선우희가 다가온다.
지금껏 스토리를 쌓으며, 많은 이들이 등장했고 또 퇴장했다.
죽을 고비에서 몇 번이나 은한섬을 구한 왕 실장. 그리고 극의 중반부터 조력자 포지션으로 전환한 선우희는 그 중 곁에 남은 동료다.
“그럼 안 하나? 그렇게 밥상 차려 놓고 숟가락만 깔짝대니까 대양이 실속이 없지.”
그때, 시야 밖에서 심술궂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은씨 삼형제 중 다른 두 명도 앵글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말조심해라. 등을 맡길 동료다.”
“동료는 무슨, 한섬이 저놈이 뭐 좀 될 것 같으니 슬그머니 기어들어온 거 다 아는데.”
“뭐라고 했어요, 지금?”
“그만.”
은한섬의 나지막한 한 마디에, 이죽대는 둘째형과 발끈하던 선우희가 정리된다.
이내 은한섬··· 박건이 좌중을 둘러본다. 내레이션으로 들어갈 독백이 뇌리를 스친다.
‘회귀 전의 내가 봤다면 웃었겠군, 이 조합이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이전 생에서는 알지 못했던, 그저 바위나 먼지 정도로 여겼던 사람들이 이젠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
첫째 형 은선인.
회귀 전, 큰형은 횡령죄를 뒤집어쓰고 수배범이 되었었다. 이젠 그 고지식하고 깐깐하던 인간이 어째서 죄를 짓게 됐는지 안다.
진짜 악녀였던 아내와, 그 뒤에서 선화를 집어삼키려던 송일그룹에 당했을 것이다.
‘이번 삶에서는 내가 미래를 바꿨고··· 선창이 형 쪽에 먼저 공격이 들어왔지. 횡령이 아닌 사고사로 위장시켰을 거야.’
다음은 둘째 형 은선창.
형에 비해 부족할 것 없는 능력과 첫째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만들어 낸 괴물.
한때는 은한섬을 해치려 했으나, 죽다 살아난 뒤로는 외부의 적들에 맞서 힘을 모았다.
마치 마경 진군을 앞두고 끌어모았던 종족 연합군처럼.
“비가 오는군.”
해는 한참 전에 저문 시간이다.
험난한 싸움을 예고하듯, 어둑해진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밖을 보던 은선창이 성미 급하게 묻는다.
“야, 어떻게 할 거야?”
순간 공기가 살짝 바뀐다. 먼 곳에서 벼락이 친 듯, 서늘한 파장이 일어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은한섬이 씹어뱉듯 뇌까렸다.
“잡아야지. 우릴 죽이려던 놈들, 그리고 선화를 부쉈던 놈들, 싹 다 묶어서 내 앞에 꿇릴 거야.”
“부쉈던······?”
“전생의 죄도 죄로 쳐야지.”
애드립이다.
대본에는 대사 이외의 지문이 적혀 있지 않지만, 한 차례 인생을 잃었던 자가 어찌 담담할 수 있을까.
실패했던 회귀자의 분노는 공감을 넘어 안타까움까지 불러일으킨다.
선우희가 몸을 살짝 떨고, 두 형은 많은 의미가 담긴 시선을 주고받는다.
“왕 실장님.”
“예.”
주군의 부름에, 시립하고 있던 왕 실장이 즉각 고개를 숙인다.
“이사회를 소집합니다. 사안은 그룹 총수의 직위 해제. 수백 건의 배임, 횡령, 비위에 살인교사 및 은닉을 범한 은기학 총회장을 내부 심사로 끌어내리는 안건입니다.”
“예.”
“소집에 응하지 않는 자들, 타워에 못 들어오도록 막는 병력도 있을 겁니다. 쉴드의 모든 병력과 내 개인 경호원들도 대동해서, 한 번에 밀어붙이십시오.”
“명대로 하겠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은한섬은 곧바로 두 형 쪽으로 돌아섰다.
“큰형은 남 의원과 시장 쪽을, 작은형은 송일그룹을 맡아. 내부에서 난리가 난 걸 알면 외국 사모펀드, 그 승냥이 같은 놈들을 데리고 지분 사냥을 시작할 거야.”
회귀 전, 선화그룹은 은기학 총회장의 별세와 아들들, 손자들의 아귀다툼에 찢겨나가며 주가가 폭락했다.
그때 지분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이며 공룡의 맥을 끊었던 것이 L&L 홀딩스, ‘그룹사냥꾼’이라 불리는 해외의 사모펀드였다.
현재는 은기학 총회장도 건재하고 그들 삼형제도 힘을 합쳤다지만··· 내부 정쟁이 격화되면 틈이 보일지 모른다.
“오냐. 난 큰형네 처가나 처리하란 거지?”
히죽 웃는 은선창 옆에서, 은선인은 복잡한 표정이 된다.
그의 아내, 송일그룹과도 곧 전면전을 벌여야 할 터다. 자신의 처가에 직접 칼을 박아넣지 말라는 동생의 배려를 아는 탓이다.
“한섬아, 여태 얘기하지 않은 게 있다. 지금껏 너를······.”
“됐어. 큰일 전에 부정 탈 소릴.”
손을 저어 큰형의 말을 막은 은한섬, 벗어 뒀던 수트에 팔을 끼운다.
우연의 일치일까. 늘 다르던 삼형제의 수트는, 오늘만큼은 약속이라도 한 듯 푸른색이다.
“다 끝난 다음, 이 빌어먹을 그룹을 지켜냈으면 그때 얘기하자고.”
선화의 상징인 푸른 화약,
그 불꽃이 빗줄기를 뚫고 타오른다.
* * *